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목마을, 서해대교, 난지섬 해수욕장 등 당진9경으로 유명한 당진에는 특별한 미술관도 있습니다. ‘아미 미술관’은 폐교를 개조한 미술관으로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건 물론, ‘인생 샷’을 건지기도 좋을 만큼 멋진 스폿이 많은 곳입니다. 아미 미술관의 김자영 총괄매니저를 만나 미술관의 정체성에 관하여, 현재 진행하고 있는 전시에 관하여 들어 보았습니다.
당진 아미 미술관
요즘 SNS에 저희 아미 미술관이 ‘정원이 예쁜 미술관’으로 많이 소개되더라고요. 충남 당진시에 있는 아미 미술관은 1993년도에 폐교된 유동 국민학교를 개조하여 정원, 카페, 전시장으로 만든 공간입니다.
프랑스 말로 아미(ami)가 친구라는 뜻이잖아요. 친구처럼 찾아와 작품도 보고 정원도 거닐다 가는, 편안하고 친근한 공간이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어요. 또, 미술관 길 건너편 산 이름이 여인의 아름다운 눈썹 모양을 닮았다 하여 ‘아미산’이라서 복합적인 의미가 부여되었지요. 주로 연인들이 많이 찾아오지만, 친구, 연인, 가족 3대가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이에요.
김자영 아미 미술관 총괄매니저
1980년대 후반 당진의 바다가 매립되기 시작하고 1990년대부터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당진 곳곳에 폐허가 되고 버려진 건물들이 정말 많았다고 해요. 당진이 고향이신 박기호 관장님께서 1994년 이 공간을 매입하여 전시장, 정원, 나무 한 그루, 꽃 한 송이, 창문틀, 문 손잡이 하나하나 손수 가꿔 오셨어요.
처음 이곳은 관장님 작업실로만 사용되었는데, 2010년 미술관으로 등록하고 2011년 첫 전시회를 열며 본격적으로 미술관으로 운영되기 시작했어요. 전시장으로 쓰이는 학교 본관 건물은 골조를 그대로 두고 최소한의 변화만 주었기 때문에 옛 정취가 그대로 남아 있어요. 전시장 주변과 정원을 둘러보시다 보면 관장님이 오랫동안 수집해 오신 당진의 근현대 물품을 구경하실 수 있을 거예요. 당진의 시대상, 생활상이 한눈에 확 들어오실 거예요.
아미 미술관의 이곳저곳
당진 바닷가에서는 지금도 간척사업이 한창이에요. 당진 바닷가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계속 사라지고 있고 그러면서 어부로 살던 분들이 농부가 되시기도 하며 주민들의 생계, 생활 모습도 변하고 있지요. 저희가 진행하는 레시던시 프로그램 ‘에꼴 드 아미’는 당진의 자연과 생활공간들을 기록하고 복원하는 작업이에요. 여러 작가님이 매해 포구를 주제로 작품을 만드시고, 10월 말부터 이듬해 봄까지 전시를 해요.
작품 설명 중인 김자영 총괄매니저
레지던시 작가님들이 작업하는 공간은 매립되기 전 오섬이라는 작은 섬에 있던 창고였어요.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쌀을 공출하기 위해 곡식을 저장해 두던 창고가 해방 후 소금창고로 쓰였고, 1987년 석문방조제가 완공되며 인근 농민의 일반 창고로 사용되다가 저희가 매입을 하면서 작업 공간으로 꾸며졌지요. 당진에 소금 창고가 두 개가 남아 있었는데 다른 하나는 태풍에 날아가고 이제 저희 레지던시 공간만 남게 되었어요.
소금창고를 고쳐 만든, 《에꼴 드 아미》 레지던시 작가들의 작업장
당진에는 포구가 많았고, 어민들의 삶이 이 지역의 정체성이었어요. 매립 이후 산업단지가 들어서며 주민들의 생활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지요. 저희가 포구를 주제로 작품을 만들고 전시하는 것은 포구와 갯벌의 흔적, 주민들의 생활상을 남기고 싶어서예요. 작가님들께는 포구라는 공통 주제만 드리고 세부적인 것들은 요구하지 않아요. 그런 요구가 작가님들의 작업에 제약이 되면 안 되니까요.
이예은 〈사적인 바다〉 일부 / 〈포구 쌓기〉
올해 참여하신 안경진 작가님은 원래 당진 바닷가에 있는 쓰레기를 모아 환경에 관한 조각 작품을 만들려고 하셨는데, 해변에서 녹슨 철 조각을 발견한 뒤에 그것들을 이어 붙여 조용히 관조하고 명상하는 사람의 형상을 만드는 작업으로 전환하셨어요. 철 조각에 조개라든가 어패류가 붙어 있는데,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어떻게 이토록 완벽하게 포구를 작품의 정체성으로 삼으셨는지 놀라워요.
안경진 〈OO에 대한 생각〉, 〈자유 2022〉
류소리 작가님의 경우는 포구들을 다니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을 기록하셨는데, 다른 작가님들이 사라진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하셨다면 류소리 작가님은 사라지는 와중에 지금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에 집중하셨어요. 조금이나마 남아 있는 바다 풍경, 하늘, 이런 것들에 초점을 맞추셨지요. 복도에 걸린 작품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포구의 하늘을 인상파 화풍으로 스케치한 작품들이에요.
류소리, 〈그때 그 바다〉
정지연 작가님의 경우 지금 현재 매립이 진행 중인 성구미 포구를 주제로 잡으셨는데, 그곳은 현대제철이 들어서면서 물때가 바뀌고 환경이 오염되어 원주민들은 다 떠난 장소예요. 지금은 일반인들이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되었고요. 이제 다시는 볼 수 없게 된 풍경을 기록해 두고 싶으셨다고 해요.
정지연 작가의 설치 작품
저희가 기획하는 전시는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기획전만 운영하며, 상설 전시는 관장님이 만드신 《나의 정원... 모두의 정원》이라는 설치 공간밖에 없어요. 관장님께서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포구, 섬, 갯벌에서 가져다 놓았던 말린 나무들로 자기만의 정원을 만드셨다가 이제 모두를 위한 정원으로 개방해 놓으셨지요.
아미 미술관 전시장 복도의 설치 작품, 《나의 정원... 모두의 정원》
저희 미술관이 처음 만들어질 때 꿈꾸었던 ‘모두의 미술관’이 조금은 현실이 된 것 같아요. 얼마 남지 않은 가을, 모두의 정원, 모두의 미술관을 거닐면서 당진 포구의 아름다움과 사라진 자연에 대한 그리움에 공감하고 가셨으면 합니다.

인터뷰 이주호 / 사진 신태진
왜목마을, 서해대교, 난지섬 해수욕장 등 당진9경으로 유명한 당진에는 특별한 미술관도 있습니다. ‘아미 미술관’은 폐교를 개조한 미술관으로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건 물론, ‘인생 샷’을 건지기도 좋을 만큼 멋진 스폿이 많은 곳입니다. 아미 미술관의 김자영 총괄매니저를 만나 미술관의 정체성에 관하여, 현재 진행하고 있는 전시에 관하여 들어 보았습니다.
요즘 SNS에 저희 아미 미술관이 ‘정원이 예쁜 미술관’으로 많이 소개되더라고요. 충남 당진시에 있는 아미 미술관은 1993년도에 폐교된 유동 국민학교를 개조하여 정원, 카페, 전시장으로 만든 공간입니다.
프랑스 말로 아미(ami)가 친구라는 뜻이잖아요. 친구처럼 찾아와 작품도 보고 정원도 거닐다 가는, 편안하고 친근한 공간이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어요. 또, 미술관 길 건너편 산 이름이 여인의 아름다운 눈썹 모양을 닮았다 하여 ‘아미산’이라서 복합적인 의미가 부여되었지요. 주로 연인들이 많이 찾아오지만, 친구, 연인, 가족 3대가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이에요.
1980년대 후반 당진의 바다가 매립되기 시작하고 1990년대부터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당진 곳곳에 폐허가 되고 버려진 건물들이 정말 많았다고 해요. 당진이 고향이신 박기호 관장님께서 1994년 이 공간을 매입하여 전시장, 정원, 나무 한 그루, 꽃 한 송이, 창문틀, 문 손잡이 하나하나 손수 가꿔 오셨어요.
처음 이곳은 관장님 작업실로만 사용되었는데, 2010년 미술관으로 등록하고 2011년 첫 전시회를 열며 본격적으로 미술관으로 운영되기 시작했어요. 전시장으로 쓰이는 학교 본관 건물은 골조를 그대로 두고 최소한의 변화만 주었기 때문에 옛 정취가 그대로 남아 있어요. 전시장 주변과 정원을 둘러보시다 보면 관장님이 오랫동안 수집해 오신 당진의 근현대 물품을 구경하실 수 있을 거예요. 당진의 시대상, 생활상이 한눈에 확 들어오실 거예요.
당진 바닷가에서는 지금도 간척사업이 한창이에요. 당진 바닷가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계속 사라지고 있고 그러면서 어부로 살던 분들이 농부가 되시기도 하며 주민들의 생계, 생활 모습도 변하고 있지요. 저희가 진행하는 레시던시 프로그램 ‘에꼴 드 아미’는 당진의 자연과 생활공간들을 기록하고 복원하는 작업이에요. 여러 작가님이 매해 포구를 주제로 작품을 만드시고, 10월 말부터 이듬해 봄까지 전시를 해요.
레지던시 작가님들이 작업하는 공간은 매립되기 전 오섬이라는 작은 섬에 있던 창고였어요.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쌀을 공출하기 위해 곡식을 저장해 두던 창고가 해방 후 소금창고로 쓰였고, 1987년 석문방조제가 완공되며 인근 농민의 일반 창고로 사용되다가 저희가 매입을 하면서 작업 공간으로 꾸며졌지요. 당진에 소금 창고가 두 개가 남아 있었는데 다른 하나는 태풍에 날아가고 이제 저희 레지던시 공간만 남게 되었어요.
당진에는 포구가 많았고, 어민들의 삶이 이 지역의 정체성이었어요. 매립 이후 산업단지가 들어서며 주민들의 생활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지요. 저희가 포구를 주제로 작품을 만들고 전시하는 것은 포구와 갯벌의 흔적, 주민들의 생활상을 남기고 싶어서예요. 작가님들께는 포구라는 공통 주제만 드리고 세부적인 것들은 요구하지 않아요. 그런 요구가 작가님들의 작업에 제약이 되면 안 되니까요.
올해 참여하신 안경진 작가님은 원래 당진 바닷가에 있는 쓰레기를 모아 환경에 관한 조각 작품을 만들려고 하셨는데, 해변에서 녹슨 철 조각을 발견한 뒤에 그것들을 이어 붙여 조용히 관조하고 명상하는 사람의 형상을 만드는 작업으로 전환하셨어요. 철 조각에 조개라든가 어패류가 붙어 있는데,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어떻게 이토록 완벽하게 포구를 작품의 정체성으로 삼으셨는지 놀라워요.
류소리 작가님의 경우는 포구들을 다니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을 기록하셨는데, 다른 작가님들이 사라진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하셨다면 류소리 작가님은 사라지는 와중에 지금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에 집중하셨어요. 조금이나마 남아 있는 바다 풍경, 하늘, 이런 것들에 초점을 맞추셨지요. 복도에 걸린 작품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포구의 하늘을 인상파 화풍으로 스케치한 작품들이에요.
정지연 작가님의 경우 지금 현재 매립이 진행 중인 성구미 포구를 주제로 잡으셨는데, 그곳은 현대제철이 들어서면서 물때가 바뀌고 환경이 오염되어 원주민들은 다 떠난 장소예요. 지금은 일반인들이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되었고요. 이제 다시는 볼 수 없게 된 풍경을 기록해 두고 싶으셨다고 해요.
저희가 기획하는 전시는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기획전만 운영하며, 상설 전시는 관장님이 만드신 《나의 정원... 모두의 정원》이라는 설치 공간밖에 없어요. 관장님께서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포구, 섬, 갯벌에서 가져다 놓았던 말린 나무들로 자기만의 정원을 만드셨다가 이제 모두를 위한 정원으로 개방해 놓으셨지요.
저희 미술관이 처음 만들어질 때 꿈꾸었던 ‘모두의 미술관’이 조금은 현실이 된 것 같아요. 얼마 남지 않은 가을, 모두의 정원, 모두의 미술관을 거닐면서 당진 포구의 아름다움과 사라진 자연에 대한 그리움에 공감하고 가셨으면 합니다.
인터뷰 이주호 / 사진 신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