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미니 앨범 《시와》로 데뷔한 시와. 그는 마음을 다독여 주고 공감을 일으키는 가사와 여백을 느끼게 하는 사운드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 두 번째 에세이 『나는 노래하는 시와로 산다』와 싱글 〈봄을 만든다〉를 낸 시와를 만났습니다. 봄에 어울리는, 혹은 아직 봄을 찾고 있는 분들을 위한 치유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뮤지션 '시와'
봄을 만든다
2020년에 정규 앨범을 냈고 작년 봄엔 기존 싱글들을 모아 EP 앨범을 냈어요. 이번 싱글 〈봄을 만든다〉는 작년 봄, 친구가 쓴 글을 읽고 만든 노래예요. 날이 좀 따뜻해진 어느 날 친구가 집 앞 숲을 산책하다가 겨울 동안 자기가 줄곧 도망 다니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고 해요.
“겨울을 보낸다. 많은 일이 있었다.”
이렇게 시작하는 글이에요. 그 마음이, 그 문장이 제 마음 같았어요. 사실 저는 회피를 잘하거든요. 갈등이나 문제가 있으면 제 마음을 좀 들여다봐야 하는데,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몰랐다는 듯 덮어 버려요. 그래서 친구 글 속 글자들에 멜로디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겨울을 보낸다, 멜로디를 흥얼거리고, 기타를 잡고서 맞는 코드를 찾고. 그렇게 노래가 만들어졌어요.
시와, 〈봄을 만든다〉
봄을 만든다는 건
입춘의 ‘입’은 ‘들다’라는 뜻의 ‘입入’이 아니라 ‘세울 입立’이에요. 사람은 자연의 일부로서 수동적으로 봄에 들어서기도 하지만, 봄을 만들기도 한다는 메시지가 담긴 글자 같다는 생각을 해요. 봄이 와도 제 마음은 겨울일 때가 많았어요. 저뿐만 아니라 봄이 오면 나만 빼고 모두가 활기차게, 더 많은 것들을 시도하고 있다고 느끼는 분들이 있을 거예요. 아직 힘든 시간이나 장소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거기 머물러 있다고, 마음은 겨울이라고 느껴질 때, 꼭 지금이 아니더라도 내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때가 봄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봄을 만든다〉라는 제목을 붙였어요.
나의 느티나무
얼마 전 외로움에 관한 글을 읽었어요. 누군가 곁에 있다고, 사람들 사이에 있다고 외롭지 않은 게 아니라고, 혼자라도 마음이 충만하면 외롭지 않다고. 결국 자기가 자기를 대면하지 않을 때 외롭고, 내 앞에 있는 사람과, 세상과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 외로운 거라고. 외로움은 자기와 대면해야 해결되지만, 많은 사람이 외부의 것으로 자신을 채우려고 하지요. 사람을 만나고, 영화를 보고, 책을 보고, 때론 술을 마시고. 자기 마음의 빈 곳은 진짜 자기만 채울 수 있는 거 같아요.
“집을 나서 느티나무 앞에서 깨닫는 마음 알게 된 마음 도망가고 싶을 만큼 무서운 마음을 보는 용기” - 〈봄을 만든다〉 중에서
제게 마음을 채우는 시간은 홀로 산책하는 시간이에요. 그 시간이 저 자신을 바라보게 하는 느티나무 같다는 생각으로 쓴 가사이고요.
안전한 장소
4집 정규 앨범에도 수록됐던 〈다녀왔습니다〉라는 곡은 제가 어떤 장소에서도 안전감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장소로 가고 싶어서 만든 노래였어요. 그 노래를 만들고 부르면서, 제 노래를 듣고 좋아해 주는 사람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나에게 안전감을 준다는 생각을 했어요. 『노래하는 시와로 산다』라는 책을 내고 북토크를 했을 때도 관객 분들께서 저에게 “다녀왔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 주셨고요.
사실 그 앨범의 주제를 놓고 보면, 제가 저를 잘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만든 노래들이었어요. 나는 진짜 내가 뭔지 모르겠어, 이 모습인지 저 모습인지 헷갈려. 혼란스러운 마음이 노래가 되었는데, 그런 고민을 1년 동안 음반으로 만들면서 이 모습도 나고, 저 모습도 나고, 모두가 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런 받아들임이 “다녀왔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장소가 되어 준 것 같아요.
시와, 〈다녀왔습니다〉
그래서 노래를 부릅니다
그 모든 게 다 나라면 앞으로 또 다른 새로운 행동을 하는 내가 나타날 수도 있지요. 그 모든 변화까지 다 합친 게 나이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나 자신을 모를 테고요. 죽은 이후에야 완성되는 게 나겠다, 그러니까 괜찮다, 지금 좀 몰라도 괜찮다, 그런 생각을 했는데, 그렇다고 계속 마음 편안하게 살 수는 없더라고요. 그런 깨달음이랄까 다짐을 금방 잊게 되니까요. 그래서 〈봄을 만든다〉 같은 노래를 만들게 된 것 아닐까요? 제 마음을 다시 세우는 방법을 모르겠어요. 하지만 노래를 부르는 건 분명히 도움이 돼요. 제 생각을 정리하고 노래로 부르면 제일 먼저 듣는 사람도 저잖아요.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라는 게 그래서 좋은 것 같아요.
『나는 노래하는 시와로 산다』
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를 시리즈로 내는 출판사에서 저에게 음악 하는 사람은 어떻게 사는지 써 달라고 제안해 주셨어요. 책은 혼자 쓰는 거고, 그래서 저와 또 다른 제가 대화하는 거랑 비슷한 일이었어요. 글 쓰는 동안 제가 더 건강해졌던 것 같아요. 이렇게까지 구체적으로 쓸 줄 몰랐다, 솔직하게 그러낸 부분들이 인상적이었다고 이야기해 주신 분들이 있어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노래는 어쩌면 제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으려고 쓰는 방패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글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으면서 써 낼 자신이 없고요. 제가 사는 이야기를 쓰려다 보니 정말 자세하게 쓰는 도리 외에는 없더라고요.
시와의 『나는 노래하는 시와로 산다』
가사를 쓰다
핸드폰에 가사를 염두에 두고 글을 써 둬요. 떠오르는 생각들을 자주 메모로 남기고요. 하지만 진짜 가사가 되는 글은 드물어요. 지난주 밤에 영화를 보고 차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뒷골목을 걸으며 돌아오는데 정말 고요하다, 이 느낌을 노래로 만들 수는 없을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지금까지 만든 노래들을 돌이켜보면 어떤 경험이 저한테 정말 진하게 느껴질 때 노래가 되었던 것 같아요.
사운드? 가사?
〈봄을 만든다〉를 어떻게 녹음할지 정리하며, 기타 말고 더 넣을 만한 악기가 없을까, 뭘 더 채울 게 없을까 상상해 봤는데 잘 안 되었어요. 기타로만 하자 생각하고 녹음실에 갔는데, 엔지니어도 간주에 뭐가 더 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허밍을 해 봤어요.
사운드는 계속 더 보완하고 싶은 부분이에요. 저 혼자만의 음악적 상상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내년 발매할 음반에는 프로듀서나 편곡자를 곡별로 섭외해야겠다 계획하고 있어요.그런데 사실 아무도 저에게 기타 한 대로만 노래하는 게 성의 없는 일 아니냐고 말한 적이 없어요. 제가 저한테 계속 그 얘기를 하고 있는 거예요. 스스로 부족하다고 계속 생각하는 것이지요. 근데 가끔은 그런 게 괜찮기도 해요. 의외로 제가 꽤 만족하고 있나 봐요.
2007년 미니 앨범 《시와》로 데뷔한 시와. 그는 마음을 다독여 주고 공감을 일으키는 가사와 여백을 느끼게 하는 사운드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 두 번째 에세이 『나는 노래하는 시와로 산다』와 싱글 〈봄을 만든다〉를 낸 시와를 만났습니다. 봄에 어울리는, 혹은 아직 봄을 찾고 있는 분들을 위한 치유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봄을 만든다
2020년에 정규 앨범을 냈고 작년 봄엔 기존 싱글들을 모아 EP 앨범을 냈어요. 이번 싱글 〈봄을 만든다〉는 작년 봄, 친구가 쓴 글을 읽고 만든 노래예요. 날이 좀 따뜻해진 어느 날 친구가 집 앞 숲을 산책하다가 겨울 동안 자기가 줄곧 도망 다니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고 해요.
“겨울을 보낸다. 많은 일이 있었다.”
이렇게 시작하는 글이에요. 그 마음이, 그 문장이 제 마음 같았어요. 사실 저는 회피를 잘하거든요. 갈등이나 문제가 있으면 제 마음을 좀 들여다봐야 하는데,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몰랐다는 듯 덮어 버려요. 그래서 친구 글 속 글자들에 멜로디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겨울을 보낸다, 멜로디를 흥얼거리고, 기타를 잡고서 맞는 코드를 찾고. 그렇게 노래가 만들어졌어요.
시와, 〈봄을 만든다〉
봄을 만든다는 건
입춘의 ‘입’은 ‘들다’라는 뜻의 ‘입入’이 아니라 ‘세울 입立’이에요. 사람은 자연의 일부로서 수동적으로 봄에 들어서기도 하지만, 봄을 만들기도 한다는 메시지가 담긴 글자 같다는 생각을 해요. 봄이 와도 제 마음은 겨울일 때가 많았어요. 저뿐만 아니라 봄이 오면 나만 빼고 모두가 활기차게, 더 많은 것들을 시도하고 있다고 느끼는 분들이 있을 거예요. 아직 힘든 시간이나 장소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거기 머물러 있다고, 마음은 겨울이라고 느껴질 때, 꼭 지금이 아니더라도 내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때가 봄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봄을 만든다〉라는 제목을 붙였어요.
나의 느티나무
얼마 전 외로움에 관한 글을 읽었어요. 누군가 곁에 있다고, 사람들 사이에 있다고 외롭지 않은 게 아니라고, 혼자라도 마음이 충만하면 외롭지 않다고. 결국 자기가 자기를 대면하지 않을 때 외롭고, 내 앞에 있는 사람과, 세상과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 외로운 거라고. 외로움은 자기와 대면해야 해결되지만, 많은 사람이 외부의 것으로 자신을 채우려고 하지요. 사람을 만나고, 영화를 보고, 책을 보고, 때론 술을 마시고. 자기 마음의 빈 곳은 진짜 자기만 채울 수 있는 거 같아요.
제게 마음을 채우는 시간은 홀로 산책하는 시간이에요. 그 시간이 저 자신을 바라보게 하는 느티나무 같다는 생각으로 쓴 가사이고요.
안전한 장소
4집 정규 앨범에도 수록됐던 〈다녀왔습니다〉라는 곡은 제가 어떤 장소에서도 안전감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장소로 가고 싶어서 만든 노래였어요. 그 노래를 만들고 부르면서, 제 노래를 듣고 좋아해 주는 사람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나에게 안전감을 준다는 생각을 했어요. 『노래하는 시와로 산다』라는 책을 내고 북토크를 했을 때도 관객 분들께서 저에게 “다녀왔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 주셨고요.
사실 그 앨범의 주제를 놓고 보면, 제가 저를 잘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만든 노래들이었어요. 나는 진짜 내가 뭔지 모르겠어, 이 모습인지 저 모습인지 헷갈려. 혼란스러운 마음이 노래가 되었는데, 그런 고민을 1년 동안 음반으로 만들면서 이 모습도 나고, 저 모습도 나고, 모두가 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런 받아들임이 “다녀왔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장소가 되어 준 것 같아요.
시와, 〈다녀왔습니다〉
그래서 노래를 부릅니다
그 모든 게 다 나라면 앞으로 또 다른 새로운 행동을 하는 내가 나타날 수도 있지요. 그 모든 변화까지 다 합친 게 나이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나 자신을 모를 테고요. 죽은 이후에야 완성되는 게 나겠다, 그러니까 괜찮다, 지금 좀 몰라도 괜찮다, 그런 생각을 했는데, 그렇다고 계속 마음 편안하게 살 수는 없더라고요. 그런 깨달음이랄까 다짐을 금방 잊게 되니까요. 그래서 〈봄을 만든다〉 같은 노래를 만들게 된 것 아닐까요? 제 마음을 다시 세우는 방법을 모르겠어요. 하지만 노래를 부르는 건 분명히 도움이 돼요. 제 생각을 정리하고 노래로 부르면 제일 먼저 듣는 사람도 저잖아요.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라는 게 그래서 좋은 것 같아요.
『나는 노래하는 시와로 산다』
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를 시리즈로 내는 출판사에서 저에게 음악 하는 사람은 어떻게 사는지 써 달라고 제안해 주셨어요. 책은 혼자 쓰는 거고, 그래서 저와 또 다른 제가 대화하는 거랑 비슷한 일이었어요. 글 쓰는 동안 제가 더 건강해졌던 것 같아요. 이렇게까지 구체적으로 쓸 줄 몰랐다, 솔직하게 그러낸 부분들이 인상적이었다고 이야기해 주신 분들이 있어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노래는 어쩌면 제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으려고 쓰는 방패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글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으면서 써 낼 자신이 없고요. 제가 사는 이야기를 쓰려다 보니 정말 자세하게 쓰는 도리 외에는 없더라고요.
시와의 『나는 노래하는 시와로 산다』
가사를 쓰다
핸드폰에 가사를 염두에 두고 글을 써 둬요. 떠오르는 생각들을 자주 메모로 남기고요. 하지만 진짜 가사가 되는 글은 드물어요. 지난주 밤에 영화를 보고 차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뒷골목을 걸으며 돌아오는데 정말 고요하다, 이 느낌을 노래로 만들 수는 없을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지금까지 만든 노래들을 돌이켜보면 어떤 경험이 저한테 정말 진하게 느껴질 때 노래가 되었던 것 같아요.
사운드? 가사?
〈봄을 만든다〉를 어떻게 녹음할지 정리하며, 기타 말고 더 넣을 만한 악기가 없을까, 뭘 더 채울 게 없을까 상상해 봤는데 잘 안 되었어요. 기타로만 하자 생각하고 녹음실에 갔는데, 엔지니어도 간주에 뭐가 더 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허밍을 해 봤어요.
사운드는 계속 더 보완하고 싶은 부분이에요. 저 혼자만의 음악적 상상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내년 발매할 음반에는 프로듀서나 편곡자를 곡별로 섭외해야겠다 계획하고 있어요.그런데 사실 아무도 저에게 기타 한 대로만 노래하는 게 성의 없는 일 아니냐고 말한 적이 없어요. 제가 저한테 계속 그 얘기를 하고 있는 거예요. 스스로 부족하다고 계속 생각하는 것이지요. 근데 가끔은 그런 게 괜찮기도 해요. 의외로 제가 꽤 만족하고 있나 봐요.
나는 노래하는 시와로 산다 - 뮤지션 '시와' 인터뷰 #2 이어 읽기
인터뷰 이주호, 신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