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홍성에는 ‘지금은 책방 그리고 북스테이’란 고택 서점이 있습니다. 에디터도 우연히 방문한 이곳을 권소현 책방지기가 지키고 있었습니다. 이름만으로도 이곳의 정체성을 파악할 수 있지만, 초겨울 해 질 녘 고택에 앉아 듣는 책방지기의 이야기는 의외의 연속이었습니다. 머묾과 떠남 사이에 놓인 작고 조용한 책방으로 초대합니다.
홍성 '지금은 책방 그리고 북스테이'
홍성에서 서점을 시작한 이유
‘지금은 책방’은 남편의 5대조 할아버지부터 사시던 오래된 집이었어요. 오래 비어 있던 집을 코로나 기간을 맞아 숨 좀 돌리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서점이자 작업실로 꾸며 봤어요. 25년 전에 큰 공사를 한 후로는 손대지 않고도 잘 관리되어 있었어요.
서점을 운영하는 게 처음은 아니에요. 지금도 파주에서 14명이 조합 형식으로 ‘쩜오책방’을 운영하고 있어요. 여기 홍성에서는 저 혼자 소소하게 책방을 운영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사람들이 와서 편하게 책을 읽다 가게 하자, 그런 생각이었지요.


성악 전공에서 다원예술로
저는 원래 성악을 전공했어요.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활동하다가 한국에 들어왔는데, 한국 특유의 클래식 공연 환경과 잘 맞지 않았어요. 기획사가 연주자들을 키우는 게 아니라 연주자들이 기획사에 돈을 내며 공연에 참가하는 방식이 이해가 안 됐어요.
그래서 성악을 기반으로 저만의 공연을 만들어야겠다 생각했어요. 2001년이 시작이었으니 꽤 오랫동안 이 일을 해 왔네요. 제가 만드는 공연은 다원예술이에요. 음악, 연극, 사진, 책, 때로는 조향사도 함께하는 다양한 예술 장르의 연대이지요.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공감대를 형성하려면 구심점이 필요한데, 그게 책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쩜오책방도 만들었어요.
쩜오책방에서는 지금 심야 책방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공연을 준비하고 있어요. 김용균 재단에서 발간한 『김용균, 김용균들』이라는 책의 메시지를 슈베르트의 음악과 엮어 전달하는 작품이에요. 짐작은 하시겠지만, 책방으로 수익을 내서 먹고 사는 건 사실 불가능해요. 하지만 책방은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공연을 만드는 사람에게 이런 공간이 지니는 의미는 매우 특별해요.


북스테이가 되기까지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제가 정말 사람 많은 모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가 하고요. 그런데 오히려 사람 많은 걸 힘들어 하는 것 같아요. 홍성에 내려온 건 혼자 있는 시간, 혼자 있을 공간이 필요해서였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이곳으로 사람들을 불러들이지 않았어요. 그냥 친구들이 하나둘 찾아왔던 거지요.
멀리까지 왔으니 자고 가는 사람이 늘어나고, 그러면서 차라리 북스테이라고 형식으로 책과 함께 숙박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라고 하더군요. 이런 고택에 와서 책을 보다가 잠드는 사람들이 우리만 있는 건 아니지 않을까? 그렇게 ‘지금은 책방’에 더해 ‘그리고 북스테이’가 된 거예요.

서가 소개
서가에는 제가 봤던 책도 있고 새 책도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걸 늘어놓은 거지요. 새 책이면 새 책 값을 받고, 헌책이나 제가 읽은 책이면 그냥 천 원에 가져가시라 해요. 좋아하는 작가가 신간을 내면 그 사람 책을 잔뜩 사두고는 찾아오는 분들에게 추천해 드리기도 하고요.
그림책도 많아요. 요즘은 어른들도 그림책에서 마음의 위안을 얻잖아요. 저도 그림책을 소재로 퍼포먼스를 한 적 있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부모님과 하루 묵고 가는 아이들이 마당에서 신나게 뛰어 놀다가 지쳐서 방에 누우면 한 권 정도는 빼서 읽더라고요. 그런 아이들을 생각하며 많이 구비해 놓았어요.


여행을 준비하는 책방지기
홍성군은 지역 커뮤니티가 잘 발달한 곳이에요. 유기농으로 유명한 풀무학교가 있고, 그곳에서 운영하는 유기농 가게가 있지요. 80년대 농활 활동을 왔다가 이곳에 정착한 분들의 공동체가 있고요. 올해 한 작업 중 기억에 남는 게 목화 농사에요. 목화를 길러서 솜을 빼고 실을 만들었어요. 그 실로 무엇을 만드는 것까지가 올해 목표이지요. 아마 홍성이라는 지역이 아니었다면 목화 농사를 할 엄두를 못 냈을 거예요.
하지만 아직 이곳에 정착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제가 규정하는 저 자신은 여행하는 사람이에요. 남편과도 대학교 때 여행 연합 동아리에서 만났어요. 시기로 보면 대한민국 배낭여행 1세대였고, 오래전이지만 『배낭 하나로 세계를』이라는 책을 쓰기도 했고요. 제가 지금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건 아직 때가 아니어서인 것 같아요. 저는 항상 열리는 길로만 가자, 안 되는 걸 억지로 하지 말고 열리는 길로만 가자, 그렇게 말해요.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코로나도 끝나가고, 다시 어딘가를 가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은 해요. 어렴풋하게는 프랑스 수도원을 다녀볼까 하고 있어요. 제가 길게 여행을 떠나면 이곳을 대신 운영해 줄 사람을 찾아보고 있고요. 아니, 그보다 먼저 지금까지 쌓아둔 짐들을 덜어 내고 홀가분하게 떠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네요.
이 집에 있던 고서들은 충남 역사박물관에 기증해 세상의 빛을 보게 했어요. 하지만 누군가 제게 써 준 편지, 카드, 선물 이런 것들은 버리기가 힘들어요. 그 사람의 정성, 마음이 꼭 그 물건이 있어야 남아 있는 게 아닌데 그걸 제가 아직 완전히 체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자연스럽게 방법을 찾을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껏 그래왔듯 길은 열릴 것이고 저는 열린 그 길로 계속 나아갈 거예요.


인터뷰 이주호, 신태진
충청남도 홍성에는 ‘지금은 책방 그리고 북스테이’란 고택 서점이 있습니다. 에디터도 우연히 방문한 이곳을 권소현 책방지기가 지키고 있었습니다. 이름만으로도 이곳의 정체성을 파악할 수 있지만, 초겨울 해 질 녘 고택에 앉아 듣는 책방지기의 이야기는 의외의 연속이었습니다. 머묾과 떠남 사이에 놓인 작고 조용한 책방으로 초대합니다.
홍성에서 서점을 시작한 이유
‘지금은 책방’은 남편의 5대조 할아버지부터 사시던 오래된 집이었어요. 오래 비어 있던 집을 코로나 기간을 맞아 숨 좀 돌리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서점이자 작업실로 꾸며 봤어요. 25년 전에 큰 공사를 한 후로는 손대지 않고도 잘 관리되어 있었어요.
서점을 운영하는 게 처음은 아니에요. 지금도 파주에서 14명이 조합 형식으로 ‘쩜오책방’을 운영하고 있어요. 여기 홍성에서는 저 혼자 소소하게 책방을 운영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사람들이 와서 편하게 책을 읽다 가게 하자, 그런 생각이었지요.
성악 전공에서 다원예술로
저는 원래 성악을 전공했어요.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활동하다가 한국에 들어왔는데, 한국 특유의 클래식 공연 환경과 잘 맞지 않았어요. 기획사가 연주자들을 키우는 게 아니라 연주자들이 기획사에 돈을 내며 공연에 참가하는 방식이 이해가 안 됐어요.
그래서 성악을 기반으로 저만의 공연을 만들어야겠다 생각했어요. 2001년이 시작이었으니 꽤 오랫동안 이 일을 해 왔네요. 제가 만드는 공연은 다원예술이에요. 음악, 연극, 사진, 책, 때로는 조향사도 함께하는 다양한 예술 장르의 연대이지요.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공감대를 형성하려면 구심점이 필요한데, 그게 책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쩜오책방도 만들었어요.
쩜오책방에서는 지금 심야 책방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공연을 준비하고 있어요. 김용균 재단에서 발간한 『김용균, 김용균들』이라는 책의 메시지를 슈베르트의 음악과 엮어 전달하는 작품이에요. 짐작은 하시겠지만, 책방으로 수익을 내서 먹고 사는 건 사실 불가능해요. 하지만 책방은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공연을 만드는 사람에게 이런 공간이 지니는 의미는 매우 특별해요.
북스테이가 되기까지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제가 정말 사람 많은 모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가 하고요. 그런데 오히려 사람 많은 걸 힘들어 하는 것 같아요. 홍성에 내려온 건 혼자 있는 시간, 혼자 있을 공간이 필요해서였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이곳으로 사람들을 불러들이지 않았어요. 그냥 친구들이 하나둘 찾아왔던 거지요.
멀리까지 왔으니 자고 가는 사람이 늘어나고, 그러면서 차라리 북스테이라고 형식으로 책과 함께 숙박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라고 하더군요. 이런 고택에 와서 책을 보다가 잠드는 사람들이 우리만 있는 건 아니지 않을까? 그렇게 ‘지금은 책방’에 더해 ‘그리고 북스테이’가 된 거예요.
서가 소개
서가에는 제가 봤던 책도 있고 새 책도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걸 늘어놓은 거지요. 새 책이면 새 책 값을 받고, 헌책이나 제가 읽은 책이면 그냥 천 원에 가져가시라 해요. 좋아하는 작가가 신간을 내면 그 사람 책을 잔뜩 사두고는 찾아오는 분들에게 추천해 드리기도 하고요.
그림책도 많아요. 요즘은 어른들도 그림책에서 마음의 위안을 얻잖아요. 저도 그림책을 소재로 퍼포먼스를 한 적 있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부모님과 하루 묵고 가는 아이들이 마당에서 신나게 뛰어 놀다가 지쳐서 방에 누우면 한 권 정도는 빼서 읽더라고요. 그런 아이들을 생각하며 많이 구비해 놓았어요.
여행을 준비하는 책방지기
홍성군은 지역 커뮤니티가 잘 발달한 곳이에요. 유기농으로 유명한 풀무학교가 있고, 그곳에서 운영하는 유기농 가게가 있지요. 80년대 농활 활동을 왔다가 이곳에 정착한 분들의 공동체가 있고요. 올해 한 작업 중 기억에 남는 게 목화 농사에요. 목화를 길러서 솜을 빼고 실을 만들었어요. 그 실로 무엇을 만드는 것까지가 올해 목표이지요. 아마 홍성이라는 지역이 아니었다면 목화 농사를 할 엄두를 못 냈을 거예요.
하지만 아직 이곳에 정착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제가 규정하는 저 자신은 여행하는 사람이에요. 남편과도 대학교 때 여행 연합 동아리에서 만났어요. 시기로 보면 대한민국 배낭여행 1세대였고, 오래전이지만 『배낭 하나로 세계를』이라는 책을 쓰기도 했고요. 제가 지금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건 아직 때가 아니어서인 것 같아요. 저는 항상 열리는 길로만 가자, 안 되는 걸 억지로 하지 말고 열리는 길로만 가자, 그렇게 말해요.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코로나도 끝나가고, 다시 어딘가를 가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은 해요. 어렴풋하게는 프랑스 수도원을 다녀볼까 하고 있어요. 제가 길게 여행을 떠나면 이곳을 대신 운영해 줄 사람을 찾아보고 있고요. 아니, 그보다 먼저 지금까지 쌓아둔 짐들을 덜어 내고 홀가분하게 떠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네요.
이 집에 있던 고서들은 충남 역사박물관에 기증해 세상의 빛을 보게 했어요. 하지만 누군가 제게 써 준 편지, 카드, 선물 이런 것들은 버리기가 힘들어요. 그 사람의 정성, 마음이 꼭 그 물건이 있어야 남아 있는 게 아닌데 그걸 제가 아직 완전히 체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자연스럽게 방법을 찾을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껏 그래왔듯 길은 열릴 것이고 저는 열린 그 길로 계속 나아갈 거예요.
인터뷰 이주호, 신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