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예술] 헤밍웨이와 함께 걷는 파리

2024-07-11

| Paris |


"젊은 시절 한때를 파리에서 보낼 수 있는 행운이 그대에게 따라 준다면,

파리는 움직이는 축제처럼 평생 당신 곁에 머물 것이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1920년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캐나다 '토론토 스타'의 특파원으로 파리로 건너가 생활했던 시절을 기록한 회고록 『A moveable feast』는 『파리는 날마다 축제』, 『헤밍웨이 내가 사랑한 파리』 등 여러 타이틀로 국내에서 출간된 바 있다.


제목 그대로 헤밍웨이는 ‘축제(Feast)’라는 이름으로 파리에서의 젊은 시절을 추억한다. 그러나 젊은 헤밍웨이 부부는 몇 푼의 원고료로 겨우 연명하는 무척 궁핍한 생활을 했다. 그들은 화장실도 없는 집에서 살았으며, 매트리스 없이 바닥에서 자기도 했다. 초라하고 가난했던 시절이지만 헤밍웨이가 파리에서의 시간을 행복하게 추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평생을 추구했던 ‘단 한 줄의 진실한 문장’을 위해 날마다 방황하던 헤밍웨이의 흔적을 따라 파리의 곳곳을 걷다 보면 헤밍웨이가 파리에서 보낸 시간을 축제로 여기는 이유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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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뤽상부르 공원과 뤽상부르 미술관


뤽상부르 공원은 헤밍웨이가 파리에서 가장 좋아하는 산책 장소 중 하나였다. 아내 해들리에게 점심 약속이 있다고 거짓말하고 배가 고파지게 하는 음식 냄새가 가득한 길을 피해 뤽상부르 공원을 산책했다는 서글픈 에피소드가 전해지지만, 헤밍웨이에게 이 공원은 언제나 소중한 안식처였다.


뤽상부르 공원은 여전히 파리 시민들에게 일상의 휴식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남아 있다. 공원 안에는 절대 왕정 시대에 왕실의 저택으로 쓰였던 뤽상부르 궁전, 메디치 분수, 자유의 여신상을 비롯한 다양한 조각상 등 둘러볼 만한 것이 많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공원의 정취를 만끽하는 파리 시민들의 모습을 엿보는 것이 무엇보다 큰 즐거움이다. 연못에 보트를 띄우고 노는 어린아이, 개와 함께 플라타너스 사이를 걷는 노부부, 공원 내 세워 동상들을 스케치하는 화가, 벤치에 앉아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 등 다양한 파리의 얼굴들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뤽상부르 공원


뤽상부르 공원 곳곳에 놓인 초록색 알루미늄 의자는 2002년에 디자이너 프레데릭 소피아가 기존의 디자인을 재해석한 것으로 ‘뤽상부르’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다. 팔레 루아얄, 튈르리 정원 등 파리를 대표하는 다른 공원에서도 볼 수 있는 파리의 아이콘. 


헤밍웨이는 뤽상부르 공원을 산책하고, 뤽상부르 미술관에 들러 세잔의 그림을 감상하곤 했다. 극도로 절제된 헤밍웨이의 글쓰기 스타일은 세잔의 그림으로부터 영감을 얻었다고 알려져 있다. 


1750년에 세워진 이 미술관은 초기엔 왕실의 소장품 등을 주로 전시했으나 1818년부터 폴 고갱, 모딜리아니, 세잔 등 당대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쪽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세잔의 그림을 비롯하여 오르세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대부분의 인상주의 작품은 원래 뤽상부르 미술관에 있던 작품들이다. 현재 뤽상부르 미술관은 상설 전시가 아닌 기획 전시 위주로 운영하고 있으며, 홈페이지를 통해 상세한 전시 일정과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뤽상부르 미술관

뤽상부르 공원 

주소 : Rue de Médicis Rue de Vaugirard, 75006 Paris France

전화번호 : +33142342000

웹사이트 : https://travel.naver.com/overseas/FRPAR189687/poi/summary


뤽상부르 미술관

주소 : 19 Rue de Vaugirard, 75006 Paris

홈페이지 : https://museeduluxembourg.fr

운영시간 : 월 10:30~22:00, 화~일 10:30 ~ 19:00

전화번호 : +33140136200

웹사이트 : https://travel.naver.com/overseas/FRPAR189692/poi/summary


② 거트루드 스타인 살롱


플레뤼스 27번지, 거트루드 스타인의 집은 세잔, 마티스, 피카소 등 당대 내로라하는 예술가들의 아지트이자 살롱이었다. 거트루드 스타인은 자기 집으로 예술가와 작가들을 초대했고, 뛰어난 예술적 감각과 남다른 혜안으로 숨겨진 보석들을 발견했다. 헤밍웨이도 그중 하나였는데, 기자였던 헤밍웨이가 저널리즘을 중단하고 문학에 전념하게 된 것도 그녀의 조언 덕분이었다.


지금은 일반 주택으로 쓰이는 거트루드 스타인의 살롱


플레뤼스 27번지의 역사적 의미를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명판이 붙어있다는 것 외에 특별할 것 없는 주택일 뿐이지만, 이 집을 매일 밤 드나들며 예술과 인생을 논하던 세기의 예술가들을 떠올리면 심장이 떨려 오는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자그마한 명판에는 아래와 같이 적혀 있다.


"거트루드 스타인, 1874-1946, 미국 작가.

여기서 오빠 레오 스타인 및 앨리스 B. 토클라스와 함께 살았던 그녀는

이곳에서 1903년부터 1938년까지 수많은 화가와 작가들을 맞았다."


거투루드 스타인 살롱을 추억하는 현판

거트루드 스타인 살롱

주소 : 27 Rue de Fleurus, 75006 Paris


③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헤밍웨이가 즐겨 찾던 서점인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는 1920년대 가난한 젊은 문학인들의 아지트였다. 에즈라 파운드,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도 이곳을 자주 찾았다. 주인 실비아는 돈을 받지 않고 헤밍웨이에게 책을 빌려주었으며, 톨스토이, 제임스 조이스 등의 작품을 그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원래 위치는 오데옹 거리 12번지, 지금의 위치인 센 강변으로 자리를 옮기며 다시 문을 열게 된 것은 나치의 파리 점령 이후인 1951년의 일이다.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영화 <비포 선셋>과 <미드나잇 인 파리>에 등장하며 파리의 명소가 된 이곳은 줄을 서서 입장해야 할 정도로 언제나 붐빈다. 서가를 빼곡히 채운 책들을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지만, 좁은 통로로 연결된 아기자기한 공간에는 볼거리가 가득하다. 벽에 걸린 흑백 사진들에서 눈에 익은 유명 작가들의 이름을 떠올려 보는 것 역시 쏠쏠한 재미.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주소 : 35 Rue de la Bûcherie, 75005 Paris

영업시간 : 월~토 10:00~20:00, 일 12:00~19:00

전화번호 : +33143254093

웹사이트 : https://travel.naver.com/overseas/FRPAR263032/poi/summary

 

④ 몽파르나스의 4대 카페


파리의 카페와 바는 예로부터 시대를 풍미한 수많은 작가와 예술가들이 열정을 표현하고 뜨거운 논쟁을 벌이던 역사적인 명소였다. 젊은 작가 헤밍웨이의 파리 시절 역시 카페와 바에서 보낸 시간들로 가득 차 있다. 특히 20세기 초반에 문을 연 몽파르나스의 4대 카페, 카페 르 돔(Le Dome), 라 쿠폴(La Coupole), 르 셀렉트(Le Select), 라 로통드(La Rotonde)와 뤽상부르 공원 근처의 크로저리 데 릴라(Closerie des Lilac) 등이 그가 즐겨 찾던 곳이다.


헤밍웨이의 단골 카페 중 하나인 르 셀렉트


90여 년이 지났지만 클래식하고 여유로운 당시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여전히 파리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낮에 들러 책을 읽으며 커피 한 잔을 마셔도, 저녁에 들러 생굴과 화이트 와인을 즐겨도 좋을 것이다. 헤밍웨이가 보낸 날처럼.


헤밍웨이의 단골 카페 중 하나인 라 로통드

헤밍웨이의 단골 카페 중 하나인 라 쿠폴


르 셀렉트 

주소 : 99 Bd du Montparnasse, 75006 Paris

영업시간 : 매일 오전 7:00 ~ 오전 2:00

전화번호 : +33145483824


라 로통드 

주소 : 105 Bd du Montparnasse, 75006 Paris

영업시간 : 매일 오전 8:00 ~ 오전 12:00

전화번호 : +33143264826


르 돔 

주소 : 108 Bd du Montparnasse, 75014 Paris

영업시간 : 매일 오전 8:00 ~ 오전 12:00

전화번호 : +33143352581




글·사진 | 춘자

춘자는 새로운 목초지를 찾아 전세계를 누비며 도착한 땅에 그 다음을 위한 씨앗을 뿌리는 봄의 아이. 꿈, 가능성, 도전, 연대, 내가 원하는 내가 되는 일, 현대인에게 의미 없는 구호가 되어버린 모든 말을 사랑한다. 현실이 되는 꿈, 결과를 낳는 가능성, 성공을 위한 도전, 함께 성장하기 위한 연대, 남이 아닌 진짜 내가 되는 일을 추구한다. 『이 낯선 여행, 이 낯선 세계』, 젠젠과 공저한 『카페, 라다크』를 썼다.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choonza_is_com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