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현경 번역가가 말하는 이탈로 칼비노와 번역의 세계 #1

최근 이탈로 칼비노의 강의록을 정리한 유작, 『이탈로 칼비노의 문학 강의』(에디토리얼, 2022)가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의 번역 역시 지금까지 칼비노의 책을 우리에게 가장 많이 소개해 준 이현경 번역가가 맡았습니다. 아마도 자신이 번역하는 칼비노의 마지막 텍스트가 될 것 같다는 '번역가의 말'에 칼비노의 애독자이기도 한 브릭스 에디터들이 이현경 번역가를 만났습니다. 번역가에 관하여, 이탈로 칼비노에 관하여, 그리고 프리모 레비와 움베르토 에코에 관하여.


이현경 번역가


#1 이현경 번역가, 번역가라는 직업에 관해 말하다


Q. 이탈리아어를 전공하고 번역가까지 되신 과정을 말씀해 주세요.

이탈리아어를 전공으로 선택할 때까지 이탈리아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었습니다. 󰡔신곡󰡕을 쓴 단테가 이탈리아 작가라는 것 정도와 몇 편의 영화를 통해 이탈리아를 접해본 게 전부였으니까요. 그래도 이탈리아라는 나라에 대한 막연한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꼭 이탈리아어를 전공해야겠다는 생각이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고, 원래 대학에서 전공하고 싶었던 언어가 따로 있었는데 사정상 그 언어를 선택할 수 없어서 차선으로 이탈리아어를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전화위복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Q. 원의를 해치지 않으면서 이해하기 쉬운 단어를 찾는 선생님만의 방법이 있으신가요?

저만의 특별한 방법은 없고요. 이탈리아어 사전과 국어사전의 다양한 기능들을 이용하며 그동안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는 편입니다. 그러다 보면 늘 쓰던 말에 익숙해져 타성에 젖을 수 있어서 그를 보완하기 위해 틈틈이 한국문학작품을 읽고 새로운 표현을 만나면 메모를 해둡니다. 또, 이탈리아어 번역서도 많이 보면서 다른 번역가 선생님들의 한국어 문장들을 통해 제 번역을 되돌아보기도 합니다. 되도록 제 언어에 매몰되지 않도록 애를 씁니다.  


이탈로 칼비노의 고향, 산레모 ⓒ이현경



Q.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에 푹 빠져 이탈리아 문학을 전공했다고 하셨습니다. 칼비노 소설의 어떤 면이 번역가님께 그렇게 매력적이었나요?

대학원 재학 중 이탈리아에 잠시 갈 기회가 있었는데 서점마다 이탈로 칼비노의 작품들이 제일 눈에 띄는 자리를 모두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우리나라에서 번역된 칼비노 작품은 『거미집으로 가는 오솔길』 한 권뿐이었고, 대학원에서도 공부하지 않은 작가여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제일 먼저 『반쪼가리 자작』을 읽어보았습니다. 지금까지 읽어왔던 이탈리아 소설들과는 전혀 다른 매력에 마치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기분이었습니다. 환상적이면서도 현실을 향한 메시지가 뚜렷하고 특유의 짓궂음과 유머가 담겨 있었으니까요. 칼비노의 그러한 매력이, 때로는 쉽지 않았던 그의 작품들을 지금까지 번역할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이현경 번역가가 번역한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 『반쪼가리 자작』



#2 이현경 번역가, 이탈로 칼비노에 관해 말하다


Q. 선생님께 칼비노는 어떤 작가인가요? 선생님께서는 어떤 칼비노를 한국 독자들에게 전달해 주고 싶으셨습니까?

칼비노는 늘 새로운 형식에 초점을 맞추며 다양한 글쓰기를 보여주는 작가입니다. 칼비노는 이 세상과 우리의 현실을 거리를 두고 바라보아야만 제대로 바라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면 『나무 위의 남작』처럼 말이죠. 이 책의 주인공 코지모는 나무 위에 올라가 한평생 땅을 밟지 않고 살았지만 현실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합니다. 그렇게 현실에 밀착되어 동일시되지 않고 거리를 두고 그것을 표현하는 지점에서 칼비노의 환상성이 탄생하는 것 같습니다. 똑같이 낯익은 것을 거리를 두고 바라보며 가볍고 경쾌하게 표현하는 것,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칼비노 특유의 유머, 저는 이게 칼비노 작품의 매력이라고 생각했고 이를 잘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이현경 번역가가 번역한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 『나무 위의 남작』



Q. 『이탈로 칼비노의 문학 강의』에서는 20세기 작가 칼비노가 21세기 문학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21세기에 칼비노는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20세기 칼비노와 비교해 우리 인식에서 달라진 면이 있을까요?

칼비노는 『이탈로 칼비노의 문학 강의』에서 문학만이 고유한 방법으로 무엇인가를 전달할 수 있다고 말하며 문학의 미래를 낙관합니다. 그러면서 문학이 21기에도 여전히 유효한 가치를 지니려면 ‘가벼움’, ‘신속성’, ‘정확성’, ‘가시성’, ‘다양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칼비노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문학사에 등장하는 여러 시인과 작가들을 예로 들며 이러한 가치들의 의미를 설명합니다. 또한 각 장에서 자신의 작품들을 그 예로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현경 번역가가 번역한 이탈로 칼비노의 하버드대 강의록 『이탈로 칼비노의 문학 강의』


가령 ‘신속성’에서는 『보이지 않는 도시들』과 『팔로마르』가 간결한 서사에 우화와 “짧은 산문시”의 중간 정도 되는 작품이었다고 언급합니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칼비노가 작가로서의 길에 들어설 때부터 이 다섯 가지 가치를 염두에 두며 작품을 써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칼비노의 작품 역시 21세기에도, 칼비노의 말처럼 여전히 유효한 ‘무엇인가’를 독자들에 전달한다고 할 수 있겠지요. 또한, 최근 칼비노의 작품은 레비의 작품과 더불어 포스트휴머니즘의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되고 있기도 합니다. 




이현경 번역가가 말하는 이탈로 칼비노와 번역의 세계 #2 읽기




인터뷰 이주호, 신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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