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aint-Paul-de-Vence |
생폴드방스다운에서의 하루
생폴드방스는 니스에서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진 중세 마을이다. 20세기에 들어서부터 마르크 샤갈 등 여러 예술가들의 사랑을 받았고, 지금도 마을 규모에 비해 아티스트들의 아뜰리에가 유독 많아 ‘예술가의 마을’이라는 별명도 있다. 중세 시대에 지어진 성곽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골목을 걷다 보면 진부하지만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듯한 느낌인데, 곳곳에 식당과 카페, 숍과 갤러리가 포진해 있어 이렇게 아름다운 마을이 또 있나 싶을 정도다.
이번에는 가장 가까운 대도시인 니스에서 대중교통으로 생폴드방스에 가는 법과 함께 생폴드방스에서 갈 만한 다양한 장소들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니스에서 생폴드방스로 갈 때는 기차와 버스를 한 번씩 타야 한다. 우선 니스 기차역(Nice-Ville)에서 Cagne-sur-Mer(카뉴 쉬르 메르)행 티켓을 구매한다. 당일에 똑같은 루트로 돌아올 예정이라면 미리 왕복권을 끊어도 된다. 니스에서 카뉴 쉬르 메르로 가는 열차는 15~30분에 한 대씩 있으며, 15분 정도 소요된다.

655번 버스. 출발 시각이 임박할 때까지 문을 열어주지 않으니 기다리도록 하자.
카뉴 쉬르 메르에 도착하면 역 바로 앞에서 655번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카뉴 쉬르 메르부터 생폴드방스는 권역이 달라 니스 시내에서 쓰던 교통 패스는 이용할 수 없으며, 역에서 버스 티켓을 팔지도 않는다. 그래서 현금으로 버스비를 준비해야 한다. 버스비는 2026년 5월 현재 2.5유로로, 딱 맞춰 준비하는 것이 좋다. 그 이상을 내더라도 잔돈을 받을 수 없다. 버스는 1시간에 평균 2대 운행한다. 아래 시간표를 참조하자.

카뉴 쉬르 메르 -> 생 폴드 방스 / 생 폴드 방스 -> 카뉴 쉬르 메르 버스 시간표 | 26년 5월 기준
그렇게 버스로 20~25분 정도 달려 (Saint Paul) Village 정류장에서 내리면 생폴드방스 마을 입구이다.

하차 정류장
메무아르 드 파미유(Mémoire de famille) |

메무아르 드 파미유
메무아르 드 파미유는 생폴드방스 마을 입구에서부터 시선을 빼앗는 리빙 편집숍이다. 몇 세기 전에 지어진 것 같은 석조 건물 안에 자리 잡은 매장 안은 의외로 널찍하고, 그런 내부를 수많은 제품들이 가득 채우고 있다. 전체적으로 미니멀함과 화려함 사이 어딘가에 있는 디자인의 결이 느껴진다.

톤 다운된 색감이 멋스러우면서도 실용적인 식기, 꽃무늬도 유치하지 않게 그려낸 침구와 쿠션, 커튼이나 식탁보 같은 패브릭 제품과 램프, 화분, 조화, 커다란 체스판 등 테이블 장식까지 집안을 유럽풍으로 꾸미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천국 같은 곳이다. 여행자로서는 살 엄두가 안 나지만, 매장 내에 비치된 가구도 직접 판매한다.
국내에서 구매할 수 있는 많은 인테리어 용품이 ‘유럽풍’ 디자인을 따르지만, 이건 진짜 유럽산이다 싶은 것들을 볼 수 있어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본격적으로 생폴드방스에 들어가기 전부터 꽤 많은 시간을 쓸지 모른다. 부피가 큰 제품과 가구는 가격대가 상당하지만, 식기는 의외로 저렴한 제품들이 있으니 캐리어 여유가 된다면 구매해 볼 만하겠다.

메무아르 드 파미유(Mémoire de famille)
주소 ; 10 Rte de Vence, 06570 Saint-Paul-de-Vence, 프랑스
영업시간 : 10:00~18:00
레피세리 데자르티스트(L’Épicerie des Artiste) |

레피세리 데자르티스트
생폴드방스는 고도가 높아 남프랑스의 햇살이 더 강렬하게 느껴진다. 그럴 때는 입구에서부터 차가운 음료와 함께 산책을 시작해도 좋겠다. 성벽 안으로 들어가 오른쪽 골목(서쪽 성벽 쪽)으로 꺾으면 유난히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카페 겸 간이음식점, 레피세리 데자르티스트가 나타난다. 모든 메뉴를 테이크아웃 하거나 먹고 갈 수 있다. 대체로 포장을 하거나 가게 앞에 서서 먹고 가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반가운 아이스 커피
이곳의 인기 메뉴는 아이스크림. 젤라토가 아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인기다. ‘아아’가 생활의 기본값인 우리에겐 아이스 아메리카노 및 아이스 카페 라테가 있다는 점도 반갑다. 그 외에도 핫도그와 간단한 베이커리류를 판매하며, 다양한 크레프를 취급하기도 한다. 메뉴가 정말 다양해 허기가 진다면 뭘 먹어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질 것이다. 가격도 전체적으로 5유로 미만이라 가볍게 들러 ‘카페인’이나 ‘당’을 충전하기 좋다.
레피세리 데자르티스트(L’Épicerie des Artiste)
주소 : 2 Rue de la Tour, 06570 Saint-Paul-de-Vence, 프랑스
영업시간 : 09:00~18:30
메종 브레몽 1830(Maison Brémon 1830) |

메종 브레몽 1830
생폴드방스의 예술적인 분위기와 쏙 닮은 인테리어 제품들을 봤으니 이번엔 그만큼 예술적인(?) 남프랑스의 식재료들을 만날 차례다. 메종 브레몽 1830은 프로방스의 식재료를 다루는 고급 식료품점이다. 직접 먹어보며 품질을 느껴보기도 전에 인테리어와 고급스러운 제품 패키징에 먼저 반하는 곳이다.

오래된 건물과 매장 인테리어가 잘 어울린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브레몽 가문이 식료품점을 연 것이 1830년, 무려 2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곳이다. 처음엔 지중해산 아몬드와 프로방스 지역의 전통 과자인 ‘칼리송’을 만들어 팔았지만, 두 세기가 흐른 현재는 남프랑스 요리에 쓰이는 거의 모든 식재료를 아우르고 있다. 올리브오일, 발사믹 식초, 트러플, 테린, 향신료, 누가, 스프레드, 잼, 꿀 등 선물이나 기념품, 아니면 순수 요리용으로 손색없는 제품들이 한 가득이다.
매장 자체도 아름답다. 생폴드방스는 옛 성곽을 그대로 거주지나 상업 시설로 활용하는 마을인데, 그래서 많은 건물이 입구는 좁은 골목에 면해 있어도 실내 반대편 창문에서는 언덕 아래 풍경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반전을 선사한다. 메종 브레몽 1830도 그런 구조를 잘 살리고 있어 꼭 화려한 성의 식료품 저장실에 들어온 느낌이 든다. 사실 이제는 프랜차이즈화 된 식료품점이라 니스, 앙티브, 칸 등 주변 도시에도 메종 브레몽의 매장이 있는데, 생폴드방스 매장이 가장 아름다울뿐더러 마을 분위기와도 잘 어울렸다.

캔 올리브 오일과 올리브오일 주전자
직접 먹든 선물을 하든 가장 무난한 제품은 올리브오일이지만, 누군가에게 (가격은 물론) 맛까지 고급스러운 선물을 하려면 트러플 제품군이나 발사믹 식초를 추천한다. 아이들에게는 스프레드나 잼을 선물해도 좋겠다.
메종 브레몽 1830(Maisoémn Bron 1830)
주소 : 28 Rue Grande, 06570 Saint-Paul-de-Vence, 프랑스
영업시간 : 10:00~18:00

생폴드방스 공동묘지
유럽은 도시나 마을 안에 공동묘지가 있는 곳이 많다. 그래도 굳이 묘지를 찾으려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생폴드방스에서는 유독 묘지로 발걸음을 옮기는 여행자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색채의 마술사’라 불린 프랑스의 화가 마르크 샤갈의 묘를 보기 위해서다. 마르크 샤갈은 19년 동안 생폴드방스에 거주하다가 이곳에서 눈을 감았고, 이곳에 묻혔다. 생폴드방스에 ‘예술인 마을’이라는 별명이 붙게 한 장본인도 마르크 샤갈이나 다름없다.

샤갈의 묘 앞엔 사람들이 모여 있어 찾기 어렵지 않다.
그의 묘가 있는 생폴드방스의 공동묘지는 마을의 끄트머리에 있으며, 성벽도 유독 높아 전망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도 모여든다. 샤갈의 묘를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묘지 입구로 들어가 오른쪽 길을 따라가다 보면 거의 초입에 위대한 예술가가 누워 있다. 거의 항상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놓치기도 어렵다.

마르크 샤갈의 묘
방문했을 당시에는 헌화가 없었지만, 그의 묘비명 주변으로 쌓인 돌멩이들이 인상적이었다. 메시지가 적힌 돌도 많은데, 한국어가 가장 많이 보였다. 샤갈의 묘를 보았다고 바로 발걸음을 돌리지는 말자. 공동묘지를 찬찬히 걷다 보면 한국과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고인을 추모하는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비석의 형태도 다양하고, 고인의 사진이 붙은 묘비도 많다. 남은 가족이 고인을 기리는 문구도 눈에 띈다. 해 뜨는 낮에 가기만 했다면 으스스한 분위기도 없고 오히려 고요한 공원에 온 느낌이다. 묘지 끄트머리에서 보는 생폴드방스 주변 풍경도 빼어나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풍경
마르크 샤갈의 묘(Tombe Marc Chagall)
주소 : Chem. de Nice, 06570 Saint-Paul-de-Vence, 프랑스
라 테라스(Restaurant La Terrasse Panoramique) |
라 테라스
이미 몇 번 언급했지만, 생폴드방스는 단순히 예쁜 곳이 아니라 풍경도 좋은 산간 마을이다. 남쪽으로는 앙티브곶과 바다가 보이고, 북쪽으로는 남알프스의 웅장한 산맥을 감상할 수 있다. 그래서 운치 있고 아기자기한 골목만 상상하고 갔다가 전망에 반해서 돌아오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런 멋진 풍경을 보며 식사를 하는 경험도 해 보면 좋을 것이다.
프랑스다운 음식을 먹으며 가성비까지 챙겨 식사를 하고 싶다면, 크레프 전문점 라 테라스를 추천한다. 반대편 창가로 비치는 햇살이 너무 강해 입구에서는 오히려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드는데, 실내를 가로질러 작은 테라스까지 나가면 뻥 뚫린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실내 자리도 꽤 넓다.
라 테라스는 크레프를 중심으로 간단한 식사와 음료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이다. 크레프는 아주 얇게 부쳐낸 팬케이크 같은 음식으로, 밀가루 반죽에 다양한 재료를 넣거나 올려 먹는다. 간식용 크레프는 보통 설탕, 버터, 잼, 초콜릿, 생크림, 과일 등을 올리고, 식사용 크레프는 반죽 사이에 햄(잠봉), 치즈, 달걀 등을 넣는다. 간단히 요기를 하기 위해 햄, 치즈, 버섯이 들어간 클래식(Classique) 크레프를 주문했다. 2유로를 추가하면 루꼴라 등 샐러드를 함께 담아 주는데, 웬만하면 추가하는 게 좋다.

크레프
남프랑스의 햇살이 워낙 강렬하기 때문에 약간 익는 듯한 기분도 들지만, 그냥 테라스도 아니고 전망이 있는 테라스에서 먹는 크레페는 특별한 감흥을 선사한다. 굉장히 담백하면서 양도 상당히 많은 편이고, 곁들인 채소나 그 위에 뿌려진 올리브오일도 훌륭했다. 생폴드방스를 방문하며 본격적인 식사까지는 부담스러운 여행자라면 간식으로 딱 어울리는 식사가 될 것이다.
마을 바깥에 있는 비슷한 이름의 지중해 음식점(La Terrasse sur Saint Paul)과 헷갈리지 않도록 하자.

테라스에서 즐기는 전망
라테라스 La Terrasse
주소 : 66 Rue Grande, 06570 Saint-Paul-de-Vence, 프랑스
영업시간 : 11:00~17:00
글·사진 | 신태진

브릭스 매거진의 에디터. 『진실한 한 끼』『꽃 파르페 물고기 그리고 당신』를 냈고, 『홍콩단편, 어쩌면 익숙한 하루』를 함께 썼다.
litt.ly/ecrire_lire_viv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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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폴드방스다운에서의 하루
생폴드방스는 니스에서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진 중세 마을이다. 20세기에 들어서부터 마르크 샤갈 등 여러 예술가들의 사랑을 받았고, 지금도 마을 규모에 비해 아티스트들의 아뜰리에가 유독 많아 ‘예술가의 마을’이라는 별명도 있다. 중세 시대에 지어진 성곽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골목을 걷다 보면 진부하지만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듯한 느낌인데, 곳곳에 식당과 카페, 숍과 갤러리가 포진해 있어 이렇게 아름다운 마을이 또 있나 싶을 정도다.
이번에는 가장 가까운 대도시인 니스에서 대중교통으로 생폴드방스에 가는 법과 함께 생폴드방스에서 갈 만한 다양한 장소들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니스에서 생폴드방스로 갈 때는 기차와 버스를 한 번씩 타야 한다. 우선 니스 기차역(Nice-Ville)에서 Cagne-sur-Mer(카뉴 쉬르 메르)행 티켓을 구매한다. 당일에 똑같은 루트로 돌아올 예정이라면 미리 왕복권을 끊어도 된다. 니스에서 카뉴 쉬르 메르로 가는 열차는 15~30분에 한 대씩 있으며, 15분 정도 소요된다.
655번 버스. 출발 시각이 임박할 때까지 문을 열어주지 않으니 기다리도록 하자.
카뉴 쉬르 메르에 도착하면 역 바로 앞에서 655번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카뉴 쉬르 메르부터 생폴드방스는 권역이 달라 니스 시내에서 쓰던 교통 패스는 이용할 수 없으며, 역에서 버스 티켓을 팔지도 않는다. 그래서 현금으로 버스비를 준비해야 한다. 버스비는 2026년 5월 현재 2.5유로로, 딱 맞춰 준비하는 것이 좋다. 그 이상을 내더라도 잔돈을 받을 수 없다. 버스는 1시간에 평균 2대 운행한다. 아래 시간표를 참조하자.
카뉴 쉬르 메르 -> 생 폴드 방스 / 생 폴드 방스 -> 카뉴 쉬르 메르 버스 시간표 | 26년 5월 기준
그렇게 버스로 20~25분 정도 달려 (Saint Paul) Village 정류장에서 내리면 생폴드방스 마을 입구이다.
하차 정류장
메무아르 드 파미유
메무아르 드 파미유는 생폴드방스 마을 입구에서부터 시선을 빼앗는 리빙 편집숍이다. 몇 세기 전에 지어진 것 같은 석조 건물 안에 자리 잡은 매장 안은 의외로 널찍하고, 그런 내부를 수많은 제품들이 가득 채우고 있다. 전체적으로 미니멀함과 화려함 사이 어딘가에 있는 디자인의 결이 느껴진다.
톤 다운된 색감이 멋스러우면서도 실용적인 식기, 꽃무늬도 유치하지 않게 그려낸 침구와 쿠션, 커튼이나 식탁보 같은 패브릭 제품과 램프, 화분, 조화, 커다란 체스판 등 테이블 장식까지 집안을 유럽풍으로 꾸미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천국 같은 곳이다. 여행자로서는 살 엄두가 안 나지만, 매장 내에 비치된 가구도 직접 판매한다.
국내에서 구매할 수 있는 많은 인테리어 용품이 ‘유럽풍’ 디자인을 따르지만, 이건 진짜 유럽산이다 싶은 것들을 볼 수 있어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본격적으로 생폴드방스에 들어가기 전부터 꽤 많은 시간을 쓸지 모른다. 부피가 큰 제품과 가구는 가격대가 상당하지만, 식기는 의외로 저렴한 제품들이 있으니 캐리어 여유가 된다면 구매해 볼 만하겠다.
레피세리 데자르티스트
생폴드방스는 고도가 높아 남프랑스의 햇살이 더 강렬하게 느껴진다. 그럴 때는 입구에서부터 차가운 음료와 함께 산책을 시작해도 좋겠다. 성벽 안으로 들어가 오른쪽 골목(서쪽 성벽 쪽)으로 꺾으면 유난히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카페 겸 간이음식점, 레피세리 데자르티스트가 나타난다. 모든 메뉴를 테이크아웃 하거나 먹고 갈 수 있다. 대체로 포장을 하거나 가게 앞에 서서 먹고 가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반가운 아이스 커피
이곳의 인기 메뉴는 아이스크림. 젤라토가 아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인기다. ‘아아’가 생활의 기본값인 우리에겐 아이스 아메리카노 및 아이스 카페 라테가 있다는 점도 반갑다. 그 외에도 핫도그와 간단한 베이커리류를 판매하며, 다양한 크레프를 취급하기도 한다. 메뉴가 정말 다양해 허기가 진다면 뭘 먹어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질 것이다. 가격도 전체적으로 5유로 미만이라 가볍게 들러 ‘카페인’이나 ‘당’을 충전하기 좋다.
메종 브레몽 1830
생폴드방스의 예술적인 분위기와 쏙 닮은 인테리어 제품들을 봤으니 이번엔 그만큼 예술적인(?) 남프랑스의 식재료들을 만날 차례다. 메종 브레몽 1830은 프로방스의 식재료를 다루는 고급 식료품점이다. 직접 먹어보며 품질을 느껴보기도 전에 인테리어와 고급스러운 제품 패키징에 먼저 반하는 곳이다.
오래된 건물과 매장 인테리어가 잘 어울린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브레몽 가문이 식료품점을 연 것이 1830년, 무려 2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곳이다. 처음엔 지중해산 아몬드와 프로방스 지역의 전통 과자인 ‘칼리송’을 만들어 팔았지만, 두 세기가 흐른 현재는 남프랑스 요리에 쓰이는 거의 모든 식재료를 아우르고 있다. 올리브오일, 발사믹 식초, 트러플, 테린, 향신료, 누가, 스프레드, 잼, 꿀 등 선물이나 기념품, 아니면 순수 요리용으로 손색없는 제품들이 한 가득이다.
매장 자체도 아름답다. 생폴드방스는 옛 성곽을 그대로 거주지나 상업 시설로 활용하는 마을인데, 그래서 많은 건물이 입구는 좁은 골목에 면해 있어도 실내 반대편 창문에서는 언덕 아래 풍경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반전을 선사한다. 메종 브레몽 1830도 그런 구조를 잘 살리고 있어 꼭 화려한 성의 식료품 저장실에 들어온 느낌이 든다. 사실 이제는 프랜차이즈화 된 식료품점이라 니스, 앙티브, 칸 등 주변 도시에도 메종 브레몽의 매장이 있는데, 생폴드방스 매장이 가장 아름다울뿐더러 마을 분위기와도 잘 어울렸다.
캔 올리브 오일과 올리브오일 주전자
직접 먹든 선물을 하든 가장 무난한 제품은 올리브오일이지만, 누군가에게 (가격은 물론) 맛까지 고급스러운 선물을 하려면 트러플 제품군이나 발사믹 식초를 추천한다. 아이들에게는 스프레드나 잼을 선물해도 좋겠다.
생폴드방스 공동묘지
유럽은 도시나 마을 안에 공동묘지가 있는 곳이 많다. 그래도 굳이 묘지를 찾으려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생폴드방스에서는 유독 묘지로 발걸음을 옮기는 여행자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색채의 마술사’라 불린 프랑스의 화가 마르크 샤갈의 묘를 보기 위해서다. 마르크 샤갈은 19년 동안 생폴드방스에 거주하다가 이곳에서 눈을 감았고, 이곳에 묻혔다. 생폴드방스에 ‘예술인 마을’이라는 별명이 붙게 한 장본인도 마르크 샤갈이나 다름없다.
샤갈의 묘 앞엔 사람들이 모여 있어 찾기 어렵지 않다.
그의 묘가 있는 생폴드방스의 공동묘지는 마을의 끄트머리에 있으며, 성벽도 유독 높아 전망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도 모여든다. 샤갈의 묘를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묘지 입구로 들어가 오른쪽 길을 따라가다 보면 거의 초입에 위대한 예술가가 누워 있다. 거의 항상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놓치기도 어렵다.
마르크 샤갈의 묘
방문했을 당시에는 헌화가 없었지만, 그의 묘비명 주변으로 쌓인 돌멩이들이 인상적이었다. 메시지가 적힌 돌도 많은데, 한국어가 가장 많이 보였다. 샤갈의 묘를 보았다고 바로 발걸음을 돌리지는 말자. 공동묘지를 찬찬히 걷다 보면 한국과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고인을 추모하는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비석의 형태도 다양하고, 고인의 사진이 붙은 묘비도 많다. 남은 가족이 고인을 기리는 문구도 눈에 띈다. 해 뜨는 낮에 가기만 했다면 으스스한 분위기도 없고 오히려 고요한 공원에 온 느낌이다. 묘지 끄트머리에서 보는 생폴드방스 주변 풍경도 빼어나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풍경
이미 몇 번 언급했지만, 생폴드방스는 단순히 예쁜 곳이 아니라 풍경도 좋은 산간 마을이다. 남쪽으로는 앙티브곶과 바다가 보이고, 북쪽으로는 남알프스의 웅장한 산맥을 감상할 수 있다. 그래서 운치 있고 아기자기한 골목만 상상하고 갔다가 전망에 반해서 돌아오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런 멋진 풍경을 보며 식사를 하는 경험도 해 보면 좋을 것이다.
프랑스다운 음식을 먹으며 가성비까지 챙겨 식사를 하고 싶다면, 크레프 전문점 라 테라스를 추천한다. 반대편 창가로 비치는 햇살이 너무 강해 입구에서는 오히려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드는데, 실내를 가로질러 작은 테라스까지 나가면 뻥 뚫린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실내 자리도 꽤 넓다.
라 테라스는 크레프를 중심으로 간단한 식사와 음료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이다. 크레프는 아주 얇게 부쳐낸 팬케이크 같은 음식으로, 밀가루 반죽에 다양한 재료를 넣거나 올려 먹는다. 간식용 크레프는 보통 설탕, 버터, 잼, 초콜릿, 생크림, 과일 등을 올리고, 식사용 크레프는 반죽 사이에 햄(잠봉), 치즈, 달걀 등을 넣는다. 간단히 요기를 하기 위해 햄, 치즈, 버섯이 들어간 클래식(Classique) 크레프를 주문했다. 2유로를 추가하면 루꼴라 등 샐러드를 함께 담아 주는데, 웬만하면 추가하는 게 좋다.
크레프
남프랑스의 햇살이 워낙 강렬하기 때문에 약간 익는 듯한 기분도 들지만, 그냥 테라스도 아니고 전망이 있는 테라스에서 먹는 크레페는 특별한 감흥을 선사한다. 굉장히 담백하면서 양도 상당히 많은 편이고, 곁들인 채소나 그 위에 뿌려진 올리브오일도 훌륭했다. 생폴드방스를 방문하며 본격적인 식사까지는 부담스러운 여행자라면 간식으로 딱 어울리는 식사가 될 것이다.
마을 바깥에 있는 비슷한 이름의 지중해 음식점(La Terrasse sur Saint Paul)과 헷갈리지 않도록 하자.
테라스에서 즐기는 전망
글·사진 | 신태진
브릭스 매거진의 에디터. 『진실한 한 끼』『꽃 파르페 물고기 그리고 당신』를 냈고, 『홍콩단편, 어쩌면 익숙한 하루』를 함께 썼다.
litt.ly/ecrire_lire_viv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