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하면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미국 등이 먼저 떠오르지만, 또 다른 위스키 강국이 있습니다. 바로 일본이지요. 최근 몇 년 간 세계적으로 일본 위스키의 인기가 치솟아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합니다. 실제로 출고가보다 프리미엄이 붙어 판매되기도 하고요.
일본이 위스키를 생산한 지도 이제 100년이 넘었습니다. 위스키 증류소도 100여 곳이 넘는다고 하고요. 하지만 아직 ‘재패니즈 위스키’가 생소한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그런 분들을 위해 일본 위스키의 역사와 현재를 망라한 책이 나왔습니다. 바로 김대영 작가의 『일본 위스키, 100년의 여행』입니다.
2015년 처음으로 야마자키 증류소와 치치부 증류소를 방문하고 위스키에 빠져들었다는 김대영 작가는 수차례의 답사와 인터뷰로 『일본 위스키, 100년의 여행』를 완성했다고 합니다. 브릭스 매거진에서는 김대영 작가를 만나 여전히 성장 중인 재패니즈 위스키의 세계에 관해, 이 완벽한 일본 위스키 가이드북을 집필한 과정에 관해 들어보았습니다.
김대영 작가
Q. 얼마 전 개봉한 애니메이션 〈코마다 위스키 패밀리〉의 GV 행사에 참여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작년 어느 시사회에서 〈코마다 위스키 패밀리〉를 봤습니다. 한창 『일본 위스키, 100년의 여행』을 집필할 때였는데, 애니메이션 속에 제가 갔던 증류소들이 실사처럼 생생하게 그려지는 거예요. 단지 영화만 보는 게 아니라 제가 증류소를 다녔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개봉 때 이벤트를 진행하자고 영화사에 말해 두었지요.

〈코마다 위스키 패밀리〉의 일본 개봉 포스터
한동안 연락이 없다가 올해 일본 사부로마루 증류소의 이나가키 대표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한국에서 〈코마다 위스키 패밀리〉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다고요. 사부로마루 증류소가 바로 〈코마다 위스키 패밀리〉의 모델이 된 곳이거든요. 다시 영화사와 연락을 취해서 위스키를 좋아하시는 분들을 모아 영화 관람도 하고 제가 위스키에 대해 설명도 하는 GV를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GV에서는 영화의 모델이 된 이나가키 대표와의 화상 인터뷰 영상을 틀었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실존 인물들과 바를 소개하는 시간도 가졌고요. 재미있는 건 당시 144석이 거의 꽉 찼는데, 대부분 애니메이션보다는 위스키를 좋아하셔서 오신 분들이었다는 겁니다.
Q. 블로그나 SNS에 위스키를 알려주시는 글을 꾸준히 쓰고 계시는데요. 혹시 이 외에 하시는 위스키 관련 활동이 있으신가요?
중앙일보에 2년 정도 위스키 칼럼을 연재했습니다. 150개 넘게 쓰다 보니까 더 이상 쓸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현재는 위스키를 테이스팅 하고, 새로운 위스키를 소개해 드리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유튜브가 대세이긴 하지만, 아직은 글을 읽는 걸 좋아하는 분들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매체는 블로그에만 집중하고 있어요. 집필 외에는 일본 위스키 관련 세미나나 강의를 하기도 하고, 책이 나온 만큼 북토크 자리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김대영 작가의 『일본 위스키, 100년의 여행』
Q. 언제부터 위스키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10년 전 NHK 방송국의 서울지국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그때 일본에서 ‘일본 위스키의 아버지’라 불리는 타케츠루 마사타카와 그의 아내 리타의 이야기를 극화한 드라마 〈맛상〉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저도 이 드라마를 재미있게 봐서 위스키에 관심이 생겼고, 검색을 하다 보니 한국에도 열정적으로 위스키를 만드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바로 김창수위스키의 김창수 대표였지요. 그래서 이 사람을 한국의 ‘맛상’으로 소개하면 일본에서도 기사화가 될 것 같아 인터뷰를 하고 기사를 냈지요.
그때 김창수 대표와 함께 야마자키 증류소와 치치부 증류소를 취재했는데, 위스키를 만드는 게 재미있어 보였습니다. 현지 증류소에서 맛보는 위스키가 정말 맛있었고요. 그렇게 위스키에 빠져들어 개인적인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치치부 증류소를 처음 찾은 2015년, 증류소 앞에서 | ⓒ 김대영
몇 달 뒤 NHK에서 퇴사했어요.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취직이 잘 안되더라고요. 일본에 가서 술이나 마시자 싶어서 3개월 동안 후쿠오카에서 살며 위스키를 마셨습니다. ‘키친’이라는 바가 있었는데, 오후 4시에 엽니다. 그때 가면 저 혼자밖에 없어요. 수천 병의 위스키를 뒤에 두고 바텐더와 1:1로 6시까지 수업을 했습니다. 그러고 라멘으로 해장을 한 다음 7시에 바로 돌아갑니다. 그때도 손님이 없어요. 그러면 또 10시까지 저 혼자 술을 마시는 거예요.
그렇게 석 달을 지냈는데, 그럼에도 위스키가 파도 파도 끝이 없는 세계처럼 느껴졌어요. 특히 고든 앤 맥필(Gordon & Macphail)이라는 독립병입 위스키 회사가 1960년대에 롱몬 증류소의 원액을 받아 40년 넘게 숙성해 발매한 위스키를 마신 적이 있는데요, 정말 천국 같은 맛이었습니다. 위스키를 마시고 피니시로 코로 향을 내뱉으며 느끼는데 내가 숨을 멈추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이 향이 계속 나겠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어요. 돌이켜 봐도 그때 그 위스키를 마시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위스키에 빠지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Q. 『일본 위스키, 100년의 여행』을 집필하는 데는 얼마나 걸리셨나요? 또, 취재하시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김창수 대표와 함께 야마자키와 치치부 증류소를 취재한 건 10년 전이었고요, 팬데믹 전에도 몇 군데 다녔습니다. 오키나와부터 홋카이도까지 본격적으로 증류소 취재를 다닌 건 작년이었습니다. 한두 달에 한 번 정도는 일본에 갔지요.
앗케시 증류소 앞에서 | ⓒ 김대영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라면 앗케시 증류소를 방문했을 때입니다. 앗케시는 365일 굴을 먹을 수 있는 지역인데, 홋카이도에서도 아주 외진 곳에 있습니다. 삿포로에서 구시로까지 일본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가서 다시 차로 한 시간가량 이동해야 합니다. 숙소도 외진 곳에 잡아서 식당에 가는 데도 차로 20분이 걸렸습니다.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숙소로 돌아가려는데 택시가 없는 거예요. 너무 시골이라 오후 7시만 되면 택시가 끊기는 거였지요. 어쩔 수 없이 숙소까지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걸어서는 1시간 반 정도 거리였는데, 인적도 없고 외져서 무섭더군요. 중간에 스나쿠(스낵바)가 한 군데 보였습니다. 할머니 두 분이 운영하시는 곳이었는데 굉장히 따뜻하게 맞이해 주셨어요. 하이볼 한 잔을 김치와 먹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걸어가는 길에 먹으라고 초콜릿이랑 과자를 듬뿍 집어주시더군요. 이것이 시골의 정인가, 약간 눈물이 날 뻔했습니다.
앗케시의 스낵바에서 만난 김치와 앗케시 하이볼 | ⓒ 김대영
Q. 『일본 위스키, 100년의 여행』처럼 방대한 내용을 다루는 큰 작업을 마치고 나서 다음은 무엇을 써보겠다고 생각해 두신 것이 있을까요?
일본에는 100여 군데가 넘는 증류소가 있지만, 제가 다녀온 곳은 22개 남짓입니다. 사실 수치상으로는 20%밖에 안 되죠. 처음엔 안 가본 곳들을 다니며 다음 책을 써볼까 했지만, 일본의 증류소가 대부분 신생이라 서로 대동소이한 면이 있습니다. 10년 정도 후면 각자의 매력이 생길 것 같아 비슷한 형식의 책은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은 위스키를 마시는 사람들 이야기에 흥미가 생겼습니다. 바텐더, 위스키 업계 종사자는 물론이고요, 위스키를 좋아하고 즐겨 마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Q. 바 소개도 그 일환인가요? 새로운 장소는 어떻게 발굴하시나요?
보통은 그냥 돌아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곳이 보이면 들어갑니다. 우연히 좋은 장소를 발견하는 게 즐겁거든요. 다른 분들에게는 딱히 추천을 받지 않지만, 바텐더분들이 소개해 주시는 곳은 꼭 가봅니다. 아무래도 업계에 계시기도 하고요, 또,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제 취향을 잘 알게 되시니까 그런 분들이 추천해 주는 곳은 제 마음에 들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게 알게 된 곳에서 또 다른 바를 추천 받고요.
요즘 위스키 바가 늘어났는데, 대화하다 보면 어떤 술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진심을 가지고 바를 여신 분들이 많은 것 같아 반갑습니다.
김대영 작가
Q. 작가님이 양조장 관련자들을 만나 항상 하시던 질문인데요, 작가님은 ‘재패니즈 위스키’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실 일본 위스키를 정의하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현재 일본의 주세법상 수입한 위스키를 일본에서 병입만 해도 ‘위스키’로 판매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스피릿을 숙성하지 않아도 ‘위스키’입니다. 일종의 ‘회색지대’가 존재하는 거지요.
제가 생각하기에 당당하게 ‘재패니즈 위스키’를 만든다고 할 수 있는 증류소라면 최소한 일본 내에 증류, 숙성 설비를 갖추고 있어야 하고, 이런 설비를 제대로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위스키 제조업체들도 이런 회색지대가 자국 위스키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익히 아는 대부분의 증류소가 등록된 일본양주주조협회에서는 자체적으로 ‘재패니즈 위스키 표시에 관한 기준’을 마련하여 법제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르스 신슈(현재는 고마가타케) 증류소 앞에서 가와카미 구니히로 블렌더와 | ⓒ 김대영
Q. 스코틀랜드 위스키와 비교해 재패니즈 위스키만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스코틀랜드 위스키는 저숙성 위스키가 별로 없습니다. 요즘은 8년 숙성 위스키도 들어오긴 하지만 보통 10년, 12년부터 시작하지요. 그런데 일본에는 이제 막 생겨난 증류소들이 많고, 이들의 위스키를 통해 1년에서 3년 사이 저숙성 위스키를 마셔볼 기회가 생기는 거예요. 위스키를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저숙성 위스키를 마시고 10년 된 위스키도 마셔보면서 위스키가 오크통에서 시간을 보내며 이렇게 변하는 구나 알 수 있습니다. 일본 위스키가 교보재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Q. 혹시 저숙성 위스키를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까요?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위스키도 결국에는 기호식품이니까요. 절댓값이 없기 때문에 그게 좋으면 그 위스키를 마시면 되는 거예요. 그런 점에서 소비자의 선택의 폭이 확 넓어졌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2019년, 츠누키 증류소에서 위스키를 설명하는 김대영 작가 | ⓒ 김대영
Q. 같은 시간 숙성한다고 했을 때, 일본 위스키와 스코틀랜드 위스키에 품질 차이가 있을까요?
일본 증류소들도 스코틀랜드에서 직접 가져온 증류 설비를 사용하는 곳이 많습니다. 자체적으로 설비를 제작하는 곳도 있지만요. 결국 숙성 환경만 다른 거예요. 위스키 산업에서는 오랜 세월이 흐를 때까지 얼마나 버티느냐가 중요한데요, 버텨낼 수 있으면 스코틀랜드 위스키와 비교해도 큰 문제는 안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대만처럼 극단적으로 더운 지역에서는 10년 이상 숙성을 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일본에는 고산지대도 있고 장기 숙성이 가능한 여건이 갖춰져 있다고 봅니다. 이미 야마자키, 히비키, 이런 위스키들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고요.
야마자키, 산토리, 닛카의 블렌더들을 만나 보면, 매일 여러 블렌더가 모여 샘플을 맛보며 토론한다고 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스코틀랜드에서 하는 것보다 더 꼼꼼해 보이기도 하고요.

:: 김대영 작가 인터뷰 #2 이어서 읽기
인터뷰 | 이주호, 신태진
사진 | 신태진
장소협조 | 톤 아날로그
위스키 하면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미국 등이 먼저 떠오르지만, 또 다른 위스키 강국이 있습니다. 바로 일본이지요. 최근 몇 년 간 세계적으로 일본 위스키의 인기가 치솟아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합니다. 실제로 출고가보다 프리미엄이 붙어 판매되기도 하고요.
일본이 위스키를 생산한 지도 이제 100년이 넘었습니다. 위스키 증류소도 100여 곳이 넘는다고 하고요. 하지만 아직 ‘재패니즈 위스키’가 생소한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그런 분들을 위해 일본 위스키의 역사와 현재를 망라한 책이 나왔습니다. 바로 김대영 작가의 『일본 위스키, 100년의 여행』입니다.
2015년 처음으로 야마자키 증류소와 치치부 증류소를 방문하고 위스키에 빠져들었다는 김대영 작가는 수차례의 답사와 인터뷰로 『일본 위스키, 100년의 여행』를 완성했다고 합니다. 브릭스 매거진에서는 김대영 작가를 만나 여전히 성장 중인 재패니즈 위스키의 세계에 관해, 이 완벽한 일본 위스키 가이드북을 집필한 과정에 관해 들어보았습니다.
Q. 얼마 전 개봉한 애니메이션 〈코마다 위스키 패밀리〉의 GV 행사에 참여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작년 어느 시사회에서 〈코마다 위스키 패밀리〉를 봤습니다. 한창 『일본 위스키, 100년의 여행』을 집필할 때였는데, 애니메이션 속에 제가 갔던 증류소들이 실사처럼 생생하게 그려지는 거예요. 단지 영화만 보는 게 아니라 제가 증류소를 다녔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개봉 때 이벤트를 진행하자고 영화사에 말해 두었지요.
한동안 연락이 없다가 올해 일본 사부로마루 증류소의 이나가키 대표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한국에서 〈코마다 위스키 패밀리〉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다고요. 사부로마루 증류소가 바로 〈코마다 위스키 패밀리〉의 모델이 된 곳이거든요. 다시 영화사와 연락을 취해서 위스키를 좋아하시는 분들을 모아 영화 관람도 하고 제가 위스키에 대해 설명도 하는 GV를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GV에서는 영화의 모델이 된 이나가키 대표와의 화상 인터뷰 영상을 틀었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실존 인물들과 바를 소개하는 시간도 가졌고요. 재미있는 건 당시 144석이 거의 꽉 찼는데, 대부분 애니메이션보다는 위스키를 좋아하셔서 오신 분들이었다는 겁니다.
Q. 블로그나 SNS에 위스키를 알려주시는 글을 꾸준히 쓰고 계시는데요. 혹시 이 외에 하시는 위스키 관련 활동이 있으신가요?
중앙일보에 2년 정도 위스키 칼럼을 연재했습니다. 150개 넘게 쓰다 보니까 더 이상 쓸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현재는 위스키를 테이스팅 하고, 새로운 위스키를 소개해 드리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유튜브가 대세이긴 하지만, 아직은 글을 읽는 걸 좋아하는 분들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매체는 블로그에만 집중하고 있어요. 집필 외에는 일본 위스키 관련 세미나나 강의를 하기도 하고, 책이 나온 만큼 북토크 자리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김대영 작가의 『일본 위스키, 100년의 여행』
Q. 언제부터 위스키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10년 전 NHK 방송국의 서울지국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그때 일본에서 ‘일본 위스키의 아버지’라 불리는 타케츠루 마사타카와 그의 아내 리타의 이야기를 극화한 드라마 〈맛상〉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저도 이 드라마를 재미있게 봐서 위스키에 관심이 생겼고, 검색을 하다 보니 한국에도 열정적으로 위스키를 만드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바로 김창수위스키의 김창수 대표였지요. 그래서 이 사람을 한국의 ‘맛상’으로 소개하면 일본에서도 기사화가 될 것 같아 인터뷰를 하고 기사를 냈지요.
그때 김창수 대표와 함께 야마자키 증류소와 치치부 증류소를 취재했는데, 위스키를 만드는 게 재미있어 보였습니다. 현지 증류소에서 맛보는 위스키가 정말 맛있었고요. 그렇게 위스키에 빠져들어 개인적인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몇 달 뒤 NHK에서 퇴사했어요.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취직이 잘 안되더라고요. 일본에 가서 술이나 마시자 싶어서 3개월 동안 후쿠오카에서 살며 위스키를 마셨습니다. ‘키친’이라는 바가 있었는데, 오후 4시에 엽니다. 그때 가면 저 혼자밖에 없어요. 수천 병의 위스키를 뒤에 두고 바텐더와 1:1로 6시까지 수업을 했습니다. 그러고 라멘으로 해장을 한 다음 7시에 바로 돌아갑니다. 그때도 손님이 없어요. 그러면 또 10시까지 저 혼자 술을 마시는 거예요.
그렇게 석 달을 지냈는데, 그럼에도 위스키가 파도 파도 끝이 없는 세계처럼 느껴졌어요. 특히 고든 앤 맥필(Gordon & Macphail)이라는 독립병입 위스키 회사가 1960년대에 롱몬 증류소의 원액을 받아 40년 넘게 숙성해 발매한 위스키를 마신 적이 있는데요, 정말 천국 같은 맛이었습니다. 위스키를 마시고 피니시로 코로 향을 내뱉으며 느끼는데 내가 숨을 멈추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이 향이 계속 나겠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어요. 돌이켜 봐도 그때 그 위스키를 마시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위스키에 빠지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Q. 『일본 위스키, 100년의 여행』을 집필하는 데는 얼마나 걸리셨나요? 또, 취재하시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김창수 대표와 함께 야마자키와 치치부 증류소를 취재한 건 10년 전이었고요, 팬데믹 전에도 몇 군데 다녔습니다. 오키나와부터 홋카이도까지 본격적으로 증류소 취재를 다닌 건 작년이었습니다. 한두 달에 한 번 정도는 일본에 갔지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라면 앗케시 증류소를 방문했을 때입니다. 앗케시는 365일 굴을 먹을 수 있는 지역인데, 홋카이도에서도 아주 외진 곳에 있습니다. 삿포로에서 구시로까지 일본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가서 다시 차로 한 시간가량 이동해야 합니다. 숙소도 외진 곳에 잡아서 식당에 가는 데도 차로 20분이 걸렸습니다.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숙소로 돌아가려는데 택시가 없는 거예요. 너무 시골이라 오후 7시만 되면 택시가 끊기는 거였지요. 어쩔 수 없이 숙소까지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걸어서는 1시간 반 정도 거리였는데, 인적도 없고 외져서 무섭더군요. 중간에 스나쿠(스낵바)가 한 군데 보였습니다. 할머니 두 분이 운영하시는 곳이었는데 굉장히 따뜻하게 맞이해 주셨어요. 하이볼 한 잔을 김치와 먹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걸어가는 길에 먹으라고 초콜릿이랑 과자를 듬뿍 집어주시더군요. 이것이 시골의 정인가, 약간 눈물이 날 뻔했습니다.
Q. 『일본 위스키, 100년의 여행』처럼 방대한 내용을 다루는 큰 작업을 마치고 나서 다음은 무엇을 써보겠다고 생각해 두신 것이 있을까요?
일본에는 100여 군데가 넘는 증류소가 있지만, 제가 다녀온 곳은 22개 남짓입니다. 사실 수치상으로는 20%밖에 안 되죠. 처음엔 안 가본 곳들을 다니며 다음 책을 써볼까 했지만, 일본의 증류소가 대부분 신생이라 서로 대동소이한 면이 있습니다. 10년 정도 후면 각자의 매력이 생길 것 같아 비슷한 형식의 책은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은 위스키를 마시는 사람들 이야기에 흥미가 생겼습니다. 바텐더, 위스키 업계 종사자는 물론이고요, 위스키를 좋아하고 즐겨 마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Q. 바 소개도 그 일환인가요? 새로운 장소는 어떻게 발굴하시나요?
보통은 그냥 돌아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곳이 보이면 들어갑니다. 우연히 좋은 장소를 발견하는 게 즐겁거든요. 다른 분들에게는 딱히 추천을 받지 않지만, 바텐더분들이 소개해 주시는 곳은 꼭 가봅니다. 아무래도 업계에 계시기도 하고요, 또,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제 취향을 잘 알게 되시니까 그런 분들이 추천해 주는 곳은 제 마음에 들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게 알게 된 곳에서 또 다른 바를 추천 받고요.
요즘 위스키 바가 늘어났는데, 대화하다 보면 어떤 술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진심을 가지고 바를 여신 분들이 많은 것 같아 반갑습니다.
Q. 작가님이 양조장 관련자들을 만나 항상 하시던 질문인데요, 작가님은 ‘재패니즈 위스키’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실 일본 위스키를 정의하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현재 일본의 주세법상 수입한 위스키를 일본에서 병입만 해도 ‘위스키’로 판매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스피릿을 숙성하지 않아도 ‘위스키’입니다. 일종의 ‘회색지대’가 존재하는 거지요.
제가 생각하기에 당당하게 ‘재패니즈 위스키’를 만든다고 할 수 있는 증류소라면 최소한 일본 내에 증류, 숙성 설비를 갖추고 있어야 하고, 이런 설비를 제대로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위스키 제조업체들도 이런 회색지대가 자국 위스키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익히 아는 대부분의 증류소가 등록된 일본양주주조협회에서는 자체적으로 ‘재패니즈 위스키 표시에 관한 기준’을 마련하여 법제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스코틀랜드 위스키와 비교해 재패니즈 위스키만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스코틀랜드 위스키는 저숙성 위스키가 별로 없습니다. 요즘은 8년 숙성 위스키도 들어오긴 하지만 보통 10년, 12년부터 시작하지요. 그런데 일본에는 이제 막 생겨난 증류소들이 많고, 이들의 위스키를 통해 1년에서 3년 사이 저숙성 위스키를 마셔볼 기회가 생기는 거예요. 위스키를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저숙성 위스키를 마시고 10년 된 위스키도 마셔보면서 위스키가 오크통에서 시간을 보내며 이렇게 변하는 구나 알 수 있습니다. 일본 위스키가 교보재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Q. 혹시 저숙성 위스키를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까요?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위스키도 결국에는 기호식품이니까요. 절댓값이 없기 때문에 그게 좋으면 그 위스키를 마시면 되는 거예요. 그런 점에서 소비자의 선택의 폭이 확 넓어졌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Q. 같은 시간 숙성한다고 했을 때, 일본 위스키와 스코틀랜드 위스키에 품질 차이가 있을까요?
일본 증류소들도 스코틀랜드에서 직접 가져온 증류 설비를 사용하는 곳이 많습니다. 자체적으로 설비를 제작하는 곳도 있지만요. 결국 숙성 환경만 다른 거예요. 위스키 산업에서는 오랜 세월이 흐를 때까지 얼마나 버티느냐가 중요한데요, 버텨낼 수 있으면 스코틀랜드 위스키와 비교해도 큰 문제는 안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대만처럼 극단적으로 더운 지역에서는 10년 이상 숙성을 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일본에는 고산지대도 있고 장기 숙성이 가능한 여건이 갖춰져 있다고 봅니다. 이미 야마자키, 히비키, 이런 위스키들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고요.
야마자키, 산토리, 닛카의 블렌더들을 만나 보면, 매일 여러 블렌더가 모여 샘플을 맛보며 토론한다고 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스코틀랜드에서 하는 것보다 더 꼼꼼해 보이기도 하고요.
:: 김대영 작가 인터뷰 #2 이어서 읽기
인터뷰 | 이주호, 신태진
사진 | 신태진
장소협조 | 톤 아날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