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화 김소영 도예가 인터뷰 #1 먼저 읽기

도화 김소영 작가
Q. 처음 순례가 가장 어렵다고 하셨지만, 큰 고생을 하고 나면 두 번째가 엄두도 나지 않게 되지 않을까요?
제가 처음 순례길을 다녀와서 결심했던 게, 적어도 5년 안에 다시 오자는 거였어요. 정말 죽을 고생을 한 건 맞지만, 그만큼 좋았던 거지요. 살다 보니 창업도 하고 작업도 하고, 강연도 다니면서 하루하루 진짜 고됐어요. 4년 동안 잠을 제대로 잔 날이 있을까요? 완전히 지친 거예요. 그래서 제가 처음 도예를 시작할 때의 그 마음을 찾고 싶어서 다시 산티아고로 가야 했어요. 생각해 보니 마침 5년도 다가오고 있어 그냥 비행기 티켓부터 질렀던 거지요.
Q. 첫 번째 순례와 두 번째 순례 사이 4년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 주시겠어요?
카네이션을 미친 듯이 홍보해서 제 이름을 조금 알리던 때였고, 그것 때문에 도예 분야에서 자리를 잡게 되었던 것 같고,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제가 도예가로 계속 살아갈 수 있는 밑바탕이 그 4년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를 알려야 했어요. 완전히 밑바닥이니까 잠도 하루에 한두 시간, 밤을 새울 때도 많았고, 친구들이 그래요, 너는 그때 네 인생 체력을 다 끌어다 썼다고. 정말 후회 없이 매달렸어요. 저라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어요. 그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순례길에 다시 갈 수 있게 된 거고, 크게 성공한 건 아니지만 60, 70이 돼서도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고 생각해요.
작업 중인 도화 김소영 작가
Q. 아홉 번의 순례길 여행 중 세 번째가 가장 좋았다고 하셨지요?
네, 그때가 제일 많이 걸었을 때였어요. 프랑스 길 791킬로미터를 완주하고 북쪽으로 400킬로미터를 더 걸어서 대략 1,200킬로미터를 걸었어요. 두 달이 조금 안 되는 기간이었는데, 일단 그때 같이 걸었던 친구들이 너무 좋았어요. 미국인 친구 한 명에 오스트리아 친구 한 명, 저까지 셋이 걸었는데, 가족 같았어요. 지금도 서로 연락하고 지내요. 뭔가 하나를 딱 꼽으라고 한다면 그 친구들이지만, 풍경도 좋았고, 제 몸 상태도 좋았고, 모든 게 좋았어요.
Q. 한 해에 세 번이나 순례를 다녀오신 적도 있어요.
뭐 굳이 변명처럼 이야기하자면, 코비드 때문에 2년을 못 나갔어요. 그러니까 거의 정신이 나가 있는 상태였지요. 제가 두 번째 순례 이후로 1년에 한 번, 못해도 2년에 한 번은 다녀왔는데, 1년이 넘으니까 생활하고 작업할 에너지가 바닥나는 느낌이었어요. 지금도 살짝 에너지가 없는 상태이긴 한데, 너무나 떠나고 싶어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2주 동안 400킬로미터를 걷다 왔어요.
그런데 그게 뭐가 문제였냐면 길의 반만 걷다 오니까 완결 짓지 못한 느낌, 어떤 일을 하다가 중간에 딱 끊긴 느낌이 들어서, 안 되겠다 다시 가야겠다 싶어서 다시 800km를 걸으러 갔어요. 그제야 한이 좀 풀리더라고요. 그게 6개월 정도 기간이었어요. 그때의 후련함이 너무 좋아서 사람들도 용기를 내서 걸어봤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세 명을 모아 가이드로 나섰지요. 일주일 정도, 얼마 걷지는 않았어요. 그렇게 1년 동안 세 번을 갔다 오게 된 거지요.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도화 김소영 작가
Q. 걸을 때는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무작정 걸을 때는 몰랐어요. 걷는 게 제 생각을 쉬게 하는 일이라는 걸요. 저는 순례길을 걷는 게 마냥 좋고, 제 일상이 단순해져서 마음이 편안해지고, 뭔가 생각이 났다가 잠시 없어졌다가 다시 생각나고, 그런 게 반복되다가 흩어지는 느낌이 좋았어요. 생각이 정리되거나 해결되는 게 아니었어요. 나의 케케묵은 고민, 스트레스, 답답했던 마음이 걷는 동안 그냥 흩어져 버리더라고요.
이런 느낌을 설명할 수 없을까 싶어 나중에 책을 읽어 보니 장거리 트레킹이 뇌에 쉬는 시간을 준다고 하더라고요. 막상 걸을 때는 걷는 게 몸과 정신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과학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고 하는 사실을 생각하지 않아요. 생각을 하며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비워지는 느낌, 저는 그 느낌이 정말 좋아요.

Q. 걷지 않을 때는 어떤 느낌인가요?
작업은 앉아서 해야 하는 거고, 활동적일 수가 없어요. 전시 준비를 하게 되면 4개월 동안은 아무도 못 만나고 작업만 해요. 과장이 아니라 아예 사람을 못 만나요. 잠자는 시간 빼고 17시간 이상 작업하니까 산티아고에서의 제 모습과 너무나 다르지요. 어떻게 보면 일상 속에서 쉬고 마음이 편해지는 게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까 원 없이 걷고, 생각 없이 걷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는 거예요.
Q. 그러면 이제 곧 열 번째 순례를 채우시는 건가요?
지금이 조금씩 에너지가 다 돼 가는 시기라 내년에 가야지요. 원래 봄을 제일 좋아하고, 순례길도 봄이 제일 좋아요. 내년 5월이나 6월에 가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서에 사인을 마친 도화 김소영 작가
Q. 첫 순례길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조언을 해 주신다면?
코스는 프랑스 길이 좋을 것 같아요. 거기가 순례길의 입문 같은 느낌이랄까, 이후 다른 데를 가고, 또 다른 데를 가고 하게 되지요. 가기 전에는 꼭 운동을 하시고요. 준비물이야 뭐 어차피 거기 가서 알아서 다 버리고 깨달을 거라 생각하지만 운동을 안 하고 갔다가 후회하는 분들이 꽤 많아요. 안 다치고 안 아픈 게 최고예요. 배낭을 메고 걷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든 일이라 다치거나 아프기 쉬워요. 그러면 순례길은 끝이지요. 택시나 버스를 타고 다음 코스로 이동할 수는 있지만 거기에 가는 이유는 걸으려고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다른 정보를 찾고 뭘 사고 할 시간에 운동을 더 하라고 이야기해요.
Q. 새 전시 일정도 잡혔나요?
개인전은 아직 안 잡혔는데, 제가 지금 해외로 진출할지 고민 중이에요. 뉴욕에서 작품 활동을 해보고 싶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어요. 작년 10월, 뉴욕에 한 번 갔다 왔어요. 그때부터 시작된 고민인 거지요. 한 1년 정도 살면서 더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한테 제 작품을 보여주고 판매도 해보고 싶거든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산티아고 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니까요. 비자 나오는 것도 쉽지 않을 거고, 작업실과 집을 비우고 가는 것도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고요. 체류 비용도 엄청나겠지요. 지금까지 해 오던 일들을 멈추고 가야 하는데, 그런 걸 내려놓겠다는 결심이 아직은 서지 않아서, 내가 아직 덜 간절한 건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가게 되면 제가 정말 간절해서 가는 거겠지요. 간절함의 차이 같아요.

인터뷰 | 이주호
사진 제공 | 도화 김소영
:: 도화 김소영 도예가 인터뷰 #1 먼저 읽기
도화 김소영 작가
Q. 처음 순례가 가장 어렵다고 하셨지만, 큰 고생을 하고 나면 두 번째가 엄두도 나지 않게 되지 않을까요?
제가 처음 순례길을 다녀와서 결심했던 게, 적어도 5년 안에 다시 오자는 거였어요. 정말 죽을 고생을 한 건 맞지만, 그만큼 좋았던 거지요. 살다 보니 창업도 하고 작업도 하고, 강연도 다니면서 하루하루 진짜 고됐어요. 4년 동안 잠을 제대로 잔 날이 있을까요? 완전히 지친 거예요. 그래서 제가 처음 도예를 시작할 때의 그 마음을 찾고 싶어서 다시 산티아고로 가야 했어요. 생각해 보니 마침 5년도 다가오고 있어 그냥 비행기 티켓부터 질렀던 거지요.
Q. 첫 번째 순례와 두 번째 순례 사이 4년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 주시겠어요?
카네이션을 미친 듯이 홍보해서 제 이름을 조금 알리던 때였고, 그것 때문에 도예 분야에서 자리를 잡게 되었던 것 같고,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제가 도예가로 계속 살아갈 수 있는 밑바탕이 그 4년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를 알려야 했어요. 완전히 밑바닥이니까 잠도 하루에 한두 시간, 밤을 새울 때도 많았고, 친구들이 그래요, 너는 그때 네 인생 체력을 다 끌어다 썼다고. 정말 후회 없이 매달렸어요. 저라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어요. 그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순례길에 다시 갈 수 있게 된 거고, 크게 성공한 건 아니지만 60, 70이 돼서도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고 생각해요.
Q. 아홉 번의 순례길 여행 중 세 번째가 가장 좋았다고 하셨지요?
네, 그때가 제일 많이 걸었을 때였어요. 프랑스 길 791킬로미터를 완주하고 북쪽으로 400킬로미터를 더 걸어서 대략 1,200킬로미터를 걸었어요. 두 달이 조금 안 되는 기간이었는데, 일단 그때 같이 걸었던 친구들이 너무 좋았어요. 미국인 친구 한 명에 오스트리아 친구 한 명, 저까지 셋이 걸었는데, 가족 같았어요. 지금도 서로 연락하고 지내요. 뭔가 하나를 딱 꼽으라고 한다면 그 친구들이지만, 풍경도 좋았고, 제 몸 상태도 좋았고, 모든 게 좋았어요.
Q. 한 해에 세 번이나 순례를 다녀오신 적도 있어요.
뭐 굳이 변명처럼 이야기하자면, 코비드 때문에 2년을 못 나갔어요. 그러니까 거의 정신이 나가 있는 상태였지요. 제가 두 번째 순례 이후로 1년에 한 번, 못해도 2년에 한 번은 다녀왔는데, 1년이 넘으니까 생활하고 작업할 에너지가 바닥나는 느낌이었어요. 지금도 살짝 에너지가 없는 상태이긴 한데, 너무나 떠나고 싶어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2주 동안 400킬로미터를 걷다 왔어요.
그런데 그게 뭐가 문제였냐면 길의 반만 걷다 오니까 완결 짓지 못한 느낌, 어떤 일을 하다가 중간에 딱 끊긴 느낌이 들어서, 안 되겠다 다시 가야겠다 싶어서 다시 800km를 걸으러 갔어요. 그제야 한이 좀 풀리더라고요. 그게 6개월 정도 기간이었어요. 그때의 후련함이 너무 좋아서 사람들도 용기를 내서 걸어봤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세 명을 모아 가이드로 나섰지요. 일주일 정도, 얼마 걷지는 않았어요. 그렇게 1년 동안 세 번을 갔다 오게 된 거지요.
Q. 걸을 때는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무작정 걸을 때는 몰랐어요. 걷는 게 제 생각을 쉬게 하는 일이라는 걸요. 저는 순례길을 걷는 게 마냥 좋고, 제 일상이 단순해져서 마음이 편안해지고, 뭔가 생각이 났다가 잠시 없어졌다가 다시 생각나고, 그런 게 반복되다가 흩어지는 느낌이 좋았어요. 생각이 정리되거나 해결되는 게 아니었어요. 나의 케케묵은 고민, 스트레스, 답답했던 마음이 걷는 동안 그냥 흩어져 버리더라고요.
이런 느낌을 설명할 수 없을까 싶어 나중에 책을 읽어 보니 장거리 트레킹이 뇌에 쉬는 시간을 준다고 하더라고요. 막상 걸을 때는 걷는 게 몸과 정신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과학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고 하는 사실을 생각하지 않아요. 생각을 하며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비워지는 느낌, 저는 그 느낌이 정말 좋아요.
Q. 걷지 않을 때는 어떤 느낌인가요?
작업은 앉아서 해야 하는 거고, 활동적일 수가 없어요. 전시 준비를 하게 되면 4개월 동안은 아무도 못 만나고 작업만 해요. 과장이 아니라 아예 사람을 못 만나요. 잠자는 시간 빼고 17시간 이상 작업하니까 산티아고에서의 제 모습과 너무나 다르지요. 어떻게 보면 일상 속에서 쉬고 마음이 편해지는 게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까 원 없이 걷고, 생각 없이 걷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는 거예요.
Q. 그러면 이제 곧 열 번째 순례를 채우시는 건가요?
지금이 조금씩 에너지가 다 돼 가는 시기라 내년에 가야지요. 원래 봄을 제일 좋아하고, 순례길도 봄이 제일 좋아요. 내년 5월이나 6월에 가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Q. 첫 순례길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조언을 해 주신다면?
코스는 프랑스 길이 좋을 것 같아요. 거기가 순례길의 입문 같은 느낌이랄까, 이후 다른 데를 가고, 또 다른 데를 가고 하게 되지요. 가기 전에는 꼭 운동을 하시고요. 준비물이야 뭐 어차피 거기 가서 알아서 다 버리고 깨달을 거라 생각하지만 운동을 안 하고 갔다가 후회하는 분들이 꽤 많아요. 안 다치고 안 아픈 게 최고예요. 배낭을 메고 걷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든 일이라 다치거나 아프기 쉬워요. 그러면 순례길은 끝이지요. 택시나 버스를 타고 다음 코스로 이동할 수는 있지만 거기에 가는 이유는 걸으려고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다른 정보를 찾고 뭘 사고 할 시간에 운동을 더 하라고 이야기해요.
Q. 새 전시 일정도 잡혔나요?
개인전은 아직 안 잡혔는데, 제가 지금 해외로 진출할지 고민 중이에요. 뉴욕에서 작품 활동을 해보고 싶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어요. 작년 10월, 뉴욕에 한 번 갔다 왔어요. 그때부터 시작된 고민인 거지요. 한 1년 정도 살면서 더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한테 제 작품을 보여주고 판매도 해보고 싶거든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산티아고 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니까요. 비자 나오는 것도 쉽지 않을 거고, 작업실과 집을 비우고 가는 것도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고요. 체류 비용도 엄청나겠지요. 지금까지 해 오던 일들을 멈추고 가야 하는데, 그런 걸 내려놓겠다는 결심이 아직은 서지 않아서, 내가 아직 덜 간절한 건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가게 되면 제가 정말 간절해서 가는 거겠지요. 간절함의 차이 같아요.
인터뷰 | 이주호
사진 제공 | 도화 김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