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kyo |
한적하고 조용한 이케부쿠로? 미나미 이케부쿠로를 만나 보자!
도쿄의 대표적인 부도심 중 한 곳인 이케부쿠로의 이름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도쿄 관광 필수 코스 중 하나로, 수족관, 전망대, 유명 백화점을 비롯한 각종 쇼핑, 맛집, 서브컬처 전문점 등 번화가의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는 히가시(東) 이케부쿠로는 언제나 활기차고 복잡하며 사람들로 넘쳐난다.
그런 히가시 이케부쿠로에서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미나미(南) 이케부쿠로로 행정구역이 달라진다. 큰길가에는 대형 백화점과 식당, 각종 점포들이 포진해 있어서 히가시 이케부쿠로와 한 덩어리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속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이케부쿠로라는 이름이 어색할 만큼 조용하고 한적한 동네가 펼쳐진다. 같은 이름, 다른 느낌의 이케부쿠로, 미나미 이케부쿠로 속으로 들어가 보자.
원조 멘타이 니코미 츠케멘(元祖めんたい煮こみつけ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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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란의 성지 후쿠오카에서 탄생한 멘타이코(명란) 츠케멘 전문점으로 후쿠오카의 유명한 명란 요리점 「원조 하카타 멘타이쥬(元祖博多めんたい重)」의 자매점이다. 멘타이쥬의 명란과 날치, 다시마, 그리고 10종류 이상의 야채로 우린 육수를 사용한 특제 츠케지루(찍어먹는 국물)에 국물과 잘 어우러지도록 특수 공법으로 제면한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면을 찍어 먹는 특별한 츠케멘을 맛볼 수 있다.

큰길가 건물 2층에 자리한 원조 멘타이 니코미 츠케멘
미나미 이케부쿠로의 초입이라고 할 수 있는 세이부 백화점 바로 길 건너편에 위치하고 있어서 찾기도 쉽고, 역이나 번화가에서도 가깝다. 점심시간에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부터도 줄이 늘어서 있어서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나무색을 기조로 하는 실내 인테리어는 포근하고 온화한 느낌이 들고, 1인 식사도 가능한 카운터석부터 테이블석까지 두루 갖춰져 있다.
일단 차례가 되어 입장하면 면의 양을 선택해야 한다. 한 테이블 위에 면의 양을 보여주는 모형이 놓여 있는데, 자신의 식성에 맞춰, 혹은 배고픈 정도에 맞춰 양을 선택하고 나무로 된 표찰을 들고 대기하면 된다. 이 독특한 시스템이 즐거움을 더해준다.

모형을 보고 면의 양을 정하면 표찰을 준다.
메뉴는 멘타이 니코미 츠케멘 한 가지. 츠케멘과 함께 무엇을 곁들이냐에 따라 세트 메뉴가 결정되는데, 밥과 푸딩을 선택할 수 있다. 그 외 사이드로 반숙 달걀과 차슈도 주문 가능하다.
뚝배기에 제공되는 멘타이 니코미 츠케멘의 츠케지루는 그냥 먹으면 우리 입맛엔 조금 짤 수 있는데, 살짝 두껍지만 부드러운 면을 찍어 먹으면 짭짤하니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정성스럽게 끓여낸 날치 육수와 명란이 어우러진 츠케지루를 쫀득쫀득한 면에 잔뜩 묻혀 후루룩 한입 머금으면 온 입안에서 감칠맛이 폭발한다. 거기에 톡톡 터지는 명란의 재미있는 식감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매력 만점이다. 츠케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먹어봐야 한다.
뚝배기에 나오는 츠케멘

멘타이 니코미 츠케멘에 밥과 푸딩, 달걀을 추가했다.
각 테이블에는 매운 정도를 조절할 수 있는 특제 소스가 놓여 있다. 이 소스도 베이스는 명란이라고 한다. 소스를 넣으면 매운맛과 감칠맛이 올라가지만, 짠맛도 같이 상승하기 때문에 한꺼번에 많이 넣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만약 밥을 함께 주문했다면 마치 된장찌개를 밥에 비벼 먹는 느낌으로 츠케지루를 밥에 얹어 먹는 것도 별미다. 면을 다 먹고 나면 제공되는 맑은 국물(割りスープ - 와리스프)을 츠케지루에 섞어 마시거나, 마무리로 밥을 말아 죽처럼 먹는 것도 맛이 훌륭하다.
하카타의 멘타이쥬와 똑같은 특제 푸딩도 디저트로 추천한다. 마실 수 있을 만큼 부드러운 우유 푸딩에 특제 더블 캐러멜 소스가 올라가 있는데, 젤리 같은 형태의 소스와 부드러운 푸딩이 훌륭하게 어우러진다. 짜고 매운 맛에 얼얼해진 입속을 부드럽게 달래주는 푸딩을 꼭 같이 먹어보도록 하자.
디저트 푸딩
원조 멘타이 니코미 츠케멘(元祖めんたい煮こみつけ麺)
주소 : 일본 〒171-0022 Tokyo, Toshima City, Minamiikebukuro, 1 Chome−21−5 第7野萩ビル 2階
영업시간 : 11:00 ~ 23:00 / 토, 일, 공휴일 오전 10:00 ~ 23:00
가격 : 밥과 푸딩을 곁들인 멘타이 니코미 츠케멘 세트(麺飯甘(めんはんかん)セット) 2,134엔
미나미 이케부쿠로 공원(南池袋公園) + 라시느 팜투파크(RACINES FARM TO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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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미 이케부쿠로 공원
미나미 이케부쿠로 공원은 이케부쿠로 역에서 5분도 채 걷지 않아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잔디 공원이다. 이런 곳에 공원이? 라는 느낌이다. 규모가 아주 큰 건 아니지만, 제법 넓게 펼쳐진 잔디밭에선 아이들이 뛰어놀고, 평일엔 직장인들이 휴식을 취한다. 그야말로 도심 속의 작은 오아시스다.
공원 안에는 카페 겸 레스토랑인 라시느 팜투파크가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식사를 하거나 음료만 즐길 수 있으며 종류도 다양하다. 주말에는 브런치도 제공한다. 통창으로 내다보이는 공원의 풍경이 훌륭하고, 날씨가 좋을 때는 테라스 좌석도 이용할 수 있다. 음료나 간식거리를 테이크아웃하여 공원에서 먹을 수도 있다.

통창이 둘러진 라시느 팜투파크 내부
커피 한 잔 사들고 공원 벤치에, 혹은 잔디밭에 앉아 잔디와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곳이 그 번화한 이케부쿠로라는 것을 잊게 된다. 꺄르르 웃으며 뛰어다니는 아이들, 돗자리를 펴놓고 누워 있는 사람들, 나무 밑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 모두 도심 속 작은 자연 안에서 마음껏 힐링을 누린다. 복잡한 이케부쿠로에서 한숨 쉬고 싶을 때 찾아가 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에서 눈도 마음도 치유해 보자.

공원에서 노는 아이들과 가족, 휴식을 취하는 직장인들
미나미 이케부쿠로 공원(南池袋公園) + 라시느 팜투파크(RACINES FARM TO PARK)
개방시간 : 매일 8:00 ~ 22:00
라시느 팜투파크 블렌드 커피 400엔

가게 외관. 오후에 가면 상품이 모두 품절될 수 있다. 아직 영업 중이면 오른쪽 사진처럼 포렴이 걸린다.
스즈메야는 화과자 100대 명점에도 들어가는 유명한 화과자집이다. 미나미 이케부쿠로 공원에서 멀지 않은 아담한 전통 건물 1층에 가게가 있다. 자그마한 가게 규모에서 예측 가능하듯이, 스즈메야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단 네 종류뿐이다.
주력 메뉴는 팬케이크처럼 폭신폭신한 생지 사이에 팥 앙금을 넣은 도라야키(どら焼き). 도라야키와 직접 만들어 먹는 모나카(手づくり最中 - 테즈쿠리 모나카)는 상시 판매하고, 계절에 따라 각각 다른 종류의 떡과 생과자 2종류를 판매한다. 도라야키를 제외하고는 한 사람당 한 종류에 한 개씩만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좁은 가게. 상품은 단 네 종류뿐으로 왼쪽에서부터 계절 떡, 도라야키, 계절 화과자, 테즈쿠리 모나카이다.
간판 메뉴인 도라야키는 촉촉하고 부드러운 생지와 달달한 팥 앙금이 환상적으로 잘 어우러진다. 단맛의 정도를 절묘하게 조화시켰다고 할까, 생지와 앙금이 입안에서 만나 전혀 텁텁하지 않게 화악 풀어지는 그런 맛이다.
스즈메야의 팥 앙금이 정말 맛있는 건 모나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곳의 모나카는 따로 제공된 모나카 과자에 팥 앙금을 직접 발라서 먹는 방식이다. 촉촉한 앙금을 바로 넣어서 먹으니 과자가 눅눅해지지 않고 바삭바삭해서 아주 맛있다.

도라야키
스즈메야의 팥 앙금은 많이 달지 않지만, 정말 기분 좋은 단맛이다. 최상급 앙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드러운 도라야키에서도, 바삭하고 고소한 모나카에서도 앙금과 생지가 최고의 조화를 보여준다.

모나카 과자에 바로 팥을 얹어 먹는 테즈쿠리 모나카
스즈메야의 가장 큰 문제점은 1주일에 목, 금, 토, 사흘밖에 영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나마도 오후 늦게 가면 상품이 전부 품절되는 사태가 벌어진다. 하지만 그 모든 수고를 감수하고서라도 방문해볼 가치가 충분한 곳이다. 도라야키를 좋아한다면, 팥 앙금이 들어간 화과자를 좋아한다면 꼭 찾아가 보도록 하자.
스즈메야(すずめや)
주소 : 2 Chome-18-5 Minamiikebukuro, Toshima City, Tokyo 171-0022 일본
영업시간 : 목, 금, 토 11:00 ~ 18:00
가격 : 도라야키 1개 250엔 / 테즈쿠리 모나카 1팩 700엔
히모카와 키류 이케부쿠로(ひもかわ桐生 池袋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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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밥집의 분위기가 풍기는 히모카와 키류 이케부쿠로의 외관
면발이 넓고 얇은 것이 특징인 군마 현 키류 시의 명물 히모카와 우동. 히모카와 키류 이케부쿠로는 본격적인 히모카와 면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겉에서 보기엔 그냥 동네 우동집과 다르지 않지만, 매끄럽고 쫄깃한 히모카와 면을 맛보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덕분에 점심시간에는 빈번하게 웨이팅이 발생한다.
식당 밖에도 사진과 함께 메뉴가 잘 설명되어 있어서 기다리며 미리 메뉴를 골라볼 수 있고, 메뉴판에도 영어가 병기되어 있기 때문에 선택에 어려움은 없다. 면은 넓은 히모카와 면과 일반 우동면이 있고, 일반적인 국물 우동인 카케 우동, 고기 국물에 면을 찍어 먹는 츠케 니쿠지루 우동, 면에 츠유 소스를 뿌려주는 붓카케 우동, 그리고 츠유 소스를 찍어 먹는 자루 우동이 있다.

가게 밖에 걸려 있는 메뉴 사진. 오른쪽 주문서에 원하는 면과 국물 종류를 표시하며, 이 주문서로 계산도 한다.
주문할 때는 한 사람에 한 장씩 주문지를 작성해야 한다. 먼저 면 종류를 정하고, 국물 종류를 정하면 된다. 토핑으로, 혹은 사이드로 튀김도 주문할 수 있다. 히모카와 면과 일반 우동면을 반씩 섞은 면에 닭튀김을 얹은 붓카케 우동과, 역시 두 종류 면에 채소 튀김을 곁들인 자루 우동을 주문했다.
일단 히모카와 면은 비주얼이 압도적이다. 정갈하게 깔려 있는 넓은 면은 이것이 과연 ‘우동’이란 말인가?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조심스레 한 가닥을 떠 보면, 한입에 들어가기조차 힘들 만큼 넓은 면 사이즈에 다시 한 번 압도당한다. 면치기가 불가능하다.

히모카와 면과 일반 우동 면에 채소 튀김을 곁들인 자루우동
옆 테이블의 손님은 아예 젓가락으로 얇게 찢어서 먹기도 하던데, 이왕 히모카와 면을 먹는데 그건 좀 아닌 것 같고, 무리가 되어도 일단 한 입을 그대로 입에 넣어 본다. 물론 적당히 끊어 먹어야지, 한 가닥을 다 넣을 생각을 하면 안 된다.

면에 레몬을 뿌리면 더 맛있어진다. 쫄깃하고 부드러운 식감이다.
히모카와 면은 넓긴 하지만 얇고 매끌매끌해서 생각보다는 호록 입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얇은데도 쫀득하고, 쫀득하면서도 부드럽다. 처음 경험하는 놀라운 식감이었다. 식감도 훌륭하지만 진한 츠유와 어우러진 맛도 그에 뒤지지 않는다. 이런 면이 세상에 존재하다니. 지금까지 먹어본 우동 중에선 감히 최고봉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닭튀김을 곁들인 붓카케 우동
일반 우동면도 면 자체가 너무 맛있다. 탄력이 느껴지는 매끄러운 우동면도 어느 유명점에 뒤지지 않을 만큼 훌륭했다. 역시 진하지만 짜지 않은 츠유와 정말 잘 어우러진다. 면과 함께 나온 레몬을 면 위에 뿌려 먹으면 맛이 배가 된다. 새콤상큼한 레몬즙과 츠유가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낸다. 함께 주문한 튀김들도 바삭바삭 맛있다.
도쿄에서 정통 히모카와 우동을 먹고 싶을 때는 무조건 미나미 이케부쿠로다. 몇 번을 먹어도 또 먹고 싶어지는 그런 맛이다. 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가보시길 강력 추천한다.
히모카와 키류 이케부쿠로(ひもかわ桐生 池袋店)
주소 : 3 Chome-18-35 Minamiikebukuro, Toshima City, Tokyo 171-0022 일본
영업시간 : 매일 11:00~오후 15:30 / 18:00 ~ 21:00
가격 : 닭튀김을 곁들인 붓카케 우동 1,050엔 / 채소 튀김을 곁들인 자루 우동 1,160엔
라시느 브레드 앤 샐러드(Racines Bread & Sal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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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봐선 빵집 같지 않은 외관인 라시느 브레드 앤 샐러드
사람들의 왕래가 그다지 많지 않은 미나미 이케부쿠로의 거리에서 문득 마주친 빵집이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천연효모로 직접 구운 빵과 도넛, 그리고 계약 농가에서 만드는 신선한 샐러드를 판매하는 곳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끊임없이 찾아오는 인기 있는 가게다.
진열대에 가지런히 늘어서 있는 빵과 도넛들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흐른다. 그다지 넓지 않은 가게 안은 빵 진열대로 꽉 차 있다. 일단 시선부터 사로잡는 전략인가 싶기도 하지만, 한 번 보면 저절로 빵을 고르게 될 만큼 먹음직스럽게 진열되어 있다.

먹음직스럽게 진열되어 있는 빵과 도넛들
초콜릿 코팅을 두껍게 입힌 도넛들은 정말 최고 수준이다. 달지만 느끼하지 않은, 부드럽지만 씹는 맛이 느껴지는 궁극의 도넛이다.
도넛을 정면에 내세우고 있고, 실제 구매자들도 도넛 구입 비중이 매우 높지만, 다른 빵도 기본을 잘 지켜 만든 훌륭한 맛을 보여준다. 천연 효모의 구수한 향도 좋고, 겉바속촉의 정석을 보여주는 식감도 훌륭하다. 이곳에서 빵이나 도넛을 사서 미나미 이케부쿠로 공원에 앉아 느긋하게 맛보는 코스도 추천한다.
라시느 브레드 앤 샐러드(Racines Bread & Salad)
주소 : 2 Chome-12-12 Minamiikebukuro, Toshima City, Tokyo 171-0022 일본
영업시간 : 매일 오전 10:00 ~ 19:00
가격 : 도넛 종류에 따라 240 ~ 430엔
글·사진 | 박소현

16년차 일본 만화 번역가. 18년차 일본 여행 초보자. 28년차 기혼자. 일본어를 읽는 데 지치면 일본어를 말하기 위해 일본으로 떠나는 게 삶의 낙인 고양이 집사. 그저 설렁설렁 일본을 산책하는 게 좋다. 『걸스 인 도쿄』 『도서 번역가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공동 저자.
편집 | 이주호 · 신태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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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하고 조용한 이케부쿠로? 미나미 이케부쿠로를 만나 보자!
도쿄의 대표적인 부도심 중 한 곳인 이케부쿠로의 이름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도쿄 관광 필수 코스 중 하나로, 수족관, 전망대, 유명 백화점을 비롯한 각종 쇼핑, 맛집, 서브컬처 전문점 등 번화가의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는 히가시(東) 이케부쿠로는 언제나 활기차고 복잡하며 사람들로 넘쳐난다.
그런 히가시 이케부쿠로에서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미나미(南) 이케부쿠로로 행정구역이 달라진다. 큰길가에는 대형 백화점과 식당, 각종 점포들이 포진해 있어서 히가시 이케부쿠로와 한 덩어리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속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이케부쿠로라는 이름이 어색할 만큼 조용하고 한적한 동네가 펼쳐진다. 같은 이름, 다른 느낌의 이케부쿠로, 미나미 이케부쿠로 속으로 들어가 보자.
원조 멘타이 니코미 츠케멘(元祖めんたい煮こみつけ麺)
명란의 성지 후쿠오카에서 탄생한 멘타이코(명란) 츠케멘 전문점으로 후쿠오카의 유명한 명란 요리점 「원조 하카타 멘타이쥬(元祖博多めんたい重)」의 자매점이다. 멘타이쥬의 명란과 날치, 다시마, 그리고 10종류 이상의 야채로 우린 육수를 사용한 특제 츠케지루(찍어먹는 국물)에 국물과 잘 어우러지도록 특수 공법으로 제면한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면을 찍어 먹는 특별한 츠케멘을 맛볼 수 있다.
큰길가 건물 2층에 자리한 원조 멘타이 니코미 츠케멘
미나미 이케부쿠로의 초입이라고 할 수 있는 세이부 백화점 바로 길 건너편에 위치하고 있어서 찾기도 쉽고, 역이나 번화가에서도 가깝다. 점심시간에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부터도 줄이 늘어서 있어서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나무색을 기조로 하는 실내 인테리어는 포근하고 온화한 느낌이 들고, 1인 식사도 가능한 카운터석부터 테이블석까지 두루 갖춰져 있다.
일단 차례가 되어 입장하면 면의 양을 선택해야 한다. 한 테이블 위에 면의 양을 보여주는 모형이 놓여 있는데, 자신의 식성에 맞춰, 혹은 배고픈 정도에 맞춰 양을 선택하고 나무로 된 표찰을 들고 대기하면 된다. 이 독특한 시스템이 즐거움을 더해준다.
모형을 보고 면의 양을 정하면 표찰을 준다.
메뉴는 멘타이 니코미 츠케멘 한 가지. 츠케멘과 함께 무엇을 곁들이냐에 따라 세트 메뉴가 결정되는데, 밥과 푸딩을 선택할 수 있다. 그 외 사이드로 반숙 달걀과 차슈도 주문 가능하다.
뚝배기에 제공되는 멘타이 니코미 츠케멘의 츠케지루는 그냥 먹으면 우리 입맛엔 조금 짤 수 있는데, 살짝 두껍지만 부드러운 면을 찍어 먹으면 짭짤하니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정성스럽게 끓여낸 날치 육수와 명란이 어우러진 츠케지루를 쫀득쫀득한 면에 잔뜩 묻혀 후루룩 한입 머금으면 온 입안에서 감칠맛이 폭발한다. 거기에 톡톡 터지는 명란의 재미있는 식감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매력 만점이다. 츠케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먹어봐야 한다.
멘타이 니코미 츠케멘에 밥과 푸딩, 달걀을 추가했다.
각 테이블에는 매운 정도를 조절할 수 있는 특제 소스가 놓여 있다. 이 소스도 베이스는 명란이라고 한다. 소스를 넣으면 매운맛과 감칠맛이 올라가지만, 짠맛도 같이 상승하기 때문에 한꺼번에 많이 넣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만약 밥을 함께 주문했다면 마치 된장찌개를 밥에 비벼 먹는 느낌으로 츠케지루를 밥에 얹어 먹는 것도 별미다. 면을 다 먹고 나면 제공되는 맑은 국물(割りスープ - 와리스프)을 츠케지루에 섞어 마시거나, 마무리로 밥을 말아 죽처럼 먹는 것도 맛이 훌륭하다.
하카타의 멘타이쥬와 똑같은 특제 푸딩도 디저트로 추천한다. 마실 수 있을 만큼 부드러운 우유 푸딩에 특제 더블 캐러멜 소스가 올라가 있는데, 젤리 같은 형태의 소스와 부드러운 푸딩이 훌륭하게 어우러진다. 짜고 매운 맛에 얼얼해진 입속을 부드럽게 달래주는 푸딩을 꼭 같이 먹어보도록 하자.
미나미 이케부쿠로 공원(南池袋公園)
+ 라시느 팜투파크(RACINES FARM TO PARK)
미나미 이케부쿠로 공원
미나미 이케부쿠로 공원은 이케부쿠로 역에서 5분도 채 걷지 않아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잔디 공원이다. 이런 곳에 공원이? 라는 느낌이다. 규모가 아주 큰 건 아니지만, 제법 넓게 펼쳐진 잔디밭에선 아이들이 뛰어놀고, 평일엔 직장인들이 휴식을 취한다. 그야말로 도심 속의 작은 오아시스다.
공원 안에는 카페 겸 레스토랑인 라시느 팜투파크가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식사를 하거나 음료만 즐길 수 있으며 종류도 다양하다. 주말에는 브런치도 제공한다. 통창으로 내다보이는 공원의 풍경이 훌륭하고, 날씨가 좋을 때는 테라스 좌석도 이용할 수 있다. 음료나 간식거리를 테이크아웃하여 공원에서 먹을 수도 있다.
통창이 둘러진 라시느 팜투파크 내부
커피 한 잔 사들고 공원 벤치에, 혹은 잔디밭에 앉아 잔디와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곳이 그 번화한 이케부쿠로라는 것을 잊게 된다. 꺄르르 웃으며 뛰어다니는 아이들, 돗자리를 펴놓고 누워 있는 사람들, 나무 밑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 모두 도심 속 작은 자연 안에서 마음껏 힐링을 누린다. 복잡한 이케부쿠로에서 한숨 쉬고 싶을 때 찾아가 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에서 눈도 마음도 치유해 보자.
공원에서 노는 아이들과 가족, 휴식을 취하는 직장인들
스즈메야(すずめや)
가게 외관. 오후에 가면 상품이 모두 품절될 수 있다. 아직 영업 중이면 오른쪽 사진처럼 포렴이 걸린다.
스즈메야는 화과자 100대 명점에도 들어가는 유명한 화과자집이다. 미나미 이케부쿠로 공원에서 멀지 않은 아담한 전통 건물 1층에 가게가 있다. 자그마한 가게 규모에서 예측 가능하듯이, 스즈메야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단 네 종류뿐이다.
주력 메뉴는 팬케이크처럼 폭신폭신한 생지 사이에 팥 앙금을 넣은 도라야키(どら焼き). 도라야키와 직접 만들어 먹는 모나카(手づくり最中 - 테즈쿠리 모나카)는 상시 판매하고, 계절에 따라 각각 다른 종류의 떡과 생과자 2종류를 판매한다. 도라야키를 제외하고는 한 사람당 한 종류에 한 개씩만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좁은 가게. 상품은 단 네 종류뿐으로 왼쪽에서부터 계절 떡, 도라야키, 계절 화과자, 테즈쿠리 모나카이다.
간판 메뉴인 도라야키는 촉촉하고 부드러운 생지와 달달한 팥 앙금이 환상적으로 잘 어우러진다. 단맛의 정도를 절묘하게 조화시켰다고 할까, 생지와 앙금이 입안에서 만나 전혀 텁텁하지 않게 화악 풀어지는 그런 맛이다.
스즈메야의 팥 앙금이 정말 맛있는 건 모나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곳의 모나카는 따로 제공된 모나카 과자에 팥 앙금을 직접 발라서 먹는 방식이다. 촉촉한 앙금을 바로 넣어서 먹으니 과자가 눅눅해지지 않고 바삭바삭해서 아주 맛있다.
도라야키
스즈메야의 팥 앙금은 많이 달지 않지만, 정말 기분 좋은 단맛이다. 최상급 앙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드러운 도라야키에서도, 바삭하고 고소한 모나카에서도 앙금과 생지가 최고의 조화를 보여준다.
모나카 과자에 바로 팥을 얹어 먹는 테즈쿠리 모나카
스즈메야의 가장 큰 문제점은 1주일에 목, 금, 토, 사흘밖에 영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나마도 오후 늦게 가면 상품이 전부 품절되는 사태가 벌어진다. 하지만 그 모든 수고를 감수하고서라도 방문해볼 가치가 충분한 곳이다. 도라야키를 좋아한다면, 팥 앙금이 들어간 화과자를 좋아한다면 꼭 찾아가 보도록 하자.
히모카와 키류 이케부쿠로(ひもかわ桐生 池袋店)
동네 밥집의 분위기가 풍기는 히모카와 키류 이케부쿠로의 외관
면발이 넓고 얇은 것이 특징인 군마 현 키류 시의 명물 히모카와 우동. 히모카와 키류 이케부쿠로는 본격적인 히모카와 면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겉에서 보기엔 그냥 동네 우동집과 다르지 않지만, 매끄럽고 쫄깃한 히모카와 면을 맛보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덕분에 점심시간에는 빈번하게 웨이팅이 발생한다.
식당 밖에도 사진과 함께 메뉴가 잘 설명되어 있어서 기다리며 미리 메뉴를 골라볼 수 있고, 메뉴판에도 영어가 병기되어 있기 때문에 선택에 어려움은 없다. 면은 넓은 히모카와 면과 일반 우동면이 있고, 일반적인 국물 우동인 카케 우동, 고기 국물에 면을 찍어 먹는 츠케 니쿠지루 우동, 면에 츠유 소스를 뿌려주는 붓카케 우동, 그리고 츠유 소스를 찍어 먹는 자루 우동이 있다.
가게 밖에 걸려 있는 메뉴 사진. 오른쪽 주문서에 원하는 면과 국물 종류를 표시하며, 이 주문서로 계산도 한다.
주문할 때는 한 사람에 한 장씩 주문지를 작성해야 한다. 먼저 면 종류를 정하고, 국물 종류를 정하면 된다. 토핑으로, 혹은 사이드로 튀김도 주문할 수 있다. 히모카와 면과 일반 우동면을 반씩 섞은 면에 닭튀김을 얹은 붓카케 우동과, 역시 두 종류 면에 채소 튀김을 곁들인 자루 우동을 주문했다.
일단 히모카와 면은 비주얼이 압도적이다. 정갈하게 깔려 있는 넓은 면은 이것이 과연 ‘우동’이란 말인가?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조심스레 한 가닥을 떠 보면, 한입에 들어가기조차 힘들 만큼 넓은 면 사이즈에 다시 한 번 압도당한다. 면치기가 불가능하다.
히모카와 면과 일반 우동 면에 채소 튀김을 곁들인 자루우동
옆 테이블의 손님은 아예 젓가락으로 얇게 찢어서 먹기도 하던데, 이왕 히모카와 면을 먹는데 그건 좀 아닌 것 같고, 무리가 되어도 일단 한 입을 그대로 입에 넣어 본다. 물론 적당히 끊어 먹어야지, 한 가닥을 다 넣을 생각을 하면 안 된다.
면에 레몬을 뿌리면 더 맛있어진다. 쫄깃하고 부드러운 식감이다.
히모카와 면은 넓긴 하지만 얇고 매끌매끌해서 생각보다는 호록 입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얇은데도 쫀득하고, 쫀득하면서도 부드럽다. 처음 경험하는 놀라운 식감이었다. 식감도 훌륭하지만 진한 츠유와 어우러진 맛도 그에 뒤지지 않는다. 이런 면이 세상에 존재하다니. 지금까지 먹어본 우동 중에선 감히 최고봉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일반 우동면도 면 자체가 너무 맛있다. 탄력이 느껴지는 매끄러운 우동면도 어느 유명점에 뒤지지 않을 만큼 훌륭했다. 역시 진하지만 짜지 않은 츠유와 정말 잘 어우러진다. 면과 함께 나온 레몬을 면 위에 뿌려 먹으면 맛이 배가 된다. 새콤상큼한 레몬즙과 츠유가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낸다. 함께 주문한 튀김들도 바삭바삭 맛있다.
도쿄에서 정통 히모카와 우동을 먹고 싶을 때는 무조건 미나미 이케부쿠로다. 몇 번을 먹어도 또 먹고 싶어지는 그런 맛이다. 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가보시길 강력 추천한다.
라시느 브레드 앤 샐러드(Racines Bread & Salad)
언뜻 봐선 빵집 같지 않은 외관인 라시느 브레드 앤 샐러드
사람들의 왕래가 그다지 많지 않은 미나미 이케부쿠로의 거리에서 문득 마주친 빵집이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천연효모로 직접 구운 빵과 도넛, 그리고 계약 농가에서 만드는 신선한 샐러드를 판매하는 곳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끊임없이 찾아오는 인기 있는 가게다.
진열대에 가지런히 늘어서 있는 빵과 도넛들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흐른다. 그다지 넓지 않은 가게 안은 빵 진열대로 꽉 차 있다. 일단 시선부터 사로잡는 전략인가 싶기도 하지만, 한 번 보면 저절로 빵을 고르게 될 만큼 먹음직스럽게 진열되어 있다.
먹음직스럽게 진열되어 있는 빵과 도넛들
초콜릿 코팅을 두껍게 입힌 도넛들은 정말 최고 수준이다. 달지만 느끼하지 않은, 부드럽지만 씹는 맛이 느껴지는 궁극의 도넛이다.
도넛을 정면에 내세우고 있고, 실제 구매자들도 도넛 구입 비중이 매우 높지만, 다른 빵도 기본을 잘 지켜 만든 훌륭한 맛을 보여준다. 천연 효모의 구수한 향도 좋고, 겉바속촉의 정석을 보여주는 식감도 훌륭하다. 이곳에서 빵이나 도넛을 사서 미나미 이케부쿠로 공원에 앉아 느긋하게 맛보는 코스도 추천한다.
글·사진 | 박소현
16년차 일본 만화 번역가. 18년차 일본 여행 초보자. 28년차 기혼자. 일본어를 읽는 데 지치면 일본어를 말하기 위해 일본으로 떠나는 게 삶의 낙인 고양이 집사. 그저 설렁설렁 일본을 산책하는 게 좋다. 『걸스 인 도쿄』 『도서 번역가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공동 저자.
편집 | 이주호 · 신태진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