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 한 권으로 일본 여행은 OK! <나만의 일본 미식여행 일본어> 네모 작가

『진짜 도쿄맛집을 알려줄게요』, 『텐동의 사연과 나폴리탄의 비밀』을 쓴 일본인 미식 작가 네모가 국내에 세 번째 책을 냈습니다. 다름 아닌 어학서입니다. 『나만의 일본 미식 여행 일본어』는 일본 식당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실전 회화는 물론 일식을 더 맛있게 즐기는 법을 다루고 있습니다. 일본 여행을 가기 전에 읽어도 좋고, 들고 가서 활용하기에도 좋은 책이지요.


브릭스 매거진에서 네모 작가와의 두 번째 인터뷰를 통해 『나만의 일본 미식 여행 일본어』 집필 과정과 일식에 관해 궁금했던 점들을 알아보았습니다. 많이 알았다 싶어도 여전히 새로운 일본 음식의 세계로 떠나봅니다.


네모 작가


Q. 맛집 가이드북, 일본 식문화에 이어 이번엔 실용 회화를 다룬 어학서를 집필하셨습니다. 어떤 계기였나요?

다락원 출판사의 제안을 받고 집필을 시작했습니다. 의뢰를 받고 알아 보니 다락원 출판사가 한국에서 긴 역사를 가진 노포 출판사이고, 특히 일본어 교재로 유명하더라고요. 지금까지 다양하고 전문적인 일본어 교재를 많이 출판한 것 같은데, 저자들도 경험 많으신 선생님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미식 여행을 주제로 어학서를 내자는 출판사의 제안에 솔직히 많이 놀라긴 했는데요, 그동안 제가 인스타그램 등 여러 매체에서 소개해 온 일식 메뉴판 설명이나 팁들이 독자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물론 일본어를 전문적으로 가르친 경험이 없는 저에게는 큰 도전이었지만, 어학을 배우고 미식 여행을 좋아하는 선배 같은 입장에서 책을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Q. 집필 기간은 얼마나 됐나요?

다락원 출판사에서 처음으로 연락을 받은 게 2023년 11월이었습니다. 마침 『진짜 도쿄맛집을 알려줄게요』 개정판 집필에 몰두하는 중이라서 여행 어학서를 동시에 작업하기는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기획안이나 구성만 먼저 논의하다가 이듬해 2월쯤 집필에 착수할 수 있었어요. 『진짜 도쿄맛집을 알려줄게요』 개정판도 마무리가 되며 3월 말에 출간되었고요. 『나만의 일본 미식 여행 일본어』가 2024년 11월 말에 출판되었으니 집필에 10개월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네모 작가의 신간, 『나만의 일본 미식 여행 일본어』


Q. 어학서에서는 예시 문장이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책에 실을 일본어 문장과 단어들을 어떻게 선별하셨나요?

기존의 다락원 교재를 참고하면서, 제가 실제 현장에서 사용하는 표현과 전문 용어들을 선별했습니다. 또, 다른 일본 여행 어학서와 가이드북도 벤치마킹했습니다. 그런데 기존의 책들에 실제로는 일본 현지 식당에서 볼 수 없는 장면이나 표현이 들어가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어느 책에 ‘라멘 주문지’에 관한 설명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인에게 유명한 이치란 라멘에서 라멘 주문지를 사용하다 보니 다른 라멘집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판단한 것 같은데요, 실질적으로 라멘 주문지를 사용하는 일본 라멘집은 드뭅니다. 이치란에서 나오는 라멘 주문지는 이치란이 특허 신청을 낸 것이라 다른 식당에서 이것과 비슷하게 만들면 특허 침해가 될 수도 있고요.


게다가 일본 돈코츠라멘집은 ‘면의 딱딱함’만 조정하는 게 일반적이고 맛의 농도나 양념양을 조정하는 문화가 없기도 합니다. 비슷하게 이에케 라멘은 맛의 농도, 기름의 양, 면의 딱딱함, 이 세 가지만 고르는 게 기본이고요. 쇼유라멘이나 미소라멘도 미리 맛을 조정하는 음식이 아닙니다. 외국인에게는 참 복잡한 시스템인데요, 제 책에서는 되도록 이런 부분도 꼼꼼하게 잘 설명하려고 애썼습니다.



Q. 일본 식당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실전 정보도 풍부하게 담겨 있는데, 이런 유용한 팁들을 어떻게 추리셨나요? 실제 독자들에게 받았던 질문들인가요?

이 책에서 소개한 팁은 전부 제가 인스타그램에서 받은 질문, 한국인 친구와 일본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받은 질문에서 나온 것입니다. 또는 한국인이 일본 식당에서 당황하거나 불편함을 겪었다는 에피소드를 듣고 제가 ‘해결안’으로 제안한 것들이고요. 그래서 한국 여행자들이 진짜로 궁금해하고 실제로 도움도 될 정보들입니다.


일본 현지인 입장에서는 이런 유용한 팁이 ‘상식’이 되겠지만, 상식을 외국인에게 전달하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지요. 일본인한텐 워낙 당연한 문화라 의문이 들지도 않고, 풀어서 설명할 경험도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항상 SNS 등을 통해 한국인 친구들이 품은 일식에 대한 의문을 풀어주었으니 이제 누구보다 ‘한국인에게 일식 문화를 잘 풀어서 설명할 수 있는 일본인’이라는 자부심까지 생겼어요.


한국인 친구와 함께


Q. 책에 사진 대신 그림이 들어가 오히려 집중도와 이해도가 높습니다. 혹시 전체적인 구성, 디자인에 관해 출판사와 논의하신 부분도 있나요?

전체적인 구성은 처음에 출판사가 제안한 틀에 따라 식당 장르(스시, 라멘, 소바‧우동, 돈부리, 야키니쿠, 이자카야, 카페 등)를 선정해 집필했고, 그림이나 디자인은 모두 출판사에 맡겼습니다. 저는 항상 글과 내용 위주로 책임을 지고, 구성이나 디자인은 출판사를 믿고 맡기는 스타일이라서요.


그런데 이번 어학서에서 가장 고생한 게 바로 ‘표기법’이었습니다. 한국의 국립국어원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자니 위화감이 느껴지거나 현지에서 잘 통하지 않을 만큼 실제 발음과 차이가 났습니다. 그렇다고 제 개인적인 기준으로 어학서를 만들면 모두가 납득하는 표기가 될 수도 없을 것이고요.


예를 들어 ‘とんかつ’를 국립국어원 규범 표기법으로 쓰면 ‘돈가스’이고요, 실제 발음과 비슷하게 각 글자를 격음 그대로 표기한다면 ‘톤카츠’가 됩니다. 둘 중 하나를 택해야 전체적인 일관성을 지킬 수 있겠죠. 그런데 저는 ‘돈카츠’라는 표기에 익숙하고 또, 선호합니다. 그래서 이런 표기법과 관련해 출판사와 많은 논의를 거치고 함께 규정을 만들어 가며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물론 아무리 규정을 잘 만들어도 예외적인 표기가 나올 수밖에 없으니 서로 타협과 양보도 해야 했지만요.


Q. 한국의 독자들이 『나만의 일본 미식여행 일본어』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 것 같으세요?

우선 각 파트의 ‘에세이’ 부분은 여행을 가기 전에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재미있는 일식 이야기를 담았고, 한국인 관광객이 모르거나 오해하고 있는 점들도 꼼꼼하게 설명해 두었으니 미리 알고 가시는 게 좋을 거예요.


『나만의 일본 미식 여행 일본어』의 에세이 파트 | 다락원 제공


물론 일본 여행 시 직접 들고 가서 활용해 주셔도 좋습니다. 특히 메뉴판 페이지는 실제 현지 식당에서 나란히 비교하면서 주문해도 도움이 될 거예요. 


『나만의 일본 미식 여행 일본어』의 메뉴판 파트 | 다락원 제공


재미있는 예를 들자면, 카페 파트에서 ‘아메리칸 코-히-(アメリカンコーヒー)’라는 메뉴에 대한 해설을 적었는데요. 일본에는 아메리카노 대신 아메리칸 코-히-를 파는 카페가 있습니다. 일본 스타벅스에는 아메리카노가 있지만, 유명한 카페 체인점인 ‘도토루 커피’나 ‘코메다 커피’에는 아메리칸 코-히-만 팔아요. 메뉴명이 헷갈려서 그런지 한국인 여행자는 아메리카노를 기대하며 아메리칸 코-히-를 주문하곤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진하고 달라서 당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메리칸 코-히-는 일본에서만 볼 수 있는 드립커피의 일종인데, 그런 메뉴의 맛이나 유래도 이 책을 참조해서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실제 메뉴판과 책 속 메뉴판을 비교해 보았다.

 

Q. 요즘 앙버터빵, 시오빵 같은, 일본에서 인기를 끈 후 한국으로 들어와 한국식으로 정착된 음식들이 많지요. 그중에서 혹시 워낙 달라졌다거나 혹은 아주 똑같아서 인상적이었던 음식이 있을까요?

메뉴명이 바뀌고 잘못 정착된 것이 몇 가지 있어요. 예를 들어, 일본의 ‘다이후쿠(大福)’가 ‘모찌’라는 이름으로 정착된 것 같아요. 모찌(餅)는 일본에서는 떡을 가리키는 말로, 다이후쿠를 사려고 현지에서 모찌라고 말하면 통하지 않아요. 아무래도 다이후쿠가 한국의 찹쌀떡과 비슷하게 생겨서 ‘떡=모찌’로 번역한 것 같지만, 일본에서는 다이후쿠와 모찌를 구별해서 말합니다. 특히 일본의 ‘이치고 다이후쿠(いちご大福)’가 한국에서 ‘딸기 모찌’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것 같아요. 일본 현지에서는 ‘이치고 다이후쿠’라고 주문하셔야 합니다.


이치고 다이후쿠(いちご大福)


2010년대 들어 한국에 돈코츠라멘집도 많이 생겼는데요, 아쉽게도 본고장인 후쿠오카와는 차이가 큰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국뿐만 아니라 도쿄나 오사카에서도 후쿠오카 현지의 맛을 제대로 재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한국만 돈코츠라멘의 퀄리티가 낮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저도 도쿄에서 후쿠오카식 맛이 나는 돈코츠라멘집을 못 찾아서 돈코츠라멘은 꼭 후쿠오카에서 먹어요. 


한편, 이에케 라멘(요코하마식 돈코츠 쇼유라멘)은 최근 몇 년간 한국의 ‘라멘통’들이 잘 연구하신 듯 재현도가 높은 가게가 많은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라멘집에서 사이드 메뉴로 나오는 교자(餃子, 군만두)나 가라아게(닭튀김)까지 일본식으로 잘 만들어주셨으면 더욱 좋겠습니다.


이에케 라멘(家系ラーメン)


스시는 한국에서도 정말 훌륭한 가게가 많아졌습니다. 한때 오마카세 스시집이 열풍을 일으켜 퀄리티가 많이 높아진 것 같아요. 하지만 카이센동(일본식 회덮밥)은, 일본인 입장으로서는 위화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건 전통적으로 선어(숙성 회)를 기본으로 하는 일본과 활어를 즐겨 먹는 한국의 차이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나오는 일본식 카이센동은 밥 위에 선어와 활어가 섞여 있어서 일본인이 먹으면 ‘이건 뭐지!?’라며 놀라게 됩니다. 참치 같은 생선은 숙성되어 나오지만, 도미나 고등어 등 흰살생선이나 등푸른생선은 숙성이 되어 있지 않아 일본인에겐 익숙하지 않은 식감이 나요. 일본은 흰살생선이나 등푸른생선도 잘 숙성해서 먹으니까요. 물론 이건 맛있다, 맛없다의 기준이 아닙니다. 비주얼은 비슷하게 만들어도 오랫동안 익숙한 식문화, 조리법 때문에 이런 면에서는 아직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것 같네요.


카이센동(海鮮丼)


Q. 회를 중요시해 초밥의 밥(샤리)이 찬밥 신세(?)인 한국과 달리 본토 일본의 스시는 샤리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일본 샤리의 특징과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샤리는 어떤 종류인지 알려주세요.

스시 장인이 되기 위해서는 오랜 수행 기간이 필요한데요, 특히 밥 짓기와 샤리를 쥐는 기술을 익히는 데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일본 국내에서도 샤리는 지역마다 가게마다 스타일이 달라서 스시통들은 ‘내 취향에 맞는 샤리’를 찾으러 여러 스시집을 돌아다녀요. 그래서 일본 샤리의 특징을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굳이 표현하자면 입에 넣는 순간 사르르 풀어지는 식감이랄까요.


아카즈(赤酢)로 만든 샤리. 고급 스시집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요.


또, 일본인은 다소 산미가 강한 샤리에 익숙하지만, 한국인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샤리 맛(산미)은 아카즈(赤酢 적초), 시로즈(白酢 흰 식초), 소금, 설탕 등의 배합으로 조율하는데, 한국에 있는 스시집은 설탕 비율이나 식초의 종류 등을 한국인 입맛에 맞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본(특히 산미가 약간 강한 스타일인 도쿄 쪽)에서 스시를 먹으면 산미가 너무 세다고 느껴질 수 있어요.


이렇듯 일본의 샤리 스타일은 가게마다 다양하니 내 취향에 맞는 스시집을 찾아서 여러 곳을 다녀보세요. 스시집에서 먼저 샤리만 달라고 부탁해도 됩니다. “シャリだけください(샤리다케 쿠다사이)”라고 부탁하면 보통 무료로 주실 거예요. 샤리만 주문하는 사람은 스시통인 경우가 많으니 혹시 셰프가 긴장할 수도 있겠네요.


기억하세요. "샤리다케 쿠다사이!"


Q. 일본 기차 여행을 좋아하는 분들에겐 종류가 굉장히 다양한 ‘에키벤’을 먹어보는 것도 좋은 경험입니다. 혹시 네모 님께서도 좋아하시는, 또는 기억에 남는 에키벤이 있나요?

에키벤 할 때 먼저 떠오르는 건 키요켄 시우마이벤토(崎陽軒 シウマイ弁当)입니다. 요코하마 에키벤으로 옛날부터 인기가 높은데, 당연히 시우마이가 맛있고, 찬밥이 맛있는 걸로도 유명합니다. 최근에는 에키벤 도시락통에 가열 보온 기능을 붙인 것도 나오고 있지만, 예전에는 찬밥이라도 맛있어야 한다는 게 에키벤의 중요한 포인트였거든요. (일본인은 원래 찬밥도 그냥 잘 먹어요.) 지금도 도쿄나 요코하마에서 신칸센이나 특급열차를 타면 시우마이 벤토를 먹는 사람을 많이 볼 수 있을 겁니다. 열차 내에서 시우마이 벤토가 열리면 특유의 냄새가 나서 일본인들은 바로 ‘누군가 시우마이벤토를 먹는구나’ 알 수 있답니다.


키요켄 시우마이벤토(崎陽軒 シウマイ弁当)


참고로 도쿄역 개찰구 안에 ‘마츠리(祭)’라는 에키벤 매장이 있어요. 일본 전국 150종이 넘는 에키벤을 판매합니다. 멀리 가지 않아도 지방 여행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이런 곳에서 에키벤을 맛보셔도 좋겠습니다.


도쿄역 개찰구 구내 에키벤 매장 ‘마츠리(祭)’


Q. 일본 여행을 하다 보면 손으로 쓴 메뉴판을 보여주는 동네 이자카야에 자주 가게 됩니다. 번역기로도 해석이 안 되는 이런 메뉴판이 고난도인데요, 이럴 때 먹고 싶은 걸 잘 주문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손 글씨로 적혀 있는 메뉴판이 정말 해독하기 어렵죠. 일부러 분위기를 내기 위해, 또는 매일 메뉴가 바뀌어 손으로 쓰는 게 편해서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손 글씨를 읽을 수 없어도 본인이 일본에서 마시고 싶은 술 이름이나 요리 메뉴를 미리 외우고 현지에서 주문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일본어를 배우지 않은 사람도 “나마비루 쿠다사이, 하이볼 쿠다사이” 정도는 알고 계시는데, 좀 더 많은 메뉴를 외우고 가시면 좋을 거예요.


사케 같은 경우는 아마쿠치(甘口, 단맛이 강한 것), 카라쿠치(辛口, 드라이한 것) 정도 외우고 “아마쿠치(혹은 카라쿠치) 오스스메데”라고 하면 직원이 추천하기도 쉬울 거예요. 쇼츄(일본 소주)는 이모죠츄(芋焼酎 고구마 소주), 무기죠츄(麦焼酎 보리 수주) 정도 외우고 가면 좋고요.


안주류는 대부분 이자카야의 ‘기본 메뉴’가 비슷합니다. 에다마에(枝豆 삶은 풋콩), 포테토사라다(ポテトサラダ 감자샐러드), 타코와사(문어회 와사비 무침), 카라아게(唐揚げ, 닭튀김) 등은 거의 있어요. 거기에 좋아하는 메뉴도 미리 외우고 가는 거지요.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이자카야 같은 곳은 소통하는 것도 재미잖아요. 메뉴판 읽기가 다소 어려워도 조금 용기를 내어 말을 걸고 메뉴를 정하면 좋은 추억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손글씨로 쓴 메뉴판, 읽기 어렵죠…


Q. 오토시가 너무 맛있는 이자카야라면, 오토시를 또 주문해도 예의에 어긋나지는 않나요?

우와, 일본 사람은 생각하지도 못한 질문이네요. 제게도 한국인 친구가 일본에서 먹은 츠케멘이 너무 맛있어서 “국물을 더 주세요”라고 부탁했더니 직원이 당황했다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오토시를 추가로 주문할 수 있냐’와 뭔가 비슷한 것 같기도 하네요. 한식당에서 반찬을 리필하는 것에 익숙한 한국인다운 질문인 것 같아요. (웃음)


일단 가게에 따라서 대응해 줄지는 모르겠지만, 예의에 어긋나는 행위는 아니니 물어보는 건 괜찮습니다. 그런 걸 부탁하는 현지 일본인이 없어서(적어도 저는 들어본 적이 없어요), 직원이 다소 당황할 수는 있어요. 한국인은 ‘그냥 돈 받고 내면 되잖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매뉴얼 사회라 ‘예외적인 요청에 알아서 적당히 대응하는 걸 잘 못하는 나라’인 일본에서는 직원이 매니저나 오너에게 확인하러 갈지도 몰라요. 오버해서 말씀드리는 것 같겠지만, 진짜 그렇습니다. (웃음)


참고로 일본인의 사고방식은 ‘나온 만큼 먹는다’가 일반적이에요. 오토시는 이자카야에서 손님이 기다리지 않도록 술과 함께 바로 내는 것이라 ‘손님이 추가로 주문한다’는 개념이 없어요. 방금 말씀드린 츠케멘 같은 경우도 처음부터 끝까지 면과 국물의 밸런스를 잘 맞춰 먹는 게 일반적이라 국물을 더 달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다만 츠케멘은 주문 시 면 양을 선택할 수는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이자카야의 오토시, 500엔. 가격은 일종의 자릿세도 포함되고 있어요.


Q. 혹시 다음 책도 계획하셨나요? 어떤 내용인가요?

계획은 없습니다! 2024년은 『진짜 도쿄맛집을 알려줄게요』 전면 개정판과 『나만의 일본 미식 여행 일본어』을 집필하느라 정신없었어요. 그래서 인스타그램에 맛집 소개 포스팅을 많이 못 올렸지요. 2025년에는 책도 널리 알리면서 인스타그램 투고를 좀 더 늘리고 싶습니다.





인터뷰 | 신태진
사진 제공 | 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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