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영 작가 인터뷰 #1 먼저 읽기
Q. 일본 크래프트 위스키의 시작이라 불리는 ‘치치부 증류소’는 어떤 면에서 그렇게 중요한가요?
일단 인물입니다. 치치부 증류소의 아쿠토 이치로 대표는 초기에 자기 위스키를 알리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하루에 세 군데씩 위스키 바를 찾았다고 해요. 무려 3년 동안요. 저도 그런 히스토리에 매료됐는데요, 저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치치부 증류소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아쿠토 이치로 대표의 위스키를 향한 진정성을 찬양하고 있어요. 게다가 이치로 대표는 그만큼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으스대는 법 없이 여전히 겸손합니다.
또 한 가지 치치부 증류소의 의의는 이곳이 일본 크래프트 증류소의 산파 역할을 했다는 점입니다. 치치부 증류소는 일반인들의 견학을 받지 않습니다. 하지만 바텐더들, 위스키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은 신청을 받아 증류소 견학을 시켜주고, 만드는 프로세스까지 전부 공개합니다. 또, 시음장에는 지금까지 만든 모든 위스키가 다 있어서 얼마든지 다 마셔보라고 합니다. 이런 개방성이 다른 일본 위스키 증류소들이 만들어지는 데 마중물이 된 것이지요.
김대영 작가
Q. 현대 위스키 산업에서 전통과 혁신, 어느 쪽이 더 중요할까요?
‘일본 위스키의 아버지’ 타케츠루 마사타카가 세운 닛카 위스키의 요이치 증류소를 방문했을 때, 이와타케 기미아키 공장장에게 물었습니다. 지키고자 하는 전통과 시도하고자 하는 혁신은 무엇이냐고요. 그러자 돌아온 대답은 “아무 전통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매일같이 혁신하고 있다는 말이었지요. 지키는 것은 증류소의 위치뿐이라고요. 그만큼 새롭고 맛있는 위스키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혁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조니워커나 발렌타인 같은 블렌디드 위스키를 만들 때는 항상 그 맛을 유지해야 하지요. 그러나 싱글 몰트 위스키는 새로운 맛을 계속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이치 증류소에서 이와타케 기미아키 공장장과 함께 | ⓒ 김대영
예를 들어 사부로마루 증류소는 아예 증류기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증류기는 보통 구리로 만드는데, 이곳은 주물로 제작했어요. 사부로마루 증류소가 있는 도야마현에는 청동 주조 기술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다카오카시가 있습니다. 스코틀랜드에 증류기 제조를 의뢰하면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려서 일본 제1의 범종 제작 회사에 증류기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제몬’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증류기는 연료 소비도 더 적고 구리 100% 증류기보다 수명도 더 길다고 해요.
증류한 스피릿을 오크통에 숙성한다, 이런 기본적인 룰 외에는 혁신 없이 살아남기 힘든 곳이 위스키 업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Q. 그럼에도 위스키 주조는 많은 시간과 자본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산업입니다. 소규모 증류소들이 계속 자생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소규모 증류소들은 다품종 소량 생산 전략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제조 방식이 정립되어 있지 않다고 할 수 있지만, 좋게 말하면 정말 다양한 스피릿을 다양한 오크통에 숙성하며 맛의 차별화를 꾀한다고 할 수 있어요. 일본에서는 전통적인 쉐리나 버번 오크통이 아니라 벚나무, 밤나무, 삼나무, 미즈나라(일본 참나무) 등 다양한 나무로 만든 오크통을 쓰는 곳도 있고요, 반대로 스코틀랜드 아일라섬에서 오크통을 수입해 와 약간의 피트 향을 입히는 곳도 있습니다. 이미 제조 과정이 정립된 대기업들이 시도하기 힘든, 마이크로 한 시도를 많이 하는 것이지요.
사부로마루 증류소 | ⓒ 김대영
Q. “이곳이 일본의 크래프트 증류소다” 할 만한 증류소를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
앞서 말씀드렸던 사부로마루 증류소입니다. 사부로마루의 이나가키 다카히코 대표가 혁신적인 시도를 많이 합니다. 나무 발효조를 쓰는데 발효 시간도 100시간 정도로 길게 하고요, 효모도 다양하게 사용합니다. 또, 보리 품종도 60년대 재배했던 골든 프라미스라는 보리 품종을 가져와 쓰고 있어요.
그뿐만 아니라 다른 증류소의 스피릿을 오크통채로 사 와서 자기네 숙성고에 보관하기도 합니다. 이나가키 대표의 꿈이 나중에 그 위스키들을 모아서 재패니즈 블렌디드 위스키를 만드는 것이라고 해요. 일본 위스키가 한 발 한 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사부로마루는 이다음 스텝은 뭘까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365일 견학도 되고, 핸드필도 할 수 있고, 시음과 식사를 함께할 수 있는 레스토랑도 잘 되어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사부로마루 위스키가 전부 피트 위스키라 피트 위스키를 별로 안 좋아하는 분들은 호불호가 좀 갈릴 수도 있겠네요.
김대영 작가가 가져온 사부로마루 증류소의 싱글 몰트 위스키
Q.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의 위스키 시장이 급격히 커졌습니다. 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제 그럴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일본 위스키 책을 쓰며 그쪽 주류 산업의 역사를 보니, 유행하는 술이 계속 변하더라고요. 사케를 좋아하던 세대가 나이가 들면 젊은 세대는 사케가 올드하다고 소주를 마시고요, 또 그 세대가 나이가 들면 그다음 세대는 맥주를 즐겨 마십니다. 그러다가 위스키를 좋아하는 세대가 나왔고요. 이게 계속 돌고 도는 거예요.
한국도 얼마 전까지 ‘술’이라고 하면 소주와 맥주에 한정돼 있었죠. 그러다가 와인이 들어왔고, 그 다음에는 크래프트 맥주 등 다양한 맥주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한국도 세대 간에 선호하는 술이 달라지는 현상이 시작되지 않았나 싶어요. 지금은 위스키에 빠져든 거고요.
술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점도 한몫했을 거예요. 이제는 취하려고만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음식처럼 맛을 보려고 마시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덕분에 크래프트 양조장이 많이 생겼고, 전통주도 다양하게 발전했지요. 그러니 다양성 자체가 무기인 싱글 몰트 위스키에도 주목하게 된 게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본 최북단 가무이 증류소 앞에서 | ⓒ 김대영
Q. 위스키를 더 잘 즐기는 문화가 정착하려면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할까요?
일단은 세금이 빨리 내려갔으면 좋겠습니다. 일본은 동네 어디를 가든 바가 있는데, 그렇게 우리도 바가 많아졌으면 좋겠고요, 그 바에서 값싸게 술을 마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저는 위스키 한 잔에 1만 원도 부담스러운 가격이라고 생각해요. 커피 한 잔 값 정도, 5천 원 정도면 위스키를 즐기는 사람들,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이 훨씬 늘어날 거예요. 위스키 민주화랄까요?
Q.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가볍게 살 수 있는 위스키도 있지요. 그런 위스키는 어떻게 페어링하면 좋을지 추천해 주세요.
리조트 같은 데 가면 편의점이 있잖아요. 급하게 위스키를 마실 자리가 됐다, 그러면 저는 제일 많이 찾는 게 조니워커 블랙에다 안주로는 맛밤을 선택해요. 맛밤은 적당히 달달하고 식감도 괜찮은데, 약간 스모키한 조니워커 블랙과 잘 어울립니다. 맛밤 한 입을 먹고 위스키를 흘려보내면, 그게 굉장히 달짝지근하게 들어와서 괜찮습니다. 또, 투게더 같은 아이스크림에 위스키를 살짝 따라 마셔도 좋을 거예요.
야마자키 증류소 전경 | ⓒ 김대영
Q. 식사 때 위스키를 마신다면 어떤 음식과 페어링하면 좋을까요?
버번위스키는 고기와 잘 어울리고요, 일반적인 스카치위스키나 재패니즈 위스키, 특히 재패니즈 위스키는 회 같은 해산물과 가장 잘 어울려요. 그리고 피트 위스키를 드실 때는 홍어를 추천합니다. 아시다시피 홍어가 향이 굉장히 세잖아요. 그래서 ‘강 대 강’으로 피트 위스키와 홍어를 붙이면 입안에서 서로 막 싸우다가 혀 위에서 힘을 잃고 흐물흐물해지는데, 둘이 정말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Q. 일본 위스키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기획하시기도 했죠? 어떤 곳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여러 후보지를 고민하다가 규슈 남부에 있는 가고시마를 선택했습니다. 이 지역이 원래는 고구마 소주의 발상지입니다. 고구마 소주 대부분이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데요, 증류주를 일본에서 가장 잘 만드는 지역이다 보니까 증류주에 대한 노하우가 있습니다. 자연스레 우리도 위스키를 만들어 보자며 여러 주조 업체에서 위스키 증류소를 세우게 됐고요.
아시아에서 가장 성공한 증류소로 대만의 카발란 증류소를 꼽을 수 있는데, 규슈 남부와 대만 카발란의 위도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고 해요. 더우니까 숙성도 더 빨리 되고요. 가고시마의 증류소들이 카발란의 성공을 벤치마킹할 수 있는 것이죠.
2018년, 어머니와 함께 간 가노스케 증류소 앞에서 | ⓒ 김대영
또, 가고시마의 소주 기업들이 워낙 역사가 길고 자본도 탄탄합니다. 일희일비하는 곳들이 아니라 먼 미래를 길게 내다보고 투자를 하기 때문에 증류소도 허투루 짓지 않아요. 또, 역사가 긴 만큼 위스키 증류소들도 연대가 잘 되고 서로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가고시마 직항은 있지만, 증류소 자체는 접근성이 좀 떨어져서 전문 여행사를 통해 가면 교통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어요. 버스로 이동하면 되니까 편리하고, 참여하는 사람 모두가 자유롭게 시음도 할 수 있고요. 그래서 재패니즈 위스키의 현주소를 알아보기 위해 가고시마 위스키 투어를 기획했습니다.

인터뷰 | 이주호, 신태진
사진 | 신태진
장소협조 | 톤 아날로그
:: 김대영 작가 인터뷰 #1 먼저 읽기
Q. 일본 크래프트 위스키의 시작이라 불리는 ‘치치부 증류소’는 어떤 면에서 그렇게 중요한가요?
일단 인물입니다. 치치부 증류소의 아쿠토 이치로 대표는 초기에 자기 위스키를 알리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하루에 세 군데씩 위스키 바를 찾았다고 해요. 무려 3년 동안요. 저도 그런 히스토리에 매료됐는데요, 저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치치부 증류소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아쿠토 이치로 대표의 위스키를 향한 진정성을 찬양하고 있어요. 게다가 이치로 대표는 그만큼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으스대는 법 없이 여전히 겸손합니다.
또 한 가지 치치부 증류소의 의의는 이곳이 일본 크래프트 증류소의 산파 역할을 했다는 점입니다. 치치부 증류소는 일반인들의 견학을 받지 않습니다. 하지만 바텐더들, 위스키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은 신청을 받아 증류소 견학을 시켜주고, 만드는 프로세스까지 전부 공개합니다. 또, 시음장에는 지금까지 만든 모든 위스키가 다 있어서 얼마든지 다 마셔보라고 합니다. 이런 개방성이 다른 일본 위스키 증류소들이 만들어지는 데 마중물이 된 것이지요.
Q. 현대 위스키 산업에서 전통과 혁신, 어느 쪽이 더 중요할까요?
‘일본 위스키의 아버지’ 타케츠루 마사타카가 세운 닛카 위스키의 요이치 증류소를 방문했을 때, 이와타케 기미아키 공장장에게 물었습니다. 지키고자 하는 전통과 시도하고자 하는 혁신은 무엇이냐고요. 그러자 돌아온 대답은 “아무 전통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매일같이 혁신하고 있다는 말이었지요. 지키는 것은 증류소의 위치뿐이라고요. 그만큼 새롭고 맛있는 위스키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혁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조니워커나 발렌타인 같은 블렌디드 위스키를 만들 때는 항상 그 맛을 유지해야 하지요. 그러나 싱글 몰트 위스키는 새로운 맛을 계속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이치 증류소에서 이와타케 기미아키 공장장과 함께 | ⓒ 김대영
예를 들어 사부로마루 증류소는 아예 증류기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증류기는 보통 구리로 만드는데, 이곳은 주물로 제작했어요. 사부로마루 증류소가 있는 도야마현에는 청동 주조 기술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다카오카시가 있습니다. 스코틀랜드에 증류기 제조를 의뢰하면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려서 일본 제1의 범종 제작 회사에 증류기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제몬’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증류기는 연료 소비도 더 적고 구리 100% 증류기보다 수명도 더 길다고 해요.
증류한 스피릿을 오크통에 숙성한다, 이런 기본적인 룰 외에는 혁신 없이 살아남기 힘든 곳이 위스키 업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Q. 그럼에도 위스키 주조는 많은 시간과 자본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산업입니다. 소규모 증류소들이 계속 자생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소규모 증류소들은 다품종 소량 생산 전략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제조 방식이 정립되어 있지 않다고 할 수 있지만, 좋게 말하면 정말 다양한 스피릿을 다양한 오크통에 숙성하며 맛의 차별화를 꾀한다고 할 수 있어요. 일본에서는 전통적인 쉐리나 버번 오크통이 아니라 벚나무, 밤나무, 삼나무, 미즈나라(일본 참나무) 등 다양한 나무로 만든 오크통을 쓰는 곳도 있고요, 반대로 스코틀랜드 아일라섬에서 오크통을 수입해 와 약간의 피트 향을 입히는 곳도 있습니다. 이미 제조 과정이 정립된 대기업들이 시도하기 힘든, 마이크로 한 시도를 많이 하는 것이지요.
Q. “이곳이 일본의 크래프트 증류소다” 할 만한 증류소를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
앞서 말씀드렸던 사부로마루 증류소입니다. 사부로마루의 이나가키 다카히코 대표가 혁신적인 시도를 많이 합니다. 나무 발효조를 쓰는데 발효 시간도 100시간 정도로 길게 하고요, 효모도 다양하게 사용합니다. 또, 보리 품종도 60년대 재배했던 골든 프라미스라는 보리 품종을 가져와 쓰고 있어요.
그뿐만 아니라 다른 증류소의 스피릿을 오크통채로 사 와서 자기네 숙성고에 보관하기도 합니다. 이나가키 대표의 꿈이 나중에 그 위스키들을 모아서 재패니즈 블렌디드 위스키를 만드는 것이라고 해요. 일본 위스키가 한 발 한 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사부로마루는 이다음 스텝은 뭘까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365일 견학도 되고, 핸드필도 할 수 있고, 시음과 식사를 함께할 수 있는 레스토랑도 잘 되어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사부로마루 위스키가 전부 피트 위스키라 피트 위스키를 별로 안 좋아하는 분들은 호불호가 좀 갈릴 수도 있겠네요.
Q.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의 위스키 시장이 급격히 커졌습니다. 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제 그럴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일본 위스키 책을 쓰며 그쪽 주류 산업의 역사를 보니, 유행하는 술이 계속 변하더라고요. 사케를 좋아하던 세대가 나이가 들면 젊은 세대는 사케가 올드하다고 소주를 마시고요, 또 그 세대가 나이가 들면 그다음 세대는 맥주를 즐겨 마십니다. 그러다가 위스키를 좋아하는 세대가 나왔고요. 이게 계속 돌고 도는 거예요.
한국도 얼마 전까지 ‘술’이라고 하면 소주와 맥주에 한정돼 있었죠. 그러다가 와인이 들어왔고, 그 다음에는 크래프트 맥주 등 다양한 맥주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한국도 세대 간에 선호하는 술이 달라지는 현상이 시작되지 않았나 싶어요. 지금은 위스키에 빠져든 거고요.
술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점도 한몫했을 거예요. 이제는 취하려고만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음식처럼 맛을 보려고 마시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덕분에 크래프트 양조장이 많이 생겼고, 전통주도 다양하게 발전했지요. 그러니 다양성 자체가 무기인 싱글 몰트 위스키에도 주목하게 된 게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본 최북단 가무이 증류소 앞에서 | ⓒ 김대영
Q. 위스키를 더 잘 즐기는 문화가 정착하려면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할까요?
일단은 세금이 빨리 내려갔으면 좋겠습니다. 일본은 동네 어디를 가든 바가 있는데, 그렇게 우리도 바가 많아졌으면 좋겠고요, 그 바에서 값싸게 술을 마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저는 위스키 한 잔에 1만 원도 부담스러운 가격이라고 생각해요. 커피 한 잔 값 정도, 5천 원 정도면 위스키를 즐기는 사람들,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이 훨씬 늘어날 거예요. 위스키 민주화랄까요?
Q.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가볍게 살 수 있는 위스키도 있지요. 그런 위스키는 어떻게 페어링하면 좋을지 추천해 주세요.
리조트 같은 데 가면 편의점이 있잖아요. 급하게 위스키를 마실 자리가 됐다, 그러면 저는 제일 많이 찾는 게 조니워커 블랙에다 안주로는 맛밤을 선택해요. 맛밤은 적당히 달달하고 식감도 괜찮은데, 약간 스모키한 조니워커 블랙과 잘 어울립니다. 맛밤 한 입을 먹고 위스키를 흘려보내면, 그게 굉장히 달짝지근하게 들어와서 괜찮습니다. 또, 투게더 같은 아이스크림에 위스키를 살짝 따라 마셔도 좋을 거예요.
Q. 식사 때 위스키를 마신다면 어떤 음식과 페어링하면 좋을까요?
버번위스키는 고기와 잘 어울리고요, 일반적인 스카치위스키나 재패니즈 위스키, 특히 재패니즈 위스키는 회 같은 해산물과 가장 잘 어울려요. 그리고 피트 위스키를 드실 때는 홍어를 추천합니다. 아시다시피 홍어가 향이 굉장히 세잖아요. 그래서 ‘강 대 강’으로 피트 위스키와 홍어를 붙이면 입안에서 서로 막 싸우다가 혀 위에서 힘을 잃고 흐물흐물해지는데, 둘이 정말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Q. 일본 위스키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기획하시기도 했죠? 어떤 곳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여러 후보지를 고민하다가 규슈 남부에 있는 가고시마를 선택했습니다. 이 지역이 원래는 고구마 소주의 발상지입니다. 고구마 소주 대부분이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데요, 증류주를 일본에서 가장 잘 만드는 지역이다 보니까 증류주에 대한 노하우가 있습니다. 자연스레 우리도 위스키를 만들어 보자며 여러 주조 업체에서 위스키 증류소를 세우게 됐고요.
아시아에서 가장 성공한 증류소로 대만의 카발란 증류소를 꼽을 수 있는데, 규슈 남부와 대만 카발란의 위도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고 해요. 더우니까 숙성도 더 빨리 되고요. 가고시마의 증류소들이 카발란의 성공을 벤치마킹할 수 있는 것이죠.
또, 가고시마의 소주 기업들이 워낙 역사가 길고 자본도 탄탄합니다. 일희일비하는 곳들이 아니라 먼 미래를 길게 내다보고 투자를 하기 때문에 증류소도 허투루 짓지 않아요. 또, 역사가 긴 만큼 위스키 증류소들도 연대가 잘 되고 서로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가고시마 직항은 있지만, 증류소 자체는 접근성이 좀 떨어져서 전문 여행사를 통해 가면 교통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어요. 버스로 이동하면 되니까 편리하고, 참여하는 사람 모두가 자유롭게 시음도 할 수 있고요. 그래서 재패니즈 위스키의 현주소를 알아보기 위해 가고시마 위스키 투어를 기획했습니다.
인터뷰 | 이주호, 신태진
사진 | 신태진
장소협조 | 톤 아날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