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대학가요제 금상을 받으며 데뷔하여 ‘좋아서 하는 밴드’와 ‘아프리카 오버랜드’의 멤버로 오랫동안 활동해 온 뮤지션 조준호. 그는 최근 첫 솔로 앨범 《소파 여행자를 위한 가이드 북》을 발표했습니다. 이 앨범의 오롯한 테마는 ‘여행’. 여행의 경험이 어떻게 멜로디와 가사로, 에세이와 그림으로 확장되었는지 뮤지션과 함께 음악으로 여행을 떠나봅니다.
뮤지션 조준호
Q. 2007년 대학가요제 금상을 받으며 데뷔하셨습니다.
고등학교 때 힙합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했을 만큼 음악을 좋아했어요. 대학교 때는 MIDI 음악 동아리 활동을 하며 작곡과 연주를 접했고요. 그러다가 군복무를 하며 음악을 직업으로 삼으면 어떨까 생각했는데, 음악 전공이 아니다 보니 내가 음악을 해도 될까 의구심이 들었어요. 그 답을 찾기 위해 교내에서 하는 작은 가요제부터 나가기 시작해 좋은 성적을 거뒀고, 마침내 대학가요제에 나가게 되었던 거지요.
2006년에 먼저 대학가요제에 나갔는데 1차 예선에서 탈락했어요. 그 후 ‘젬베’라는 타악기를 접하게 되었고, 어쿠스틱 기타를 치는 친구와 함께 ‘어쿠스틱 브라더스’라는 팀을 결성했어요. 버스킹을 다니며 공연과 연습을 겸했지요. 다행히 대학가요제에서 금상을 받았지만, 팀은 수상 직후 해체했어요. 그 후, 학과 동기, 소개 받은 뮤지션과 함께 ‘좋아서 하는 밴드’를 결성했지요.
조준호의 스튜디오에서
Q. 대학가요제 출신으로 여러 곳에서 섭외가 많았을 텐데 버스킹을 계속하신 이유가 있나요?
확실히 섭외가 많았습니다. 홍대의 어느 클럽에서 공연을 했는데, 공연비가 3만 원이더라고요. 저는 음악을 직업으로 삼을 생각이었기 때문에 막막했어요. 거리 공연을 하면 팁으로 2~30만 원을 벌 수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현실적인 이유에서 거리 공연을 택할 수밖에 없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거리 공연을 그냥 무료로 하는 어떤 퍼포먼스나 이벤트라고 인식하는 분들이 많아요. 거리 공연은 그냥 무료로 볼 수 있는 거라고요. 그때 마침 ‘캐비넷 싱얼롱즈’의 김목인 씨가 라디오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셨어요. 외국에는 거리 공연을 지칭하는 용어로 ‘버스킹’이라고 있는데, 거리 공연으로 팁을 받아 활동하고 생계를 유지하는 행위라고요. 당시에는 아직 ‘버스킹’이라는 말도 거의 쓰이지 않을 때였지만, 저도 저희 공연을 ‘버스킹’이라고 부르며 저희가 전문적으로 거리 공연을 하는 밴드라는 점을 부각했어요. 그런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초반에는 오랫동안 클럽 같은 공연장 섭외도 받지 않고 버스커로 남았어요. 저에게는 음악을 직업으로 삼는 방식이 ‘거리 공연자’였던 거예요.
Q. 음악방송 MC도 하신 적이 있으시더라고요?
네, KBS대구에서 방송되던 《콘서트 문화창고》의 MC를 오래 맡았어요. 《유희열의 스케치북》처럼 다양한 뮤지션을 초대해 소개하고 음악을 듣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제가 글쓰기보다는 말을 잘하는데요, 그래서 MC로 섭외해 주신 것 같아요. 아쉽게도 프로그램은 코로나 기간 때 종영됐어요.
《콘서트 문화창고》 에서 10CM와의 인터뷰 중
Q. ‘좋아서 하는 밴드’는 어떤 밴드였나요?
되게 재미난 밴드였어요. 보통 밴드는 포지션이 정해져 있어요. 너는 기타다, 너는 보컬이다. 그런데 저희 팀은 멤버 모두 다 곡을 쓰고, 자기가 쓴 노래는 자기가 불렀어요. 네 명이 다 보컬이었고 고정된 역할이 없었기 때문에 앨범을 내거나 공연할 때도 누구의 어떤 노래를 선보일 건지 서로 의견을 나누어 결정하고는 했습니다.
Q. 그러다가 2019년부터 솔로 활동을 시작하신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말씀드린 것처럼 ‘좋아서 하는 밴드’ 활동을 하며 제 개인적으로 발표되지 못하는 곡들이 남았어요. 앨범이나 밴드의 콘셉트가 있기 때문에 탈락하는 노래들이었지요. 그런데 그 노래들이 저한테는 공교롭게도 여행을 주제로 한 노래들이었어요. 그래서 ‘여행’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나만의 솔로 활동을 이어가 보면 어떨까 고민하게 됐어요. 2018년 첫 솔로 싱글이 〈말라위의 아침〉이었어요. 이후 디지털 싱글을 하나씩 내며 장기적으로는 언젠가 이 노래를 모아 앨범을 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4년이나 걸릴 줄은 몰랐지만요.
조준호 〈소파여행자〉
Q. 그렇게 만들어진 앨범 〈소파 여행자를 위한 가이드북〉은 특이하게 음반이자 책이더군요.
여행에 관한 노래는 제가 만든 다른 노래와 다르게 가사에 특징이 있어요. 왜 그 곡이 쓰였는지, 어떤 여행이었는지 배경을 알면 공감을 할 여지가 더 커질 것 같았어요. 음악만 들었을 때는 가사에서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온전히 이해하기가 힘들지요. 그래서 그동안 발표한 디지털 싱글을 모아 앨범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이런 책을 만들게 됐어요.
그동안 음악만 들었던 분들에게 그 음악이 사실 어떤 여행지에서 어떤 일을 겪고 만들어진 거라는 사연을 전해드리고자 글을 썼어요. 그리고 제가 그림책을 아주 좋아해서 봉현 작가와 협업으로 그림도 넣었고요. 앨범 제작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했어요.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다만, 책이자 음반의 제작 단가가 높았기 때문에 거의 원가에 판매할 수밖에 없었어요. 판매가를 너무 올릴 수는 없었으니까요.
조준호의 첫 솔로 앨범 〈소파 여행자를 위한 가이드북〉
Q. 〈말라위 호수의 아침〉도 그렇고, ‘아프리카’ 이야기가 많네요.
2010년부터 가수 하림 씨가 만든 ‘아프리카 오버랜드’라는 밴드에서 퍼커션을 맡고 있어요. 하림 씨가 아프리카를 몇 번 여행하고 쓴 노래로 음악 콘서트를 만들었는데, 그 공연에서 받은 기부금으로 ‘기타 포 아프리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아프리카의 아이들에게 기타를 선물하는 거예요.
아프리카 오버랜드 활동을 오래했지만 활동하며 한 번도 아프리카를 가 보진 못했어요. 그러다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평창 문화올림픽’ 프로젝트가 진행됐어요. 눈이 오지 않는 나라에 음악, 춤, 미술, 연극을 하는 팀이 찾아가 그곳의 아이들과 각자의 분야로 콜라보를 하는 프로젝트였어요. 그때, 아프리카 오버랜드는 ‘말라위’에 가게 됐어요. 밴드를 한 지 10년 만에 밴드 멤버 전체가 아프리카에 함께 가게 된 거지요.
아프리카를 실제로 처음 봤을 때 느껴졌던 감동과 전율을 모아 아프리카에 관한 노래와 에세이를 썼어요. 또 한 가지, 정말 놀라웠던 건 한 번도 기타라는 걸 본 적 없는 아이들이 기타를 쥐자마자 절로 연주를 하고 노래를 만들었다는 거예요. 리듬을 쓰는 거라든가 춤을 추는 거라든가 정말 음악적인 능력을 타고 났더라고요. 그렇게 아프리카에서 받은 에너지가 다른 여행으로 이어지며 하나씩 하나씩 음악이 만들어지고 마침내 앨범이 완성된 것입니다.
'기타 포 아프리카' 뱃지
Q. 관객 5명을 초대해 공연하는 ‘파이브 시츠 콘서트’도 열고 계시지요.
2020년 1월부터 10월까지 코로나 때문에 공연을 한 번도 하지 못했어요. 아예 없었으면 모르겠는데 잡혔다가 취소되고, 잡혔다가 취소되고, 피 말리는 상황이 너무 힘들었어요. 불안하고 자괴감도 들고. 그때 처음 음악을, 공연자를 직업으로 삼은 걸 후회했어요.
그래도 멈추고 싶지가 않았어요. 마침 제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발표했던 노래가 다 여행에 관한 노래였으니, 소규모 공연을 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파이브 시츠 콘서트(5 seats concert)’였어요. 여기 제 스튜디오에 다섯 분의 관객을 초대했어요. 소파에 2명, 이 의자에 3명. 그리고 저는 컴퓨터 모니터에 제가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과 영상을 틀어놓고 이야기도 나누며 라이브를 들려드렸지요.
'파이브 시츠 콘서트'
앨범 첫 트랙이자 마지막으로 만든 곡 〈소파 여행자〉에서 〈소파 여행자를 위한 가이드북〉이라는 앨범 타이틀을 가져왔는데, 제 소파에 앉아 제 음악과 이야기를 들으며 상상의 여행을 떠나는 분들이니까 ‘소파 여행자’라고 부르자 했지요.
그렇게 지난 2년 동안 ‘파이브 시츠 콘서트’를 총 81회 진행했어요. 여전히 진행 중이고요. 아이러니하게도 제일 적은 관객을 모시고 하는 공연인데 누적 관객수로 따지면 제가 지금까지 했던 어떤 공연보다 많은 관객이 보신 셈이더라고요.
공연 시작 초기에는 관객이 5명밖에 안 되니까 5명이 안 차면 양해를 구하고 취소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점점 입소문이 나고 찾는 분들이 많아지시니까 오히려 한 명의 관객이라도 오신다고 하면 무조건 공연을 진행했어요. 제 노래와 이야기를 듣기 위해 공연장도 아닌 이 장소에 찾아와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했기 때문이에요.
Q. 책방 공연도 하시지요?
〈소파 여행자를 위한 가이드북〉을 음반과 책이 함께 있는 형태로 만들다 보니 미처 생각 못한 부분이 있었어요. 출판 등록을 하지 않아 책 유통이 불가능해서 음반으로 유통하려 했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더라고요. 정말 독립출판물처럼 되었구나, 그럼 직접 판매해야지 했던 거지요.
그래서 전국 독립서점에 책을 소개하면서 그 지역 분들과 만나면 어떨까 싶었어요. 서울에서는 ‘파이브 시츠 콘서트’를 하고 있으니까 서울 이외 지역에서는 책방을 다니며 여행 이야기를 들려드는 거지요. 책방에서 듣는 기행문, ‘소파 여행자 콘서트’라는 형식으로 올해 5월 제주 ‘소심한 책방’에 이어 6월에는 남해 ‘아마도 책방’에서 공연했습니다. 그게 13번째 책방 공연이었어요.
2023년 7월 예정된 파주 '오래된 서점'에서의 소파 여행자 콘서트 / 출처: 조준호 인스타그램
Q. 책방에서 하는 공연이라 남다른 일도 많았을 것 같네요.
‘소심한 책방’ 공연 때 일이에요. 책방 대표님께서 저를 배려해 책방에 오시는 손님들께 양해를 구하고 그냥 돌려보내시는 거예요. 리허설을 마치고 책방 앞에 앉아 쉬고 있는데 한 분이 차도 타지 않고 걸어서 오셨다가 그냥 돌아가시더라고요. 저 때문에 책방 구경을 못하신 것 같아 그분을 따라갔어요. 그리고 제 노래를 들을 수 있는 QR 코드 찍힌 엽서를 드리며 혹시 들어보시고 노래가 괜찮으면 이왕 오신 김에 공연을 보고 가시라고 말씀드렸지요.
그분이 객석 빈자리에 앉으셨는데, 하필 맨 앞 가운데 자리였어요. 그런데 공연을 한다며 제가 무대로 올라오니까 깜짝 놀라시는 거예요. 공연을 보라고 말씀드린 제가 공연을 하는 사람인 줄은 모르셨던 거지요. 영업은 했지만 저도 민망해서 그분을 못 쳐다보다가 그냥 멘트를 해버렸어요. 오늘 많은 관객이 오셨지만 제일 신경 쓰이는 분은 이 앞에 앉아 계신 분인데, 이 분은 제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이런저연 사연으로 여기 앉아 계신다. 그러자 웃음이 터지며 공연 분위기가 확 풀어졌어요. 이런 공연은 저를 전혀 모르는 분과 만날 수 있는 우연한 기회가 되어 주어 좋아요. 여담이지만 그분께서는 나중에 함께 사진도 찍으시고 앨범까지 사 가셨어요. 정말 감사하고 또 죄송했습니다.
Q. 앞으로도 많은 공연을 앞두고 계시지요?
우선 서울에서는 ‘파이브 시츠 콘서트’를 계속해 나갈 예정입니다. 그리고 서점 콘서트 ‘소파 여행자 콘서트’도 쭉 일정이 잡혀 있어요. 말7월에는 파주의 ‘오래된 서점’, 8월에는 포항 ‘달팽이 책방’에서 콘서트를 열 예정입니다.
2집 앨범도 계획하고 있어요. 1집의 주제가 ‘여행’이었던 것처럼 2집도 한 가지 주제의 앨범으로 만들려고 해요. 다음 이야기의 시작이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시작하면 하나의 앨범으로 갈무리 될 때까지 잘 이어나가도록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있습니다.
2007년 대학가요제 금상을 받으며 데뷔하여 ‘좋아서 하는 밴드’와 ‘아프리카 오버랜드’의 멤버로 오랫동안 활동해 온 뮤지션 조준호. 그는 최근 첫 솔로 앨범 《소파 여행자를 위한 가이드 북》을 발표했습니다. 이 앨범의 오롯한 테마는 ‘여행’. 여행의 경험이 어떻게 멜로디와 가사로, 에세이와 그림으로 확장되었는지 뮤지션과 함께 음악으로 여행을 떠나봅니다.
뮤지션 조준호
Q. 2007년 대학가요제 금상을 받으며 데뷔하셨습니다.
고등학교 때 힙합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했을 만큼 음악을 좋아했어요. 대학교 때는 MIDI 음악 동아리 활동을 하며 작곡과 연주를 접했고요. 그러다가 군복무를 하며 음악을 직업으로 삼으면 어떨까 생각했는데, 음악 전공이 아니다 보니 내가 음악을 해도 될까 의구심이 들었어요. 그 답을 찾기 위해 교내에서 하는 작은 가요제부터 나가기 시작해 좋은 성적을 거뒀고, 마침내 대학가요제에 나가게 되었던 거지요.
2006년에 먼저 대학가요제에 나갔는데 1차 예선에서 탈락했어요. 그 후 ‘젬베’라는 타악기를 접하게 되었고, 어쿠스틱 기타를 치는 친구와 함께 ‘어쿠스틱 브라더스’라는 팀을 결성했어요. 버스킹을 다니며 공연과 연습을 겸했지요. 다행히 대학가요제에서 금상을 받았지만, 팀은 수상 직후 해체했어요. 그 후, 학과 동기, 소개 받은 뮤지션과 함께 ‘좋아서 하는 밴드’를 결성했지요.
조준호의 스튜디오에서
Q. 대학가요제 출신으로 여러 곳에서 섭외가 많았을 텐데 버스킹을 계속하신 이유가 있나요?
확실히 섭외가 많았습니다. 홍대의 어느 클럽에서 공연을 했는데, 공연비가 3만 원이더라고요. 저는 음악을 직업으로 삼을 생각이었기 때문에 막막했어요. 거리 공연을 하면 팁으로 2~30만 원을 벌 수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현실적인 이유에서 거리 공연을 택할 수밖에 없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거리 공연을 그냥 무료로 하는 어떤 퍼포먼스나 이벤트라고 인식하는 분들이 많아요. 거리 공연은 그냥 무료로 볼 수 있는 거라고요. 그때 마침 ‘캐비넷 싱얼롱즈’의 김목인 씨가 라디오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셨어요. 외국에는 거리 공연을 지칭하는 용어로 ‘버스킹’이라고 있는데, 거리 공연으로 팁을 받아 활동하고 생계를 유지하는 행위라고요. 당시에는 아직 ‘버스킹’이라는 말도 거의 쓰이지 않을 때였지만, 저도 저희 공연을 ‘버스킹’이라고 부르며 저희가 전문적으로 거리 공연을 하는 밴드라는 점을 부각했어요. 그런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초반에는 오랫동안 클럽 같은 공연장 섭외도 받지 않고 버스커로 남았어요. 저에게는 음악을 직업으로 삼는 방식이 ‘거리 공연자’였던 거예요.
Q. 음악방송 MC도 하신 적이 있으시더라고요?
네, KBS대구에서 방송되던 《콘서트 문화창고》의 MC를 오래 맡았어요. 《유희열의 스케치북》처럼 다양한 뮤지션을 초대해 소개하고 음악을 듣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제가 글쓰기보다는 말을 잘하는데요, 그래서 MC로 섭외해 주신 것 같아요. 아쉽게도 프로그램은 코로나 기간 때 종영됐어요.
《콘서트 문화창고》 에서 10CM와의 인터뷰 중
Q. ‘좋아서 하는 밴드’는 어떤 밴드였나요?
되게 재미난 밴드였어요. 보통 밴드는 포지션이 정해져 있어요. 너는 기타다, 너는 보컬이다. 그런데 저희 팀은 멤버 모두 다 곡을 쓰고, 자기가 쓴 노래는 자기가 불렀어요. 네 명이 다 보컬이었고 고정된 역할이 없었기 때문에 앨범을 내거나 공연할 때도 누구의 어떤 노래를 선보일 건지 서로 의견을 나누어 결정하고는 했습니다.
Q. 그러다가 2019년부터 솔로 활동을 시작하신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말씀드린 것처럼 ‘좋아서 하는 밴드’ 활동을 하며 제 개인적으로 발표되지 못하는 곡들이 남았어요. 앨범이나 밴드의 콘셉트가 있기 때문에 탈락하는 노래들이었지요. 그런데 그 노래들이 저한테는 공교롭게도 여행을 주제로 한 노래들이었어요. 그래서 ‘여행’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나만의 솔로 활동을 이어가 보면 어떨까 고민하게 됐어요. 2018년 첫 솔로 싱글이 〈말라위의 아침〉이었어요. 이후 디지털 싱글을 하나씩 내며 장기적으로는 언젠가 이 노래를 모아 앨범을 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4년이나 걸릴 줄은 몰랐지만요.
조준호 〈소파여행자〉
Q. 그렇게 만들어진 앨범 〈소파 여행자를 위한 가이드북〉은 특이하게 음반이자 책이더군요.
여행에 관한 노래는 제가 만든 다른 노래와 다르게 가사에 특징이 있어요. 왜 그 곡이 쓰였는지, 어떤 여행이었는지 배경을 알면 공감을 할 여지가 더 커질 것 같았어요. 음악만 들었을 때는 가사에서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온전히 이해하기가 힘들지요. 그래서 그동안 발표한 디지털 싱글을 모아 앨범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이런 책을 만들게 됐어요.
그동안 음악만 들었던 분들에게 그 음악이 사실 어떤 여행지에서 어떤 일을 겪고 만들어진 거라는 사연을 전해드리고자 글을 썼어요. 그리고 제가 그림책을 아주 좋아해서 봉현 작가와 협업으로 그림도 넣었고요. 앨범 제작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했어요.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다만, 책이자 음반의 제작 단가가 높았기 때문에 거의 원가에 판매할 수밖에 없었어요. 판매가를 너무 올릴 수는 없었으니까요.
조준호의 첫 솔로 앨범 〈소파 여행자를 위한 가이드북〉
Q. 〈말라위 호수의 아침〉도 그렇고, ‘아프리카’ 이야기가 많네요.
2010년부터 가수 하림 씨가 만든 ‘아프리카 오버랜드’라는 밴드에서 퍼커션을 맡고 있어요. 하림 씨가 아프리카를 몇 번 여행하고 쓴 노래로 음악 콘서트를 만들었는데, 그 공연에서 받은 기부금으로 ‘기타 포 아프리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아프리카의 아이들에게 기타를 선물하는 거예요.
아프리카 오버랜드 활동을 오래했지만 활동하며 한 번도 아프리카를 가 보진 못했어요. 그러다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평창 문화올림픽’ 프로젝트가 진행됐어요. 눈이 오지 않는 나라에 음악, 춤, 미술, 연극을 하는 팀이 찾아가 그곳의 아이들과 각자의 분야로 콜라보를 하는 프로젝트였어요. 그때, 아프리카 오버랜드는 ‘말라위’에 가게 됐어요. 밴드를 한 지 10년 만에 밴드 멤버 전체가 아프리카에 함께 가게 된 거지요.
아프리카를 실제로 처음 봤을 때 느껴졌던 감동과 전율을 모아 아프리카에 관한 노래와 에세이를 썼어요. 또 한 가지, 정말 놀라웠던 건 한 번도 기타라는 걸 본 적 없는 아이들이 기타를 쥐자마자 절로 연주를 하고 노래를 만들었다는 거예요. 리듬을 쓰는 거라든가 춤을 추는 거라든가 정말 음악적인 능력을 타고 났더라고요. 그렇게 아프리카에서 받은 에너지가 다른 여행으로 이어지며 하나씩 하나씩 음악이 만들어지고 마침내 앨범이 완성된 것입니다.
'기타 포 아프리카' 뱃지
Q. 관객 5명을 초대해 공연하는 ‘파이브 시츠 콘서트’도 열고 계시지요.
2020년 1월부터 10월까지 코로나 때문에 공연을 한 번도 하지 못했어요. 아예 없었으면 모르겠는데 잡혔다가 취소되고, 잡혔다가 취소되고, 피 말리는 상황이 너무 힘들었어요. 불안하고 자괴감도 들고. 그때 처음 음악을, 공연자를 직업으로 삼은 걸 후회했어요.
그래도 멈추고 싶지가 않았어요. 마침 제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발표했던 노래가 다 여행에 관한 노래였으니, 소규모 공연을 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파이브 시츠 콘서트(5 seats concert)’였어요. 여기 제 스튜디오에 다섯 분의 관객을 초대했어요. 소파에 2명, 이 의자에 3명. 그리고 저는 컴퓨터 모니터에 제가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과 영상을 틀어놓고 이야기도 나누며 라이브를 들려드렸지요.
'파이브 시츠 콘서트'
앨범 첫 트랙이자 마지막으로 만든 곡 〈소파 여행자〉에서 〈소파 여행자를 위한 가이드북〉이라는 앨범 타이틀을 가져왔는데, 제 소파에 앉아 제 음악과 이야기를 들으며 상상의 여행을 떠나는 분들이니까 ‘소파 여행자’라고 부르자 했지요.
그렇게 지난 2년 동안 ‘파이브 시츠 콘서트’를 총 81회 진행했어요. 여전히 진행 중이고요. 아이러니하게도 제일 적은 관객을 모시고 하는 공연인데 누적 관객수로 따지면 제가 지금까지 했던 어떤 공연보다 많은 관객이 보신 셈이더라고요.
공연 시작 초기에는 관객이 5명밖에 안 되니까 5명이 안 차면 양해를 구하고 취소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점점 입소문이 나고 찾는 분들이 많아지시니까 오히려 한 명의 관객이라도 오신다고 하면 무조건 공연을 진행했어요. 제 노래와 이야기를 듣기 위해 공연장도 아닌 이 장소에 찾아와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했기 때문이에요.
Q. 책방 공연도 하시지요?
〈소파 여행자를 위한 가이드북〉을 음반과 책이 함께 있는 형태로 만들다 보니 미처 생각 못한 부분이 있었어요. 출판 등록을 하지 않아 책 유통이 불가능해서 음반으로 유통하려 했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더라고요. 정말 독립출판물처럼 되었구나, 그럼 직접 판매해야지 했던 거지요.
그래서 전국 독립서점에 책을 소개하면서 그 지역 분들과 만나면 어떨까 싶었어요. 서울에서는 ‘파이브 시츠 콘서트’를 하고 있으니까 서울 이외 지역에서는 책방을 다니며 여행 이야기를 들려드는 거지요. 책방에서 듣는 기행문, ‘소파 여행자 콘서트’라는 형식으로 올해 5월 제주 ‘소심한 책방’에 이어 6월에는 남해 ‘아마도 책방’에서 공연했습니다. 그게 13번째 책방 공연이었어요.
2023년 7월 예정된 파주 '오래된 서점'에서의 소파 여행자 콘서트 / 출처: 조준호 인스타그램
Q. 책방에서 하는 공연이라 남다른 일도 많았을 것 같네요.
‘소심한 책방’ 공연 때 일이에요. 책방 대표님께서 저를 배려해 책방에 오시는 손님들께 양해를 구하고 그냥 돌려보내시는 거예요. 리허설을 마치고 책방 앞에 앉아 쉬고 있는데 한 분이 차도 타지 않고 걸어서 오셨다가 그냥 돌아가시더라고요. 저 때문에 책방 구경을 못하신 것 같아 그분을 따라갔어요. 그리고 제 노래를 들을 수 있는 QR 코드 찍힌 엽서를 드리며 혹시 들어보시고 노래가 괜찮으면 이왕 오신 김에 공연을 보고 가시라고 말씀드렸지요.
그분이 객석 빈자리에 앉으셨는데, 하필 맨 앞 가운데 자리였어요. 그런데 공연을 한다며 제가 무대로 올라오니까 깜짝 놀라시는 거예요. 공연을 보라고 말씀드린 제가 공연을 하는 사람인 줄은 모르셨던 거지요. 영업은 했지만 저도 민망해서 그분을 못 쳐다보다가 그냥 멘트를 해버렸어요. 오늘 많은 관객이 오셨지만 제일 신경 쓰이는 분은 이 앞에 앉아 계신 분인데, 이 분은 제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이런저연 사연으로 여기 앉아 계신다. 그러자 웃음이 터지며 공연 분위기가 확 풀어졌어요. 이런 공연은 저를 전혀 모르는 분과 만날 수 있는 우연한 기회가 되어 주어 좋아요. 여담이지만 그분께서는 나중에 함께 사진도 찍으시고 앨범까지 사 가셨어요. 정말 감사하고 또 죄송했습니다.
Q. 앞으로도 많은 공연을 앞두고 계시지요?
우선 서울에서는 ‘파이브 시츠 콘서트’를 계속해 나갈 예정입니다. 그리고 서점 콘서트 ‘소파 여행자 콘서트’도 쭉 일정이 잡혀 있어요. 말7월에는 파주의 ‘오래된 서점’, 8월에는 포항 ‘달팽이 책방’에서 콘서트를 열 예정입니다.
2집 앨범도 계획하고 있어요. 1집의 주제가 ‘여행’이었던 것처럼 2집도 한 가지 주제의 앨범으로 만들려고 해요. 다음 이야기의 시작이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시작하면 하나의 앨범으로 갈무리 될 때까지 잘 이어나가도록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신태진, 이주호
사진 신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