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수궁가〉의 이수자 소리꾼 김봉영
저는 전북 남원에서 태어났습니다. 남원은 판소리 하시는 명창도 많으시고, 국립민속국악원이나 남원시립국악원도 있고,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뀔 때에도 판소리가 나오는 곳이에요. 중학교 때 음악 선생님도 판소리를 하셨는데, 제가 노래하는 걸 들으시고 판소리를 배워 보라고 권하셨어요. 그래서 소리꾼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지요.

판소리꾼이자 판소리 작, 연출가 김봉영
소리꾼에서 창작극 작가로, 판소리 드라마 〈눈먼 사람〉
창작 활동을 시작하며 제가 표현하고 싶은 것들이 명확해지고 있었어요. 하지만 극작, 연출을 다른 분이 맡으셨을 때 제 머릿속에 있는 것을 설명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결과가 제가 생각하는 그림과 달라졌다는 것도 느꼈고요. 그래서 직접 글도 쓰고 연출도 하게 되었어요. 대단한 목표가 있었다기보다 하고 싶은 걸 해 나가다 보니 극작과 연출까지 영역이 확장된 것 같아요.

2014년에 〈눈먼 사람〉을 발표했습니다. 엄연히 말하면 제 첫 작품은 아니지만, 그 이전에 썼던 작품들은 마음에 안 들거나 아쉬운 면이 있었어요. 〈눈먼 사람〉이 처음으로 만족스러웠던 작품이었고, 그래서 제 첫 판소리 드라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판소리 드라마 〈눈먼 사람〉 중에서
〈눈먼 사람〉, 심봉사
〈심청전〉을 모티프로 하지만, 이 작품은 심봉사, 심학규의 시점에서 진행됩니다. 심청이가 인당수에 몸을 던진 후 황후가 되어 돌아오잖아요? 이 모든 것이 심청이가 죽은 후 심봉사가 이야기꾼으로서 만들어 낸 환상이자 판타지였다는 내용이에요. 아버지로서의 무능, 죄책감, 미안함 때문이었지요. 이런 공상과 현실이 주는 간극을 다루며 우리 삶을 들여다보고 싶었어요.
〈눈먼 사람〉은 2019년까지 계속 무대에 올렸는데 저 혼자 소리로 두 시간을 끌고 가야 하는 작품이라 힘에 부치기도 하고, 내용상 감정을 극도로 끌어올려야 하는 장면이 많아 마음도 힘들어서 이후로는 쉬고 있어요. 〈눈먼 사람〉을 아껴주시는 분들이 언제 다시 올리는지 물어보시는데, 언젠가 꼭 다시 무대에 올리고 싶은 애정하는 작품이에요.

작, 연출은 물론 직접 소리도 하는 판소리
2022 전주세계소리축제에 올릴 〈다시 쓴 엽서〉
〈다시 쓴 엽서〉는 ‘자유’를 주제로 하는 옴니버스 판소리 드라마예요. 어느 노부부가 라디오 방송사에 출연하며 펼쳐지는 이야기예요. 시대가 조금씩 다른 네 개의 독립된 이야기가 마지막에 퍼즐처럼 맞춰지면서 메시지를 전달해요.
처음에는 세상의 대비, 갈등에 관한 극을 쓰고자 했어요. 갈등이 자유에 이르기까지 리서치도 하고 연구도 방대하게 했는데, 1년이 조금 더 걸렸네요. 자유에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고 생각해요. 즉 나의 ‘공간’, 나의 ‘시간’, 나의 ‘선택’이 있어야 자유롭다고 느끼고, 이 중 하나만 결여돼도 우리는 자유롭지 못하다는 걸 알았어요. 공간, 시간, 선택이 작품의 큰 골격이 됩니다. 근현대사까지 리서치 하면서 발굴된 인물들이 대립하고 갈등하며 긴장이 만들어지고요. 노부부가 ‘다시 쓴 엽서’를 읽으며 결말이 맺어지는데, 이면에 많은 의미들이 존재하지만 이야기 구조는 최대한 단순화한 것이 특징입니다.

전시 〈세상의 대비 – 다시 쓴 엽서〉에서

전시 〈세상의 대비 – 다시 쓴 엽서〉에서
전시를 위한 판소리 〈세상의 대비 – 다시 쓴 엽서〉
이 극은 먼저 전시회로 공개되었어요. 판소리에서는 듣는 사람을 관객이라고 하기보다 ‘청중’이라고 하는데요, 극의 이미지를 청중들이 상상하며 그려야 하기 때문이에요. 〈세상의 대비 – 다시 쓴 엽서〉는 판소리의 청각에 전시의 시각, 촉각적인 면을 합치는 작업이었어요. 제가 찍은 사진과 오브제가 있고, 그 앞에서 미리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해 둔 판소리를 듣는 형식이에요. 본래 판소리는 서사 중심이지만, 이 작품은 전시이다 보니 극 중에서 대립하는 두 사람의 감정을 줌인하여 보여주는, 감정의 묘사에 주안점을 두었어요. 묘사 중심의 판소리였던 거지요.



판소리 현대극, 새로 쓰이는 판소리
전통음악은 양식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저는 양식만을 보존하는 관습이 답답하게 느껴졌어요. 의미 없이 하라는 대로 하고 있는 자신을 볼 때 특히 그랬습니다. 전통 판소리를 연구하다보면 오랜 시간 수많은 사람의 생각과 감정이 축적되며, 부산물은 사라지고 중요한 것만 남아 양식이 되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전통음악 이면에 담긴 의미를 이해해야 자연스럽게 전통 양식도 보존되고 창작의 길도 열리는 것 같아요. 제가 오랜 시간 작품을 만들어도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을, 전통은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는 걸 발견하게 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얼마나 많은 창작자가 저와 같은 문제를 얼마나 오랫동안 해결해 왔겠어요. 창작이 있었으니 전통이 생겼고, 전통은 다시 창작으로써 보존되는 거 같아요. 그래서 전통 양식만 답습하는 것은 기술적인 느낌이고, 이면의 의미를 이해하며 나의 생각, 감정, 느낌을 담아야 예술로 느껴지는 거 같아요.

〈환상노정기〉에서
판소리는 보통 사람들의 예술이었어요. 〈춘향전〉만 봐도 당시 사회적으로 지위가 낮았던 여성이 변사또라는 관료이자 남성 권력에 대항하는, 그러면서 지배층의 비리를 고발하고 풍자하는 작품이었어요. 한 인간이 자신의 의지로 일어서 자유로운 선택을 하기 위해 싸우는 거지요.
〈다시 쓴 엽서〉 도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에요. 또한 자유를 주제로 한 작품이죠. 작품의 외형만 봐서는 전통과 다른 모습 같지만, 이면의 골격은 전통 판소리를 그대로 활용하면서 지금 우리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어요.

〈날아라 에코맨〉에서
가족극이 되길 바라며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게 정말 아이를 위한 건지, 그저 나를 위해 도리를 다하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어요. 이번 작품에도 엄마는 딸을 위해 희생했다고 말하지만 딸은 오히려 엄마가 자신을 구속했다며 충돌하는 장면이 나와요. 작품에서는 어떤 것이 옳고 그르다를 떠나서 서로의 감정을 속도감 있고 흥미롭게 전개하며 함께 생각해볼 여지를 주려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전주 소리문화의 전당에서 열리는 첫 공연에 부모, 아이, 할아버지, 할머니 손주들이 다 같이 봐 주셨으면 해요.
소리꾼 김봉영과 극작가·연출가 김봉영 - 그 균형 위에서
9월과 10월 2022 조선왕릉문화제에서 공연 〈신들의 정원〉을 하는데, 연출가가 아닌 소리꾼으로 출연합니다. 서울의 선‧정릉, 강화의 홍릉, 전주 경기전에서 공연하는데, 공연을 위해 왕릉을 공개하는 게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해요. 죽은 왕과 여러 인물이 나오는데, 부끄럽지만 제가 왕을 맡았어요. 지금 한창 연습 중인데 제가 몸치라 안무 익히는 게 너무 힘드네요. 9월 17일 전주에서는 연출가로, 바로 다음 주말 왕릉에서는 소리꾼으로, 둘의 균형을 잘 맞춰보려 합니다. 전주든 왕릉이든 가을 저녁을 보내기에 정말 좋은 곳이니 많이 찾아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이주호 신태진
판소리 〈수궁가〉의 이수자 소리꾼 김봉영
저는 전북 남원에서 태어났습니다. 남원은 판소리 하시는 명창도 많으시고, 국립민속국악원이나 남원시립국악원도 있고,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뀔 때에도 판소리가 나오는 곳이에요. 중학교 때 음악 선생님도 판소리를 하셨는데, 제가 노래하는 걸 들으시고 판소리를 배워 보라고 권하셨어요. 그래서 소리꾼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지요.
판소리꾼이자 판소리 작, 연출가 김봉영
소리꾼에서 창작극 작가로, 판소리 드라마 〈눈먼 사람〉
창작 활동을 시작하며 제가 표현하고 싶은 것들이 명확해지고 있었어요. 하지만 극작, 연출을 다른 분이 맡으셨을 때 제 머릿속에 있는 것을 설명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결과가 제가 생각하는 그림과 달라졌다는 것도 느꼈고요. 그래서 직접 글도 쓰고 연출도 하게 되었어요. 대단한 목표가 있었다기보다 하고 싶은 걸 해 나가다 보니 극작과 연출까지 영역이 확장된 것 같아요.
2014년에 〈눈먼 사람〉을 발표했습니다. 엄연히 말하면 제 첫 작품은 아니지만, 그 이전에 썼던 작품들은 마음에 안 들거나 아쉬운 면이 있었어요. 〈눈먼 사람〉이 처음으로 만족스러웠던 작품이었고, 그래서 제 첫 판소리 드라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눈먼 사람〉, 심봉사
〈심청전〉을 모티프로 하지만, 이 작품은 심봉사, 심학규의 시점에서 진행됩니다. 심청이가 인당수에 몸을 던진 후 황후가 되어 돌아오잖아요? 이 모든 것이 심청이가 죽은 후 심봉사가 이야기꾼으로서 만들어 낸 환상이자 판타지였다는 내용이에요. 아버지로서의 무능, 죄책감, 미안함 때문이었지요. 이런 공상과 현실이 주는 간극을 다루며 우리 삶을 들여다보고 싶었어요.
〈눈먼 사람〉은 2019년까지 계속 무대에 올렸는데 저 혼자 소리로 두 시간을 끌고 가야 하는 작품이라 힘에 부치기도 하고, 내용상 감정을 극도로 끌어올려야 하는 장면이 많아 마음도 힘들어서 이후로는 쉬고 있어요. 〈눈먼 사람〉을 아껴주시는 분들이 언제 다시 올리는지 물어보시는데, 언젠가 꼭 다시 무대에 올리고 싶은 애정하는 작품이에요.
작, 연출은 물론 직접 소리도 하는 판소리
2022 전주세계소리축제에 올릴 〈다시 쓴 엽서〉
〈다시 쓴 엽서〉는 ‘자유’를 주제로 하는 옴니버스 판소리 드라마예요. 어느 노부부가 라디오 방송사에 출연하며 펼쳐지는 이야기예요. 시대가 조금씩 다른 네 개의 독립된 이야기가 마지막에 퍼즐처럼 맞춰지면서 메시지를 전달해요.
처음에는 세상의 대비, 갈등에 관한 극을 쓰고자 했어요. 갈등이 자유에 이르기까지 리서치도 하고 연구도 방대하게 했는데, 1년이 조금 더 걸렸네요. 자유에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고 생각해요. 즉 나의 ‘공간’, 나의 ‘시간’, 나의 ‘선택’이 있어야 자유롭다고 느끼고, 이 중 하나만 결여돼도 우리는 자유롭지 못하다는 걸 알았어요. 공간, 시간, 선택이 작품의 큰 골격이 됩니다. 근현대사까지 리서치 하면서 발굴된 인물들이 대립하고 갈등하며 긴장이 만들어지고요. 노부부가 ‘다시 쓴 엽서’를 읽으며 결말이 맺어지는데, 이면에 많은 의미들이 존재하지만 이야기 구조는 최대한 단순화한 것이 특징입니다.
전시 〈세상의 대비 – 다시 쓴 엽서〉에서
전시 〈세상의 대비 – 다시 쓴 엽서〉에서
전시를 위한 판소리 〈세상의 대비 – 다시 쓴 엽서〉
이 극은 먼저 전시회로 공개되었어요. 판소리에서는 듣는 사람을 관객이라고 하기보다 ‘청중’이라고 하는데요, 극의 이미지를 청중들이 상상하며 그려야 하기 때문이에요. 〈세상의 대비 – 다시 쓴 엽서〉는 판소리의 청각에 전시의 시각, 촉각적인 면을 합치는 작업이었어요. 제가 찍은 사진과 오브제가 있고, 그 앞에서 미리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해 둔 판소리를 듣는 형식이에요. 본래 판소리는 서사 중심이지만, 이 작품은 전시이다 보니 극 중에서 대립하는 두 사람의 감정을 줌인하여 보여주는, 감정의 묘사에 주안점을 두었어요. 묘사 중심의 판소리였던 거지요.
판소리 현대극, 새로 쓰이는 판소리
전통음악은 양식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저는 양식만을 보존하는 관습이 답답하게 느껴졌어요. 의미 없이 하라는 대로 하고 있는 자신을 볼 때 특히 그랬습니다. 전통 판소리를 연구하다보면 오랜 시간 수많은 사람의 생각과 감정이 축적되며, 부산물은 사라지고 중요한 것만 남아 양식이 되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전통음악 이면에 담긴 의미를 이해해야 자연스럽게 전통 양식도 보존되고 창작의 길도 열리는 것 같아요. 제가 오랜 시간 작품을 만들어도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을, 전통은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는 걸 발견하게 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얼마나 많은 창작자가 저와 같은 문제를 얼마나 오랫동안 해결해 왔겠어요. 창작이 있었으니 전통이 생겼고, 전통은 다시 창작으로써 보존되는 거 같아요. 그래서 전통 양식만 답습하는 것은 기술적인 느낌이고, 이면의 의미를 이해하며 나의 생각, 감정, 느낌을 담아야 예술로 느껴지는 거 같아요.
〈환상노정기〉에서
판소리는 보통 사람들의 예술이었어요. 〈춘향전〉만 봐도 당시 사회적으로 지위가 낮았던 여성이 변사또라는 관료이자 남성 권력에 대항하는, 그러면서 지배층의 비리를 고발하고 풍자하는 작품이었어요. 한 인간이 자신의 의지로 일어서 자유로운 선택을 하기 위해 싸우는 거지요.
〈다시 쓴 엽서〉 도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에요. 또한 자유를 주제로 한 작품이죠. 작품의 외형만 봐서는 전통과 다른 모습 같지만, 이면의 골격은 전통 판소리를 그대로 활용하면서 지금 우리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어요.
〈날아라 에코맨〉에서
가족극이 되길 바라며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게 정말 아이를 위한 건지, 그저 나를 위해 도리를 다하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어요. 이번 작품에도 엄마는 딸을 위해 희생했다고 말하지만 딸은 오히려 엄마가 자신을 구속했다며 충돌하는 장면이 나와요. 작품에서는 어떤 것이 옳고 그르다를 떠나서 서로의 감정을 속도감 있고 흥미롭게 전개하며 함께 생각해볼 여지를 주려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전주 소리문화의 전당에서 열리는 첫 공연에 부모, 아이, 할아버지, 할머니 손주들이 다 같이 봐 주셨으면 해요.
소리꾼 김봉영과 극작가·연출가 김봉영 - 그 균형 위에서
9월과 10월 2022 조선왕릉문화제에서 공연 〈신들의 정원〉을 하는데, 연출가가 아닌 소리꾼으로 출연합니다. 서울의 선‧정릉, 강화의 홍릉, 전주 경기전에서 공연하는데, 공연을 위해 왕릉을 공개하는 게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해요. 죽은 왕과 여러 인물이 나오는데, 부끄럽지만 제가 왕을 맡았어요. 지금 한창 연습 중인데 제가 몸치라 안무 익히는 게 너무 힘드네요. 9월 17일 전주에서는 연출가로, 바로 다음 주말 왕릉에서는 소리꾼으로, 둘의 균형을 잘 맞춰보려 합니다. 전주든 왕릉이든 가을 저녁을 보내기에 정말 좋은 곳이니 많이 찾아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이주호 신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