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목소리의 뮤지션, JK김동욱. 드라마 삽입곡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미련한 사랑〉은 누구나 한 번은 들어봤을 곡이지요. 벌써 데뷔 20년도 훌쩍 넘은 그는 2013년부터 소속사를 나와 작사, 작곡, 프로듀싱까지 직접하는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떤 계기가 있었고 어떤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지, 6집 발매를 앞두고 작업이 한창이던 믹싱 스튜디오에서 JK김동욱을 만났습니다.
JK 김동욱
Q. 데뷔하신 지 20년이 넘으셨는데 새삼스러운 질문이지만, 처음 음악을 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아버님이 음악을 하셨어요. 생계를 위해 ‘밤무대’에서 공연하는 밴드 활동을 하셨죠. 일을 마치고 항상 새벽에 들어오셨는데, 바로 주무시지 않고 다음 날 공연 준비를 위해 LP로 음악을 들으셨어요. 단칸방에서 자며 저도 함께 들었던 그 음악들이 제가 나중에 음악을 할 때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되었고요. 어떻게 보면 조기 교육 같은 거였죠.
그렇게 자연스레 음악과 가까워지다가 1992년, 가족 전체가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어요. 이민 생활에 적응하면서 취미로 음악도 했는데, 대학에 진학할 때가 되자 본격적으로 음악을 공부하고 싶었어요. 제가 살던 도시에는 클래식과 재즈 학교뿐이라 어디로 갈까, 결국 재즈 학교를 선택했지요.
그때까지 음악을 좋아했을 뿐, 지식은 별로 없었어요. 학교에서 수업을 받으며 체계적으로 배우면서 음악을 더 깊이 알게 되고, 음악에 접근하는 태도에도 책임감이 생긴 것 같아요.
Q. 그런데 데뷔는 한국에서 하셨지요?
1996년, 친한 친구가 군대에서 사고로 세상을 떠났어요. 왜 그런 친구 있잖아요, 친구들 사이에서 공부도 잘하고 나중에 뭔가가 될 것 같고, 미래가 가장 밝아 보이는 친구요. 충격이 컸어요. 방황을 많이 했지요. 저 역시 어린 나이였지만, 아무래도 삶을 돌아볼 수밖에 없었어요. 얼마 후 친했던 친구들과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 우리가 먼저 떠난 친구의 몫까지 열심히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저는 음악에 좀 더 진지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2000년에 음악을 하겠다고 무작정 한국에 나왔어요. 캐나다에서 8년 생활했지만, 고향에서 모국어로 음악을 하고 인정받고 싶었지요. 당시엔 이미 적지 않은 나이에 가진 것도 없었지만, 그때는 자신감이 전부였던 것 같아요. 다행히 2002년에 드라마 삽입곡으로 발표한 〈미련한 사랑〉이 큰 사랑을 받았고요.
먼저 떠난 친구를 위한 곡은 1집 때부터 꾸준히 수록했어요. 최근에는 EP 《The Book Of John : Part.1》에 실린 〈Reminder〉가 친구를 위한 추모곡이었지요. 지금도 앨범이 나올 때마다 현충원에 가서 친구를 만나 인사를 해요.
JK 김동욱 - 〈Reminder〉
Q. 현재는 작곡, 작사부터 편곡에 프로듀싱까지 직접 하고 계시는데요, 활동 초기에는 특별한 음색과 보컬로 재능을 보이셨어요. 그런 재능을 알고 계셨기에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좋아하셨던 걸까요?
재능을 알았다고 하기는 좀 그렇고, 주변의 반응 같은 거였어요. 수학여행 가면 선생님이 저를 부르며 노래 한번 해 봐라, 하는 정도요. 친구들 사이에서도 노래를 곧잘 한다, 라는 이미지 정도였지 내성적인 성격이라 튀지는 못했어요. 나중에 재즈 학교에 들어가 음악 하는 친구들과 섞이다 보니 듣는 얘기도 많아지고, 그때서야 아, 나한테 좀 재능이 있나 싶었지요. 그렇다고 어디 나가서 무슨 상을 휩쓸 거나 그런 적은 없었습니다. (웃음)
Q. 데뷔 이후 오랫동안 소속사에 계시다가 2010년 프로듀서 한 분과 기획사를 차리셨어요. 그리고 다시 2016년에는 아예 1인 기획사로 활동하고 계시고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사실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던 것 같아요. 데뷔 때부터 기획사 소속으로 활동하며 뮤지션이 음악 활동을 할 때 필요한 모든 과정을 쭉 지켜보았어요. 기획사 소속으로 힘든 면도 있었고, 혜택을 받은 부분도 있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 이 모든 과정을 제가 직접 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프로듀싱부터 유통, 홍보까지 전부요. 그러면 각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거로 생각했거든요.
막상 부딪혀 보니 혼자서 모든 걸 다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앨범이 나온다고 일일이 연락을 돌리고 홍보하고……. 무슨 일이든 처음이 어렵잖아요. 한 번 그렇게 하고 나자 조금씩 나아졌지만, 사실 굉장히 피곤한 일이기는 해요. 저는 운이 좋게도 오랫동안 음악 활동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연락을 드릴 지점이 많아 조금은 수월한 면도 있었지요.
여전히 마케팅 쪽이 가장 힘든 것 같아요. 가끔 섭외가 오면 매니저도 없이 제가 전부 소통하는데 상대방이 의아해하는 경우가 많아요. 어떤 면에서는 좀 불편해하시는 것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1인 기획사로 움직인 지 벌써 7년이 되었고, 지금 생각해도 좋은 결정,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이건 진짜 혼자 해서는 안 되는 일이구나, 깨달았지요. (웃음)
물론 음악을 만드는 데 있어서는 지금도 많은 도움을 받아요. 작사, 작곡, 프로듀싱도 직접 하고는 있지만, 믹싱이나 녹음, 세션 연주, 뮤직비디오 촬영 같은 전문적인 부분은 당연히 전문가들이 맡아야 하지요. 저와 함께해 주는 분들이 있어 이렇게 계속 음악 활동을 할 수 있는 거예요.
Q. 본격적으로 작사, 작곡을 하신 앨범이 2013년에 발매된 5집 《Beautifool》이었습니다. 이후로 그 이전과는 음악 스타일도 많이 달라지셨고요.
데뷔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그 시간에 비해 음악적 활동량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기획사에 있을 때는 프로듀서와 작사, 작곡가를 통해 만든 앨범이 대부분이었고요. 그러다 보니 이제 내 음악 세계를 보여주고 싶다, 내가 원하는 방향을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어요. 무엇보다 기존의 앨범, 곡의 스타일을 좋아해 주셨던 분들이 많았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기존 음악을 접고 새로운 길로 가도 될까? 어려운 결정이었죠. 힘든 길이 될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요.
JK 김동욱 5집 《Beautifool》
저는 운이 좋게도 첫 앨범이 큰 사랑을 받았어요. 첫 앨범에 그렇게 사랑을 못 받는 뮤지션도 많으니까 저에게는 굉장히 큰 복이었지요. 하지만 데뷔 때부터 저에게 많은 분이 이렇게 이야기하셨어요. “성공하고 난 다음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해도 늦지 않아.”라고요.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일까, 그럼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음악은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이 아니라는 걸까, 내가 그렇게 애기하고 다닌 것도 아닌데.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죠.
다른 분들의 곡을 받아서 활동할 때도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긴 했지만, 〈미련한 사랑〉도 그렇고 발라드 장르의 곡이 주로 사랑을 받았죠. 물론 저는 발라드도 좋아하지만, 발라드를 하면서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어요.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건 알지만, 부르면서도 뭐랄까, 행복하지 않았던 시간이 있었던 거지요. 사람들이 어떤 걸 좋아하는지 아니까, 특히 저에게 어떤 걸 바라는지 아니까 불렀던, 제가 원하지 않았던 스타일의 음악을 했던 시간이요.
성공한 다음에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라는 조언들을 깨고 싶었어요. 성공의 기준, 타이밍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시점에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왜 이렇게 변하셨어요, 옛날처럼 해 주시면 안 돼요, 하는 말씀을 많이 듣지만, 나름대로 이게 제 음악에 대한 고집인 거 같아요.
JK 김동욱 - 〈Fall Again〉
Q. JK김동욱이 만드는 음악은 어떤 것인가요?
뚜렷하고 어떤 장르로 가겠다, 그런 생각은 없어요. 뭔가 그때그때 표현하고 싶은 것들이 있잖아요. 그걸 다 쌓아둘 수 없으니까 그걸 음악 하는 사람답게 음악으로 직접 만들어 내놓는 거지요.
최근에 낸 싱글들만 들어봐도 장르가 일맥상통하지는 않아요. 저는 음악에 대한 욕심이 많고, 제가 할 수 있는 한계가 어디까지인가 테스트하는 걸 바라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것도 흥미롭고요. 물론 음악 시장의 트렌디함도 어느 정도 관심은 가진 상태에서 매번 어떤 새로운 걸 해 볼까, 그걸 내 스타일로 어떻게 녹여낼 수 있을까 고민해요.
그렇다고 아주 많이 연구하는 편은 아니고요, 모든 장르에 대한 관심은 데뷔 때부터 쭉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약간 줏대 없어 보이기도 하겠네요. 그래서 저는 한 가지만 고집스레 파는 분들이 정말 존경스러워요. (웃음)
Q, 가사에는 어떤 메시지를 담으시려 하나요?
예전에 제가 발표했던 앨범은 대부분 사랑을 노래했어요. 이제 직접 제작하고 곡을 만들며 곡의 스타일만큼이나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사에 녹여내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허술하더라도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으려 하지요.
예를 들어 〈Olla la la〉는 제 현재 위치, 상황을 가사로 녹인 곡이었어요. 〈FIGHT〉는 시스템에 갇혀 어쩔 수 없이 움직여야 하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담았고요.
물론 앞으로 다시 사랑에 관한 가사를 쓸 수도 있겠지요. 예전에는 사람들이 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대중적인 사랑 이야기였다면, 이제는 정말 제 개인의 사랑에 관해 노래하고 싶어요. 아직까지 제가 직접 쓴 곡 중에 그런 부분은 별로 없는 것 같지만요.
JK 김동욱 - 〈FIGHT〉
Q. 혹시 영향을 받은 뮤지션, 좋아하는 뮤지션이 있으신가요?
아무래도 어렸을 때는 아버지가 주로 들으셨던 뮤지션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모타운 쪽 음악, 소울풀한 음악을 많이 접했지요. 오티스 레딩 같은 뮤지션이요. 다른 장르이지만, 전설적인 포크 듀오 사이먼 앤 카펑클도 좋아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골고루 들었어요. 요즘에는 밴드 음악도 굉장히 많이 듣고, 젊은 음악가들의 음반도 자주 찾아요. 스팅 같은 뮤지션을 보면, 음악을 하려면 사람들이 봤을 때 어떤 ‘멋’을 느껴야겠구나 싶어요. 멋있다는 게 참 뻔한 이야기이긴 한데, 저는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웃음)
Q. 곧 새 앨범인 정규 6집을 발매하신다고 들었습니다.
2월 21일에 정규 6집 《The Book Of John : Part.2》를 발매해요. 그에 앞서 2월 2일에 선공개 곡 〈TORONTO〉를 발표했고요. 제목에서도 알 수 있겠지만, 제가 캐나다로 이민을 갔던 시절에 관한 곡입니다. 저는 한국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 이민을 가서 좀 어중간한 시기를 보냈던 거 같아요. 새로운 삶과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도 어려웠고, 제가 가진 것을 떨쳐내기도 쉽지 않았던 시기였죠. 토론토에서 순댓국집을 하셨던 부모님 이야기, 할머니가 사시던 정부 아파트, 우울할 때 걸었던 호숫가와 골목들, 이런 정서들이 가사에 조금 녹아 있어요.
JK 김동욱 - 〈T O R O N T O〉
지금은 그곳이 오히려 그리운 장소, 제2의 고향 같은 느낌이에요. 거기서 사귄 친구들이 아주 많았던 것도 아닌데, 그냥 철없이 지내던 시기가 자꾸 떠오르고, 그 그리움을 음악에 녹여냈어요. 무엇을 그리워한다는 게 살아가는 데 굉장히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장르는 복고풍의 신스팝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처음 해 보는 스타일이라 어떤 반응일지 두려우면서도 기대가 큽니다.
정규 앨범 《The Book Of John : Part.2》에는 총 8곡을 수록했어요. 아마 들으시면 굉장히 다양한 음악이 담겨 있다 생각하실 것 같아요. 제목은 EP로 냈던 《The Book Of John : Part.1》을 마무리 짓고자 지었어요. 사실 Part.1이라고 냈는데 Part.2를 안 내면 안 될 것 같아서……. 책임감이지요.
Q. 뮤직비디오를 많이 찍으시는 편입니다. JK김동욱은 ‘뮤비 맛집’이라는 표현도 있던데요?
그건 그냥 제가 하는 얘기입니다. (웃음) 저는 사실 다시 태어나면 뮤직비디오 감독이 돼야 할 것 같아요. 싱글 〈Reminder〉부터 함께 작업한 뮤직비디오 감독이 있습니다. Jimmy C라는 친구인데, 역시 음악을 하고, 제 앨범에도 작곡과 기타 세션으로 참여해 줬어요. 미국에서 열린 공연에 초대받아 가는 김에 동행하여 촬영했지요. 이후로 쭉 함께 작업하고 있어요.
저희가 자체 예산으로 촬영하기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는 편이고 부족한 면도 있는데, 오히려 그걸 재미있어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예를 들어 〈Olla la la〉와 〈Fall Again〉의 뮤직비디오 내용이 서로 연관된 듯한 느낌이에요. 감독의 아이디어였고, 그걸 발견한 분들은 흥미로워하시더라고요. 함께하는 스태프들도 좋은 분들이고,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앨범에 수록된 몇 곡도 캐나다의 밴프에 가서 뮤직비디오를 촬영했어요. 저희가 가기 직전에 눈이 엄청 내렸고 체감 온도가 영하 40도까지 내려갔는데, 풍경 자체가 너무 멋있어서 고생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무엇인가요?
앨범 발매와 맞춰 유튜브로 라이브 공연을 할 계획이에요. 뮤직비디오 감독과 함께 음악 콘텐츠도 기획하고 있고요. 무엇보다 개인 콘서트를 안 한 지 너무 오래돼서 소극장 공연을 준비하려 합니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많은 분과 자주 만나려고 해요.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목소리의 뮤지션, JK김동욱. 드라마 삽입곡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미련한 사랑〉은 누구나 한 번은 들어봤을 곡이지요. 벌써 데뷔 20년도 훌쩍 넘은 그는 2013년부터 소속사를 나와 작사, 작곡, 프로듀싱까지 직접하는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떤 계기가 있었고 어떤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지, 6집 발매를 앞두고 작업이 한창이던 믹싱 스튜디오에서 JK김동욱을 만났습니다.
Q. 데뷔하신 지 20년이 넘으셨는데 새삼스러운 질문이지만, 처음 음악을 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아버님이 음악을 하셨어요. 생계를 위해 ‘밤무대’에서 공연하는 밴드 활동을 하셨죠. 일을 마치고 항상 새벽에 들어오셨는데, 바로 주무시지 않고 다음 날 공연 준비를 위해 LP로 음악을 들으셨어요. 단칸방에서 자며 저도 함께 들었던 그 음악들이 제가 나중에 음악을 할 때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되었고요. 어떻게 보면 조기 교육 같은 거였죠.
그렇게 자연스레 음악과 가까워지다가 1992년, 가족 전체가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어요. 이민 생활에 적응하면서 취미로 음악도 했는데, 대학에 진학할 때가 되자 본격적으로 음악을 공부하고 싶었어요. 제가 살던 도시에는 클래식과 재즈 학교뿐이라 어디로 갈까, 결국 재즈 학교를 선택했지요.
그때까지 음악을 좋아했을 뿐, 지식은 별로 없었어요. 학교에서 수업을 받으며 체계적으로 배우면서 음악을 더 깊이 알게 되고, 음악에 접근하는 태도에도 책임감이 생긴 것 같아요.
Q. 그런데 데뷔는 한국에서 하셨지요?
1996년, 친한 친구가 군대에서 사고로 세상을 떠났어요. 왜 그런 친구 있잖아요, 친구들 사이에서 공부도 잘하고 나중에 뭔가가 될 것 같고, 미래가 가장 밝아 보이는 친구요. 충격이 컸어요. 방황을 많이 했지요. 저 역시 어린 나이였지만, 아무래도 삶을 돌아볼 수밖에 없었어요. 얼마 후 친했던 친구들과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 우리가 먼저 떠난 친구의 몫까지 열심히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저는 음악에 좀 더 진지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2000년에 음악을 하겠다고 무작정 한국에 나왔어요. 캐나다에서 8년 생활했지만, 고향에서 모국어로 음악을 하고 인정받고 싶었지요. 당시엔 이미 적지 않은 나이에 가진 것도 없었지만, 그때는 자신감이 전부였던 것 같아요. 다행히 2002년에 드라마 삽입곡으로 발표한 〈미련한 사랑〉이 큰 사랑을 받았고요.
먼저 떠난 친구를 위한 곡은 1집 때부터 꾸준히 수록했어요. 최근에는 EP 《The Book Of John : Part.1》에 실린 〈Reminder〉가 친구를 위한 추모곡이었지요. 지금도 앨범이 나올 때마다 현충원에 가서 친구를 만나 인사를 해요.
JK 김동욱 - 〈Reminder〉
Q. 현재는 작곡, 작사부터 편곡에 프로듀싱까지 직접 하고 계시는데요, 활동 초기에는 특별한 음색과 보컬로 재능을 보이셨어요. 그런 재능을 알고 계셨기에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좋아하셨던 걸까요?
재능을 알았다고 하기는 좀 그렇고, 주변의 반응 같은 거였어요. 수학여행 가면 선생님이 저를 부르며 노래 한번 해 봐라, 하는 정도요. 친구들 사이에서도 노래를 곧잘 한다, 라는 이미지 정도였지 내성적인 성격이라 튀지는 못했어요. 나중에 재즈 학교에 들어가 음악 하는 친구들과 섞이다 보니 듣는 얘기도 많아지고, 그때서야 아, 나한테 좀 재능이 있나 싶었지요. 그렇다고 어디 나가서 무슨 상을 휩쓸 거나 그런 적은 없었습니다. (웃음)
Q. 데뷔 이후 오랫동안 소속사에 계시다가 2010년 프로듀서 한 분과 기획사를 차리셨어요. 그리고 다시 2016년에는 아예 1인 기획사로 활동하고 계시고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사실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던 것 같아요. 데뷔 때부터 기획사 소속으로 활동하며 뮤지션이 음악 활동을 할 때 필요한 모든 과정을 쭉 지켜보았어요. 기획사 소속으로 힘든 면도 있었고, 혜택을 받은 부분도 있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 이 모든 과정을 제가 직접 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프로듀싱부터 유통, 홍보까지 전부요. 그러면 각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거로 생각했거든요.
막상 부딪혀 보니 혼자서 모든 걸 다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앨범이 나온다고 일일이 연락을 돌리고 홍보하고……. 무슨 일이든 처음이 어렵잖아요. 한 번 그렇게 하고 나자 조금씩 나아졌지만, 사실 굉장히 피곤한 일이기는 해요. 저는 운이 좋게도 오랫동안 음악 활동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연락을 드릴 지점이 많아 조금은 수월한 면도 있었지요.
여전히 마케팅 쪽이 가장 힘든 것 같아요. 가끔 섭외가 오면 매니저도 없이 제가 전부 소통하는데 상대방이 의아해하는 경우가 많아요. 어떤 면에서는 좀 불편해하시는 것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1인 기획사로 움직인 지 벌써 7년이 되었고, 지금 생각해도 좋은 결정,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이건 진짜 혼자 해서는 안 되는 일이구나, 깨달았지요. (웃음)
물론 음악을 만드는 데 있어서는 지금도 많은 도움을 받아요. 작사, 작곡, 프로듀싱도 직접 하고는 있지만, 믹싱이나 녹음, 세션 연주, 뮤직비디오 촬영 같은 전문적인 부분은 당연히 전문가들이 맡아야 하지요. 저와 함께해 주는 분들이 있어 이렇게 계속 음악 활동을 할 수 있는 거예요.
Q. 본격적으로 작사, 작곡을 하신 앨범이 2013년에 발매된 5집 《Beautifool》이었습니다. 이후로 그 이전과는 음악 스타일도 많이 달라지셨고요.
데뷔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그 시간에 비해 음악적 활동량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기획사에 있을 때는 프로듀서와 작사, 작곡가를 통해 만든 앨범이 대부분이었고요. 그러다 보니 이제 내 음악 세계를 보여주고 싶다, 내가 원하는 방향을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어요. 무엇보다 기존의 앨범, 곡의 스타일을 좋아해 주셨던 분들이 많았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기존 음악을 접고 새로운 길로 가도 될까? 어려운 결정이었죠. 힘든 길이 될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요.
저는 운이 좋게도 첫 앨범이 큰 사랑을 받았어요. 첫 앨범에 그렇게 사랑을 못 받는 뮤지션도 많으니까 저에게는 굉장히 큰 복이었지요. 하지만 데뷔 때부터 저에게 많은 분이 이렇게 이야기하셨어요. “성공하고 난 다음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해도 늦지 않아.”라고요.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일까, 그럼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음악은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이 아니라는 걸까, 내가 그렇게 애기하고 다닌 것도 아닌데.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죠.
다른 분들의 곡을 받아서 활동할 때도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긴 했지만, 〈미련한 사랑〉도 그렇고 발라드 장르의 곡이 주로 사랑을 받았죠. 물론 저는 발라드도 좋아하지만, 발라드를 하면서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어요.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건 알지만, 부르면서도 뭐랄까, 행복하지 않았던 시간이 있었던 거지요. 사람들이 어떤 걸 좋아하는지 아니까, 특히 저에게 어떤 걸 바라는지 아니까 불렀던, 제가 원하지 않았던 스타일의 음악을 했던 시간이요.
성공한 다음에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라는 조언들을 깨고 싶었어요. 성공의 기준, 타이밍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시점에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왜 이렇게 변하셨어요, 옛날처럼 해 주시면 안 돼요, 하는 말씀을 많이 듣지만, 나름대로 이게 제 음악에 대한 고집인 거 같아요.
JK 김동욱 - 〈Fall Again〉
Q. JK김동욱이 만드는 음악은 어떤 것인가요?
뚜렷하고 어떤 장르로 가겠다, 그런 생각은 없어요. 뭔가 그때그때 표현하고 싶은 것들이 있잖아요. 그걸 다 쌓아둘 수 없으니까 그걸 음악 하는 사람답게 음악으로 직접 만들어 내놓는 거지요.
최근에 낸 싱글들만 들어봐도 장르가 일맥상통하지는 않아요. 저는 음악에 대한 욕심이 많고, 제가 할 수 있는 한계가 어디까지인가 테스트하는 걸 바라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것도 흥미롭고요. 물론 음악 시장의 트렌디함도 어느 정도 관심은 가진 상태에서 매번 어떤 새로운 걸 해 볼까, 그걸 내 스타일로 어떻게 녹여낼 수 있을까 고민해요.
그렇다고 아주 많이 연구하는 편은 아니고요, 모든 장르에 대한 관심은 데뷔 때부터 쭉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약간 줏대 없어 보이기도 하겠네요. 그래서 저는 한 가지만 고집스레 파는 분들이 정말 존경스러워요. (웃음)
Q, 가사에는 어떤 메시지를 담으시려 하나요?
예전에 제가 발표했던 앨범은 대부분 사랑을 노래했어요. 이제 직접 제작하고 곡을 만들며 곡의 스타일만큼이나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사에 녹여내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허술하더라도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으려 하지요.
예를 들어 〈Olla la la〉는 제 현재 위치, 상황을 가사로 녹인 곡이었어요. 〈FIGHT〉는 시스템에 갇혀 어쩔 수 없이 움직여야 하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담았고요.
물론 앞으로 다시 사랑에 관한 가사를 쓸 수도 있겠지요. 예전에는 사람들이 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대중적인 사랑 이야기였다면, 이제는 정말 제 개인의 사랑에 관해 노래하고 싶어요. 아직까지 제가 직접 쓴 곡 중에 그런 부분은 별로 없는 것 같지만요.
JK 김동욱 - 〈FIGHT〉
Q. 혹시 영향을 받은 뮤지션, 좋아하는 뮤지션이 있으신가요?
아무래도 어렸을 때는 아버지가 주로 들으셨던 뮤지션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모타운 쪽 음악, 소울풀한 음악을 많이 접했지요. 오티스 레딩 같은 뮤지션이요. 다른 장르이지만, 전설적인 포크 듀오 사이먼 앤 카펑클도 좋아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골고루 들었어요. 요즘에는 밴드 음악도 굉장히 많이 듣고, 젊은 음악가들의 음반도 자주 찾아요. 스팅 같은 뮤지션을 보면, 음악을 하려면 사람들이 봤을 때 어떤 ‘멋’을 느껴야겠구나 싶어요. 멋있다는 게 참 뻔한 이야기이긴 한데, 저는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웃음)
Q. 곧 새 앨범인 정규 6집을 발매하신다고 들었습니다.
2월 21일에 정규 6집 《The Book Of John : Part.2》를 발매해요. 그에 앞서 2월 2일에 선공개 곡 〈TORONTO〉를 발표했고요. 제목에서도 알 수 있겠지만, 제가 캐나다로 이민을 갔던 시절에 관한 곡입니다. 저는 한국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 이민을 가서 좀 어중간한 시기를 보냈던 거 같아요. 새로운 삶과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도 어려웠고, 제가 가진 것을 떨쳐내기도 쉽지 않았던 시기였죠. 토론토에서 순댓국집을 하셨던 부모님 이야기, 할머니가 사시던 정부 아파트, 우울할 때 걸었던 호숫가와 골목들, 이런 정서들이 가사에 조금 녹아 있어요.
JK 김동욱 - 〈T O R O N T O〉
지금은 그곳이 오히려 그리운 장소, 제2의 고향 같은 느낌이에요. 거기서 사귄 친구들이 아주 많았던 것도 아닌데, 그냥 철없이 지내던 시기가 자꾸 떠오르고, 그 그리움을 음악에 녹여냈어요. 무엇을 그리워한다는 게 살아가는 데 굉장히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장르는 복고풍의 신스팝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처음 해 보는 스타일이라 어떤 반응일지 두려우면서도 기대가 큽니다.
정규 앨범 《The Book Of John : Part.2》에는 총 8곡을 수록했어요. 아마 들으시면 굉장히 다양한 음악이 담겨 있다 생각하실 것 같아요. 제목은 EP로 냈던 《The Book Of John : Part.1》을 마무리 짓고자 지었어요. 사실 Part.1이라고 냈는데 Part.2를 안 내면 안 될 것 같아서……. 책임감이지요.
Q. 뮤직비디오를 많이 찍으시는 편입니다. JK김동욱은 ‘뮤비 맛집’이라는 표현도 있던데요?
그건 그냥 제가 하는 얘기입니다. (웃음) 저는 사실 다시 태어나면 뮤직비디오 감독이 돼야 할 것 같아요. 싱글 〈Reminder〉부터 함께 작업한 뮤직비디오 감독이 있습니다. Jimmy C라는 친구인데, 역시 음악을 하고, 제 앨범에도 작곡과 기타 세션으로 참여해 줬어요. 미국에서 열린 공연에 초대받아 가는 김에 동행하여 촬영했지요. 이후로 쭉 함께 작업하고 있어요.
저희가 자체 예산으로 촬영하기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는 편이고 부족한 면도 있는데, 오히려 그걸 재미있어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예를 들어 〈Olla la la〉와 〈Fall Again〉의 뮤직비디오 내용이 서로 연관된 듯한 느낌이에요. 감독의 아이디어였고, 그걸 발견한 분들은 흥미로워하시더라고요. 함께하는 스태프들도 좋은 분들이고,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앨범에 수록된 몇 곡도 캐나다의 밴프에 가서 뮤직비디오를 촬영했어요. 저희가 가기 직전에 눈이 엄청 내렸고 체감 온도가 영하 40도까지 내려갔는데, 풍경 자체가 너무 멋있어서 고생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무엇인가요?
앨범 발매와 맞춰 유튜브로 라이브 공연을 할 계획이에요. 뮤직비디오 감독과 함께 음악 콘텐츠도 기획하고 있고요. 무엇보다 개인 콘서트를 안 한 지 너무 오래돼서 소극장 공연을 준비하려 합니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많은 분과 자주 만나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