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만들면 구속되던 시절 책의 유토피아를 꿈꾸는 이들이 있었다 이들의 꿈에 새로운 도시를 희망한 건축가들이 동참했다
위험한 계약이라 불리던 '위대한 계약' 그리고 세계 어디에도 없던 도시의 탄생!
-〈위대한 계약: 파주, 책, 도시〉 시놉시스 중
책과 영상과 예술의 문화 허브, 파주 출판도시를 다루는 다큐멘터리 〈위대한 계약: 파주, 책, 도시〉. 브릭스에서 다큐멘터리 〈위대한 계약: 파주, 책, 도시〉를 만든 정다운, 김종신 감독을 만나 파주 출판도시의 문화적, 건축학적 의의에 대해 알아 보고, 영화 제작 과정도 전해 들었습니다.
정다운, 김종신 감독
건축에서 도시로 – 정다운 감독
이 영화는 출판이 국가 산업으로 인정받지 못하던 시기, 출판인들과 건축가들이 모여 오로지 꿈과 열정, 신뢰만으로 출판을 위한 계획도시를 만들어 온 과정을 담은 영화입니다. 오랜 기간 영화와 건축을 공부해 온 저희에게 출판도시는 자랑스러운 마음마저 느끼게 하는 곳이었어요. 이 도시를 영화에 담을 수 있는 기회가 저희에게 왔을 때 정말 운명이다 싶었지요.
전작 〈이타미 준의 바다〉는 건축가 이타미 준(유동룡) 선생님의 건축, 삶, 철학을 찾아가는 여정이었어요. 〈위대한 계약: 파주, 책, 도시〉 는 건축가 한 사람을 조망하던 시선을 건축가들이 모여 만든 하나의 도시로 확장시켜요. 도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의 인생을 가지고 수많은 관계를 맺으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공간이지요. 출판도시 안에는 출판, 건축, 조경 분야 수많은 분들이 공동의 이상향을 향해 운동처럼 특별한 관계를 만들고 얽혀 지내온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영화 스틸 중 - 영화사 진진 제공
위대한 계약서 – 김종신 감독
출판도시라고 해서 단순히 책을 만드는 공장지대에 머물고자 한 건 아니에요. 출판과 건축 두 그룹 모두 문화도시라는 공통의 지향이 있었어요. 여기에 영상, 미술, 방송이 접목되며 2단계 3단계 계속 앞으로 나아가길 꿈꿨지요. 파주출판도시 건축설계 계약서인 ‘위대한 계약서’는 신뢰, 존중, 조화, 소명에 관한 추상적인 선언이에요. 모든 건축 행위가 이와 더불어서만 유효하다고 명시해 놓았어도 모두가 개인 입장, 이익, 욕망을 내려놓고 그 계약에 따르는 게 쉬운 일이었을까요? 정신을 담은 추상적인 계약서를 실용적으로 사용했다는 건 정말 위대한 일이에요. 난개발의 시대에 한국만의 건축을 하고 싶었던 사람들의 시대성이 발현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영화 스틸 중 - 영화사 진진 제공
건축, 비움의 철학 – 정다운 감독
위대한 계약에도 담겨 있듯 출판도시는 비움의 도시라는 철학을 충실하게 담고 있어요. 실제 건축은 땅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어디로든 변화하기 마련이지만, 그런 부분마저 감안하면서 끝까지 비움의 철학을 관철시켰어요. 건물과 건물 사이에 비어 있는 골목길, 갈대 샛강. 경제 성장만을 염두에 둔 건설 붐이 한창일 때에 비움을 기반으로 만든 도시를 만들었어요. 그런 의지들 덕분에 파주 출판도시가 문화, 생태 도시가 될 수 있었지요.
생태 도시 – 김종신 감독
출판도시가 계획될 당시 생태라는 말이 보편화되어 있었는지 잘 모르겠어요. 부동산이 가진 부정적 성장의 의미들만 난무하던 시대에 어떻게 샛강을 살리려 했을까요? 땅을 더 확보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누가 모르겠어요. 도시 속에 자연이 함께할 수 있다는 생각, 개인 마당이지만 마을이 하나의 자연스러운 산책로가 되는 조경, 앞으로는 한강 낙조를 뒤로는 심학산의 사계를 바라봐요.
영화 스틸 중 - 영화사 진진 제공
통일성 안의 다양성 – 정다운 감독
이곳은 군사 지역이라 15m 높이 제한이 있어요. 그런데 이 규제가 오히려 비움의 철학이 담긴 도시를 만드는 데 활용돼요. 건물들 높이가 같아서 시선을 확장시킬 수 있었던 거지요. 건물 사이 담이 없어 골목이 빽빽하지 않고, 재료 측면에서도 최대한 자연에서 와서 자연으로 잘 돌아갈 외장 재료를 기본으로 했어요. 공동의 건축 합의를 지키면서 그 안에서 건축가들이 자유롭게 자신들만의 스타일을 보여주었고, 거기에 출판사의 기능적 요구를 수용했고요. 건축물들이 제각각 다르면서도 조화로운 풍경을 만들어내는 도시예요.
도시는 시작될 뿐 완성될 수는 없다 – 김종신 감독
하지만 공식적으로 출판도시는 산업단지이고 아직 도시로서의 기능이 완전하지 않아요. 건축가 승효상 선생님은 도시의 완성은 도시의 멸망이라고 말씀하세요. 출판도시는 완성되어 자리 잡는 도시가 아니라 계속 변화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곳이에요. 들어가고, 나가고, 젊은 예술가, 학생들이 빈자리를 채워요. 이 도시가 어떻게 될지 예상할 수 없어요. 건축가들이 현재의 땅을 보고 거기에 가장 적합한 것을 채워 놓았지만, 미래는 전적으로 사용자들, 그들 사이의 관계에 달려 있어요.
시간의 건축 - 정다운 감독
이타미 준 선생님은 인간의 시간과 자연의 시간, 건축의 시간이 서로 역행하거나 억누르지 않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자연의 시간과 함께 인간이 늙고 건물이 낡아가는 ‘시간의 건축’이라는 개념이에요. 시간의 건축은 아침, 저녁, 날씨, 계절에 따라 건물이 다르게 보이는 것으로도 체감할 수 있어요. 건축은 나이 들어가고, 도시는 변해가지요.
지혜의 숲 도서관을 돌아다니며 출판도시가 자기 고향이라고 말하는 아이가 등장해요. 명필름 영화 학교 학생들, 안상수 선생님의 ‘파주 타이포그라피 학교’, 아트벙커의 젊은 아티스트 그룹. <이타미 준의 바다>에서는 이타미 준이 만든 공간에서 뛰어 노는 아이가 있고요. 저는 이런 모습들이 도시의 미래라고 생각해요. 생태, 자연의 시간과 책, 미술, 영화, 문화라는 인간의 시간, 자연스럽게 낡아가는 건물. 그리고 그 공간과 시간을 새롭게 채우는 다음 세대들이 있지요. 저는 이것이 출판도시의 미래라고 생각해요. 사회적 측면으로 봐도, 파주에서 개성까지 하프 마라톤 코스라고 해요. 남북한의 미래에 있어서도 아주 중요한 장소인 거지요.
브릭스에서 만나다
책과 영상과 예술의 문화 허브, 파주 출판도시를 다루는 다큐멘터리 〈위대한 계약: 파주, 책, 도시〉. 브릭스에서 다큐멘터리 〈위대한 계약: 파주, 책, 도시〉를 만든 정다운, 김종신 감독을 만나 파주 출판도시의 문화적, 건축학적 의의에 대해 알아 보고, 영화 제작 과정도 전해 들었습니다.
정다운, 김종신 감독
건축에서 도시로 – 정다운 감독
이 영화는 출판이 국가 산업으로 인정받지 못하던 시기, 출판인들과 건축가들이 모여 오로지 꿈과 열정, 신뢰만으로 출판을 위한 계획도시를 만들어 온 과정을 담은 영화입니다. 오랜 기간 영화와 건축을 공부해 온 저희에게 출판도시는 자랑스러운 마음마저 느끼게 하는 곳이었어요. 이 도시를 영화에 담을 수 있는 기회가 저희에게 왔을 때 정말 운명이다 싶었지요.
전작 〈이타미 준의 바다〉는 건축가 이타미 준(유동룡) 선생님의 건축, 삶, 철학을 찾아가는 여정이었어요. 〈위대한 계약: 파주, 책, 도시〉 는 건축가 한 사람을 조망하던 시선을 건축가들이 모여 만든 하나의 도시로 확장시켜요. 도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의 인생을 가지고 수많은 관계를 맺으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공간이지요. 출판도시 안에는 출판, 건축, 조경 분야 수많은 분들이 공동의 이상향을 향해 운동처럼 특별한 관계를 만들고 얽혀 지내온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영화 스틸 중 - 영화사 진진 제공
위대한 계약서 – 김종신 감독
출판도시라고 해서 단순히 책을 만드는 공장지대에 머물고자 한 건 아니에요. 출판과 건축 두 그룹 모두 문화도시라는 공통의 지향이 있었어요. 여기에 영상, 미술, 방송이 접목되며 2단계 3단계 계속 앞으로 나아가길 꿈꿨지요. 파주출판도시 건축설계 계약서인 ‘위대한 계약서’는 신뢰, 존중, 조화, 소명에 관한 추상적인 선언이에요. 모든 건축 행위가 이와 더불어서만 유효하다고 명시해 놓았어도 모두가 개인 입장, 이익, 욕망을 내려놓고 그 계약에 따르는 게 쉬운 일이었을까요? 정신을 담은 추상적인 계약서를 실용적으로 사용했다는 건 정말 위대한 일이에요. 난개발의 시대에 한국만의 건축을 하고 싶었던 사람들의 시대성이 발현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영화 스틸 중 - 영화사 진진 제공
건축, 비움의 철학 – 정다운 감독
위대한 계약에도 담겨 있듯 출판도시는 비움의 도시라는 철학을 충실하게 담고 있어요. 실제 건축은 땅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어디로든 변화하기 마련이지만, 그런 부분마저 감안하면서 끝까지 비움의 철학을 관철시켰어요. 건물과 건물 사이에 비어 있는 골목길, 갈대 샛강. 경제 성장만을 염두에 둔 건설 붐이 한창일 때에 비움을 기반으로 만든 도시를 만들었어요. 그런 의지들 덕분에 파주 출판도시가 문화, 생태 도시가 될 수 있었지요.
생태 도시 – 김종신 감독
출판도시가 계획될 당시 생태라는 말이 보편화되어 있었는지 잘 모르겠어요. 부동산이 가진 부정적 성장의 의미들만 난무하던 시대에 어떻게 샛강을 살리려 했을까요? 땅을 더 확보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누가 모르겠어요. 도시 속에 자연이 함께할 수 있다는 생각, 개인 마당이지만 마을이 하나의 자연스러운 산책로가 되는 조경, 앞으로는 한강 낙조를 뒤로는 심학산의 사계를 바라봐요.
영화 스틸 중 - 영화사 진진 제공
통일성 안의 다양성 – 정다운 감독
이곳은 군사 지역이라 15m 높이 제한이 있어요. 그런데 이 규제가 오히려 비움의 철학이 담긴 도시를 만드는 데 활용돼요. 건물들 높이가 같아서 시선을 확장시킬 수 있었던 거지요. 건물 사이 담이 없어 골목이 빽빽하지 않고, 재료 측면에서도 최대한 자연에서 와서 자연으로 잘 돌아갈 외장 재료를 기본으로 했어요. 공동의 건축 합의를 지키면서 그 안에서 건축가들이 자유롭게 자신들만의 스타일을 보여주었고, 거기에 출판사의 기능적 요구를 수용했고요. 건축물들이 제각각 다르면서도 조화로운 풍경을 만들어내는 도시예요.
도시는 시작될 뿐 완성될 수는 없다 – 김종신 감독
하지만 공식적으로 출판도시는 산업단지이고 아직 도시로서의 기능이 완전하지 않아요. 건축가 승효상 선생님은 도시의 완성은 도시의 멸망이라고 말씀하세요. 출판도시는 완성되어 자리 잡는 도시가 아니라 계속 변화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곳이에요. 들어가고, 나가고, 젊은 예술가, 학생들이 빈자리를 채워요. 이 도시가 어떻게 될지 예상할 수 없어요. 건축가들이 현재의 땅을 보고 거기에 가장 적합한 것을 채워 놓았지만, 미래는 전적으로 사용자들, 그들 사이의 관계에 달려 있어요.
시간의 건축 - 정다운 감독
이타미 준 선생님은 인간의 시간과 자연의 시간, 건축의 시간이 서로 역행하거나 억누르지 않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자연의 시간과 함께 인간이 늙고 건물이 낡아가는 ‘시간의 건축’이라는 개념이에요. 시간의 건축은 아침, 저녁, 날씨, 계절에 따라 건물이 다르게 보이는 것으로도 체감할 수 있어요. 건축은 나이 들어가고, 도시는 변해가지요.
지혜의 숲 도서관을 돌아다니며 출판도시가 자기 고향이라고 말하는 아이가 등장해요. 명필름 영화 학교 학생들, 안상수 선생님의 ‘파주 타이포그라피 학교’, 아트벙커의 젊은 아티스트 그룹. <이타미 준의 바다>에서는 이타미 준이 만든 공간에서 뛰어 노는 아이가 있고요. 저는 이런 모습들이 도시의 미래라고 생각해요. 생태, 자연의 시간과 책, 미술, 영화, 문화라는 인간의 시간, 자연스럽게 낡아가는 건물. 그리고 그 공간과 시간을 새롭게 채우는 다음 세대들이 있지요. 저는 이것이 출판도시의 미래라고 생각해요. 사회적 측면으로 봐도, 파주에서 개성까지 하프 마라톤 코스라고 해요. 남북한의 미래에 있어서도 아주 중요한 장소인 거지요.
영화 스틸 중 - 영화사 진진 제공
인터뷰/편집 이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