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 남자가 박물관을 보는 법 - '일상이 고고학' 황윤 작가 #1

2023-02-21

역사와 산책이 어우러지는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를 비롯해 다양한 역사 대중서를 내고 있는 황윤 작가. 박물관과 유적지 찾는 게 취미라는 황윤 작가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나 마침내 역사와 친해지는 방법에 관해 들어보았습니다.


2908ff7439141.jpg'일상이 고고학' 시리즈를 집필 중인 황윤 작가



Q. 최근에 ‘분청사기’에 관한 책이 나왔습니다. 지금까지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는 지역, 장소를 다루었는데 어떻게 사물, 작품에 관한 주제를 잡으셨나요?

우선 분청사기에 관해 일반인이 읽을 만한 대중서가 없어요. 분청사기가 청자와 백자 사이 다리 역할을 하는 용도로서만 인식이 되다 보니까 주인공 대접을 못 받고 따라서 소비층도 얕았어요. 그런데 해외에서는 오히려 분청사기가 개성적이라고 인정받아요. 그런 면을 알리고 분청사기의 가치, 대중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분청사기 책에 도전해 봤어요.

 

분청사기는 국립중앙박물관, 리움 미술관, 호림 박물관 등에서 접하실 수 있고, 일본에 있는 다양한 박물관에도 전시되어 있어요. 기회가 되시면 분청사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Q. 분청사기 이전 책은 바로 이곳, 국립중앙박물관에 관한 책이었습니다. 이곳에 자주 오시나요?

굉장히 자주 옵니다. 원래 취미가 유적지, 박물관을 다니는 거예요. 꼭 뭔가를 공부한다기보다는 산책하고 휴식도 취하려고요.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 찾아왔어요. 리움도 자주 가고, 일본 박물관 여행도 자주 다녀요. 요즘엔 원고 작업 때문에 자주 다니지 못하지만요.

 

c55bea50d3d4e.jpg국립중앙박물관

 


Q. 3년 사이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만 여덟 권을 내셨어요. 다른 책도 쓰셨고요. 하루에 원고를 얼마만큼 쓰시는 건가요?

보통 새벽 3시쯤 일어나서 8시 반까지 원고를 씁니다. 거의 매일 쓰고 있어요. 가족 여행을 떠날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쉬지 않고 매일매일 책 쓰는 일에 집중하고 있어요.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를 30권까지는 내 볼 생각입니다.

 

 

Q. 『일상이 고고학 – 국립중앙박물관』 편은 결국 반가사유상에 관한 책이었던 거지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021년 ‘사유의 방’ 전시실을 열었어요. 국보로 지정된 금동반가사유상 두 점을 현대적인 전시 공간에서 바라보자는 의도였어요. 이 금동반가사유상들은 금과 청동을 다루는 고대의 기술, 예술적 감각이 성장한 상태에서 불교가 도입되며 불상이라는 꽃으로 피어난 작품입니다. 과거에는 종교를 위해 만들어진 조각품으로 숭배의 대상이었지요. 저는 ‘국립중앙박물관’ 책으로 과거 종교적 숭배 대상이 어떤 과정을 통해 한반도로 유입되고 전파되고 제작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현재에 이르렀는지, 그 과정을 역사 이야기처럼 전해드리고 싶었어요.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된 금동반가사유상 두 점 외에도 지방 곳곳에 반가사유상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가장 크고 보존이 잘 된 두 작품이 모두 여기 서울에 몰려 있어요. 사실 이런 상황은 일제강점기부터 벌어졌습니다. 일제가 한 점은 서울 조선총독부 박물관에, 한 점은 서울 이왕가 박물관에 보관해 두었는데 독립 후 두 박물관의 소장품이 합쳐지며 국립중앙박물관이 모두 소장하게 된 거지요.

 

7831a6415a9fe.jpgdb3d0efa93456.jpg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에서 만날 수 있는 대한민국 국보 금동반가사유상 두 점

 


Q. 박물관을 자주 가시면 갈 때마다 관람 방식도 달라질 것 같습니다. 그날그날 어떤 식으로 코스를 정하시나요?

하루에 박물관에 소장된 전부를 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보통 그날따라 보고 싶은 부분을 집중해서 봅니다. 오늘따라 백자를 보고 싶으면 백자를 주목해서, 그날따라 청자를 보고 싶으면 청자를 주목해서 보는 거예요.

 

우리가 파리나 런던으로 여행을 가서 루브르 박물관이나 대영박물관을 관람하는 거라면, 어쨌든 며칠 안에 그곳을 다 봐야 하잖아요. 한 도시에 길어도 4박 5일, 6박 7일을 머무른다고 했을 때, 다른 여행지도 가야 하니 길어야 하루 만에 박물관에 소장된 그 많은 작품을 다 봐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지요. 한 번씩 올 때마다 보고 싶은 분야에 집중하고, 그렇게 하나하나 채워가다 보면 언젠간 전체 박물관 전시를 꼼꼼하게 다 보게 되겠지요.


 

Q. 사실 국립중앙박물관에 가겠다고 하면, 일반인들은 거기에 뭐가 있는지, 무얼 보아야 하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떻게 하면 박물관과 친해질 수 있을까요?

맞습니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분들도 많지요. 그럴 땐 국립중앙박물관이 여는 특별전을 찾으시는 게 좋아요. 국립중앙박물관은 큰 특별전을 1년에 세 번 정도, 작은 특별전도 서너 번 여는데요, 흥미가 생기는 특별전에 한번 가보는 겁니다. 예를 들어 특별전에서 조선 회화를 보았다, 그러면 일반관에 들어가 비슷한 상설전시를 보는 거예요. 신라나 경주 관련 특별전을 보았으면 삼국시대 신라관을 추가로 돌아보고요. 그러면 어느 시대 속한 전체 작품 중에서 특별전이 어떤 콘셉트와 어떤 의도로 작품들을 선별해 따로 전시했는지 알 수 있어요.

 

특별전은 자신의 관심 분야를 발견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평소에는 박물관에 갈 생각도 없다가 어떤 특별전 소식을 들었을 때,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게 자기도 몰랐던 자신의 관심 분야일 수 있어요. 이런 식으로 범위를 넓혀 가면 언젠가 박물관을 다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f179e41223a0b.jpg국립중앙박물관에서


박물관은 일종의 스토리텔링을 하고 있어요. 근대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근대적 기준에 따라 세월의 흐름에 맞춰 유물을 배치하고, 시대마다 특별히 주목해야 할 과정을 반영하는 유물을 도드라지게 보여주지요. 그게 상징적으로 스토리텔링을 짠 거예요. 국립중앙박물관의 경우 1층만 둘러봐도 한반도 역사의 시작부터 조선이 망하는 것까지 모두 확인할 수 있어요. 근대 이후 한국인이 5~60년간 쌓아온 경험, 역사를 재해석한 내용을 펼쳐 보이는 공간인 거지요.

 

또, 흥미로운 건 조금씩 조금씩 변화가 있다는 거예요. 학계 이론에 변화가 생기거나 어떤 주장이 공통적으로 인정받는 순간, 스토리텔링이 바뀌는 거지요. 예를 들면 예전에 중국 한나라가 한반도에 세운 군현으로 ‘낙랑’이 있었어요. 그런데 처음 낙랑의 유물은 3층에 있는 중국 전시실에 있었어요. 박물관을 만든 초반에는 낙랑을 중국의 역사로 인식한 거예요. 그런데 여러 번 리모델링을 거치는 과정에서 낙랑이 1층으로 내려와 한반도의 역사 중 하나로 재등장하게 됐어요. 중국의 군현이었지만 한반도의 역사로서 분명 어떤 의미가 있을 거라는 인식의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박물관의 이런 면을 발견하는 것도 즐거움이 될 겁니다.


e06d433ed9042.jpg국립중앙박물관에서


황윤 작가와의 인터뷰는 2편으로 이어집니다.




인터뷰 이주호, 신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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