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림으로 여행을 떠나요 - 독립출판물 창작자 김져니 작가 인터뷰 #1

어? 이게 한국 작가의 그림이라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김져니 작가의 작품에서는 햇살 같은 활기가 느껴집니다. 귀엽기도 하고 조금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결국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을 보고 있으면 절로 미소가 지어지지요. N잡 시대, 통역사이자 작가로 활약하는 김져니 작가를 만나 그의 행복 넘치는 세계를 함께 탐험해 보았습니다.


제주북페어2023에서 만난 김져니 작가



Q. ‘김져니’라는 작가명은 어떻게 지으셨나요?

제 본명이 김지원이라 친구들이 ‘져니’라고 불렀어요. 작가명을 본명으로 하기보다는 저에게 친근한 이름으로 하고 싶었어요. 또, journey가 ‘여행’이라는 뜻이잖아요. “나는 그림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의미도 줄 수 있어서 좋았어요.

 

 

Q. 하지만 책에서는 가족 분들의 모든 실명을 밝히셨지요.

그렇네요, 저 빼고는 가족 모두의 이름을 공개했네요. 책에서 그냥 ‘엄마’, ‘아빠’라고 쓰는 것보다 이름을 불렀을 때 그 사람의 아이덴티티를 부각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에게는 아빠이지만, 아빠는 자기만의 인생이 있는 한 사람이니까요.


 ⓒ김져니



Q. 현재 아랍어 통역사로 일하고 계신데, 언제부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셨나요?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어요. 미대를 간 것은 아니지만, 대학 때 그림 그리는 동아리에서 활동하기도 했어요. 20대 중반에 전공을 살려 취업을 했는데, 직장을 구하고 나니까 본격적으로 그림에 갈증이 생기는 거예요. 제가 하는 일이 굉장히 현실적인 업무이다 보니 제 삶에 창작 에너지가 더 필요한 것 같았어요. 그래서 4년 정도 방황하듯 다양한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다가 지금까지 오게 되었어요.

 

제가 그린 그림엔 항상 제 일상의 기록, 이야기가 딸려 있거든요. 그림 그릴 때 생각한 것들을 글로 옮겨 쓰다 보니 그게 차츰 에세이로 발전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김져니


 

Q. 통역사라는 전문직을 위해 유학도 다녀오시고 노력을 많이 하셨는데, 그럼에도 그림에 대한 열망은 줄지 않으셨네요.

전문직을 가졌다고 해서 그게 그 사람의 전부가 되진 않는다고 생각해요. 2018년 월드컵 당시 아이슬란드 국가대표팀 감독의 원래 직업이 치과의사였다고 해요. 그게 진짜 매력적이었어요. 직업은 직업이고, 나를 표현하는 수단은 다른 여러 가지가 될 수 있는 거니까요. 아랍어를 조금 더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서 대학원도 가 봤지만, 결국에는 다시 제가 좋아하는 걸로 돌아오더라고요. 이제는 학창시절처럼 남들이 가라고 하는 길로 갈 필요도 없고요. 그래서 이렇게 두 일을 병행하고 있어요.

 

 

Q. 작가님의 그림의 배경은 뉴욕이나 파리 같은 외국 도시를 연상하게 합니다.

특정한 나라나 도시를 염두에 두고 그리지는 않아요. 제 그림에는 햇살, 창문, 나무, 이 세 가지가 꼭 등장해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고, 그게 그림에 반영되다 보니까 보시는 분들이 유럽 같다, 그런 말씀을 해 주시는 것 같아요.

 

저는 레퍼런스랄까, 뭘 보고 그리려고 하면 약간 경직되는 편이에요. 똑같이 그리지 않으면 실패한 그림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주로 제가 상상한 것들을 그려요. 

 

ⓒ김져니



Q. 어떤 도구를 사용해 그리시나요?

스케치북에 만년필로 스케치를 해요. 카본 잉크로요. 채색은 수채화로 하고 있습니다. 책으로 작업할 때는 스캐너로 그림을 디지털화하고요. 태블릿으로도 그림을 그려봤는데 펜이 표면에 닿는 촉감도 그렇고, 쉽게 수정이 가능하다는 게 오히려 저를 경직되게 하는 면이 있어요. 종이에 그리면 수정이 어렵잖아요. 저는 오히려 그런 면에서 태블릿보다 더 자유롭다는 느낌이 들어요.

 

 

Q. 처음 낸 책이 『갑자기 어른』이었던가요?

가장 처음에 작업한 책은 『스물아홉, 져니의 다이어리』라는 독립출판물이었어요. 지금은 『스물아홉, 작아도 확실한 행복이 있어』라는 이름으로 출판사를 통해 발간된 도서예요. 이 책은 글보다 그림이 더 많은 책이었어요.

 

그 이후에 작업한 에세이가 『갑자기 어른』이에요. 딱 서른이 되던 해, 결혼을 계기로 처음으로 독립이라는 걸 해 본 거예요. 그러고 나니까 공과금부터 세금 신고까지 ‘어른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어느새 제가 하고 있더라고요. 갑자기 어른이 된 기분이 들었어요. 그래서 당시의 생각과 기록들을 『갑자기 어른』으로 엮게 되었어요.

 

김져니 작가의 에세이 『갑자기 어른』


 

Q. 평소 책을 쓰기 위해 메모나 기록을 많이 하시는 편이신가요?

그런 편이에요. 어떤 주제로 책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면 스마트폰 메모장에 그 책에 관한 폴더를 하나 만들어 거기에 글을 쓰기 시작해요. 갑자기 다른 주제를 이야기하고 싶으면 또 다른 폴더를 만들어 저장하고요. 그래서 폴더 안의 기록이 어느 정도 모이면 이제 책을 시작해 볼까 하고 작업을 시작해요.

 

그림은 글을 쓸 때 이런 삽화를 그려야겠다 메모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확히 글 내용과 맞지 않더라도 글을 쓸 때의 감정, 느낌이 그림에 담기는 것 같아요.


ⓒ김져니



Q. 에세이뿐만 아니라 『14번가의 행복』, 『폴라리또와 나』 등 소설도 쓰셨어요. 어떻게 이런 세계를 상상하게 되셨나요?

평소 ‘만약에’라는 질문으로 상상을 이어가는 걸 좋아해요. “만약에 좀비가 나타난다면?”, “만약에 지구 종말이 코앞으로 다가온다면?” ‘만약에’를 가지고 친구들과 자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그런 상상을 모아서 소설을 쓰고 있어요.

 

예를 들어 『14번가의 행복』에는 고층빌딩 펜트하우스에 사는 생쥐 이야기가 나와요. 우여곡절 끝에 펜트하우스 주인이 키우는 비글의 도움으로 25층 꼭대기 집에 입주하게 된 생쥐예요. 이 에피소드도 “만약에 쥐가 집을 선택해서 들어가 사는 거라면 어떨까?” 상상하다 만들어진 거예요.

 

『폴라리또와 나』는 빙하가 녹아 육지로 내려온 북극곰 이야기예요. 원래는 “만약에 펭귄 열 마리가 빙하가 녹아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 도착한다면?”이라는 상상에서 시작한 소설이었어요. 하지만 펭귄 열 마리를 계속 그리는 게 힘들어 중간에 작업을 멈췄다가 중간에 주인공을 북극곰 한 마리로 바꿔서 완성했습니다.

 

어두울수록 작은 빛도 더 빛난다, 그런 느낌을 좋아해요. 먹구름 낀 날 갑자기 해가 딱 비칠 때의 기분, 그런 희망적이고 행복한 메시지를 소설로 전해드리고 싶어요.


김져니 작가의 소설 『14번가의 행복』


김져니 작가와의 인터뷰 #2 이어서 읽기




인터뷰 이주호, 신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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