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엽 사진가는 20년 넘게 사진계에 몸담으며 개인전을 개최하고 네 권의 사진집을 펴냈으며, 다수의 사진전에서 수상한 작가입니다. 한편 김경엽 사진가는 '사진예술학교'를 설립하여 입문자부터 아마추어 사진가까지 폭넓게 가르치는 사진 교육자이기도 합니다. 2004년 국내 최대 사진동호회 DSLR CLUB을 열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아카데미를 열기까지 그의 사진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물론 좋은 사진을 찍는 팁까지 곁들여서 말이지요.
김경엽 사진가
Q. 언제부터 사진을 찍으셨나요?
중학교 때부터 니콘 FM2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친척께서 인천에서 사진관을 크게 하셨는데, 그분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지요. 쭉 사진을 하고 싶었지만, 집안의 반대로 대학은 경영학과를 나왔어요. 졸업 후 지금은 사라진 야후 코리아에 입사해 디지털 포토 서비스 쪽 일을 하게 됐는데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퇴사 후 대학원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사진을 공부했습니다.
두 번째 사진집 〈Between Europe〉 중 ⓒ김경엽
Q. 사진가로 활동하시며 오랫동안 사진 수업도 이끌고 계십니다. 어떻게 일반인들에게 사진을 가르치시게 되었나요?
제가 사진을 배우던 2004년경 네이버에 사진 동호회 카페를 만들었어요. 당시에는 지금처럼 카메라가 많이 보급되지는 않았지만 관심이 늘던 시기였고, 예상보다 많은 분이 가입하셨어요. 네이버에서도 ‘네이버 카페’를 활성화하기 위해 저희 카페를 메인에 노출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해줬고요. 그래서 회원 수가 금세 1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네이버 카페는 커뮤니티에 가까웠고, 본격적으로 사진을 배우고 싶어 하는 분들을 위해 따로 온라인 아카데미를 만들었습니다. 그게 한 12년 전이었던 거 같네요. 유료였음에도 많은 회원이 가입하면서 자신감을 얻었어요. 본격적으로 오프라인 강의도 시작했지요. 현재는 ‘사진예술학교’를 설립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강의 중인 김경엽 사진가
Q. 주로 어떤 분들이 사진예술학교의 수업을 들으러 오시나요?
사진으로 취업하고 싶은 2~30대 분들, 은퇴하고 사진을 배우고자 하는 분들이 많이 오세요. 대기업 임원분들도 많이 오시고요. 또, 여행, 스마트폰 사진 수업의 경우에는 여성 수강생이 특히 많은 편입니다.
Q. 커리큘럼은 어떻게 되나요?
촬영의 기본, 그러니까 노출, 구도, 조명, 후보정 등 카메라와 편집 프로그램을 배우는 기초 과정부터 본격적인 예술 표현을 배우는 순수 사진작가 과정까지 다양합니다. 보통은 몇 주에 걸쳐 강의가 진행되고요. 일회성이나 단기로 ‘스마트폰으로 사진 잘 찍는 법’, ‘여행 사진 잘 찍는 법’, ‘야경 잘 찍는 법’ 같은 클래스를 열기도 합니다. 특히 이런 수업이 인기가 많기는 합니다.
수업은 이론과 실기로 나누어지며 수강생과 가까운 지역으로 출사도 많이 나갑니다. 출사 때 찍은 사진을 함께 보며 품평회를 열고요.
실습 강의 포스터
Q. 기억에 남는 수업이 있으신가요?
코로나 기간 동안 부천에 있는 소명여중 3학년 학생들과 함께했던 수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소리사진전’이라고 음악, 미술, 체육 세 과목 통합 과정이었는데 저는 미술, 사진을 맡았지요. 처음엔 청소년들을 가르치는 것이 처음이라 걱정이 많았어요. 하지만 수업에 들어가니 아직 때 타지 않은 친구들을 보면서 사진의 미래가 밝다고 느꼈습니다.
친구들에겐 익숙한 마을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소리도 녹음하고, 거기에 플로깅도 함께 했어요. 영상 매체가 익숙한 세대라 그런가 굉장히 감각적인 사진이 많이 나와 놀랐습니다. 가르치러 간 것은 저인데 오히려 제가 더 정진해야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두 번째 사진집 〈Between Europe〉 중 ⓒ김경엽
Q. 순수 사진이라고 하셨는데, 순수 사진은 무엇인가요?
저는 카메라를 배우는 것과 사진을 배우는 것을 다르게 봐요. 카메라를 배우는 것은 기본적인 조작법, 촬영법을 배우는 것이지요. 19세기에 처음 발명된 사진은 초상사진을 찍고 싶어 했던 상류층과 그림을 그리기 위해 풍경 사진이 필요했던 화가들의 니즈로 발전을 거듭해요. 그래서 당시 사진 중에서도 정말 그림으로 그린 듯한 멋진 풍경 사진이 많습니다. 일명 ‘회화주의’ 사진이지요. 카메라를 배우는 것이란 이렇게 보이는 것을 보이는 대로 담는, 회화주의 사진을 찍는 법을 배우는 것이지요.
그러다가 현대 사진으로 넘어오면서 사진이 퍼스널 다큐멘터리의 영역으로 확장돼요. 주제를 찾아 나만의 사진, 나의 내면을 찍는 것이지요. 이게 순수 사진의 영역입니다. 어떻게 보면 자신이 살아온 삶을 찍는 것일 수도 있고요, 테마, 주제가 뚜렷하기 때문에 사진 한 장만 봐서는 이해하기 힘든 면도 있어요. 그만큼 전위적인 작품도 많고, 최근에는 포토샵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해 여러 이미지를 합성해 작품을 만드는 ‘메이킹 포토그래피’도 순수 사진의 한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작업 중인 다섯 번째 사진집 〈어제와 오늘〉 중 ⓒ김경엽
Q.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어떤 훈련을 해야 하나요?
먼저 보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빛, 피사체의 형태를 발견하는 등 같은 대상이라도 나만의 방식으로 바라봐야 해요. 저는 수강생들과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에 자주 가는데요, 그곳 ‘하늘광장’에서 100장의 각기 다른 사진을 찍어보라는 과제를 내고는 합니다. 우리는 보통 세상을 자기 눈높이에서만 바라봐요. 많이 바뀌어도 같은 자리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정도이지요. 하늘광장은 높은 벽돌담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이곳에서 100장의 서로 다른 사진을 찍으려면 결국 시선을 높이 들거나 아예 앉아서 낮추거나 할 수밖에 없습니다. 평생 앞만 바라보던 습관에서 벗어나는 훈련인 것이지요.
한 가지 주제를 잡고 촬영하거나 메시지를 주려는 훈련도 필요합니다. 연습 삼아 출사를 나가더라도 보이는 모든 풍경을 다 담는 게 아니라 ‘나는 비스듬히 비치는 빛, 사광만 담겠어’, ‘나는 떨어진 낙엽의 그림자만 찍겠어’ 하는 기준을 세우는 것이지요. 그렇게 오랫동안 훈련하다 보면 어떤 장소, 상황에서도 내가 무엇을 주제로 무엇을 찍어야겠다는 감이 오게 될 거예요.
저희 사진예술학교에는 ‘현대 사진 연구’라는 수업도 있는데 유명한 사진가들의 작품만 보고 공부하는 과목이에요. 위대한 작가들이 어떻게 사진을 찍었는지 연구하고 따라서 찍어 보기도 하는 것이죠. 그런 훈련도 도움이 많이 됩니다.



작업 중인 다섯 번째 사진집 〈어제와 오늘〉 중 ⓒ김경엽
Q. 어떤 사진가들을 좋아하시나요?
현대 사진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윌리엄 클라인과 로버트 프랭크를 좋아합니다. 이 두 사진가는 외부 세계를 찍으면서도 자기 내면의 본성을 찍어냈어요. 대학원에서 사진을 공부할 때, 사진 찍는 수준을 가늠하는 말로 ‘보보, 보다, 보의, 보나’라고들 했어요. 보이는 걸 보이는 대로 찍은 ‘보보’, 보이는 걸 다르게 찍는 ‘보다’, 보이는 걸 의식화하여 주제와 부제로 나누어 찍는 ‘보의’, 마지막으로 보이는 걸 나의 내면을 반영해 찍는 ‘보나’. 윌리엄 클라인과 로버트 프랭크는 바로 순수 사진의 궁극적 단계인 ‘보나’의 반열에 오른 분들이지요.
또, 단순히 관찰자가 아니라 현장에 몰입해 찍는 사진가들도 좋아합니다. 집시를 찍기 위해 2년간 집시촌에 들어가 생활했던 요제프 쿠델카, 전쟁터를 뛰어다니며 사진을 찍다가 결국 전쟁터에서 산화한 로버트 카파 같은 사진가들이요.
Q. 사진이 다른 예술 장르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사진을 찍으려면 ‘카메라’라는 도구가 필요하지요. 그런데 음악이나 미술 같은 장르에 비한다면 도구를 익숙하게 사용하게 되는 과정이 굉장히 짧고 쉬운 편이에요. 요즘은 카메라도 워낙 다양하고 스마트폰도 잘 나와 진입 장벽이 더욱 낮아졌지요. 그래서 다른 예술에 비해서는 뭐랄까, 예술계 내에서도 좀 덜 쳐준다고 할까 그런 면이 있습니다. 카메라라는 도구 자체에서 오는 가벼움이 있는 거지요. 또, 사진은 쉽게 무한히 복제 가능하다는 면에서 예술적 가치가 떨어지는 경향도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회화주의’를 넘어서 창조적인 사진 단계로 넘어가는 데는 사진도 많은 노력과 연습, 재능도 필요합니다. 특히 자신의 내면을, 자신의 삶을 표현하는 단계까지 가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저에게도 영원한 숙제이고요.




두 번째 사진집 〈Between Europe〉 중 ⓒ김경엽
Q. 배우지 않아도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우리가 순수 사진을 목표로 두고 훈련하며 사진을 찍으면 좋을 이유는 무엇일까요?
말씀드린 대로 사진은 자기 삶의 기록이자, 표현입니다. 사진으로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삶이 표현되었을 때 희열이 느껴지지요. 일 년에 몇 장 안 나오는 귀중한 순간이고요. 내가 본 멋지고 예쁜 풍경을 있는 그대로 담는 것도 좋지만, 사진을 통해 나의 내면을 표현할 때의 예술적 성취감을 느껴보셨으면 합니다.

ⓒ김경엽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현재 저의 다섯 번째 사진집 『어제와 오늘』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지난 3년,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었던 모든 이들에게 사진이라는 매체로 힘과 위안을 주고 싶어 시작한 작업이에요. 통제, 격리, 고통, 슬픔, 죽음에서 다시 희망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평범한 삶에서 일어난 여러 현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이미지화함으로써 표현하려 했습니다.
또, 오래전부터 전국의 산사(山寺)를 찾아가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언제 마무리가 될지, 마치 평생의 가업처럼 계속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폭발할 것 같은 내면을 사진으로 표출하고 싶다는 마음에 화산을 찍고 싶어졌어요. 인도네시아의 활화산 같은 데를 찾아가야 할 텐데, 아직 여의치 않네요.
사진예술학교를 운영하는 사진 교육자로서는 단순히 카메라가 아닌, 사진을 가르치는 과정에 더 집중하고 싶습니다. 이런 교육에 관한 수요도 점점 높아지고 있고요. 무엇보다 저는 순수 사진가와 아마추어 사진가의 경계에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세 번째 사진집이자 현재도 작업 중인 〈산사〉 중 ⓒ김경엽
인터뷰 이주호, 신태진
김경엽 사진가는 20년 넘게 사진계에 몸담으며 개인전을 개최하고 네 권의 사진집을 펴냈으며, 다수의 사진전에서 수상한 작가입니다. 한편 김경엽 사진가는 '사진예술학교'를 설립하여 입문자부터 아마추어 사진가까지 폭넓게 가르치는 사진 교육자이기도 합니다. 2004년 국내 최대 사진동호회 DSLR CLUB을 열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아카데미를 열기까지 그의 사진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물론 좋은 사진을 찍는 팁까지 곁들여서 말이지요.
Q. 언제부터 사진을 찍으셨나요?
중학교 때부터 니콘 FM2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친척께서 인천에서 사진관을 크게 하셨는데, 그분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지요. 쭉 사진을 하고 싶었지만, 집안의 반대로 대학은 경영학과를 나왔어요. 졸업 후 지금은 사라진 야후 코리아에 입사해 디지털 포토 서비스 쪽 일을 하게 됐는데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퇴사 후 대학원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사진을 공부했습니다.
Q. 사진가로 활동하시며 오랫동안 사진 수업도 이끌고 계십니다. 어떻게 일반인들에게 사진을 가르치시게 되었나요?
제가 사진을 배우던 2004년경 네이버에 사진 동호회 카페를 만들었어요. 당시에는 지금처럼 카메라가 많이 보급되지는 않았지만 관심이 늘던 시기였고, 예상보다 많은 분이 가입하셨어요. 네이버에서도 ‘네이버 카페’를 활성화하기 위해 저희 카페를 메인에 노출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해줬고요. 그래서 회원 수가 금세 1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네이버 카페는 커뮤니티에 가까웠고, 본격적으로 사진을 배우고 싶어 하는 분들을 위해 따로 온라인 아카데미를 만들었습니다. 그게 한 12년 전이었던 거 같네요. 유료였음에도 많은 회원이 가입하면서 자신감을 얻었어요. 본격적으로 오프라인 강의도 시작했지요. 현재는 ‘사진예술학교’를 설립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주로 어떤 분들이 사진예술학교의 수업을 들으러 오시나요?
사진으로 취업하고 싶은 2~30대 분들, 은퇴하고 사진을 배우고자 하는 분들이 많이 오세요. 대기업 임원분들도 많이 오시고요. 또, 여행, 스마트폰 사진 수업의 경우에는 여성 수강생이 특히 많은 편입니다.
Q. 커리큘럼은 어떻게 되나요?
촬영의 기본, 그러니까 노출, 구도, 조명, 후보정 등 카메라와 편집 프로그램을 배우는 기초 과정부터 본격적인 예술 표현을 배우는 순수 사진작가 과정까지 다양합니다. 보통은 몇 주에 걸쳐 강의가 진행되고요. 일회성이나 단기로 ‘스마트폰으로 사진 잘 찍는 법’, ‘여행 사진 잘 찍는 법’, ‘야경 잘 찍는 법’ 같은 클래스를 열기도 합니다. 특히 이런 수업이 인기가 많기는 합니다.
수업은 이론과 실기로 나누어지며 수강생과 가까운 지역으로 출사도 많이 나갑니다. 출사 때 찍은 사진을 함께 보며 품평회를 열고요.
Q. 기억에 남는 수업이 있으신가요?
코로나 기간 동안 부천에 있는 소명여중 3학년 학생들과 함께했던 수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소리사진전’이라고 음악, 미술, 체육 세 과목 통합 과정이었는데 저는 미술, 사진을 맡았지요. 처음엔 청소년들을 가르치는 것이 처음이라 걱정이 많았어요. 하지만 수업에 들어가니 아직 때 타지 않은 친구들을 보면서 사진의 미래가 밝다고 느꼈습니다.
친구들에겐 익숙한 마을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소리도 녹음하고, 거기에 플로깅도 함께 했어요. 영상 매체가 익숙한 세대라 그런가 굉장히 감각적인 사진이 많이 나와 놀랐습니다. 가르치러 간 것은 저인데 오히려 제가 더 정진해야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Q. 순수 사진이라고 하셨는데, 순수 사진은 무엇인가요?
저는 카메라를 배우는 것과 사진을 배우는 것을 다르게 봐요. 카메라를 배우는 것은 기본적인 조작법, 촬영법을 배우는 것이지요. 19세기에 처음 발명된 사진은 초상사진을 찍고 싶어 했던 상류층과 그림을 그리기 위해 풍경 사진이 필요했던 화가들의 니즈로 발전을 거듭해요. 그래서 당시 사진 중에서도 정말 그림으로 그린 듯한 멋진 풍경 사진이 많습니다. 일명 ‘회화주의’ 사진이지요. 카메라를 배우는 것이란 이렇게 보이는 것을 보이는 대로 담는, 회화주의 사진을 찍는 법을 배우는 것이지요.
그러다가 현대 사진으로 넘어오면서 사진이 퍼스널 다큐멘터리의 영역으로 확장돼요. 주제를 찾아 나만의 사진, 나의 내면을 찍는 것이지요. 이게 순수 사진의 영역입니다. 어떻게 보면 자신이 살아온 삶을 찍는 것일 수도 있고요, 테마, 주제가 뚜렷하기 때문에 사진 한 장만 봐서는 이해하기 힘든 면도 있어요. 그만큼 전위적인 작품도 많고, 최근에는 포토샵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해 여러 이미지를 합성해 작품을 만드는 ‘메이킹 포토그래피’도 순수 사진의 한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작업 중인 다섯 번째 사진집 〈어제와 오늘〉 중 ⓒ김경엽
Q.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어떤 훈련을 해야 하나요?
먼저 보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빛, 피사체의 형태를 발견하는 등 같은 대상이라도 나만의 방식으로 바라봐야 해요. 저는 수강생들과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에 자주 가는데요, 그곳 ‘하늘광장’에서 100장의 각기 다른 사진을 찍어보라는 과제를 내고는 합니다. 우리는 보통 세상을 자기 눈높이에서만 바라봐요. 많이 바뀌어도 같은 자리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정도이지요. 하늘광장은 높은 벽돌담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이곳에서 100장의 서로 다른 사진을 찍으려면 결국 시선을 높이 들거나 아예 앉아서 낮추거나 할 수밖에 없습니다. 평생 앞만 바라보던 습관에서 벗어나는 훈련인 것이지요.
한 가지 주제를 잡고 촬영하거나 메시지를 주려는 훈련도 필요합니다. 연습 삼아 출사를 나가더라도 보이는 모든 풍경을 다 담는 게 아니라 ‘나는 비스듬히 비치는 빛, 사광만 담겠어’, ‘나는 떨어진 낙엽의 그림자만 찍겠어’ 하는 기준을 세우는 것이지요. 그렇게 오랫동안 훈련하다 보면 어떤 장소, 상황에서도 내가 무엇을 주제로 무엇을 찍어야겠다는 감이 오게 될 거예요.
저희 사진예술학교에는 ‘현대 사진 연구’라는 수업도 있는데 유명한 사진가들의 작품만 보고 공부하는 과목이에요. 위대한 작가들이 어떻게 사진을 찍었는지 연구하고 따라서 찍어 보기도 하는 것이죠. 그런 훈련도 도움이 많이 됩니다.
작업 중인 다섯 번째 사진집 〈어제와 오늘〉 중 ⓒ김경엽
Q. 어떤 사진가들을 좋아하시나요?
현대 사진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윌리엄 클라인과 로버트 프랭크를 좋아합니다. 이 두 사진가는 외부 세계를 찍으면서도 자기 내면의 본성을 찍어냈어요. 대학원에서 사진을 공부할 때, 사진 찍는 수준을 가늠하는 말로 ‘보보, 보다, 보의, 보나’라고들 했어요. 보이는 걸 보이는 대로 찍은 ‘보보’, 보이는 걸 다르게 찍는 ‘보다’, 보이는 걸 의식화하여 주제와 부제로 나누어 찍는 ‘보의’, 마지막으로 보이는 걸 나의 내면을 반영해 찍는 ‘보나’. 윌리엄 클라인과 로버트 프랭크는 바로 순수 사진의 궁극적 단계인 ‘보나’의 반열에 오른 분들이지요.
또, 단순히 관찰자가 아니라 현장에 몰입해 찍는 사진가들도 좋아합니다. 집시를 찍기 위해 2년간 집시촌에 들어가 생활했던 요제프 쿠델카, 전쟁터를 뛰어다니며 사진을 찍다가 결국 전쟁터에서 산화한 로버트 카파 같은 사진가들이요.
Q. 사진이 다른 예술 장르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사진을 찍으려면 ‘카메라’라는 도구가 필요하지요. 그런데 음악이나 미술 같은 장르에 비한다면 도구를 익숙하게 사용하게 되는 과정이 굉장히 짧고 쉬운 편이에요. 요즘은 카메라도 워낙 다양하고 스마트폰도 잘 나와 진입 장벽이 더욱 낮아졌지요. 그래서 다른 예술에 비해서는 뭐랄까, 예술계 내에서도 좀 덜 쳐준다고 할까 그런 면이 있습니다. 카메라라는 도구 자체에서 오는 가벼움이 있는 거지요. 또, 사진은 쉽게 무한히 복제 가능하다는 면에서 예술적 가치가 떨어지는 경향도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회화주의’를 넘어서 창조적인 사진 단계로 넘어가는 데는 사진도 많은 노력과 연습, 재능도 필요합니다. 특히 자신의 내면을, 자신의 삶을 표현하는 단계까지 가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저에게도 영원한 숙제이고요.
Q. 배우지 않아도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우리가 순수 사진을 목표로 두고 훈련하며 사진을 찍으면 좋을 이유는 무엇일까요?
말씀드린 대로 사진은 자기 삶의 기록이자, 표현입니다. 사진으로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삶이 표현되었을 때 희열이 느껴지지요. 일 년에 몇 장 안 나오는 귀중한 순간이고요. 내가 본 멋지고 예쁜 풍경을 있는 그대로 담는 것도 좋지만, 사진을 통해 나의 내면을 표현할 때의 예술적 성취감을 느껴보셨으면 합니다.
ⓒ김경엽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현재 저의 다섯 번째 사진집 『어제와 오늘』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지난 3년,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었던 모든 이들에게 사진이라는 매체로 힘과 위안을 주고 싶어 시작한 작업이에요. 통제, 격리, 고통, 슬픔, 죽음에서 다시 희망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평범한 삶에서 일어난 여러 현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이미지화함으로써 표현하려 했습니다.
또, 오래전부터 전국의 산사(山寺)를 찾아가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언제 마무리가 될지, 마치 평생의 가업처럼 계속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폭발할 것 같은 내면을 사진으로 표출하고 싶다는 마음에 화산을 찍고 싶어졌어요. 인도네시아의 활화산 같은 데를 찾아가야 할 텐데, 아직 여의치 않네요.
사진예술학교를 운영하는 사진 교육자로서는 단순히 카메라가 아닌, 사진을 가르치는 과정에 더 집중하고 싶습니다. 이런 교육에 관한 수요도 점점 높아지고 있고요. 무엇보다 저는 순수 사진가와 아마추어 사진가의 경계에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인터뷰 이주호, 신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