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ainan |
대만 식도락 여행에서 빠뜨릴 수 없는 도시는 대만 남부에 위치한 타이난(台南)이다. 대만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도시인만큼 여러 시대를 거쳐 쌓아온 미식에 대한 노하우는 타이난을 미식의 고장이라 불리게 만들었다. 실제로 2024년 대만 미쉐린 가이드에 등재된 식당 126곳 중에서 수도인 타이베이(43곳)를 제외한 두 번째로 많은 미쉐린 식당을 보유한 도시가 바로 타이난(31곳). 오늘은 2024년 미쉐린 빕 구르망에 이름을 올린 타이난의 식당 세 곳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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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난의 오랜 역사가 담긴 대표 음식으로 단짜이몐(擔仔麵)을 빼놓을 수 없다. 단짜이몐은 청나라 말기부터 먹기 시작한 음식으로 어업이 어려운 태풍 시즌에 한 어부가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는 대신 길거리에서 면을 팔던 것에서 유래된 음식이다. 단짜이몐의 ‘단’은 한자로 ‘멜 담(擔)’ 자를 쓰는데 당시 긴 나무 막대를 이용해서 양옆에 조리 도구와 식재료를 어깨에 지고 다니면서 면을 팔았던 판매 방식으로부터 비롯된 이름이다.

샤오공위안 단짜이몐
2024년 미쉐린 빕 구르망에 이름을 올린 '샤오공위안 단짜이몐(小公園擔仔麵)'은 70년이 넘은 타이난의 맛집이다. 근처에 도소월(度小月)이라는 단짜이몐 창시자의 4대손이 운영하는 130년 된 가게가 있긴 하지만, 샤오공위안의 단짜이몐은 원조에 전혀 뒤지지 않는 맛으로 타이난 시민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어쩌면 맛과 가격 모두 원조를 능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샤오공위안 단짜이몐의 탕면

샤오공위안 단짜이몐의 건면
샤오공위안 단짜이몐은 건면과 탕면을 제공하는데 면의 종류는 취향에 따라 바꿀 수 있다. 단짜이몐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겐 일단 이 집의 단짜이몐 탕면을 추천한다. 쫄깃한 식감이 매력적인 면에 숙주, 고수, 다진 돼지고기 조림, 새우를 올린 단짜이몐 한 그릇은 타이난 미식 세계의 입문용으로 훌륭하다. 단짜이몐으로는 부족할 수 있으니 육수에 두부, 미역을 조린 루웨이(滷味)를 곁들이는 것도 좋겠다.

샤오공위안 단짜이몐의 루웨이
샤오공위안 단짜이몐(小公園擔仔麵)
주소 : 700台南市中西區西門路二段321號
운영 시간 : 16:30–22:00 (화, 수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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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은 아침 식사 문화가 발달한 나라로 자오찬뎬(早餐店)이라는 아침 식사만을 전문적으로 파는 식당이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미식의 고장 타이난에서 꼭 맛봐야 할 아침 식사 메뉴로는 뭐가 있을까? 아침 6시에 문을 여는 '아싱 셴저우(阿星鹹粥)'에 그 답이 있다.

아싱 셴저우
식당 이름의 ‘셴저우’는 짠죽이라는 뜻으로 타이난 사람들이 아침 식사로 즐겨 먹는 죽의 한 종류다. 전통적으로 셴저우는 불린 쌀에 갖은 재료를 넣고 끓이다가 소금 대신 간장으로 간을 한 죽을 말한다.

타이난 사람들은 여기에 생선이나 굴, 마늘, 셀러리, 후추를 넣어 풍부한 맛을 더한다. 죽이라는 범주에 들어가 있지만 실제로 먹어 보면 밥알이 그대로 살아 있는 식감 때문에 국밥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1965년에 문을 연 아싱 셴저우는 타이난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식재료인 갯농어를 넣은 셴저우를 판다. 갯농어 중에서 좋아하는 부위를 선택할 수 있는데 메인 메뉴로 갯농어 뱃살을 넣은 셴저우(魚肚粥)를 추천한다.

갯농어 뱃살을 넣은 셴저우

갯농어 껍질을 넣은 셴저우
이 외에도 밀가루 반죽을 길게 만들어서 기름에 튀긴 길쭉한 형태의 빵인 요우티아오(油條)까지 죽에 찍어 먹으면 제대로 된 타이난식 아침 식사 한 끼를 먹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우티아오까지 곁들인 한상차림
아싱 셴저우 (阿星鹹粥)
주소 : 700台南市中西區民族路三段289號
운영 시간 : 06:00–14:00 (월요일 휴무)
https://travel.naver.com/overseas/TWTNN25150311/poi/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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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난 사람들은 오후에 허기를 달래기 위해 간식(點心)을 먹는 습관이 있다. 저녁을 먹기 전에 간단히 먹는 음식이라 타이난의 간식은 양이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찹쌀로 만든 미가오(米糕)는 타이난 사람들이 자주 먹는 간식 중 하나로 찹쌀밥에 돼지고기 조림장을 붓고 절인 오이, 육포나 생선가루를 곁들여 먹는다.


하오눙쟈 미가오
타이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미가오 식당 중에서 '하오눙쟈 미가오(好農家米糕)'가 미쉐린 빕 구르망에 등재된 이유는 1946년 창립한 이후로 엄선된 재료를 사용해 전통적인 방법으로 미가오를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 특히 수작업으로 직접 볶은 청새치 육포 가루가 이 집의 별미이다.

미가오
밥과 국, 반찬이 한 세트인 미가오 세트가 있어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반찬으로는 감칠맛이 일품인 말린 조개 양배추 조림(干貝白菜滷)을 곁들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미가오 세트
하오눙쟈 미가오(好農家米糕)
주소 : 702台南市南區健康路二段66號
영업 시간 : 11:00–14:00, 16:00–20:30 (일요일 휴무)
글·사진 최보옥
대학 졸업 후, 한국을 떠나 대만에 살며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사람. 10년차 한국어 강사, 채식주의자, 결혼 이민자. 대만 생활에서 길어 올린 글들을 블로그에 차곡차곡 모아두는 것이 취미다. <타이베이 산친구>를 썼다.
https://blog.naver.com/choibo_ok
편집 신태진·이주호 에디터
| Tainan |
대만 식도락 여행에서 빠뜨릴 수 없는 도시는 대만 남부에 위치한 타이난(台南)이다. 대만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도시인만큼 여러 시대를 거쳐 쌓아온 미식에 대한 노하우는 타이난을 미식의 고장이라 불리게 만들었다. 실제로 2024년 대만 미쉐린 가이드에 등재된 식당 126곳 중에서 수도인 타이베이(43곳)를 제외한 두 번째로 많은 미쉐린 식당을 보유한 도시가 바로 타이난(31곳). 오늘은 2024년 미쉐린 빕 구르망에 이름을 올린 타이난의 식당 세 곳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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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공위안 단짜이몐 (小公園擔仔麵)
타이난의 오랜 역사가 담긴 대표 음식으로 단짜이몐(擔仔麵)을 빼놓을 수 없다. 단짜이몐은 청나라 말기부터 먹기 시작한 음식으로 어업이 어려운 태풍 시즌에 한 어부가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는 대신 길거리에서 면을 팔던 것에서 유래된 음식이다. 단짜이몐의 ‘단’은 한자로 ‘멜 담(擔)’ 자를 쓰는데 당시 긴 나무 막대를 이용해서 양옆에 조리 도구와 식재료를 어깨에 지고 다니면서 면을 팔았던 판매 방식으로부터 비롯된 이름이다.
2024년 미쉐린 빕 구르망에 이름을 올린 '샤오공위안 단짜이몐(小公園擔仔麵)'은 70년이 넘은 타이난의 맛집이다. 근처에 도소월(度小月)이라는 단짜이몐 창시자의 4대손이 운영하는 130년 된 가게가 있긴 하지만, 샤오공위안의 단짜이몐은 원조에 전혀 뒤지지 않는 맛으로 타이난 시민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어쩌면 맛과 가격 모두 원조를 능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샤오공위안 단짜이몐의 탕면
샤오공위안 단짜이몐의 건면
샤오공위안 단짜이몐은 건면과 탕면을 제공하는데 면의 종류는 취향에 따라 바꿀 수 있다. 단짜이몐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겐 일단 이 집의 단짜이몐 탕면을 추천한다. 쫄깃한 식감이 매력적인 면에 숙주, 고수, 다진 돼지고기 조림, 새우를 올린 단짜이몐 한 그릇은 타이난 미식 세계의 입문용으로 훌륭하다. 단짜이몐으로는 부족할 수 있으니 육수에 두부, 미역을 조린 루웨이(滷味)를 곁들이는 것도 좋겠다.
샤오공위안 단짜이몐의 루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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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싱 셴저우 (阿星鹹粥)
대만은 아침 식사 문화가 발달한 나라로 자오찬뎬(早餐店)이라는 아침 식사만을 전문적으로 파는 식당이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미식의 고장 타이난에서 꼭 맛봐야 할 아침 식사 메뉴로는 뭐가 있을까? 아침 6시에 문을 여는 '아싱 셴저우(阿星鹹粥)'에 그 답이 있다.
아싱 셴저우
식당 이름의 ‘셴저우’는 짠죽이라는 뜻으로 타이난 사람들이 아침 식사로 즐겨 먹는 죽의 한 종류다. 전통적으로 셴저우는 불린 쌀에 갖은 재료를 넣고 끓이다가 소금 대신 간장으로 간을 한 죽을 말한다.
타이난 사람들은 여기에 생선이나 굴, 마늘, 셀러리, 후추를 넣어 풍부한 맛을 더한다. 죽이라는 범주에 들어가 있지만 실제로 먹어 보면 밥알이 그대로 살아 있는 식감 때문에 국밥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1965년에 문을 연 아싱 셴저우는 타이난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식재료인 갯농어를 넣은 셴저우를 판다. 갯농어 중에서 좋아하는 부위를 선택할 수 있는데 메인 메뉴로 갯농어 뱃살을 넣은 셴저우(魚肚粥)를 추천한다.
갯농어 뱃살을 넣은 셴저우
갯농어 껍질을 넣은 셴저우
이 외에도 밀가루 반죽을 길게 만들어서 기름에 튀긴 길쭉한 형태의 빵인 요우티아오(油條)까지 죽에 찍어 먹으면 제대로 된 타이난식 아침 식사 한 끼를 먹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우티아오까지 곁들인 한상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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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오눙쟈 미가오 (好農家米糕)
타이난 사람들은 오후에 허기를 달래기 위해 간식(點心)을 먹는 습관이 있다. 저녁을 먹기 전에 간단히 먹는 음식이라 타이난의 간식은 양이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찹쌀로 만든 미가오(米糕)는 타이난 사람들이 자주 먹는 간식 중 하나로 찹쌀밥에 돼지고기 조림장을 붓고 절인 오이, 육포나 생선가루를 곁들여 먹는다.
하오눙쟈 미가오
타이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미가오 식당 중에서 '하오눙쟈 미가오(好農家米糕)'가 미쉐린 빕 구르망에 등재된 이유는 1946년 창립한 이후로 엄선된 재료를 사용해 전통적인 방법으로 미가오를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 특히 수작업으로 직접 볶은 청새치 육포 가루가 이 집의 별미이다.
미가오
밥과 국, 반찬이 한 세트인 미가오 세트가 있어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반찬으로는 감칠맛이 일품인 말린 조개 양배추 조림(干貝白菜滷)을 곁들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미가오 세트
글·사진 최보옥
https://blog.naver.com/choibo_ok
편집 신태진·이주호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