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습관이 참 무서워요. 처음 회사에서는 제가 첫 가수였고, 그러다보니 기획이라든가 A&R이라든가, 앨범 제작에 관한 시스템이 완전히 갖춰져 있지는 않은 상태였어요. 그래서 맨몸으로 여기저기 벽에 부딪쳐 가며 당연한 듯 혼자 만들다보니 어느 정도 몸에 익었다고 할까요? 하지만 정말로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그때나 지금이나 훌륭한 연주자, 편곡가의 힘으로 곡이 완성되고, 늘 곁에서 응원해 주고 도와주는 많은 사람들이 있지요.
프롬, Maxine 제공
Q. 봄밤에 다시 만나자는 가사가 계속 맴도네요. 봄밤에 만나고 싶은 장면이 있으신가요?
집에서 쉬는 동안 내가 앞으로 음악을 계속 할 수 있을까 많이 생각했어요. 제 시작에 대해서도 떠올렸고요. 첫 앨범을 내고 활동할 때 갑자기 생겨난 팬들과 그 신기하고 벅찼던 감정들, 자연스레 그때 함께 걸어 주고 왁자지껄 떠들며 즐겁게 놀던 친구들, 연인, 동료들을 떠올리면 어쩐지 어제 같기도 하고, 몇 천 년이나 멀어진 시간 같기도 하더군요. 참 묘한 기분이었어요. 헝클어지고 불안해하며 끝없이 방황하던 마음들까지 어제 일처럼 떠오르고요. 그런 시간들을 곰곰이 돌아보다 보니 지금의 평안이 고맙고, 포근하게 느껴졌어요. 지난날을 견뎌준 저 자신에 대한 고마움도 생기고, 그러니 그냥 지금 이대로 폭발할 듯한 기쁨이 아니라 설렘 정도로도 괜찮지 않느냐고 스스로에게도 묻게 되더라고요. 묵은 마음과 관계들에게 우리 좋은 봄날에 다시 한 번 만나자 하면서요.
프롬 〈봄밤에 다시 만나〉
Q. 노래마다 다양한 목소리를 내시는데, 목소리 색은 어떻게 연출하시는 건가요?
다양한 톤으로 노래해 보고 싶은 욕심은 항상 있어요. 가끔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제 보컬을 이끌어 주는 디렉터를 만나면 정말 다르게 들릴 때도 있는데, 그럴 땐 저도 신기하고 낯설게 느끼기도 해요. 이번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아〉 드라마 OST도 그렇고, OST 작업을 할 때는 제 앨범에는 잘 쓰지 않는 멜로디를 노래하기 때문에 다르게 들리기도 하는 것 같고요. 아무래도 제 앨범보다는 OST 작업을 할 때 좀 자유롭게 시도해 보기 좋으니까요.
Q. 가사는 어떻게 쓰시나요?
일종의 소설처럼 생각해요. 초반에는 실제 경험을 많이 쓰기도 했지만 경험에만 의존해 전체를 완성하는 일은 한계가 있거든요. 물론 사소한 일상이나 공상, 오래전 일, 친구의 이야기, 순간순간 기억에 남는 장면들을 잊지 않으려고 메모를 많이 해요. 결국은 그것들이 단초가 되니까요. 하지만 그 메모의 일부로 멜로디를 쓰기 시작했더라도 단어들을 조합하며 떠올리거나 저절로 문장이 흘러나오는 과정에서 저도 모르던 이야기로 흘러가 마침표를 찍게 될 때도 있어요. 저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한 거지요.
프롬, Maxine 제공
Q. ‘지금 감정을 사랑이라 부르지 않으면 대체 뭐라 부르겠어’ 하는 가사도 그렇고 감정을 단정 짓지 않으시는 것 같아요.
저의 모든 감정은 늘 불완전하다고 생각해요. 더 없이 행복한 마음에도 조금의 죄책감이나 약간의 불안 한줄기 정도는 섞여 있으니까요. 이만큼이나 살았지만 지나치게 예민하기도, 때로는 둔하기도 한 저의 감정에 확신을 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었거든요. 그래서 유보하기도 하고, 이후에 깨닫기도 하지요.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그때 이런 감정이었구나 하고 깨닫는 경우도 많았어요.
Q. 앨범 마지막 곡이 〈가장 보통의 저녁〉입니다. 요즘은 어떤 보통의 날을 지내고 계신가요?
매일 감정은 제가 제어할 수 없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지만,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고요히 반복되는 무수한 저녁들. 너무 많은 감정이 요동쳤던 날도 한걸음 떨어져서 보면 시름도 웃음도 걱정도 보이지 않지요. 조금 뾰족했던 날, 둥글었던 날, 그저 그런 것들 다 더해진 채로 그저 보통인 날들이라 이름붙이는 게 아닐까요.
《moonbow》 앨범에 들어있는 〈낮달〉이라는 곡에 ‘우리 언젠가 따뜻한 집 살자’ 하는 가사가 있어요. 넘치지는 않지만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따뜻한 집에 살고 있고, 곁에 든든한 짝꿍도 있고요. 때로 예쁜 그릇도 살 수 있고 좋은 사람들과 음악으로 삶을 영위하는, 가장 원하던 삶을 살고 있어요. 마치 불법인 것마냥 행복하기도 하지만 또 끝없이 낙하하기도 하는 보통의 날들 속에서 그저 하루하루 좀 더 단단하게 걸어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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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첫 음반부터 줄곧 작사, 작곡, 편곡, 프로듀싱까지 혼자 해 오고 계시네요.
처음 습관이 참 무서워요. 처음 회사에서는 제가 첫 가수였고, 그러다보니 기획이라든가 A&R이라든가, 앨범 제작에 관한 시스템이 완전히 갖춰져 있지는 않은 상태였어요. 그래서 맨몸으로 여기저기 벽에 부딪쳐 가며 당연한 듯 혼자 만들다보니 어느 정도 몸에 익었다고 할까요? 하지만 정말로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그때나 지금이나 훌륭한 연주자, 편곡가의 힘으로 곡이 완성되고, 늘 곁에서 응원해 주고 도와주는 많은 사람들이 있지요.
프롬, Maxine 제공
Q. 봄밤에 다시 만나자는 가사가 계속 맴도네요. 봄밤에 만나고 싶은 장면이 있으신가요?
집에서 쉬는 동안 내가 앞으로 음악을 계속 할 수 있을까 많이 생각했어요. 제 시작에 대해서도 떠올렸고요. 첫 앨범을 내고 활동할 때 갑자기 생겨난 팬들과 그 신기하고 벅찼던 감정들, 자연스레 그때 함께 걸어 주고 왁자지껄 떠들며 즐겁게 놀던 친구들, 연인, 동료들을 떠올리면 어쩐지 어제 같기도 하고, 몇 천 년이나 멀어진 시간 같기도 하더군요. 참 묘한 기분이었어요. 헝클어지고 불안해하며 끝없이 방황하던 마음들까지 어제 일처럼 떠오르고요. 그런 시간들을 곰곰이 돌아보다 보니 지금의 평안이 고맙고, 포근하게 느껴졌어요. 지난날을 견뎌준 저 자신에 대한 고마움도 생기고, 그러니 그냥 지금 이대로 폭발할 듯한 기쁨이 아니라 설렘 정도로도 괜찮지 않느냐고 스스로에게도 묻게 되더라고요. 묵은 마음과 관계들에게 우리 좋은 봄날에 다시 한 번 만나자 하면서요.
프롬 〈봄밤에 다시 만나〉
Q. 노래마다 다양한 목소리를 내시는데, 목소리 색은 어떻게 연출하시는 건가요?
다양한 톤으로 노래해 보고 싶은 욕심은 항상 있어요. 가끔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제 보컬을 이끌어 주는 디렉터를 만나면 정말 다르게 들릴 때도 있는데, 그럴 땐 저도 신기하고 낯설게 느끼기도 해요. 이번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아〉 드라마 OST도 그렇고, OST 작업을 할 때는 제 앨범에는 잘 쓰지 않는 멜로디를 노래하기 때문에 다르게 들리기도 하는 것 같고요. 아무래도 제 앨범보다는 OST 작업을 할 때 좀 자유롭게 시도해 보기 좋으니까요.
Q. 가사는 어떻게 쓰시나요?
일종의 소설처럼 생각해요. 초반에는 실제 경험을 많이 쓰기도 했지만 경험에만 의존해 전체를 완성하는 일은 한계가 있거든요. 물론 사소한 일상이나 공상, 오래전 일, 친구의 이야기, 순간순간 기억에 남는 장면들을 잊지 않으려고 메모를 많이 해요. 결국은 그것들이 단초가 되니까요. 하지만 그 메모의 일부로 멜로디를 쓰기 시작했더라도 단어들을 조합하며 떠올리거나 저절로 문장이 흘러나오는 과정에서 저도 모르던 이야기로 흘러가 마침표를 찍게 될 때도 있어요. 저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한 거지요.
프롬, Maxine 제공
Q. ‘지금 감정을 사랑이라 부르지 않으면 대체 뭐라 부르겠어’ 하는 가사도 그렇고 감정을 단정 짓지 않으시는 것 같아요.
저의 모든 감정은 늘 불완전하다고 생각해요. 더 없이 행복한 마음에도 조금의 죄책감이나 약간의 불안 한줄기 정도는 섞여 있으니까요. 이만큼이나 살았지만 지나치게 예민하기도, 때로는 둔하기도 한 저의 감정에 확신을 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었거든요. 그래서 유보하기도 하고, 이후에 깨닫기도 하지요.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그때 이런 감정이었구나 하고 깨닫는 경우도 많았어요.
Q. 앨범 마지막 곡이 〈가장 보통의 저녁〉입니다. 요즘은 어떤 보통의 날을 지내고 계신가요?
매일 감정은 제가 제어할 수 없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지만,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고요히 반복되는 무수한 저녁들. 너무 많은 감정이 요동쳤던 날도 한걸음 떨어져서 보면 시름도 웃음도 걱정도 보이지 않지요. 조금 뾰족했던 날, 둥글었던 날, 그저 그런 것들 다 더해진 채로 그저 보통인 날들이라 이름붙이는 게 아닐까요.
《moonbow》 앨범에 들어있는 〈낮달〉이라는 곡에 ‘우리 언젠가 따뜻한 집 살자’ 하는 가사가 있어요. 넘치지는 않지만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따뜻한 집에 살고 있고, 곁에 든든한 짝꿍도 있고요. 때로 예쁜 그릇도 살 수 있고 좋은 사람들과 음악으로 삶을 영위하는, 가장 원하던 삶을 살고 있어요. 마치 불법인 것마냥 행복하기도 하지만 또 끝없이 낙하하기도 하는 보통의 날들 속에서 그저 하루하루 좀 더 단단하게 걸어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티스트 제공
인터뷰 이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