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윤 작가와의 인터뷰 #2 읽기
역사와 산책이 어우러지는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를 비롯해 다양한 역사 대중서를 내고 있는 황윤 작가. 인터뷰 세 번째 편에서는 우리가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들어보고, 앞으로 박물관이 어떻게 변화해야 우리의 문화가 더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모색해 봅니다.
Q. 직장인들 사이에서 한국사능력시험 열풍이 분 적이 있어요. 공기업이나 대학에서도 한국사능력시험 성적을 요구하고요.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시나요?
저는 한국사능력시험을 본 적이 없지만, 분명 역사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생기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한국사능력시험 열풍은 한국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현상이에요. 효율적인 인생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세태를 반영하는 거지요. 좋은 대학 나오고, 대기업 혹은 공무원 시험에 시간을 투자해서 이룬 기반을 바탕으로 결혼도 하고 집도 사고 그 다음에 주식도 넣고, 그렇게 인생의 효율성만 따져서 움직이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시험에 들어가지 않은 과목은 공부를 안 하고, 성적에 반영되지 않으면 실행 학습이나 현장 학습 같은 것도 안 하려고 하는 거지요. 필요 없다고요.
그런데 한국사능력시험이 생기고 서울대 같은 명문대나 공기업에서 성적을 요구하니까 역사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어요. 자연스럽게, 혹은 억지로라도 하게 되는 건데, 의미가 없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경주 감은사지
Q. 역사 공부를 한다고 마음먹어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 마련입니다.
박물관과 친해지는 과정과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시대부터 봐야 합니다. 그러면 내가 어떤 시대를 좋아하느냐, 그것부터 알아내야겠지요. 흔히 아이들에게 앞으로 네가 좋아할 거 한번 찾아봐, 그런 이야기를 하지요. 그게 됩니까? 뭐가 있는지 알아야, 경험해 봐야 자기가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 알 수 있지요. 성인도 마찬가지예요. 술 마시고 노는 거 말고 직업으로 삼을 수도 있을 만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10%도 되지 않을 겁니다.
역사도 그럴 거예요. 역사에 진심으로 흥미를 가질 사람은 10%도 안 될지 몰라요. 하지만 찾아 나가야 합니다. 세종대왕은 누구나 좋아하지요. 세종이 어떤 사람이었고 한글 창제 말고 또 어떤 일을 했는지, 그게 궁금하면 세종 시대부터 찾아보는 겁니다. 임진왜란에 관한 영화를 보고 감명을 받았다면 선조 시대를 보는 거고요. 고려 시대도, 삼국시대도 마찬가지예요. 사극을 봐도 되고, 역사 소설을 읽어도 됩니다. 그러다 보면 역사를 보는 시각이 넓어질 거예요.

제가 꼭 말씀드리고 싶은 에피소드가 두 가지 있습니다. 아는 동생이 영국으로 유학을 갔는데, 런던 물가가 너무 비싸 외곽에 있는 과수원집에 잠시 살았다고 해요. 그런데 과수원 할아버지가 주말이 되면 아침 일찍 런던을 갔다가 저녁 늦게 돌아오시는 거예요. 그래서 어디를 그렇게 다니시냐고 여쭤봤더니 할아버지가 이집트 상형문자를 공부하러 다닌다고 하셨대요. 우리나라에는 이집트 상형문자 전공자도 몇 없는데 말이지요.
저도 일본에 가서 중국 하은주 시대의 청동기 전시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 일본인이 두꺼운 수첩에 상형문자를 베껴 쓰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당신은 누구고 뭘 하는 거냐고 물어봤어요. 그 사람이 자기는 회사원인데 취미가 상형문자를 해석하는 거라고 하더군요. 전시가 있을 때마다 찾아다니며 베껴 그리고 정리해서 공부한다고요. 우리나라는 하은주 시대 상형문자 전공자가 다섯 손가락에 셀 수 있는데 말이지요. 이런 경험들을 통해 결국 관심이 자기 분야를 넓혀가는 동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시험을 위한 공부만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황윤 작가
Q. 역사를 공부하시며 현재를, 이 시대를 어떻게 바라보시게 되었나요?
우선 시험 보는 인생에 너무 매달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은 시험만 잘 보면 그 사람의 인격과 능력 모두를 인정받는 구조예요. 그게 병폐가 되었던 나라가 바로 조선이었습니다. 조선만큼 시험에 목매달고 사는 나라는 없었거든요. 실무를 할 수 있는 능력, 현장을 아는 눈이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다양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국정을 운영하는 게 필요해요.
한국이 급성장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모든 게 수도권, 서울에 집중되어 있지요. 지방과의 격차가 점점 심해지고 있어요. 다들 집값 비싸고 물가 비싼 수도권에서 살려고 하니 결혼도 안 한다, 아이도 안 낳는다 하게 된 거예요. 이렇게 수도권 위주로 가다가 망한 나라도 우리 역사에 있습니다. 바로 신라였지요. 신라는 경주에만 집중하며 경주 출신 진골들이 어디를 가든 대우받는 구조를 만들었어요. 보다 못한 호족들이 들고 일어나 패망의 길로 들어갔지요. 국가를 운영하는 데 있어 무조건적인 집중은 반드시 경계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역사학자들이 어용화되거나 국수주의자가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실 누군가 역사를 바라볼 때, 그 자체만을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봅니다. 무조건 바라보는 사람의 의식과 가치관이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에 결부되게 마련이에요. 같은 이야기, 같은 사실도 사람들마다 달리 받아들이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그건 역사학자들도 마찬가지일 텐데, 제가 이분들에게 바라는 건 최소한 돈에는 휘둘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학자들 중에 어느 기업이나 어느 단체에서 연구비를 지원받아 그들 입맛에 맞는 논문이나 책을 쓰는 경우가 있어요. 올바른 가치관으로 역사를 해석할 수가 없는 것이지요. 그리고 최소한 공직에 있다면, 자신이 어떤 공적인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져야 하고, 그래서 고고해질 필요도 있습니다. 공직에 있는 사람들이 돈까지 어마어마하게 벌려고 하니까 문제가 생기는 거예요. 전관예우 같은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요. 공적 이익과 사적 이익을 구분할 줄 아는 분들이 많아져야 할 텐데요.
Q.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는 삼국시대의 백제와 신라를 많이 다룹니다. ‘고구려 산책’은 계획에 없으신가요?
고구려 책을 써달라는 분들이 많았는데, 사실 쓸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 유적지가 거의 없거든요. 일단 북한은 제가 갈 수가 없고, 만주 쪽은 아직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상이 고고학’은 콘셉트 자체가 산책하듯 일상에서 역사를 만나는 것이니까요. 그래도 고구려에 관해 쓴다면 온달을 중심으로 쓸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고구려가 남하하여 남긴 유적을 바탕으로 여기서 싸우다 전사한 그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으로요.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우선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를 30권까지 내야겠지요. 다른 출판사에서도 출간 문의가 오는데 일단은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에 집중하고 있어요.
물론 책을 집필하는 것 외에 해보고 싶은 것도 있습니다. 제가 여러 우려를 표하긴 했지만 대한민국은 어쨌든 경제 규모에서 선진국이 됐습니다. 전 세계가 K-POP, K-DRAMA 콘텐츠에 열광하고 있고요. 하지만 아직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바로 박물관 문화입니다.
한국의 박물관은 어디를 가도 우리나라 유물만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같은 데야 외국 유물도 있지만, 전체로 보면 10%도 안 될 거예요. 그래서 한국인들은 국립중앙박물관을 갈 때도 오로지 민족주의 관점에 있는 한국사와 한국의 유물만 보게 되는 겁니다. 세계관도, 정체성도 한정되는 거지요. 그러다 보면 세상에 우리밖에 없는 것 같은 편협한 사고방식에 빠지게 되고, 다른 문화에 배타적이 될 수밖에 없어요.

아까 국립중앙박물관의 ‘사유의 방’ 이야기를 드렸지요. 금동으로 만든 반가사유상은 분명 의미가 크지만, 외국인들이 보기에는 어떨까요? 외국인들은 역사적 맥락을 모르니 반가사유상의 어떤 점이 대단한지 알 수가 없어요. 비교 대상이 없으니까요. 유럽만 하더라도 내내 보던 게 고대 이집트 유물, 고대 로마의 유물입니다. 6, 7세기 물건도 아니고 기원전 물건과 유적을 보면서 자랐던 사람들이에요. 오히려 ‘사유의 방’에는 중국, 일본의 금동반가사유상을 함께 전시해 한국의 수준이 동시대 주변국보다 더 뛰어났다는 걸 인식시켜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고대 아시아’하면 중국과 일본부터 떠올리는 외국인들도 한국의 역사적 위상을 재인식하며 진심으로 감탄할 수 있는 거예요.
한국 박물관들도 적극적으로 해외 유물을 수집해서 보여주어야 합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사람들은 지금도 박물관에 가서 자신의 세계관을 넓혀요. 외국도 박물관을 제일 많이 찾는 연령대가 10대 청소년들입니다. 책에서 보고 박물관으로 현장학습을 나오는 거지요. 자기들 역사를 외국의 유물, 외국의 역사와 함께 전시하니까 세계사적인 맥락에서 나의 위치, 우리의 위치를 인식할 수 있게 되지요.

박물관은 교육 기관입니다. 기증 제도를 법적으로 완화를 시키고 국가와 대기업, 금용 기관들이 협력해 1조, 2조, 3조 원짜리 펀드를 만들어서 적극적으로 외국 유물을 수집해 우리 박물관에 채워야 합니다. 제 바람은, 만약 그런 일이 진행된다면 저도 그 과정에 동참하는 거예요. 제가 직접 나서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체계를 잡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아이디어도 드리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인터뷰 이주호, 신태진
황윤 작가와의 인터뷰 #2 읽기
역사와 산책이 어우러지는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를 비롯해 다양한 역사 대중서를 내고 있는 황윤 작가. 인터뷰 세 번째 편에서는 우리가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들어보고, 앞으로 박물관이 어떻게 변화해야 우리의 문화가 더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모색해 봅니다.
Q. 직장인들 사이에서 한국사능력시험 열풍이 분 적이 있어요. 공기업이나 대학에서도 한국사능력시험 성적을 요구하고요.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시나요?
저는 한국사능력시험을 본 적이 없지만, 분명 역사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생기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한국사능력시험 열풍은 한국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현상이에요. 효율적인 인생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세태를 반영하는 거지요. 좋은 대학 나오고, 대기업 혹은 공무원 시험에 시간을 투자해서 이룬 기반을 바탕으로 결혼도 하고 집도 사고 그 다음에 주식도 넣고, 그렇게 인생의 효율성만 따져서 움직이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시험에 들어가지 않은 과목은 공부를 안 하고, 성적에 반영되지 않으면 실행 학습이나 현장 학습 같은 것도 안 하려고 하는 거지요. 필요 없다고요.
그런데 한국사능력시험이 생기고 서울대 같은 명문대나 공기업에서 성적을 요구하니까 역사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어요. 자연스럽게, 혹은 억지로라도 하게 되는 건데, 의미가 없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경주 감은사지
Q. 역사 공부를 한다고 마음먹어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 마련입니다.
박물관과 친해지는 과정과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시대부터 봐야 합니다. 그러면 내가 어떤 시대를 좋아하느냐, 그것부터 알아내야겠지요. 흔히 아이들에게 앞으로 네가 좋아할 거 한번 찾아봐, 그런 이야기를 하지요. 그게 됩니까? 뭐가 있는지 알아야, 경험해 봐야 자기가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 알 수 있지요. 성인도 마찬가지예요. 술 마시고 노는 거 말고 직업으로 삼을 수도 있을 만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10%도 되지 않을 겁니다.
역사도 그럴 거예요. 역사에 진심으로 흥미를 가질 사람은 10%도 안 될지 몰라요. 하지만 찾아 나가야 합니다. 세종대왕은 누구나 좋아하지요. 세종이 어떤 사람이었고 한글 창제 말고 또 어떤 일을 했는지, 그게 궁금하면 세종 시대부터 찾아보는 겁니다. 임진왜란에 관한 영화를 보고 감명을 받았다면 선조 시대를 보는 거고요. 고려 시대도, 삼국시대도 마찬가지예요. 사극을 봐도 되고, 역사 소설을 읽어도 됩니다. 그러다 보면 역사를 보는 시각이 넓어질 거예요.
제가 꼭 말씀드리고 싶은 에피소드가 두 가지 있습니다. 아는 동생이 영국으로 유학을 갔는데, 런던 물가가 너무 비싸 외곽에 있는 과수원집에 잠시 살았다고 해요. 그런데 과수원 할아버지가 주말이 되면 아침 일찍 런던을 갔다가 저녁 늦게 돌아오시는 거예요. 그래서 어디를 그렇게 다니시냐고 여쭤봤더니 할아버지가 이집트 상형문자를 공부하러 다닌다고 하셨대요. 우리나라에는 이집트 상형문자 전공자도 몇 없는데 말이지요.
저도 일본에 가서 중국 하은주 시대의 청동기 전시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 일본인이 두꺼운 수첩에 상형문자를 베껴 쓰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당신은 누구고 뭘 하는 거냐고 물어봤어요. 그 사람이 자기는 회사원인데 취미가 상형문자를 해석하는 거라고 하더군요. 전시가 있을 때마다 찾아다니며 베껴 그리고 정리해서 공부한다고요. 우리나라는 하은주 시대 상형문자 전공자가 다섯 손가락에 셀 수 있는데 말이지요. 이런 경험들을 통해 결국 관심이 자기 분야를 넓혀가는 동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시험을 위한 공부만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Q. 역사를 공부하시며 현재를, 이 시대를 어떻게 바라보시게 되었나요?
우선 시험 보는 인생에 너무 매달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은 시험만 잘 보면 그 사람의 인격과 능력 모두를 인정받는 구조예요. 그게 병폐가 되었던 나라가 바로 조선이었습니다. 조선만큼 시험에 목매달고 사는 나라는 없었거든요. 실무를 할 수 있는 능력, 현장을 아는 눈이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다양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국정을 운영하는 게 필요해요.
한국이 급성장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모든 게 수도권, 서울에 집중되어 있지요. 지방과의 격차가 점점 심해지고 있어요. 다들 집값 비싸고 물가 비싼 수도권에서 살려고 하니 결혼도 안 한다, 아이도 안 낳는다 하게 된 거예요. 이렇게 수도권 위주로 가다가 망한 나라도 우리 역사에 있습니다. 바로 신라였지요. 신라는 경주에만 집중하며 경주 출신 진골들이 어디를 가든 대우받는 구조를 만들었어요. 보다 못한 호족들이 들고 일어나 패망의 길로 들어갔지요. 국가를 운영하는 데 있어 무조건적인 집중은 반드시 경계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역사학자들이 어용화되거나 국수주의자가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실 누군가 역사를 바라볼 때, 그 자체만을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봅니다. 무조건 바라보는 사람의 의식과 가치관이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에 결부되게 마련이에요. 같은 이야기, 같은 사실도 사람들마다 달리 받아들이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그건 역사학자들도 마찬가지일 텐데, 제가 이분들에게 바라는 건 최소한 돈에는 휘둘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학자들 중에 어느 기업이나 어느 단체에서 연구비를 지원받아 그들 입맛에 맞는 논문이나 책을 쓰는 경우가 있어요. 올바른 가치관으로 역사를 해석할 수가 없는 것이지요. 그리고 최소한 공직에 있다면, 자신이 어떤 공적인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져야 하고, 그래서 고고해질 필요도 있습니다. 공직에 있는 사람들이 돈까지 어마어마하게 벌려고 하니까 문제가 생기는 거예요. 전관예우 같은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요. 공적 이익과 사적 이익을 구분할 줄 아는 분들이 많아져야 할 텐데요.
Q.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는 삼국시대의 백제와 신라를 많이 다룹니다. ‘고구려 산책’은 계획에 없으신가요?
고구려 책을 써달라는 분들이 많았는데, 사실 쓸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 유적지가 거의 없거든요. 일단 북한은 제가 갈 수가 없고, 만주 쪽은 아직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상이 고고학’은 콘셉트 자체가 산책하듯 일상에서 역사를 만나는 것이니까요. 그래도 고구려에 관해 쓴다면 온달을 중심으로 쓸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고구려가 남하하여 남긴 유적을 바탕으로 여기서 싸우다 전사한 그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으로요.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우선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를 30권까지 내야겠지요. 다른 출판사에서도 출간 문의가 오는데 일단은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에 집중하고 있어요.
물론 책을 집필하는 것 외에 해보고 싶은 것도 있습니다. 제가 여러 우려를 표하긴 했지만 대한민국은 어쨌든 경제 규모에서 선진국이 됐습니다. 전 세계가 K-POP, K-DRAMA 콘텐츠에 열광하고 있고요. 하지만 아직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바로 박물관 문화입니다.
한국의 박물관은 어디를 가도 우리나라 유물만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같은 데야 외국 유물도 있지만, 전체로 보면 10%도 안 될 거예요. 그래서 한국인들은 국립중앙박물관을 갈 때도 오로지 민족주의 관점에 있는 한국사와 한국의 유물만 보게 되는 겁니다. 세계관도, 정체성도 한정되는 거지요. 그러다 보면 세상에 우리밖에 없는 것 같은 편협한 사고방식에 빠지게 되고, 다른 문화에 배타적이 될 수밖에 없어요.
아까 국립중앙박물관의 ‘사유의 방’ 이야기를 드렸지요. 금동으로 만든 반가사유상은 분명 의미가 크지만, 외국인들이 보기에는 어떨까요? 외국인들은 역사적 맥락을 모르니 반가사유상의 어떤 점이 대단한지 알 수가 없어요. 비교 대상이 없으니까요. 유럽만 하더라도 내내 보던 게 고대 이집트 유물, 고대 로마의 유물입니다. 6, 7세기 물건도 아니고 기원전 물건과 유적을 보면서 자랐던 사람들이에요. 오히려 ‘사유의 방’에는 중국, 일본의 금동반가사유상을 함께 전시해 한국의 수준이 동시대 주변국보다 더 뛰어났다는 걸 인식시켜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고대 아시아’하면 중국과 일본부터 떠올리는 외국인들도 한국의 역사적 위상을 재인식하며 진심으로 감탄할 수 있는 거예요.
한국 박물관들도 적극적으로 해외 유물을 수집해서 보여주어야 합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사람들은 지금도 박물관에 가서 자신의 세계관을 넓혀요. 외국도 박물관을 제일 많이 찾는 연령대가 10대 청소년들입니다. 책에서 보고 박물관으로 현장학습을 나오는 거지요. 자기들 역사를 외국의 유물, 외국의 역사와 함께 전시하니까 세계사적인 맥락에서 나의 위치, 우리의 위치를 인식할 수 있게 되지요.
박물관은 교육 기관입니다. 기증 제도를 법적으로 완화를 시키고 국가와 대기업, 금용 기관들이 협력해 1조, 2조, 3조 원짜리 펀드를 만들어서 적극적으로 외국 유물을 수집해 우리 박물관에 채워야 합니다. 제 바람은, 만약 그런 일이 진행된다면 저도 그 과정에 동참하는 거예요. 제가 직접 나서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체계를 잡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아이디어도 드리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인터뷰 이주호, 신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