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kyo |
예산 별로 추천하는 야키니쿠 맛집들
일본은 6세기에 불교가 들어온 후 ‘육식 금지령’이 발령되었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고기를 즐겨 먹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한반도로부터 건너온 ‘고기구이’ 문화가 일본에 정착하면서 구운 고기를 뜻하는 ‘야키니쿠(焼肉)’가 만들어진 것이죠. 그래서 일본 사이트에서 음식점을 검색할 때 보면 야키니쿠는 한식의 일종으로 분류돼 있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야키니쿠의 현지화가 이뤄졌고, 이제는 한국의 고기구이와는 꽤 달라진 부분도 있어요.
야키니쿠집은 소고기 위주로 파는 곳이 많아요. 아무래도 소고기는 저렴한 음식은 아니라서 일본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다고 하면 뭔가 좋은 일이 있거나 특별한 날에 먹는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요. 한국에서 “오늘은 한우 먹자!” 할 때와 비슷한 느낌이랄까요. 적어도 한국인이 삼겹살 먹는 느낌으로 일본인이 야키니쿠를 먹는 건 아니랍니다.
일본을 여행하다 보면 야키니쿠집이 예상보다 비싸서 당황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은데요. 이번 기사에서는 가격대별로 서민적인 가격대, 미들급, 고급으로 나눠서 3곳의 야키니쿠집을 추천해드리려고 합니다.

호르몬 마사루
‘호르몬 마사루’는 일본 명문대인 게이오대학이 있는 미타(三田)에 위치한 맛집입니다. 미타는 JR야마노테선 타마치역 바로 앞에 있는 동네이며, 학생거리라서 그런지 가격이 저렴한 가게가 많아요.
‘호르몬ホルモン’은 ‘내장’을 뜻해요. 상호에 ‘호르몬’이라는 말이 있으면 야키니쿠도 호르몬도 다양하게 파는 가게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한국에서는 대개 삼겹살은 삼겹살집, 곱창은 곱창집, 이렇게 판매하는 고기 종류에 따라 가게가 나눠져 있지만, 일본은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야키니쿠집(호르몬집)에서 곱창 같은 내장류도 골고루 맛볼 수 있어요.
일본의 고깃집들은 저녁 시간대에만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곳은 평일에는 오후 1시 30분부터, 주말에는 낮 12시부터 브레이크 타임 없이 운영해요.

평일 런치 한정 메뉴 ‘야키니쿠 정식(焼肉定食) ¥1,000
저는 평일 런치 한정 메뉴(평일 오후 1시 30분 ~ 3시 제공)인 ‘야키니쿠 정식(焼肉定食)’을 주문했습니다. 즉석 양념육, 맑은 국, 잘게 자른 양파가 제공되고, 가격은 딱 1,000엔! 숯불 화로에 각자 알아서 구워먹는 방식이라 혼밥도 편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한국인에겐 신기한 풍경일 수도 있겠지만, 여기는 런치 시간대에 방문하는 손님의 절반 정도가 혼밥으로 이용합니다. 물론 저녁 시간대는 단체 손님이 훨씬 많지만요.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지요.
양념육의 경우 한국에서는 고기를 양념에 재워두었다가 먹는데, 일본에서는 주문과 동시에 양념을 버무려 내는 게 일반적이에요. 이곳에서도 일본식 즉석 양념육을 드실 수 있어요.

곱창 726엔. 메뉴명은 한국식이지만, 주문할 때는 현지식으로 ‘코푸창(コプチャン)’이라고 발음해야 잘 전달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곱창을 좋아해서 단품 추가 주문을 했어요. 이곳에서는 곱창을 호르몬이 아닌 한국어 발음 그대로 곱창이라 불러요. 하지만 제공 방식은 생소할지도 모르겠어요. 한국에서는 매콤한 양념에 버무리거나 소금구이로 먹지만, 일본에서는 미소 된장 양념을 발라서 굽습니다. 된장의 짭조름한 감칠맛이 숯불과 어우러져 밥 반찬으로도 좋아요.
디너 타임에는 단품에서 메뉴를 골라요. 단품 내장류는 400~700엔, 갈비, 등심 등 야키니쿠류는 800~1,000엔입니다.

고기도 곱창도 밥에 얹어 먹는 것이 일본 현지식
일본인은 무엇이든 밥이랑 먹는 걸 좋아하는데, 특히 야키니쿠는 최고의 밥반찬이랍니다. 고기를 먹을 때 밥은 필수이기 때문에 정식으로 주문하는 걸 선호해요. 야키니쿠를 쌈으로 싸먹는 경우는 별로 없는데다 여기서는 쌈채소가 아예 나오지도 않아요. 쌈채소 대신 생양배추(280엔)를 추가해 곁들여 먹곤 합니다. ‘왜 양배추를? 공짜도 아닌데!’라고 생각하는 한국인들도 계시겠지만, 양배추는 달달하고 아삭해 고기와 잘 어울리기도 하고 가벼운 안주처럼 먹기도 해요. 일본 이자카야에서는 양배추 이외에도 오이, 토마토 같은 채소를 사이드 메뉴로 제공하고 있어요. 채소 자체의 맛이 좋으니 한번 도전해 보세요.
호르몬 마사루(ホルモンまさる)
주소 : Tokyo, Minato-ku Shiba 5-21-14
영업시간 : 평일 13:30~22:30(L.O. 22:00) ※ 런치 타임 13:30~15:00 / 토・일요일 12:00~22:30(L.O. 22:00)
두 번째로 소개하는 야키니쿠 맛집은 시오도메에 위치하는 '세이유잔(星遊山)'입니다. 여기는 ‘킨탄(金舌)’이라는 유명 규탄(우설)집이 프로듀스한 야키니쿠 맛집입니다. 드라이에이징 와규 야키니쿠와 규탄을 골고루 맛볼 수 있어요. 런치 타임은 2,000~5,000엔 세트메뉴, 디너타임은 10,000~15,000엔 코스 메뉴를 판매합니다. 이 정도의 가격대는 일본에서 미들급 야키니쿠집이라고 할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 도쿄 야키니쿠집 중에서 가성비가 아주 좋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가게가 있는 곳은 시오도메(汐留)입니다. 시오도메는 신바시역 동쪽 출구에 면하는 동네입니다. 유명 관광지인 오다이바로 갈 때 시오도메역에서 ‘유리카모메 모노레일’을 이용하는 분들이 많죠. 신바시역 서쪽 출구는 ‘도쿄 회사원의 성지’라고 불리며 서민적인 음식점이 많지만, 신바시역 동쪽 출구 시오도메에는 일본을 대표하는 방송국인 니혼테레비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모여 있어요. 그래서 품위 있고 세련된 음식점이 많습니다. ‘세이유잔’은 시오도메 시티센터 빌딩 41층 레스토랑가에 들어 있는 분위기 좋은 뷰 맛집입니다.

세이유잔 야키니쿠 세트(星遊山焼肉セット): ¥1,880
런치 인기 메뉴인 ‘세이유잔 야키니쿠 세트’는 가격이 1,880엔. 소갈비, 플라티나포크(돼지갈비), 세이류도리(닭갈비)가 즉석 양념구이로 나옵니다. 타레 양념 3종(간장 소스, 무즙 폰즈, 레먼즙 소스)가 곁들여 나오니 취향에 맞게 찍어 드세요. 세트 메뉴로 주는 공깃밥, 샐러드, 스프는 무한 리필 가능합니다. 스프는 한국풍의 곰탕 같은 맛이에요(일본 야키니쿠집에서는 한국풍 스프나 사이드메뉴가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일본 현지화된 것이라서 한국의 맛을 기대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세트로 커피와 디저트까지 주십니다.

규탄&세이유잔 야키니쿠 세트(牛タン&星遊山焼肉セット) ¥1,980 | 세이유잔 야키니쿠 세트에 규탄(우설)을 두 조각 추가한 메뉴입니다.
규탄 전문점이 프로듀스한 야키니쿠집인 만큼 우설이 괜찮은 분이시면 규탄도 드셔보세요.

런치타임은 이렇게 세트 메뉴를 1인당 한 종씩 주문하셔야 합니다. 이게 일본 야키니쿠집에서 흔한 스타일입니다.

유명 브랜드 와규 야키니쿠, 규탄(우설), 육회초밥, 특후 부위까지 골고루 제공되는 디너 코스 메뉴, 세이유잔 리치코츠(星遊山リッチコース): ¥12,800
| 사진 출처: 세이유잔 공식 홈페이지
인기 맛집이라서 미리 온라인 에약하고 가시는 게 좋즙니다. 예약은 타베로그, Table Check로 가능합니다. 단, 디너 타임은 1인 식사 예약이 불가해요.
타베로그로 예약하기 : https://tabelog.com/tokyo/A1301/A130103/13002530
Table Check로 예약하기 : https://www.tablecheck.com/ja/seiyuzan

카운터석도 있으니 혼밥도 가능합니다. 런치 타임은 혼밥하는 주변 회사원들이 많아요.
세이유잔(星遊山)
주소 : Tokyo, Minato-ku Higashishinbashi 1-5-2 Shiodome City Center41F
영업시간 : 평일 | 런치 11:30~14:30(L.O.14:00), 디너 17:30~23:00(L.O.22:00)
토・일요일 | 일본 공휴일 런치 11:00~15:00(L.O.14:30), 토요일 디너 17:00~23:00(L.O.22:00), 일요일 디너 17:00~22:30(L.O.21:30), 일본 공휴일 디너 17:00~22:30(L.O.22:00)
혼고(本郷), 시로카네(白金), 시노자키(篠崎) 야키니쿠 잠보(焼肉ジャン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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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니니쿠 잠보 혼고점
야키니쿠 잠보(焼き肉ジャンボ)는 1989년에 도쿄 에도가와구 시노자키(篠崎)라는 동네에 오픈한 야키니쿠 맛집입니다. 원래 로컬 맛집이었지만 와규 퀄리티가 굉장히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혼고점(本郷店), 하나레(はなれ *혼고점 별관), 시로카네점(白金店 *프랜차이즈)이 생겼습니다. 지금은 도쿄 탑클래스의 인기를 자랑하는 야키니쿠집으로 성장했어요. 가게 분위기는 캐주얼하지만, 아무래도 좋은 와규를 사용해서 가격은 비싼 편입니다.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는 1인당 예산으로 1만~1만5천 엔 정도로 표시되고 있는데요, 코스 메뉴가 없고 고급 메뉴를 주문하면 더 비싸질 수 있어요.


노하라야키(野原焼き): ¥3,200
시그니처 메뉴인 ‘노하라야키(野原焼き, ¥3,200)’는 얇게 저민 채끝살에 타레 양념을 발라 구워요. 고기가 워낙 얇아 숯불에 올린 뒤 한두 번만 뒤집으면 바로 먹을 수 있습니다. 스키야키처럼 신선한 날달걀에 찍어 드셔보세요. 짭짤한 양념과 날달걀이 잘 어울리는 데다가 밥과 같이 먹기에 딱 좋아요.

직원에게 ‘고기를 구워주세요(肉を焼いてください 니쿠오 야이테쿠다사이)’라고 부탁하면 구워주십니다.

규탄(우설): ¥1,580
그 외에 규탄(우설) 1,580엔, 오늘의 부위 2종 5,500엔, 미스지(부채살) 3,900엔, 자보톤(살치살) 3,900엔, 하라미(안창살) 2,980엔, 샤토브리앙(*시가)도 추천할 만한 메뉴입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규탄(우설)은 여기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미스지(부채살), 자보톤(살치살), 하라미(안창살)

샤토브리앙
와규 안심을 얹은 서양풍 솥밥인 ‘우시고항(牛ご飯, 소 안심 솥밥)’도 꼭 드셔보세요. 주물 냄비에 부용(bouillon, 고기나 채소를 끓여낸 프랑스식 맑은 육수)을 넣어 밥을 짓고, 부드럽게 구운 와규 안심을 얹는 메뉴입니다. 간장, 마늘, 버터, 적포도주로 만든 소스가 뿌려져 있고, 전체적으로 서양풍의 음식이지만 일본인들이 집에서 자주 먹는 버터 간장밥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원래 메뉴판에 없고 아는 손님만 주문할 수 있는 특별 메뉴였지만, 이제는 이걸 먹으러 오는 손님도 있을 만큼 유명해졌어요. 가격은 小(2~4인분)가 12,000엔, 大(5~8인분)가 24,000엔입니다. 밥 짓는 데 시간이 꽤 걸리는 메뉴이니 혹시 드시고 싶으면 인터넷 예약 시 주문하셔야 해요.

우시고항(牛ご飯, 소 안심 솥밥)

와규노 니기리(和牛のにぎり, 야키니쿠 스시): 1개 700엔. 눈앞에서 구워준 고기를 밥에 바로 얹어주는 메뉴입니다.
한편 저는 개인적으로 야키니쿠 잠보 시로카네점을 좋아합니다. 시노자키 본점, 혼고점, 하나레는 잠보 본사가 직영하는 매장이지만, 시로카네점은 유명 정육점인 ‘야자와(矢澤)’가 프랜차이즈로 운영합니다. 야자와는 도매 정육점이지만 고탄다에서 함바그 맛집 미트야자와(ミート矢澤)와 돈카츠 맛집 아게후쿠(あげ福), 아자부다이 힐즈에 입점하는 파라 야자와(パーラー矢澤)를 운영하는 업체입니다. 야자와의 A5등급 흑우 와규로 먹는 야키니쿠 잠보의 메뉴들은 말하자면 꿈의 콜라보입니다.

시로카네점 주말 런치메뉴
시로카네점은 주말만 런치타임에도 영업을 합니다. 그날 저희는 런치 메뉴인 키와미 세트(極味セット, Ultimate Set ¥15,000)를 주문했습니다. 이건 단품으로 골고루 주문하는 것보다 훨씬 싸게 먹을 수 있는 메뉴입니다. 안심살 or 샤토브리앙, 노하라야키, 우설, 오늘의 부위 2종, 미스지(부채살), 자보톤(살치살), 하라미(안창살)가 코스로 나옵니다. 다만 ‘우시고항(牛ご飯, 소안심 솥밥)’은 시로카네점에서 제공하지 않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일본 야키니쿠집은 예약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화로만 예약을 받는 가게가 많았어요. 원래 야키니쿠 잠보도 전화로만 예약을 받는 가게였습니다. 저도 한국인 지인에게서 야키니쿠 잠보(특히 하나레) 예약을 종종 부탁받았었는데, 인기가 너무 좋아서 전화 연결조차 힘들었고, 몇십 번의 시도 끝에 겨우 한 달 뒤 예약을 잡은 적도 있었답니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인터넷으로 해외에서도 예약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Table Check‘라는 웹사이트에서 예약하실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인기가 많은 가게라 방문 전 예약 일정을 넉넉히 잡는게 좋습니다. 두 달 후 일정까지 예약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 예약 시 신용카드를 등록해야 하는데, 결제는 당일 가게에서 합니다.
혼고점(本郷店) 예약 : www.tablecheck.com/ja/shops/yakiniku-jambo-hongou/reserve
하나레(はなれ) 예약 : www.tablecheck.com/ja/shops/yakiniku-jambo-hanare/reserve
시로카네점(白金店) 예약 : www.tablecheck.com/ja/shops/yakiniku-jumbo-shirokane/reserve
시노자키 본점(篠崎本店) 예약 : www.tablecheck.com/ja/shops/yakiniku-jambo-honten/reserve
야키니쿠 잠보(焼肉ジャンボ)
혼고점(本郷店)
주소 ; Tokyo, Bunkyo-ku Hongo 3-38-1
영업시간 : 17:00~23:00 ※디너만 영업
하나레(はなれ) ※혼고 2호점
주소 : Tokyo, Bunkyo-ku Hongo 3-27-9
영업시간 : 17:00~23:00 ※디너만 영업
시로카네점(白金店)
주소 : Tokyo, Minato-ku Shirokane 3-1-1
영업시간 : 평일 17:00~23:00 ※디너만 영업 / 주말・일본 공휴일 런치11:30~14:30 디너 17:00~23:00
시노자키 본점(篠崎本店)
주소 : Tokyo, Edogawa-ku Shinozakimachi 4-13-19
영업시간 : 17:00~23:00 ※디너만 영업
글·사진 | 네모

도쿄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일본인 남자. 서강대학교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웠다. 한일 양국 요리와 식문화에 정통하고,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라는 철학으로 한국인에게 도쿄 맛집을 소개하고 있다. 한국에서 출판한 저서로 『진짜 도쿄 맛집을 알려줄게요』, 『텐동의 사연과 나폴리탄의 비밀』 등이 있다.
· 인스타그램 : www.instagram.com/tokyo_nemo/
· 저서 <진짜 도쿄 맛집을 알려줄게요> 2024년 개정판 : 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2848532
| Tokyo |
예산 별로 추천하는 야키니쿠 맛집들
일본은 6세기에 불교가 들어온 후 ‘육식 금지령’이 발령되었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고기를 즐겨 먹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한반도로부터 건너온 ‘고기구이’ 문화가 일본에 정착하면서 구운 고기를 뜻하는 ‘야키니쿠(焼肉)’가 만들어진 것이죠. 그래서 일본 사이트에서 음식점을 검색할 때 보면 야키니쿠는 한식의 일종으로 분류돼 있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야키니쿠의 현지화가 이뤄졌고, 이제는 한국의 고기구이와는 꽤 달라진 부분도 있어요.
야키니쿠집은 소고기 위주로 파는 곳이 많아요. 아무래도 소고기는 저렴한 음식은 아니라서 일본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다고 하면 뭔가 좋은 일이 있거나 특별한 날에 먹는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요. 한국에서 “오늘은 한우 먹자!” 할 때와 비슷한 느낌이랄까요. 적어도 한국인이 삼겹살 먹는 느낌으로 일본인이 야키니쿠를 먹는 건 아니랍니다.
일본을 여행하다 보면 야키니쿠집이 예상보다 비싸서 당황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은데요. 이번 기사에서는 가격대별로 서민적인 가격대, 미들급, 고급으로 나눠서 3곳의 야키니쿠집을 추천해드리려고 합니다.
미타(三田)
호르몬 마사루
‘호르몬 마사루’는 일본 명문대인 게이오대학이 있는 미타(三田)에 위치한 맛집입니다. 미타는 JR야마노테선 타마치역 바로 앞에 있는 동네이며, 학생거리라서 그런지 가격이 저렴한 가게가 많아요.
‘호르몬ホルモン’은 ‘내장’을 뜻해요. 상호에 ‘호르몬’이라는 말이 있으면 야키니쿠도 호르몬도 다양하게 파는 가게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한국에서는 대개 삼겹살은 삼겹살집, 곱창은 곱창집, 이렇게 판매하는 고기 종류에 따라 가게가 나눠져 있지만, 일본은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야키니쿠집(호르몬집)에서 곱창 같은 내장류도 골고루 맛볼 수 있어요.
일본의 고깃집들은 저녁 시간대에만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곳은 평일에는 오후 1시 30분부터, 주말에는 낮 12시부터 브레이크 타임 없이 운영해요.
평일 런치 한정 메뉴 ‘야키니쿠 정식(焼肉定食) ¥1,000
저는 평일 런치 한정 메뉴(평일 오후 1시 30분 ~ 3시 제공)인 ‘야키니쿠 정식(焼肉定食)’을 주문했습니다. 즉석 양념육, 맑은 국, 잘게 자른 양파가 제공되고, 가격은 딱 1,000엔! 숯불 화로에 각자 알아서 구워먹는 방식이라 혼밥도 편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한국인에겐 신기한 풍경일 수도 있겠지만, 여기는 런치 시간대에 방문하는 손님의 절반 정도가 혼밥으로 이용합니다. 물론 저녁 시간대는 단체 손님이 훨씬 많지만요.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지요.
양념육의 경우 한국에서는 고기를 양념에 재워두었다가 먹는데, 일본에서는 주문과 동시에 양념을 버무려 내는 게 일반적이에요. 이곳에서도 일본식 즉석 양념육을 드실 수 있어요.
곱창 726엔. 메뉴명은 한국식이지만, 주문할 때는 현지식으로 ‘코푸창(コプチャン)’이라고 발음해야 잘 전달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곱창을 좋아해서 단품 추가 주문을 했어요. 이곳에서는 곱창을 호르몬이 아닌 한국어 발음 그대로 곱창이라 불러요. 하지만 제공 방식은 생소할지도 모르겠어요. 한국에서는 매콤한 양념에 버무리거나 소금구이로 먹지만, 일본에서는 미소 된장 양념을 발라서 굽습니다. 된장의 짭조름한 감칠맛이 숯불과 어우러져 밥 반찬으로도 좋아요.
디너 타임에는 단품에서 메뉴를 골라요. 단품 내장류는 400~700엔, 갈비, 등심 등 야키니쿠류는 800~1,000엔입니다.
고기도 곱창도 밥에 얹어 먹는 것이 일본 현지식
일본인은 무엇이든 밥이랑 먹는 걸 좋아하는데, 특히 야키니쿠는 최고의 밥반찬이랍니다. 고기를 먹을 때 밥은 필수이기 때문에 정식으로 주문하는 걸 선호해요. 야키니쿠를 쌈으로 싸먹는 경우는 별로 없는데다 여기서는 쌈채소가 아예 나오지도 않아요. 쌈채소 대신 생양배추(280엔)를 추가해 곁들여 먹곤 합니다. ‘왜 양배추를? 공짜도 아닌데!’라고 생각하는 한국인들도 계시겠지만, 양배추는 달달하고 아삭해 고기와 잘 어울리기도 하고 가벼운 안주처럼 먹기도 해요. 일본 이자카야에서는 양배추 이외에도 오이, 토마토 같은 채소를 사이드 메뉴로 제공하고 있어요. 채소 자체의 맛이 좋으니 한번 도전해 보세요.
시오도메(汐留)
세이유잔(星遊山)
두 번째로 소개하는 야키니쿠 맛집은 시오도메에 위치하는 '세이유잔(星遊山)'입니다. 여기는 ‘킨탄(金舌)’이라는 유명 규탄(우설)집이 프로듀스한 야키니쿠 맛집입니다. 드라이에이징 와규 야키니쿠와 규탄을 골고루 맛볼 수 있어요. 런치 타임은 2,000~5,000엔 세트메뉴, 디너타임은 10,000~15,000엔 코스 메뉴를 판매합니다. 이 정도의 가격대는 일본에서 미들급 야키니쿠집이라고 할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 도쿄 야키니쿠집 중에서 가성비가 아주 좋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가게가 있는 곳은 시오도메(汐留)입니다. 시오도메는 신바시역 동쪽 출구에 면하는 동네입니다. 유명 관광지인 오다이바로 갈 때 시오도메역에서 ‘유리카모메 모노레일’을 이용하는 분들이 많죠. 신바시역 서쪽 출구는 ‘도쿄 회사원의 성지’라고 불리며 서민적인 음식점이 많지만, 신바시역 동쪽 출구 시오도메에는 일본을 대표하는 방송국인 니혼테레비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모여 있어요. 그래서 품위 있고 세련된 음식점이 많습니다. ‘세이유잔’은 시오도메 시티센터 빌딩 41층 레스토랑가에 들어 있는 분위기 좋은 뷰 맛집입니다.
런치 인기 메뉴인 ‘세이유잔 야키니쿠 세트’는 가격이 1,880엔. 소갈비, 플라티나포크(돼지갈비), 세이류도리(닭갈비)가 즉석 양념구이로 나옵니다. 타레 양념 3종(간장 소스, 무즙 폰즈, 레먼즙 소스)가 곁들여 나오니 취향에 맞게 찍어 드세요. 세트 메뉴로 주는 공깃밥, 샐러드, 스프는 무한 리필 가능합니다. 스프는 한국풍의 곰탕 같은 맛이에요(일본 야키니쿠집에서는 한국풍 스프나 사이드메뉴가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일본 현지화된 것이라서 한국의 맛을 기대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세트로 커피와 디저트까지 주십니다.
규탄&세이유잔 야키니쿠 세트(牛タン&星遊山焼肉セット) ¥1,980 | 세이유잔 야키니쿠 세트에 규탄(우설)을 두 조각 추가한 메뉴입니다.
규탄 전문점이 프로듀스한 야키니쿠집인 만큼 우설이 괜찮은 분이시면 규탄도 드셔보세요.
런치타임은 이렇게 세트 메뉴를 1인당 한 종씩 주문하셔야 합니다. 이게 일본 야키니쿠집에서 흔한 스타일입니다.
유명 브랜드 와규 야키니쿠, 규탄(우설), 육회초밥, 특후 부위까지 골고루 제공되는 디너 코스 메뉴, 세이유잔 리치코츠(星遊山リッチコース): ¥12,800
| 사진 출처: 세이유잔 공식 홈페이지
인기 맛집이라서 미리 온라인 에약하고 가시는 게 좋즙니다. 예약은 타베로그, Table Check로 가능합니다. 단, 디너 타임은 1인 식사 예약이 불가해요.
타베로그로 예약하기 : https://tabelog.com/tokyo/A1301/A130103/13002530
Table Check로 예약하기 : https://www.tablecheck.com/ja/seiyuzan
카운터석도 있으니 혼밥도 가능합니다. 런치 타임은 혼밥하는 주변 회사원들이 많아요.
혼고(本郷), 시로카네(白金), 시노자키(篠崎)
야키니쿠 잠보(焼肉ジャンボ)
야니니쿠 잠보 혼고점
야키니쿠 잠보(焼き肉ジャンボ)는 1989년에 도쿄 에도가와구 시노자키(篠崎)라는 동네에 오픈한 야키니쿠 맛집입니다. 원래 로컬 맛집이었지만 와규 퀄리티가 굉장히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혼고점(本郷店), 하나레(はなれ *혼고점 별관), 시로카네점(白金店 *프랜차이즈)이 생겼습니다. 지금은 도쿄 탑클래스의 인기를 자랑하는 야키니쿠집으로 성장했어요. 가게 분위기는 캐주얼하지만, 아무래도 좋은 와규를 사용해서 가격은 비싼 편입니다.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는 1인당 예산으로 1만~1만5천 엔 정도로 표시되고 있는데요, 코스 메뉴가 없고 고급 메뉴를 주문하면 더 비싸질 수 있어요.
노하라야키(野原焼き): ¥3,200
시그니처 메뉴인 ‘노하라야키(野原焼き, ¥3,200)’는 얇게 저민 채끝살에 타레 양념을 발라 구워요. 고기가 워낙 얇아 숯불에 올린 뒤 한두 번만 뒤집으면 바로 먹을 수 있습니다. 스키야키처럼 신선한 날달걀에 찍어 드셔보세요. 짭짤한 양념과 날달걀이 잘 어울리는 데다가 밥과 같이 먹기에 딱 좋아요.
직원에게 ‘고기를 구워주세요(肉を焼いてください 니쿠오 야이테쿠다사이)’라고 부탁하면 구워주십니다.
그 외에 규탄(우설) 1,580엔, 오늘의 부위 2종 5,500엔, 미스지(부채살) 3,900엔, 자보톤(살치살) 3,900엔, 하라미(안창살) 2,980엔, 샤토브리앙(*시가)도 추천할 만한 메뉴입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규탄(우설)은 여기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미스지(부채살), 자보톤(살치살), 하라미(안창살)
샤토브리앙
와규 안심을 얹은 서양풍 솥밥인 ‘우시고항(牛ご飯, 소 안심 솥밥)’도 꼭 드셔보세요. 주물 냄비에 부용(bouillon, 고기나 채소를 끓여낸 프랑스식 맑은 육수)을 넣어 밥을 짓고, 부드럽게 구운 와규 안심을 얹는 메뉴입니다. 간장, 마늘, 버터, 적포도주로 만든 소스가 뿌려져 있고, 전체적으로 서양풍의 음식이지만 일본인들이 집에서 자주 먹는 버터 간장밥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원래 메뉴판에 없고 아는 손님만 주문할 수 있는 특별 메뉴였지만, 이제는 이걸 먹으러 오는 손님도 있을 만큼 유명해졌어요. 가격은 小(2~4인분)가 12,000엔, 大(5~8인분)가 24,000엔입니다. 밥 짓는 데 시간이 꽤 걸리는 메뉴이니 혹시 드시고 싶으면 인터넷 예약 시 주문하셔야 해요.
우시고항(牛ご飯, 소 안심 솥밥)
와규노 니기리(和牛のにぎり, 야키니쿠 스시): 1개 700엔. 눈앞에서 구워준 고기를 밥에 바로 얹어주는 메뉴입니다.
한편 저는 개인적으로 야키니쿠 잠보 시로카네점을 좋아합니다. 시노자키 본점, 혼고점, 하나레는 잠보 본사가 직영하는 매장이지만, 시로카네점은 유명 정육점인 ‘야자와(矢澤)’가 프랜차이즈로 운영합니다. 야자와는 도매 정육점이지만 고탄다에서 함바그 맛집 미트야자와(ミート矢澤)와 돈카츠 맛집 아게후쿠(あげ福), 아자부다이 힐즈에 입점하는 파라 야자와(パーラー矢澤)를 운영하는 업체입니다. 야자와의 A5등급 흑우 와규로 먹는 야키니쿠 잠보의 메뉴들은 말하자면 꿈의 콜라보입니다.
시로카네점 주말 런치메뉴
시로카네점은 주말만 런치타임에도 영업을 합니다. 그날 저희는 런치 메뉴인 키와미 세트(極味セット, Ultimate Set ¥15,000)를 주문했습니다. 이건 단품으로 골고루 주문하는 것보다 훨씬 싸게 먹을 수 있는 메뉴입니다. 안심살 or 샤토브리앙, 노하라야키, 우설, 오늘의 부위 2종, 미스지(부채살), 자보톤(살치살), 하라미(안창살)가 코스로 나옵니다. 다만 ‘우시고항(牛ご飯, 소안심 솥밥)’은 시로카네점에서 제공하지 않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일본 야키니쿠집은 예약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화로만 예약을 받는 가게가 많았어요. 원래 야키니쿠 잠보도 전화로만 예약을 받는 가게였습니다. 저도 한국인 지인에게서 야키니쿠 잠보(특히 하나레) 예약을 종종 부탁받았었는데, 인기가 너무 좋아서 전화 연결조차 힘들었고, 몇십 번의 시도 끝에 겨우 한 달 뒤 예약을 잡은 적도 있었답니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인터넷으로 해외에서도 예약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Table Check‘라는 웹사이트에서 예약하실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인기가 많은 가게라 방문 전 예약 일정을 넉넉히 잡는게 좋습니다. 두 달 후 일정까지 예약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 예약 시 신용카드를 등록해야 하는데, 결제는 당일 가게에서 합니다.
혼고점(本郷店) 예약 : www.tablecheck.com/ja/shops/yakiniku-jambo-hongou/reserve
하나레(はなれ) 예약 : www.tablecheck.com/ja/shops/yakiniku-jambo-hanare/reserve
시로카네점(白金店) 예약 : www.tablecheck.com/ja/shops/yakiniku-jumbo-shirokane/reserve
시노자키 본점(篠崎本店) 예약 : www.tablecheck.com/ja/shops/yakiniku-jambo-honten/reserve
야키니쿠 잠보(焼肉ジャンボ)
글·사진 | 네모
도쿄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일본인 남자. 서강대학교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웠다. 한일 양국 요리와 식문화에 정통하고,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라는 철학으로 한국인에게 도쿄 맛집을 소개하고 있다. 한국에서 출판한 저서로 『진짜 도쿄 맛집을 알려줄게요』, 『텐동의 사연과 나폴리탄의 비밀』 등이 있다.
· 인스타그램 : www.instagram.com/tokyo_nemo/
· 저서 <진짜 도쿄 맛집을 알려줄게요> 2024년 개정판 : 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28485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