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림책을 만드는 사람들, '플라이쿠키' 최은영, 차재혁 작가

안녕하세요. 눈이 오는 한겨울에 한여름 책을 출간한 엉뚱한 출판사 ‘플라이쿠키’의 차재혁, 최은영입니다. 반갑습니다.


Q. 그림책 작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알려주세요. 어른들을 위한 책도 내셨지만, 특별히 아이들을 위한 책을 만들기로 결정한 이유가 있나요?

저희는 둘 다 디자인을 전공하고 각자의 길을 가던 사람들입니다. 작은 프로필 사진 한 장 때문에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를 위해 재미있는 그림책을 만들어줘야겠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그때 만들었던 책 『색깔의 비밀』이 프랑스에서 출간되었습니다. 그 기회가 곧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을 만들게 된 계기가 되었지요.


최은영, 차재혁 작가



Q. 그림을 그리는 것과 그림책 작가가 되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요?

그림을 그리는 일은 자기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그림책 작가가 된다는 건 그 세계에 여러 사람들을 초대하는 것이겠지요. 거기서 더 나아가 독자들이 공감하고 책에 관해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든다면 좋은 그림책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도 항상 노력하는데, 쉽지는 않네요.



Q. 최은영 작가님이 그림을 그리고 차재혁 작가님이 이야기를 씁니다. 어떻게 두 분이 함께 작업을 하게 되셨나요?

종일 같이 붙어 있다 보면 서로의 장단점을 알게 됩니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그림을 그리고, 재미난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이 글을 쓰기 시작했지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부부로 함께 지내다 보니 자연스레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소복소복』 중에서



Q. 그림책에서 그림과 이야기는 서로 어떻게 관여하나요?

책을 만들기 전에 많은 대화를 나눕니다. 사회가 짊어지고 있는 문제나 아이들 교육에 대한 끊임없는 토론을 하지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느 한 지점을 단면으로 잘라 그림책으로 만듭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주제의 책이 나오게 된 것 같고요.

『이 선이 필요할까?』, 『500원』처럼 콘셉트가 뚜렷한 책은 내용에 그림을 맞추는 방향으로 만들어집니다. 반대로 『끼룩끼룩끼룩』이나 『소복소복』처럼 이야기가 위주인 책은 그림에 글을 맞추는 방식으로 가고요. 그림이나 글이 어떤 특정한 과정에서 정해지는 것은 아니고, 처음부터 함께 구상되는 편입니다.


『이 선이 필요할까?』



Q. 『이 선이 필요할까?』와 『사탕』에는 모두 ‘선’이 나옵니다. 이 ‘선’에 어떤 의미를 담으셨고, 두 작품에서 두 선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저희는 자주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들을 물어봅니다. 그러면서 편견 때문에 일어나는 오해나 불신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그때 제일 답답했던 것은 편견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만약 눈에 보인다면 다들 인식하고 서로 조심할 수 있을 텐데 말이지요.

그래서 편견을 눈에 보이도록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이 선이 필요할까?』를 작업했습니다. 작업하는 내내 사회가 만들어낸 보이지 않는 선과 싸운 셈이죠.

그와 반대로 『사탕』은 아이가 벽에다 낙서를 하며 만들어낸, 편견 없는 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이야기의 토대는 우리들의 유년시절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사탕』을 통해 어른들을 유년시절로 초대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어른들이 『사탕』 책을 들면, 아이들이 이 책을 보고 온 집안에 낙서를 할까 두려워하더라고요. 그러고 보면 결국 『사탕』도 유년시절로 돌아가지 못하는 어른들의 편견에 관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탕』



Q. 이야기와 상관없이 그림 자체를 연구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시기도 하나요?

『MUTE』 같은 경우 출판이 목적이 아니라 그림을 새롭게 시도하면서 포트폴리오를 늘리고자 만들어 본 책입니다. 당시 엣눈북스 정미진 대표가 『MUTE』의 그림을 보고 출간을 권하셨어요. 처음에는 새롭게 시도한 그림에 확신이 없어 주저하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의 새로운 시도는 포트폴리오를 늘리는 목적으로 그려지고 만들어지기 때문에 출간하기가 어렵습니다. 지금 생각해 봐도 『MUTE』와 같은 책이 나올 수 있을까 모르겠네요.


『MUTE』 중에서



Q. 그림은 주로 어떤 도구나 툴로 그리시나요?

연필, 색연필, 물감, 포토샵을 주로 사용합니다. 그런 도구들을 통해 좋아하는 장소나 풍경을 생각하면서 그 안에 어울리는 인물과 소품들을 만들고 구체화시키는 작업을 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저희가 꿈꾸는 세상이 만들어지고, 그 장소가 그대로 책속의 한 장면이 되지요.


『말랑말랑한 이야기』중에서



Q. 특별히 애착이 가는 그림책 속 한 장면이 있나요?

『엉뚱한 수리점』의 처음 콘셉트가 인터렉티브한 장소가 나오는 전자책이었어요.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마을이 있고, 상호작용하는 인물들이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었지요. 그 중심에 분수대가 있는 마을광장이 있고요.

비록 인터렉티브한 전자책으로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동선을 만들고, 반응하는 사람들을 만들고, 기타 치는 사람은 어떤 노래를 부르면 좋을까? 고민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엉뚱한 수리점』의 마을광장이 지금도 애착이 많이 가는 장소입니다. 나중에라도 그 장소를 제대로 구현하여 사람들을 초대해 보고 싶어요.


『엉뚱한 수리점』 중에서



Q. 최근 작품 『끼룩끼룩끼룩』은 여름 이야기입니다. 어쩌다 겨울에 나오게 되었나요?

물론 『끼룩끼룩끼룩』을 겨울에 출간할 계획은 없었습니다. 여름 책이니 당연히 여름에 출간하려 했지요. 하지만 책이 만들다 보니 엉뚱하게도 시간이 흘러 창밖에는 눈이 내리는 계절이더군요. 며칠 고민하고 그냥 출간하기로 결정했지요.

아무리 작은 1인 출판사라도 판매량을 고민하고, 거기에 영향을 받게 됩니다. 출간 시기도 마찬가지지요. 하지만 그런 고민을 하고 싶지 않아 1인 출판사를 차린 거니 힘들더라도 초심을 잃지 않는 게 당연하다고 믿었습니다. 그렇게 한여름 이야기인 『끼룩끼룩끼룩』을 한겨울에 출간하다 보니 또 하나의 벽을 넘은 기분이었습니다.


『끼룩끼룩끼룩』 중에서



Q. 플라이쿠키 출판사에서 앞으로 어떤 책이 나올지 궁금하네요.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끊임없이 사회에 대한 비판을 하고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는 책들을 만들고 싶습니다. 개인적인 만족을 위해 만들거나 화려한 포장으로 관심을 끄는 책은 만들지 않을 생각이고요. 아마도 이런 것들이 작은 출판사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해택이겠지요. 저희는 그 해택을 즐겁게 누릴 생각입니다. 지켜봐 주세요.





인터뷰 이주호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