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수 계피자매에서 허디거디와 피리를 연주하는 강희수라고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악기 연주하는 걸 좋아해서 피아노와 플루트, 사물놀이 등 여러 악기를 조금씩 두루 배웠어요. 초등학교, 중학교 음악 시간에 리코더를 배우면서 그 곡들보다 조금 더 어려운 곡의 악보를 구해다가 연습해 보기도 했고요. 하지만 전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아니에요. 그냥 악기가 좋았고, 연주가 재밌었어요.
10대 후반에 ‘노리단’이라는 타악 퍼포먼스 그룹에 들어가며 처음 음악 활동을 시작했어요. 이후 음악과 전혀 관련 없는 전공으로 대학에 들어갔다가, 음악을 하고 싶어서 그만뒀어요. 사실, 음악을 해야겠다고만 생각했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어요. 그때 예전 노리단에서 잠깐 연주했던 악기 ‘허디거디’가 떠올랐지요. 그 이후 아무도 연주하는 사람이 없다는 소식을 들어 옛 공연단의 창고에서 허디거디를 꺼내왔어요.
찾아는 왔는데 배울 곳이 없어 유튜브를 보면서 연습하다가 국내에서 하림 님이 연주를 하실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는 분을 통해 몇 번 만나 배웠어요. 이후 ‘너머’라는 아이리시 밴드에서 허디거디로 처음 연주 활동을 시작하고 ‘계피자매’ 활동을 하며 활동 영역을 더 넓혀 나갔어요. 워낙 국내에선 선례가 없는 악기이다 보니 악기 연구, 연습, 창작, 공연 활동, 이 모든 것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계피자매 / (좌) 강희수 (우) 성현구
성현구 저는 계피자매에서 다르부카, 프레임 드럼, 리크 같은 중동 타악기들을 연주하는 성현구라고 합니다. 타악기는 학교 다닐 때 풍물동아리에서 처음 접했고, ‘노리단’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연주를 시작하게 됐어요. 희수 언니와는 초등학교를 같이 다녔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노리단’에서 다시 만나게 된 거예요. 이후 저는 ‘더 튠’이라는 팀에서 퍼커션 연주를 했고, 언니는 ‘너머’ 활동을 했지요. 그렇게 각자 다른 팀에서 활동하다가 어느 날 전화로 우리 둘이 뭔가 같이 하면 재밌지 않을까 이야기가 나왔어요. 만나서 연주를 해 보니 정말 합이 좋았고요. 확신 같은 게 들었던 것 같아요.
처음 1년은 각자 하던 활동이 있어서 오며가며 합주하고 이런저런 노래들을 만들어 보면서 느슨하게 지내다가 2016년 싱글 〈피어라〉를 내면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어요. 큰 포부보다는 같이 연주해 보자는 소박한 취지였는데, 하다 보니 연주할 기회들이 찾아왔어요. 저희가 만들기도 했고요. 2017년부터 2020년까지는 매년 콘서트를 했습니다. 저희 창작 레퍼토리를 위주로 ‘피어라’, ‘터미널’이라는 콘서트를 올리고 그 음악들을 모아 2019년 첫 정규 앨범 《터미널》을 냈고요.
계피자매 1집 《터미널》 수록곡 〈어부의 노래 feat. 농담〉
새 음반 《고리》에 대하여
계피자매 2집 《고리》
강희수 저희는 오래된 전통 악기를 연주해요. 그러다 보니까 실제로 그 악기들이 연주되었던 시대의 고전음악들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궁금했어요. 마침 하림 님한테 허디거디로 연주되었던 옛날 음악 악보 자료집을 선물 받았어요. 악보가 있어도 당시 어떤 식으로 연주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고 해요. 구전으로 전해져 오다 최근에야 악보로 정리된 곡들도 있고요. 그 악보집을 보며 혼자 연주해 보다가 계피자매 활동으로 확장시켜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작업이 ‘계피자매클래식Ⅰ,Ⅱ’라는 공연을 거쳐 이번 앨범까지 오게 되었지요.
성현구 저희는 악보를 보면서 그 곡의 역사나 배경과 상관없이 멜로디가 주는 느낌으로만 곡을 선곡했어요. 저희가 느끼는 대로, 저희의 방식으로 편곡도 했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고전음악을 하시는 분들의 연주와는 많이 다를 거예요. 계피자매만의 해석인 것이지요.
강희수 앨범 첫 번째 곡 〈QUEM A OMAGEM DA VIRGEN〉은 성모 마리아를 찬양하는 엄숙한 중세 종교음악인데 저희는 행진곡 풍으로 신나게 연주했어요. 이렇게 저희 식으로 해석한 고전 곡 네 곡에 그간 공연을 하며 만들어진 음악, 또 새로 만든 음악을 묶어 새 앨범 《고리》를 발매하게 되었어요.
강희수 씨가 연주하는 고전악기 '허디거디'
성현구 앨범 제목 ‘고리’는 연결, 지속, 시작을 의미해요. 어떤 것의 연결과 시작. 저희는 같이 연주하는 게 정말 즐거워서 계피자매를 시작했기 때문에 그 마음에 집중하면서 앨범 작업을 하자고 했어요. ‘고리’는 저희 둘의 관계이기도 하고, 저희와 악기, 음악, 일상 등 이 모든 것들이 서로 연결되고, 만나지고, 지속되는 과정에서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도 해요.
두 번째 앨범 작업이다 보니 처음보다 수월할 거라 생각했는데, 역시 쉽지 않았어요.
강희수 두 번째라서 확실히 처음보다 더 노하우가 생기고 수월해진 부분도 있었고, 두 번째라서 처음보다 목표나 기대치가 높아져 여전히 어려웠던 부분도 있었던 거지요.
계피자매 2집 《고리》 수록곡 〈QUEM A OMAGEM DA VIRGEN〉
성현구 1집이 저희 둘이 만들고 연주하던 포맷을 중심으로 다른 악기를 편곡했다면, 이번에는 처음부터 여러 악기들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어요.
곡 설명을 드리자면, 저희 식으로 해석한 고전 음악 네 곡에, 창작곡이 여섯 곡이 수록됐어요. 〈번거로운 경험〉은 저희가 정말 좋아하는 보컬 ‘농담’ 님이 부른 노래곡이에요. 사랑하는 사이라도 살아온 시대나 배경, 문화가 너무 달라 대화를 할수록 더 부딪히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그런 번거롭고, 어렵고, 귀찮은 일을 굳이 고집할 수밖에 없기도 하고요. 때때로 되게 사소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 그런 일들이 삶에 있어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만든 곡이에요.
세 번째 트랙 〈소문〉은 리듬을 먼저 만든 다음에 멜로디가 붙고 마지막에 이 곡에 가장 어울리는 제목을 찾은 곡이에요. 2021년 제비다방 컴필레이션 앨범에 실렸던 음악을 재편곡한 곡으로 ‘소문’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나니까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확장되는 느낌이었어요.
〈솔방울 수집가〉란 곡도 있어요. 제가 솔방울을 좋아해서 산에 갔다 오면 항상 주머니 가득 솔방울이에요. 솔방울은 꽃이 나무가 되어서 떨어진 것 같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는데, 그게 땅으로 들어가면 다시 흙이 되지요. 자연스러운 순환의 과정으로요. 또, ‘수집가’라고 하면 직업이 아니라 아무런 영향력 없는 사람처럼 느껴지잖아요. 언제나 저 자신을 그렇게 소개해 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계피자매 2집 《고리》 수록곡 〈솔방울 수집가〉
〈그림자 댄스〉는 2016년에 발매했던 곡인데, 리코더에 바디퍼커션을 도입하여 재편곡 했어요. 코로나가 오면서 외출이 어려워지고 활동하는 것도 어려워졌지요. 그때 이럴수록 즐겁게 함께 연주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보자, 새로운 버전으로 만들게 되었어요.
마지막 곡 〈보리수〉는 저희가 같이 다닌 초등학교에 있던 보리수나무에 관한 이야기에요. 아주 작은 은색 점이 박힌 새빨간 열매가 달리는데, 그걸 생으로 따 먹으면 바로 뱉어야 할 정도로 떫어요. 쉬는 시간 화장실을 가려고 보리수를 지나치면 그렇게 떫다는 걸 알면서도 항상 입에 넣고는 했어요. 그러고는 재밌어 하며 바로 뱉어냈고요. 그 보리수 열매를 생각하다 보니 유년시절의 추억 덕분이랄까, 어쩐지 이 곡이 평화를 이야기하는 곡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와 같은 기억을 갖고 있는 친구들의 ‘평화의 대행진’ 같은 곡이에요.
계피자매의 음악에 관하여
강희수 저희 음악은 저희가 살아온 경로와 연결이 되는 것 같아요. 대안학교를 나왔고, 10대에는 ‘노리단’에서 공연을 했고, 이후로도 음악을 전공해서 이 길로 온 건 아니었어요. 노리단은 특정한 장르의 공연을 하는 데가 아니라 음악뿐만 아니라 모든 것들을 실험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가는 곳이었어요. 그런 환경에 익숙했기 때문에 다양한 소리들을 섞고, 조합하고, 흔치 않은 악기를 접하고 익히는 데 흥미를 느꼈던 것 같아요. 저희 음악에 특이한 점이 있다면 낯선 것에 대한 거부감 없이, 저희가 좀 더 즐거운 방식으로 살려 했던 삶의 경로가 음악으로 이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계피자매 연주 실황
성현구 허디거디와 다르부카로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팀이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어요. 지금 이런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마음으로 만든 곡들이 이렇게 《고리》라는 앨범으로 나온 거고요. 사실 연주곡들은 더 금방 잊히고, 주목도 덜 받지요. 저희 음악이 학교에서 춤을 출 때나 거리에서 행진을 할 때, 카페에서 차를 마실 때 등 다양한 일상과 장소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들렸으면 해요.
강희수 앨범 작업이라는 게 워낙 큰일이다 보니 아무 어려움도 없었다면 거짓이겠지만, 처음 앨범을 구상하고 기획하고 진행하고, 이제 발매하는 시점까지 왔는데, 모든 단계마다 항상 즐거움이 깔려 있었어요. 작업 내내 생기가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떤 분들이 어떻게 들어주실지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이 어울리는 장소에서 그 생기를 불어넣으며 저희 노래가 들리면 좋겠어요.
계피자매
우리는 계피자매입니다
강희수
계피자매에서 허디거디와 피리를 연주하는 강희수라고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악기 연주하는 걸 좋아해서 피아노와 플루트, 사물놀이 등 여러 악기를 조금씩 두루 배웠어요. 초등학교, 중학교 음악 시간에 리코더를 배우면서 그 곡들보다 조금 더 어려운 곡의 악보를 구해다가 연습해 보기도 했고요. 하지만 전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아니에요. 그냥 악기가 좋았고, 연주가 재밌었어요.
10대 후반에 ‘노리단’이라는 타악 퍼포먼스 그룹에 들어가며 처음 음악 활동을 시작했어요. 이후 음악과 전혀 관련 없는 전공으로 대학에 들어갔다가, 음악을 하고 싶어서 그만뒀어요. 사실, 음악을 해야겠다고만 생각했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어요. 그때 예전 노리단에서 잠깐 연주했던 악기 ‘허디거디’가 떠올랐지요. 그 이후 아무도 연주하는 사람이 없다는 소식을 들어 옛 공연단의 창고에서 허디거디를 꺼내왔어요.
찾아는 왔는데 배울 곳이 없어 유튜브를 보면서 연습하다가 국내에서 하림 님이 연주를 하실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는 분을 통해 몇 번 만나 배웠어요. 이후 ‘너머’라는 아이리시 밴드에서 허디거디로 처음 연주 활동을 시작하고 ‘계피자매’ 활동을 하며 활동 영역을 더 넓혀 나갔어요. 워낙 국내에선 선례가 없는 악기이다 보니 악기 연구, 연습, 창작, 공연 활동, 이 모든 것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계피자매 / (좌) 강희수 (우) 성현구
성현구
저는 계피자매에서 다르부카, 프레임 드럼, 리크 같은 중동 타악기들을 연주하는 성현구라고 합니다. 타악기는 학교 다닐 때 풍물동아리에서 처음 접했고, ‘노리단’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연주를 시작하게 됐어요. 희수 언니와는 초등학교를 같이 다녔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노리단’에서 다시 만나게 된 거예요. 이후 저는 ‘더 튠’이라는 팀에서 퍼커션 연주를 했고, 언니는 ‘너머’ 활동을 했지요. 그렇게 각자 다른 팀에서 활동하다가 어느 날 전화로 우리 둘이 뭔가 같이 하면 재밌지 않을까 이야기가 나왔어요. 만나서 연주를 해 보니 정말 합이 좋았고요. 확신 같은 게 들었던 것 같아요.
처음 1년은 각자 하던 활동이 있어서 오며가며 합주하고 이런저런 노래들을 만들어 보면서 느슨하게 지내다가 2016년 싱글 〈피어라〉를 내면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어요. 큰 포부보다는 같이 연주해 보자는 소박한 취지였는데, 하다 보니 연주할 기회들이 찾아왔어요. 저희가 만들기도 했고요. 2017년부터 2020년까지는 매년 콘서트를 했습니다. 저희 창작 레퍼토리를 위주로 ‘피어라’, ‘터미널’이라는 콘서트를 올리고 그 음악들을 모아 2019년 첫 정규 앨범 《터미널》을 냈고요.
계피자매 1집 《터미널》 수록곡 〈어부의 노래 feat. 농담〉
새 음반 《고리》에 대하여
계피자매 2집 《고리》
강희수
저희는 오래된 전통 악기를 연주해요. 그러다 보니까 실제로 그 악기들이 연주되었던 시대의 고전음악들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궁금했어요. 마침 하림 님한테 허디거디로 연주되었던 옛날 음악 악보 자료집을 선물 받았어요. 악보가 있어도 당시 어떤 식으로 연주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고 해요. 구전으로 전해져 오다 최근에야 악보로 정리된 곡들도 있고요. 그 악보집을 보며 혼자 연주해 보다가 계피자매 활동으로 확장시켜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작업이 ‘계피자매클래식Ⅰ,Ⅱ’라는 공연을 거쳐 이번 앨범까지 오게 되었지요.
성현구
저희는 악보를 보면서 그 곡의 역사나 배경과 상관없이 멜로디가 주는 느낌으로만 곡을 선곡했어요. 저희가 느끼는 대로, 저희의 방식으로 편곡도 했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고전음악을 하시는 분들의 연주와는 많이 다를 거예요. 계피자매만의 해석인 것이지요.
강희수
앨범 첫 번째 곡 〈QUEM A OMAGEM DA VIRGEN〉은 성모 마리아를 찬양하는 엄숙한 중세 종교음악인데 저희는 행진곡 풍으로 신나게 연주했어요. 이렇게 저희 식으로 해석한 고전 곡 네 곡에 그간 공연을 하며 만들어진 음악, 또 새로 만든 음악을 묶어 새 앨범 《고리》를 발매하게 되었어요.
성현구
앨범 제목 ‘고리’는 연결, 지속, 시작을 의미해요. 어떤 것의 연결과 시작. 저희는 같이 연주하는 게 정말 즐거워서 계피자매를 시작했기 때문에 그 마음에 집중하면서 앨범 작업을 하자고 했어요. ‘고리’는 저희 둘의 관계이기도 하고, 저희와 악기, 음악, 일상 등 이 모든 것들이 서로 연결되고, 만나지고, 지속되는 과정에서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도 해요.
두 번째 앨범 작업이다 보니 처음보다 수월할 거라 생각했는데, 역시 쉽지 않았어요.
강희수
두 번째라서 확실히 처음보다 더 노하우가 생기고 수월해진 부분도 있었고, 두 번째라서 처음보다 목표나 기대치가 높아져 여전히 어려웠던 부분도 있었던 거지요.
계피자매 2집 《고리》 수록곡 〈QUEM A OMAGEM DA VIRGEN〉
성현구
1집이 저희 둘이 만들고 연주하던 포맷을 중심으로 다른 악기를 편곡했다면, 이번에는 처음부터 여러 악기들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어요.
곡 설명을 드리자면, 저희 식으로 해석한 고전 음악 네 곡에, 창작곡이 여섯 곡이 수록됐어요. 〈번거로운 경험〉은 저희가 정말 좋아하는 보컬 ‘농담’ 님이 부른 노래곡이에요. 사랑하는 사이라도 살아온 시대나 배경, 문화가 너무 달라 대화를 할수록 더 부딪히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그런 번거롭고, 어렵고, 귀찮은 일을 굳이 고집할 수밖에 없기도 하고요. 때때로 되게 사소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 그런 일들이 삶에 있어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만든 곡이에요.
세 번째 트랙 〈소문〉은 리듬을 먼저 만든 다음에 멜로디가 붙고 마지막에 이 곡에 가장 어울리는 제목을 찾은 곡이에요. 2021년 제비다방 컴필레이션 앨범에 실렸던 음악을 재편곡한 곡으로 ‘소문’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나니까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확장되는 느낌이었어요.
〈솔방울 수집가〉란 곡도 있어요. 제가 솔방울을 좋아해서 산에 갔다 오면 항상 주머니 가득 솔방울이에요. 솔방울은 꽃이 나무가 되어서 떨어진 것 같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는데, 그게 땅으로 들어가면 다시 흙이 되지요. 자연스러운 순환의 과정으로요. 또, ‘수집가’라고 하면 직업이 아니라 아무런 영향력 없는 사람처럼 느껴지잖아요. 언제나 저 자신을 그렇게 소개해 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계피자매 2집 《고리》 수록곡 〈솔방울 수집가〉
〈그림자 댄스〉는 2016년에 발매했던 곡인데, 리코더에 바디퍼커션을 도입하여 재편곡 했어요. 코로나가 오면서 외출이 어려워지고 활동하는 것도 어려워졌지요. 그때 이럴수록 즐겁게 함께 연주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보자, 새로운 버전으로 만들게 되었어요.
마지막 곡 〈보리수〉는 저희가 같이 다닌 초등학교에 있던 보리수나무에 관한 이야기에요. 아주 작은 은색 점이 박힌 새빨간 열매가 달리는데, 그걸 생으로 따 먹으면 바로 뱉어야 할 정도로 떫어요. 쉬는 시간 화장실을 가려고 보리수를 지나치면 그렇게 떫다는 걸 알면서도 항상 입에 넣고는 했어요. 그러고는 재밌어 하며 바로 뱉어냈고요. 그 보리수 열매를 생각하다 보니 유년시절의 추억 덕분이랄까, 어쩐지 이 곡이 평화를 이야기하는 곡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와 같은 기억을 갖고 있는 친구들의 ‘평화의 대행진’ 같은 곡이에요.
계피자매의 음악에 관하여
강희수
저희 음악은 저희가 살아온 경로와 연결이 되는 것 같아요. 대안학교를 나왔고, 10대에는 ‘노리단’에서 공연을 했고, 이후로도 음악을 전공해서 이 길로 온 건 아니었어요. 노리단은 특정한 장르의 공연을 하는 데가 아니라 음악뿐만 아니라 모든 것들을 실험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가는 곳이었어요. 그런 환경에 익숙했기 때문에 다양한 소리들을 섞고, 조합하고, 흔치 않은 악기를 접하고 익히는 데 흥미를 느꼈던 것 같아요. 저희 음악에 특이한 점이 있다면 낯선 것에 대한 거부감 없이, 저희가 좀 더 즐거운 방식으로 살려 했던 삶의 경로가 음악으로 이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계피자매 연주 실황
성현구
허디거디와 다르부카로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팀이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어요. 지금 이런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마음으로 만든 곡들이 이렇게 《고리》라는 앨범으로 나온 거고요. 사실 연주곡들은 더 금방 잊히고, 주목도 덜 받지요. 저희 음악이 학교에서 춤을 출 때나 거리에서 행진을 할 때, 카페에서 차를 마실 때 등 다양한 일상과 장소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들렸으면 해요.
강희수
앨범 작업이라는 게 워낙 큰일이다 보니 아무 어려움도 없었다면 거짓이겠지만, 처음 앨범을 구상하고 기획하고 진행하고, 이제 발매하는 시점까지 왔는데, 모든 단계마다 항상 즐거움이 깔려 있었어요. 작업 내내 생기가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떤 분들이 어떻게 들어주실지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이 어울리는 장소에서 그 생기를 불어넣으며 저희 노래가 들리면 좋겠어요.
인터뷰 이주호, 신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