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림으로 여행을 떠나요 - 독립출판물 창작자 김져니 작가 인터뷰 #2

김져니 작가와의 인터뷰 #1 먼저 읽기

 

Q. 기존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독립출판물을 제작하고 계시지요?

처음 펭귄 버전의 『폴라리또와 나』를 기획할 때, 이걸 책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유명한 작가도 아니고 어느 출판사에서 제 글과 그림을 출간해 줄까 의문이 드는 거예요. 그럼 직접 만들어 볼까, 하지만 관련 업계에 있는 것도 아니고 책을 어디서부터 시작해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아무것도 알지 못했어요. 그래서 해방촌 스토리지북앤필름에서 열린 독립출판물 수업을 들었어요.


수업에서 저랑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들을 많이 만났는데 정말 매력적이었어요. 어떤 분은 아무도 안 읽을 것 같은 내용을 계속 만드시기도 하고,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면 대중의 인지도와 상관없이 그 주제를 깊게 파시기도 하고, 각양각색이었어요. 그래서 독립출판물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김져니



Q. 인쇄되어 나오기까지는 매력과 열정만으로 부족했을 텐데요.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이었어요. 인쇄소도 어디를 가야 할지 모르겠고, 인쇄 데이터는 또 어떻게 만들고, 어떤 종이를 쓸지, 어떤 폰트를 써야 하고, 그림은 또 어떻게 디지털화하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행착오가 정말 많았어요. 편집 디자인을 하는 프로그램 인디자인도 하루짜리 속성 강습을 받았는데, 하루짜리 수업이라 저한테 더 유용했던 것 같아요. 지금도 딱 그때 배웠던 기능만 사용하고 있어요. 이제는 별색이라든가 후가공 등 인쇄 실무를 어느 정도 알지만 책 판형은 처음 정해 둔 그대로만 하고 있어요. 다른 건 할 줄 몰라서요.


어떤 분들은 정말 용기 있는 선택이었다 말씀해 주시지만, 책을 만들어서 잘 될 거다 이런 생각으로 시작한 게 아니라서 용기가 필요한 일은 아니었어요. 그냥 내 글과 그림이 실린 책을 만들어 본다는 느낌, 꼭 팔아야겠다는 생각도 안 했고요. 용기보다는 그냥 인쇄비만 필요한 상황이었어요.


ⓒ김져니



Q. 그래서 첫 책 인쇄비용은 어떻게 충당하셨나요?

당시 제 인스타그램 팔로우가 1천 명이 안 되던 시절이었는데, 그래도 제 글과 그림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텀블벅으로 모금을 시작했고 400명 조금 넘는 분들이 제작 후원을 해 주셨어요. 그때 인연을 맺었던 분들이 지금까지 제 작품을 응원해 주시며 계속 독자로 남아 계세요. 



Q. 4월 초에 제주북페어에서 보니 정말 열정적으로 좋아해 주시는 독자 분들이 많았어요. 

제 책이 일종의 성장 기록물이고, 그게 저랑 공감대를 가진 세대의 기록물이기도 해서가 아닐까 생각해요. 시간이 흘러 저도 나이가 들고 독자 분들도 나이가 들지만, 시기마다 또 다른 질문과 문제들이 찾아오니 저의 책을 꾸준히 찾아주시는 게 아닐까 싶어요.


오프라인 행사에 나가면 종종 저를 찾아봐 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와, 진짜 저를 보러 여기까지 와 주셨구나, 감사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요. 그런 감정이 저에게 다시 에너지가 되고요. 간혹 작업할 때 이걸 누가 읽을까 의문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누군가 한 사람은 기다리고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해요.


ⓒ김져니



Q. 제주북페어, 베어북마켓 같은 책 행사에 자주 참여하시나요?

기회가 되면 가능한 많이 참여하려 하고 있어요. 다양한 작업을 하는 분들과 만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니까요. 준비하고 참여하는 과정이 힘들어도 에너지를 얻는 자리이고요. 북페어가 저에게는 축제 같은 곳이에요. 사무실에 갇혀 있던 저에게 내리는 단비 같은 행사랄까. 6월에는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여해요. 국내에서 가장 대표적인 북페어인 만큼 기대가 큽니다. 워낙 큰 행사이다 보니 가족들도 도와주기로 했어요.


제주북페어2023



Q. 가족 분들이 작가님의 활동에 힘을 많이 보태주시는 듯해요. 

네, 많이 응원해 주세요. 4월에 열렸던 베어북마켓 때도 제가 오전에 일이 있어서 남편이 봐주었고요. 남편은 제가 쓴 글을 가장 먼저 읽어주는 독자예요. 저와 남편은 감성이랄까, 감수성의 온도가 비슷해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걸 남편도 생각하고, 간혹 제가 생각하지 못한 걸 찾아주기도 하고요. ‘만약에’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듣는 상대도 남편이에요.


ⓒ김져니



Q. 앞으로의 작품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작년 겨울부터 준비한 책을 완성하려 하고 있어요. 6월 국제도서전까지 완성해서 선보이려고요. 시간이 좀 촉박하긴 한데, 제가 원래 장기적인 계획보다는 단기적인 계획에 강해요. 어떻게든 할 수 있겠지, 잘 할 거야, 마음먹고 있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다반향초茶半香初’라는 사자성어를 좋아했어요. 따뜻한 차를 따라서 반나절 동안 마시다가 뒀는데 차는 식어도 향은 처음과 같다는 뜻이에요. 시간이 지나 물성 같은 게 변해도 그게 지닌 철학이냐 향기는 그대로인, 늘 꾸준한 작업을 하고 싶어요. 제 작품이 시간이 지나서도 음미할 수 있는 무언가가 되길 바라고요.


ⓒ김져니




인터뷰 이주호, 신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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