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회 서울연극제 대상, 국립극단 초청 공연. 극단 ‘창작조직 성찬파’의 연극 〈반쪼가리 자작〉은 환상적인 원작을 성공적으로 무대 위에 올렸다는 평을 받으며 주목 받은 작품입니다. 원작을 각색하고 공연을 연출한 ‘창작조직 성찬파’의 박성찬 연출을 만나 흥미로운 작업 과정에 관해 들어보았습니다.

극단 '창작조직 성찬파' 대표 박성찬 연출가
Q. 어떻게 연극을 시작하시게 되었나요?
유아교육과를 졸업하고 아동 인형극 극단에 들어갔습니다. 거기서 1년 정도 배우를 하다가 인형 같은 무대 소품 제작이 저에게 더 잘 맞는다고 느꼈어요. 무대 디자인과 제작도 했고요. 4~5년 극단에 속해 있다가 프리랜서로 전향했습니다. 〈발사 6개월 전〉, 〈양자전쟁〉, 〈엔드 게임〉 등이 최근 제가 무대와 소품 제작으로 참여한 작품이고요. 이번 연극 〈반쪼가리 자작〉의 무대와 인형극에서 등장하는 인형도 모두 제가 디자인하고 만들었어요.
연출을 시작한 건 기획자인 아내를 만난 2014년부터였어요. 아내의 극단인 ‘잘한다 프로젝트’에서 극작과 연출을 하다가 조금 다른 성향의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2018년 제 극단을 만들었어요. 그때 이름은 ‘프로젝트 하다’였는데 워낙 비슷한 이름의 팀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의 ‘창작조직 성찬파’로 극단 명을 바꾸었습니다.
처음엔 제 이름을 거는 게 부담스러웠어요. 하지만 아내가 대표 이름을 건 극단은 관객들에게 신뢰를 줄 거라고 조언해서 이름 두 글자만 썼지요. 이왕 붙이는 거 한자로는 이룰 성(成), 빛날 찬(燦), 갈래 파(派)라고 ‘이루고 빛나는 무리들’이라는 의미도 부여해 보았어요.
현재는 ‘창작조직 성찬파’ 활동과 외부 무대‧소품 제작 활동을 병행하고 있어요.

Q. 창작조직 성찬파의 첫 작품은 무엇이었나요?
예전 극단 이름으로 만든 첫 작품이 〈타이머〉였어요. 〈타이머〉는 영화 《12인의 성난 사람들》 같은 작품으로 면접장을 배경으로 배우 6명이 나오는 연극이에요. 무대 위에 시계가 90분부터 줄어들고, 시간이 줄어들 때마다 면접을 보러 온 인물들 간에 갈등이 일어나며 인간의 본성이 드러나는 걸 보여주려 했어요. 애초 의도와 달리 코미디로 흘러간 게 아쉬워요. 내년 초에 잘 정비해서 다시 올려보려고 합니다.

'프로젝트 하다'라는 극단명으로 올렸던 연극 〈타이머〉
Q. 이번에 국립극단의 초청을 받으신 〈반쪼가리 자작〉은 어떤 작품인가요?
〈반쪼가리 자작〉은 이탈리아 작가 이탈로 칼비노의 동명 원작 소설을 각색한 작품입니다. 17세기 메다르도 자작이라는 인물이 전쟁에 참여했다가 적의 포탄을 맞고 반으로 나뉘어요. 둘로 쪼개진 메다르도는 각각 악한 면과 선한 면만 남아 고향으로 돌아오는데, 그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환상적으로 그려낸 작품이에요.

연극 〈반쪼가리 자작〉 포스터
Q. 연극으로 만들기 쉽지 않은 원작인데, 어떻게 연극으로 각색하게 되셨나요?
이 작품의 초연은 2017년이었어요. 당시 기획자인 아내와 홍보팀장이 원작을 추천해 주며 저에게 연극으로 만들어 보면 어떻겠냐고 했어요. 처음엔 이걸 어떻게 연극으로 만들지 혼란스러웠는데,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작이 장소도 다양하고 이야기의 스케일도 거대하니 모든 걸 다 표현할 수는 없었어요. 최대한 축약을 해야 했지만, 칼비노가 작품에서 하려던 이야기는 모두 집어넣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면서 저의 생각도 표현했고요.
우선 원작에서는 메다르도 자작의 조카인 아이가 화자로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저는 광대들이 준비한 연극이 ‘반쪼가리 자작’이라는 연극이라는 설정으로 바꾸었어요. 또, 자작이 반으로 나뉘는 장면이라든가 그런 환상적인 부분은 인형극과 그림자극으로 연출했습니다. 원작의 많은 부분을 인형, 그림자, 그리고 광대라는 캐릭터로 풀어낸 것이지요.

연극 〈반쪼가리 자작〉 연습 장면 / 국립극단, 창작조직 성찬파 제공
Q. 중세 이탈리아가 배경인 작품으로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야 하셨는데요, 어떤 장치로 공감을 일으키려 하셨나요?
극단의 첫 작품 〈타이머〉도 그렇고 이번 〈반쪼가리 자작〉도 그렇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관심이 많습니다. 뭔가 끄집어내기 어려운 이야기,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잘 드러내지 않는 이야기를 다루는 것도 좋아하고요. 저와 작품들의 그런 성향이 시대적 배경을 초월하여 현재의 관객에게 소구하는 면이 있다고 봐요.
또, 중세 이탈리아가 배경이지만, 광대라는 캐릭터를 통해 억압을 받는 사람들, 억압에 순응하는 사람들이 외면한 것들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했어요. 한국의 근현대사를 비추어 보기도 했고요. 하지만 균형감을 잃지 않으려고 했어요. 광대를 위주로 끌어간 이유도 진실이나 정치적으로 읽힐 수 있는 부분을 우화적으로, 그러면서 관객을 호도하거나 가르치는 분위기를 내지 않으면서 전달하고 싶어서였고요.
Q. 인형극과 그림자극도 인상적이었는데 어떻게 구성하셨나요?
무대에서 실제로 구현하기 힘든 장면을 인형극과 그림자극으로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인형은 모두 제가 만들었는데, 처음 디자인에서 배우들의 이미지에 따라 바뀐 부분도 있어요. 그림자극은 저와 배우들이 함께 만들었어요. 제가 연출 라인을 잡아두긴 했지만, 배우들의 아이디어와 역량이 뛰어나서 많이 반영했어요. 그 부분도 배우들에게 감사한 점입니다.

연극 〈반쪼가리 자작〉 연습 장면 / 국립극단, 창작조직 성찬파 제공
Q. 2017년 초연을 했는데 올해 서울연극제에서 대상을 받았습니다. 어떤 과정이 있었나요?
사실 2017년부터 계속 서울연극제에 응모했어요. 올해는 심사 자료로 영상물도 제출했는데, 무대 영상을 통해 연극이 표현하고자 한 이야기가 잘 전달이 된 거 같아요. 대본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 많거든요.
감사하게도 좋은 평을 내려 주셨고, 관객들도 좋아해 주셨어요. 특히 연출인 저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의미를 발견해 주신 분들도 있어서 많이 놀랐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국립극단의 초청으로 여기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다시 한 번 무대를 펼칠 수 있었던 거고요.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 극장
Q. 이제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계십니다. 이후의 작품 계획은 어떠신가요? 〈반쪼가리 자작〉을 재연하실 계획도 있으신가요?
아쉽게도 〈반쪼가리 자작〉은 당분간 무대에 다시 올릴 계획이 없습니다. 이 작품이 90분 넘게 배우들이 퇴장 한 번 안 하는 작품이라 배우들이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어요. 휴식을 취하면서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무대에 올리려고 합니다.
물론 서울연극제에 선정되었을 때부터 정말 신 나는 경험이었습니다. 국립극단의 초청으로 공연을 한다는 경험도 놀라운 일이었고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 소중한 시간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도록 다른 작품들도 잘 만들어 보려고 해요.
우선 극단에서는 연말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리는 쇼케이스 1차를 준비하고 있어요. 좋은 결과가 있으면 2차를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내년 초 목표로 창작 작품을 계획하고 있고요.
극단 활동이 바빠지니까 개인적으로는 외부에서 하는 무대와 소품 디자인, 제작 활동은 줄여야 할 것 같기는 해요. 물론 외부 작업도 저에게 자양분이 되지만요. 재미있는 프로젝트에는 참여하며 극단 활동에 중점을 둘 생각입니다.
인터뷰 이주호
제43회 서울연극제 대상, 국립극단 초청 공연. 극단 ‘창작조직 성찬파’의 연극 〈반쪼가리 자작〉은 환상적인 원작을 성공적으로 무대 위에 올렸다는 평을 받으며 주목 받은 작품입니다. 원작을 각색하고 공연을 연출한 ‘창작조직 성찬파’의 박성찬 연출을 만나 흥미로운 작업 과정에 관해 들어보았습니다.
극단 '창작조직 성찬파' 대표 박성찬 연출가
Q. 어떻게 연극을 시작하시게 되었나요?
유아교육과를 졸업하고 아동 인형극 극단에 들어갔습니다. 거기서 1년 정도 배우를 하다가 인형 같은 무대 소품 제작이 저에게 더 잘 맞는다고 느꼈어요. 무대 디자인과 제작도 했고요. 4~5년 극단에 속해 있다가 프리랜서로 전향했습니다. 〈발사 6개월 전〉, 〈양자전쟁〉, 〈엔드 게임〉 등이 최근 제가 무대와 소품 제작으로 참여한 작품이고요. 이번 연극 〈반쪼가리 자작〉의 무대와 인형극에서 등장하는 인형도 모두 제가 디자인하고 만들었어요.
연출을 시작한 건 기획자인 아내를 만난 2014년부터였어요. 아내의 극단인 ‘잘한다 프로젝트’에서 극작과 연출을 하다가 조금 다른 성향의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2018년 제 극단을 만들었어요. 그때 이름은 ‘프로젝트 하다’였는데 워낙 비슷한 이름의 팀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의 ‘창작조직 성찬파’로 극단 명을 바꾸었습니다.
처음엔 제 이름을 거는 게 부담스러웠어요. 하지만 아내가 대표 이름을 건 극단은 관객들에게 신뢰를 줄 거라고 조언해서 이름 두 글자만 썼지요. 이왕 붙이는 거 한자로는 이룰 성(成), 빛날 찬(燦), 갈래 파(派)라고 ‘이루고 빛나는 무리들’이라는 의미도 부여해 보았어요.
현재는 ‘창작조직 성찬파’ 활동과 외부 무대‧소품 제작 활동을 병행하고 있어요.
Q. 창작조직 성찬파의 첫 작품은 무엇이었나요?
예전 극단 이름으로 만든 첫 작품이 〈타이머〉였어요. 〈타이머〉는 영화 《12인의 성난 사람들》 같은 작품으로 면접장을 배경으로 배우 6명이 나오는 연극이에요. 무대 위에 시계가 90분부터 줄어들고, 시간이 줄어들 때마다 면접을 보러 온 인물들 간에 갈등이 일어나며 인간의 본성이 드러나는 걸 보여주려 했어요. 애초 의도와 달리 코미디로 흘러간 게 아쉬워요. 내년 초에 잘 정비해서 다시 올려보려고 합니다.
'프로젝트 하다'라는 극단명으로 올렸던 연극 〈타이머〉
Q. 이번에 국립극단의 초청을 받으신 〈반쪼가리 자작〉은 어떤 작품인가요?
〈반쪼가리 자작〉은 이탈리아 작가 이탈로 칼비노의 동명 원작 소설을 각색한 작품입니다. 17세기 메다르도 자작이라는 인물이 전쟁에 참여했다가 적의 포탄을 맞고 반으로 나뉘어요. 둘로 쪼개진 메다르도는 각각 악한 면과 선한 면만 남아 고향으로 돌아오는데, 그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환상적으로 그려낸 작품이에요.
연극 〈반쪼가리 자작〉 포스터
Q. 연극으로 만들기 쉽지 않은 원작인데, 어떻게 연극으로 각색하게 되셨나요?
이 작품의 초연은 2017년이었어요. 당시 기획자인 아내와 홍보팀장이 원작을 추천해 주며 저에게 연극으로 만들어 보면 어떻겠냐고 했어요. 처음엔 이걸 어떻게 연극으로 만들지 혼란스러웠는데,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작이 장소도 다양하고 이야기의 스케일도 거대하니 모든 걸 다 표현할 수는 없었어요. 최대한 축약을 해야 했지만, 칼비노가 작품에서 하려던 이야기는 모두 집어넣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면서 저의 생각도 표현했고요.
우선 원작에서는 메다르도 자작의 조카인 아이가 화자로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저는 광대들이 준비한 연극이 ‘반쪼가리 자작’이라는 연극이라는 설정으로 바꾸었어요. 또, 자작이 반으로 나뉘는 장면이라든가 그런 환상적인 부분은 인형극과 그림자극으로 연출했습니다. 원작의 많은 부분을 인형, 그림자, 그리고 광대라는 캐릭터로 풀어낸 것이지요.
Q. 중세 이탈리아가 배경인 작품으로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야 하셨는데요, 어떤 장치로 공감을 일으키려 하셨나요?
극단의 첫 작품 〈타이머〉도 그렇고 이번 〈반쪼가리 자작〉도 그렇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관심이 많습니다. 뭔가 끄집어내기 어려운 이야기,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잘 드러내지 않는 이야기를 다루는 것도 좋아하고요. 저와 작품들의 그런 성향이 시대적 배경을 초월하여 현재의 관객에게 소구하는 면이 있다고 봐요.
또, 중세 이탈리아가 배경이지만, 광대라는 캐릭터를 통해 억압을 받는 사람들, 억압에 순응하는 사람들이 외면한 것들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했어요. 한국의 근현대사를 비추어 보기도 했고요. 하지만 균형감을 잃지 않으려고 했어요. 광대를 위주로 끌어간 이유도 진실이나 정치적으로 읽힐 수 있는 부분을 우화적으로, 그러면서 관객을 호도하거나 가르치는 분위기를 내지 않으면서 전달하고 싶어서였고요.
Q. 인형극과 그림자극도 인상적이었는데 어떻게 구성하셨나요?
무대에서 실제로 구현하기 힘든 장면을 인형극과 그림자극으로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인형은 모두 제가 만들었는데, 처음 디자인에서 배우들의 이미지에 따라 바뀐 부분도 있어요. 그림자극은 저와 배우들이 함께 만들었어요. 제가 연출 라인을 잡아두긴 했지만, 배우들의 아이디어와 역량이 뛰어나서 많이 반영했어요. 그 부분도 배우들에게 감사한 점입니다.
Q. 2017년 초연을 했는데 올해 서울연극제에서 대상을 받았습니다. 어떤 과정이 있었나요?
사실 2017년부터 계속 서울연극제에 응모했어요. 올해는 심사 자료로 영상물도 제출했는데, 무대 영상을 통해 연극이 표현하고자 한 이야기가 잘 전달이 된 거 같아요. 대본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 많거든요.
감사하게도 좋은 평을 내려 주셨고, 관객들도 좋아해 주셨어요. 특히 연출인 저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의미를 발견해 주신 분들도 있어서 많이 놀랐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국립극단의 초청으로 여기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다시 한 번 무대를 펼칠 수 있었던 거고요.
Q. 이제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계십니다. 이후의 작품 계획은 어떠신가요? 〈반쪼가리 자작〉을 재연하실 계획도 있으신가요?
아쉽게도 〈반쪼가리 자작〉은 당분간 무대에 다시 올릴 계획이 없습니다. 이 작품이 90분 넘게 배우들이 퇴장 한 번 안 하는 작품이라 배우들이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어요. 휴식을 취하면서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무대에 올리려고 합니다.
물론 서울연극제에 선정되었을 때부터 정말 신 나는 경험이었습니다. 국립극단의 초청으로 공연을 한다는 경험도 놀라운 일이었고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 소중한 시간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도록 다른 작품들도 잘 만들어 보려고 해요.
우선 극단에서는 연말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리는 쇼케이스 1차를 준비하고 있어요. 좋은 결과가 있으면 2차를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내년 초 목표로 창작 작품을 계획하고 있고요.
극단 활동이 바빠지니까 개인적으로는 외부에서 하는 무대와 소품 디자인, 제작 활동은 줄여야 할 것 같기는 해요. 물론 외부 작업도 저에게 자양분이 되지만요. 재미있는 프로젝트에는 참여하며 극단 활동에 중점을 둘 생각입니다.
인터뷰 이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