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음악으로 마음을 스트레칭하는, 우아이에오

〈삼시세끼〉, 〈백종원의 사계〉, 최백호가 부르는 〈마크트웨인〉. TV, 영화관, 라디오 시그널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봤다 싶은 귀엽고 따뜻한 음악을 만드는 작곡가 우아이에오. 대학에서 클래식 바이올린을 전공했지만, 졸업 후 홍대 인디밴드 ‘신나는섬’ 멤버가 되어 작곡, 편곡을 하고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밴드 활동, 각종 영상 음악 작곡, 레코딩. 하지만 음악을 하지 않을 때는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할지 몰랐다. 그저 멍하니 핸드폰만 바라보는 게 휴식이나 유일한 취미였다. 그러길 십여 년 만에 소셜 미디어에 오늘의 일기를 올려 보기로 했다. 그림이나 글 대신 음악가답게 음악으로. 인스타그램에 〈1분의 음악〉을 올리며 솔로 프로젝트 ‘우아이에오’가 시작되었다.

 

ⓒ진유정



오늘의 음악 일기, 〈1분의 음악〉

1분의 음악이 100곡이 되자 이 음악들을 주제 별로 모아 규모를 키워 보았다. 앨범을 만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일기이자 휴식, 놀이였다. 그렇게 EP 〈Root Seoul〉과 싱글 〈밤의 유영〉이 만들어졌다. 지금은 유튜브에서 귀여운 앨범 재킷을 배경으로 이 음악들을 들을 수 있지만 처음에는 음원 유통 사이트를 거치지 않고 개인 홈페이지에서만 음원을 판매했다. 유제품보다 짧은 유통기한으로 음원들이 내몰리듯 사라지는 요즘의 음악 감상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Deep Sleep Deep 

2022년 7월 10일, 우아이에오의 첫 번째 풀랭스 앨범 〈Deep sleep deep〉이 발매되었다. 포크, 크로스오버, 신스팝, 클래식, 재즈. 장르가 다양해지고, 더 밝고 가벼워졌다. 드라마와 세계관이 확장될 때 오히려 진지함과 무게감이 덜어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이 앨범은 검은고양이의 깊고 깊은 꿈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기 위해 고양이는 매일 창가에 누워 꿈을 꾼다. 그러면 꿈이 아닐지도 모를 어떤 평행한 세상에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때로는 무서운 괴물 같은 시련을 극복하기도 한다. 검은 고양이의 각별한 사랑, 오래 지속될 꿈.


〈Deep Sleep Deep〉 앨범 커버


“아름다움을 쫓아가 보는 과정이었어요. 슬로모션 속 다이빙처럼 미끈하게 몸을 펴고 아래로, 아래로 몸을 던져 본 거예요. 잘 해내고 싶은 간절함, 한계, 음악을 지속하기 어렵게 하는 온갖 사회적 여건. 이런 부력을 뚫고 씩씩하게 아래로 잠영해 본 거지요. 오랜 시간 음악을 하며 공허가 축적돼 있었나 봐요. 공허를 뚫고 더 깊은 곳으로 헤엄쳐 들어가면서 줄곧 표면에 드러나지 않은 아름다움을 생각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가슴 아릿해지면서 또 어쩐지 따뜻하게 안심이 되었어요. 사랑할 때의 감각과 음악이 링크된 것 같았지요.”


〈Deep Sleep Deep〉의 LP ⓒ진유정


결국 이 앨범은 사랑에 관한 음악이 될 수밖에 없었다. 연주 음악만으로는 깊고 조그만 사랑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워 ‘라이너스의 담요’ 연진, Ram, 연극배우 서성종의 목소리를 빌리기도 했다.




음악이 통용되는 현실과 소비되는 방식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그래서 음원 유통 회사와 계약을 했다. 하지만 한정판으로 제작한 LP는 홈페이지에서만 판매하기로 했다. 소장, 애착, 뮤지션과 감상자의 직접적인 연결은 아주 개인적이고 소중한 마음이라 약간의 수고를 들이는 게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진유정



입을 좍좍 벌려 우! 아! 이! 에! 오! 마음의 스트레칭

“매일 똑같이 출근해서 똑같은 빵을 굽는 사람처럼 어딘가 시간이 멈춘 듯한 느긋한 풍경을 마음에 그려요. 단순하고 동그란 모양은 제가 그리는 마음속 풍경이에요. 하지만 음악은 사진으로 찰칵! 하고 느긋한 분위기를 연출하듯 동그랗고 예쁠 수가 없어요. 과정 자체가 뾰족하고, 한 가닥, 한 가닥, 세부적인 음들을 선택하고 조율해서 하나의 덩어리를 만들어야 하니까요. 그러다 보면 결국 완성의 즐거움보다는 그것을 끝까지 쫓아가보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는 결론밖에 없는 거지요.”


ⓒ진유정


매일 아침 빵집 문을 열고 조금씩 레시피를 바꿔 가며 새로운 빵, 새로운 음악이 부풀어 오르는 모습을 지켜본다. 해가 드는 창가에서는 검은고양이가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자고 있다. 악기를 꺼내들고 즐겁게 버스킹을 하던 집시 밴드 연주자나 악기를 내려놓고 발랄한 세계의 표면 아래 깊고 어두운 마음으로 향하는 작곡자나, 음악의 즐거움과 필요에 맞닿은 단상은 같다. 구겨진 마음을 활짝 펴는 마음의 스트레칭. 그 단상들을 편안하게 음미하고 따라가 보자. 입을 좍좍 벌려 우! 아! 이! 에! 오! 마음속 스트레칭을 해 보자. 굴곡진 마음이 잠시 평평해지는 순간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진유정


우아이에오 홈페이지: uaieo.kr




사진 진유정

6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