[미주][미식] 호놀룰루에서 하와이의 소울 푸드를 찾다!

2025-11-14


| Hawaii - Honolulu |


무심한 한 입의 기억, 하와이의 소울 푸드들


눈부신 해변보다도 무심한 한 입이 하와이에서의 진짜 기억으로 오래 남는다. 먹는 순간 “아, 이건 진짜다” 하고 혼잣말이 튀어나오는 로컬 푸드야 말로 최고의 순간을 만들어 주기 마련. 길 위에서, 서핑 후에, 혹은 쇼핑백을 가득 들고 돌아오는 길모퉁이에서 마주친 스팸 무스비, 갓 튀긴 마라사다, 그리고 신선한 포케는 관광이 아닌 일상으로서의 하와이를 선물해준다.

 

이건 단순한 한 끼가 아니다. 하와이 사람들의 시간과 추억이 켜켜이 쌓인, ‘소울 푸드(Soul Food)’다. 와이키키 한복판에서 만난 하와이의 세 가지 대표 소울 푸드, 그 특별한 맛의 여정을 따라가 본다.




귀엽고 감동적인 한입
이야스메 무스비 카페(Musubi Café Iyasume)



 

이야스메 무스비 카페

 

수백 불짜리 디너보다도 삼천 원 남짓한 무스비 하나가 더 큰 감동을 주는 경우가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곳이 바로, 이야스메 무스비 카페다. 작고 소박한 공간. 하지만 그 안엔 놀라운 균형이 있다. 밥, 스팸, 달걀, 김. 이 네 가지 재료가 입안에서 펼치는 풍경은 그 어떤 고급 레스토랑의 요리보다 하와이적이다.

 

이야스메의 무스비는 단순하지 않다. 아보카도, 와사비 마요, 연어 후레이크, 우메보시…. 작은 네모 속에서 문화가 교차하고, 조미료 하나 없이도 ‘감동’이 밀려온다.

 


작고 분주한 가게. 그 앞엔 언제나 줄이 있다. 그런데 이상하다. 줄을 서면서도 마음이 급하지 않다. 유리 진열장 너머로 스팸, 계란, 김, 주먹밥이 알차게 쌓여 있는 걸 보고 있으면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건 마치 도시락으로 구현된 하와이식 마음챙김 같다. 무스비를 사느라 주인과 대화를 나누는 순간조차 일본영화의 한 장면 같다.


 무스비를 들고 해변으로

 

무스비를 들고 와이키키 해변까지 걸어가는 데 3분. 커피 한잔과 이 무스비 한입이면 최고의 아침이다. 가게 안엔 아기자기한 기념품이 다양하게 진열되어 있다. 무스비 키트를 기념으로 사와서 집에서 무스비를 만들어 먹는 것도 추천한다. 


 다양한 무스비 굿즈들


추천 메뉴
✔ 클래식 스팸 & 달걀 무스비 — 밥의 온도, 스팸의 염도, 달걀의 단맛. 삼위일체.
✔ 아보카도 & 와사비 마요 버전 — 한 끗 차이로 ‘현지인처럼’ 보이기.
✔ 연어 후레이크 + 우메보시 — 일본 감성이 진하게 살아 있는 메뉴.


이야스메 무스비 카페 (Musubi Café Iyasume)
주소 : 2427 Kūhiō Ave., Honolulu, HI 96815 미국
영업시간 : 07:00~20:00




사랑을 튀긴 도넛
레오나즈 베이커리(Leonard’s Bakery)

 


레오나즈 베이커리

 

하와이에서 도넛을 말하는 순간, 모두가 먼저 떠올리는 이름이 있다. 핑크 박스의 대명사, 레오나즈다. 1952년부터 이어진 이 베이커리는 단순한 맛집을 넘어 하와이식 단맛의 기원지다. 안으로 들어가면 빈티지한 느낌의 인테리어가 곧 포토존이다. 티셔츠 또한 인기템이라 나도 하나 구매했다.


주문을 하고 밖으로 나와 도넛을 기다린다. 중요한 건, 그 자리에서 바로 먹어야 한다는 것! 겉은 바삭하고, 안은 구름처럼 부드럽다. 한입 베어물면, 그 달콤함이 오늘 하루를 기분 좋게 만든다. 한 박스를 사서 들고 나와도 길 건너기 전에 반은 먹게 될지도 모른다.


 한 박스 정도는 금방이다.

  

손끝에 묻은 설탕, 종이봉투에 남은 기름 자국, 튀김 냄새가 은은하게 밴 티셔츠까지. 하와이에서 가장 솔직한 디저트가 아닐까? 해변으로 나가면 모두가 이 핑크 박스를 들고 있는 풍경을 보게 될 것이다. 하나의 패션템처럼 보일 정도다. 물론 식은 도넛도 뜨거운 도넛만큼 맛있다!

 

호놀룰루 피크닉 필수템


추천 메뉴
✔ 슈거 마라사다: 튀김의 기본을 증명하는 메뉴. 갓 튀긴 표면의 설탕 결정이 살아 있다.
✔ 카스타드 크림 필링: 입안에서 터지는 부드러움. 속이 차 있는 걸 좋아한다면 무조건.
✔ 리히모이 (Li Hing) 파우더: 하와이산 자두 가루 특유의 짭조름한 맛. 로컬들이 가장 사랑하는 ‘마라사다의 옆길’.


레오나즈 베이커리(Leonard’s Bakery)
주소 : 933 Kapahulu Ave, Honolulu, HI 96816 미국
영업시간 : 05:30~19:00




한입에 바다를 담다
마구로 스팟 (Maguro Spot)



마구로 스팟

 

포케(poke)는 하와이 말로 “자르다” 또는 “썰다”는 뜻을 가진 단어다. 그러니까 포케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바닷가에서 막 잡은 생선을 한 입 크기로 썰어 먹은, 손에 닿는 바람과 파도 소리 사이로 전해지는 하와이의 일상을 담아낸 식문화이다.

 

하와이 원주민들은 오래전부터 신선한 참치나 타코(문어)에 쿠쿠이 너트, 소금, 해초를 넣어 간단하게 무쳐 먹었다. 이 풍습은 이민자들의 입맛을 만나면서 진화했고, 오늘날의 포케 볼은 일본식 간장과 참기름, 한국식 고추장, 심지어는 멕시코식 아보카도까지 담아내는 ‘하와이 그 자체’가 되었다.

 

다양한 메뉴들. 비건 옵션도 가능하다.

 

포케는 하와이의 대표 소울 푸드지만, 제대로 된 포케를 만나는 건 의외로 쉽지 않다. 그럴 땐 마구로 스팟을 기억하자. 겉은 소박하고 눈에 띄지 않지만, 입속에서 터지는 신선도는 럭셔리급이다. 갓 썬 마구로, 쿨하게 얹은 소스, 적당한 간장 빛. 밥 위에 생선이 한가득 쌓여 있을 뿐인데, 그 안에 바다와 계절과 리듬이 함께 들어 있다.

 

‘어디서 이런 맛을 숨기고 있었지?’ 한 숟갈 먹고 나면, 와이키키가 갑자기 ‘진짜 동네’처럼 느껴진다. 여기서 포케를 먹기 전까지는, 하와이 음식이 뭔지 모르는 셈이다. 이 집 최고의 미덕은 놀랍도록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것이다. 둘이 먹어도 충분한 양 때문에 늘 웨이팅이 길다. 특히 미소시루는 부드럽고 담백하다. 평범하지만 계속 생각나는 맛이다.


푸짐한 포케


추천 메뉴
✔ 간장 마구로 + 스파이시 튜나 — 짭쪼름한 감칠맛과 적당한 매운맛의 조화
✔ 와사비 쇼유 — 매콤함보다 알싸한 청량감이 도는 버전
✔ 참깨 마히마히 — 바다 내음보다는 고소함 중심의 이색 선택지


마구로 스팟 (Maguro Spot)
주소 : 2441 Kūhiō Ave., Honolulu, HI 96815 미국
영업시간 : 10:00~20:30

 



글·사진 | 차현진 

서울에서 방송 작가로 살다가 먼 북소리를 듣고 포틀랜드로 떠난 여행 요정. 에세이 『내겐 아직 연애가 필요해』를 썼다.
www.instagram.com/bborichaa66


편집 | 이주호 · 신태진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