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쓰기 위해 또 떠나는 여행작가, 우지경 작가 인터뷰 #1 먼저 읽기
Q. 보통 가이드북 집필 기간은 어떻게 되나요?
전체 가이드북 제작 기간에서 취재 기간은 굉장히 타이트하게 잡아요. 유럽 같은 경우도 한두 달 안에 끝내지요. 취재 기간만큼이나 중요한 게 기획, 목차 구성 단계예요. 편집자와 함께 이 책을 몇 페이지로 얼마나 쓸지 다 정해놓고 가는 거죠. 이런 밑바탕 작업이 중요해서 제대로 만드는 가이드북은 이 기간이 6개월 정도까지 될 정도로 길어요.
취재에 한두 달이 소요되고, 다시 두 달 안에는 집필을 마치려고 합니다. 그러고 나서 한없는 교정 작업이 시작돼요. 1교, 2교, 3교, OK교. 가이드북 교정은 오탈자를 잡는 것뿐만 아니라 취재 당시의 정보와 가이드북 발행 당시의 정보가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작업까지 포함해요. 이렇게 족히 1년을 작가는 물론 편집자, 디자이너, 교정자 전부 합심해서 한 권의 가이드북을 완성합니다.
우지경 작가
Q. 그만큼 많은 공을 들여야 하는 책이 가이드북이군요.
책을 사시는 분들이 이 책을 믿고, 의지하고 여행을 가시잖아요. 그런 분들을 생각하면 막 쓸 수 없어요. 무책임하게 “나 여기 좋던데.” 하고 말 수는 없는 거예요. 정확한 위치, 실제로 보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 여행을 풍부하게 할 역사 등을 알려드려야죠.
특히 요즘 가이드북은 코스를 짜는 데도 심혈을 기울여요. 정보를 여기저기서 수집할 필요 없이 책의 앞부분만 보셔도 될 만큼 요약을 하는 거지요. 또, 책에 소개된 모든 장소를 다 가 볼 수는 없으니까 그중에서도 각자 선택할 수 있는 효율적인 코스를 짜 드리는 거예요.
코스는 보통 책 마지막에 완성하고, 정말 고민을 많이 해요. 사람들의 취향, 효율적인 동선, 이동 시간 배분까지….
스코틀랜드에서 ⓒ우지경
Q. 기획 단계에서 사전 조사는 어떻게 하시고, 소개하는 스폿은 어떻게 선정하시나요?
관광청 사이트도 참고하고요, 현지에서 발행되는 웹진도 많이 읽어 봅니다. 국내 여행자들의 후기도 참고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새로운 걸 제안하고 싶잖아요. 현지에 가서도 호텔 컨시어지나 여행하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물어요. 거기 가 봤어? 어땠어? 아니면 어디가 좋았어?
어떤 곳을 어떤 시간에 방문하느냐도 중요해요. 한낮에 가야 좋은지 해가 질 때 가야 좋은지, 최적의 촬영 시간은 언제인지. 요즘은 워낙 정보가 넘쳐나서 정보 수집 자체는 어렵지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정보를 거르고 실제는 어떤지 확인하는 과정이 저의 몫인 것이지요.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작가의 시선, 취향이 작용하고요.
저는 동선을 많이 봐요. 정말 가보면 좋을 수도원이지만, 이동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고 교통수단도 원활하지 않다면 책에는 제외하는 식이에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아주 붐비는 ‘명소’ 주변에서 가볼 만한 곳을 추천하는 걸 좋아해요. 포르투의 렐루 서점은 참 아름다운 곳이지만, 점점 사람이 많아져서 들어갔다 나오면 기를 다 빨려서 나오기 마련이에요. 그때 주변에 있는 노천카페를 찾아 커피나 맥주 한잔 마시면 좋다고 추천하는 거예요. 호흡을 가다듬고 여유를 찾아 다음 일정을 계속할 수 있게요.
포르투갈 알부페이라 ⓒ우지경
Q. 객관적인 정보를 주는 가이드북이지만, 한편으로는 작가님의 취향도 반영되는 거군요.
아마 모든 가이드북이 그럴 거예요. 작가가 취향에 따라 어떤 분야를 깊게 파는 식으로요. 역사에 관심 있는 분들은 역사에 관한 정보를 더 많이 쓰실 테고, 음식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따로 페이지를 할애해서 현지 음식에 관해 풀어주시는 거지요. 제가 그런데요, 일간지에 칼럼을 쓰고 있기 때문에 뭘 하나 쓰더라도 정확하게 알려드리고 싶어요.
포르투갈에서는 ‘바칼랴우’라고 불리는 염장 대구가 유명합니다. 대구는 포르투갈에서 잡을 수 있는 생선이 아니에요. 그런데 온 국민이 대구를 먹지요. 포르투갈이 가난하던 시절, 식량을 조달하기 위해 원양어선을 타고 노르웨이까지 가서 대구를 잡았고, 돌아오는 거리가 멀어 생선이 상하니까 선내에서 소금을 뿌려 절였어요. 그냥 먹으면 너무 짜니까 물이나 우유에 불려 먹기 시작했고요. 힘들 때 의지가 된 바칼랴우를 포르투갈 사람들은 ‘믿을 수 있는 친구’라고 부른답니다.
하지만 여행자들 중에는 바칼랴우가 입맛에 맞지 않은 사람도 많아요. 그래도 유명하니까 꼭 먹어라, 입맛에 안 맞을 수 있으니 먹지 말라 단순하게 쓰고 말 수는 없어요. 대신 염장 대구의 유래, 역사를 정확히 취재해 알려주는 것이 저의 역할이지요. 달걀과 감자를 곁들이면 바칼랴우를 좀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팁도 곁들여서요.
리스본 ⓒ우지경
Q. 취재 노하우를 알려주실 수 있나요?
현지인과 대화를 할 때 녹음을 많이 해요. 모든 내용을 바로 번역하고 기록할 수는 없으니까 다녀와서 녹취를 푸는 거지요. 대신 현장에서는 중요한 키워드를 꼭 기록해 두고요. 그리고 돌아와서 최대한 바로 쓰려고 노력해요. 한 번 쓰고 나면 딱 정리가 되어서 같은 곳에 관해 다른 주제로 쓸 때도 도움이 돼요.
무엇보다 취재 중에 만나는 사람들에게 최대한 많은 걸 물어요. 원래 여행을 가면 현지인들과 대화를 많이 하는 성격이었어요. 그냥 혼자 다니면 심심하기도 하고, 너무 제 시선으로만 그 나라를 보는 것 같았거든요.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에게 새로운 걸 많이 배우게 돼요. 반대로 그 사람들에게 한국인에 관한 어떤 이미지를 남겨줄 수도 있고요. 아무튼 그런 여행 스타일이 취재를 할 때도 도움이 됐어요.
혹시 낙타가 몇 살까지 사는지 아세요? 최근 모로코에 갔을 때 그런 걸 물어본 적이 있는데 40살까지 산대요. 그냥 인터넷에서 낙타의 수명을 검색해서 써도 되겠지만, 이렇게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는 따옴표 안에 인용할 수 있잖아요. 제가 글 안에 대화문을 넣는 걸 좋아하거든요. 물론 그 사람의 이름도 꼭 알아두려고 노력하고요.
모로코에서 ⓒ우지경
Q. 가이드북 집필뿐만 아니라 다양한 매체에 칼럼도 많이 연재하시지요. 이를 엮어 책을 내실 계획은 없으신가요?
중앙일보에 연재했던 〈Shall We Drink〉라는 칼럼을 엮어서 책을 내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진행이 되진 않았어요. 대신 꾸준히 책을 쓰다 보니 여행 에세이가 아닌 에세이를 쓸 기회가 생기네요. 최근에 『쓰기 위해 또 떠납니다』라는 책을 출간했는데, 여행작가가 어떻게 일하는지에 관한, 직업 에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지금은 취미에 관한 에세이를 쓰고 있어요. 바로 수영이에요. 직장인일 때는 여행이 취미였지만, 이제 여행이 일이 되면서 다른 취미가 필요해졌지요. 몇 년간 수영에 미쳐 지냈는데, 바로 그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 가려고 해요.
Q. 작가님의 또 다른 취미가 홈 스타일링이더군요. 어떻게 그렇게 집을 예쁘게 꾸미게 되셨나요?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일상이 칙칙해 보일 수 있잖아요. 깔끔하게 정리된 호텔에 왔다가 집에 들어오면 집안은 엉망이라 짐도 풀기 싫어지기도 하고요. 흔히 말하는 ‘워라밸’처럼 여행과 일상의 밸런스를 맞추는 ‘트라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행작가가 되면서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엄청나게 늘었는데, 직장 다닐 땐 잘 몰랐던 더러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조금씩 공간을 변화시켜 나갔죠. 그러다가 6년 전쯤 지금 집으로 이사 오며 제 서재가 생겼어요. 작업실인 그곳을 잘 꾸미고 싶었지요. 일터이기도 하고 쉼터이기도 한, 저에겐 중요한 공간이니까요.
작가의 집 ⓒ우지경
좋은 공간에 나를 데려다 놓는 일이 여행이듯, 집도 좋은 공간으로 만들어 두니까 좋은 에너지가 나왔어요. 물론 마감이 몰아치면 엉망이 되긴 하는데 최대한 빨리 복구해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애써요. 글이 잘 안 풀려도 딴 짓은 꼭 청소나 빨래로 해요. 특히 세탁기나 식기세척기는 타이머가 있으니까 돌아가는 동안 오히려 작업에 집중도 잘 돼요. 설사 종일 한 줄도 못 썼다 하더라도 최소한 집안일은 했으니까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낸 셈이죠.
홈 스타일링 아이디어는 여행을 통해 많이 얻어요. 호텔과 에어비앤비 같은 곳에서 다른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을 보고 배워요. 그 중에서도 『스탑오버 헬싱키』 작업을 하며 머물렀던 북유럽에서 많이 배웠어요. 북유럽 사람들이 정말 채광과 식물과 색깔을 잘 조합해 쓰는 사람들이에요.
아, 아이디어는 얻어도 여행가서 뭘 많이 사 오진 않아요. 린넨, 컵받침처럼 가볍고 부피 적게 차지하는 소소한 것들만 사 온답니다.
작가의 집 ⓒ우지경
Q. 브릭스 매거진 독자분들에게도 ‘트라밸’을 맞추는 노하우를 전해주신다면요?
우선 여행을 다녀오시면 짐 정리를 빨리 하세요. 캐리어 안에서 빨래가 썩어 가면 여행과 일상의 갭이 완전히 벌어지는 거예요. 집안에 빈 여행 가방이 들어갈 자리도 미리 정해두세요.
그리고 여행지에서 정말 좋았던 것 하나 정도를 집안에 들이세요. 예를 들어 어떤 숙소가 항상 꽃을 꽂아놔서 좋았다면, 집에도 꽃 한 송이 사서 꽂아두는 거예요. 호텔 테이블에 과일이 예쁘게 올라가 있었다면, 우리 집 식탁 위에도 그렇게 과일을 놓아두고요.
식물만으로도 집안의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 ⓒ우지경 작가
좀 더 투자를 하겠다 하시면 좋은 수건을 사세요. 사실 호텔과 집의 결정적 차이는 수건이나 침구 같은 것들이에요. 누구 칠순 기념 이런 수건은 정중하게 보내드리고, 호텔에서 썼던 것 같은 화이트 수건을 들여 보세요. 큰 돈 들이지 않고 여행과 일상의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되실 거예요.
Q. 앞으로 진행하실 프로젝트가 있으시다면요?
말씀 드렸듯 여행작가라는 직업에 관한 에세이 『쓰기 위해 또 떠납니다』가 3월 4일에 출간됐어요. 그리고 역시 3월에 『리얼 포르투갈』 개정판이 나와요. 기존 책에는 포르투갈 남부가 빠져 있어서 지난 가을에 남부를 다녀왔어요. 포르투갈이 인기 여행지로 부상하며 두 번 이상 가시는 분들도 늘고 있잖아요. 앞으로 포르투갈 전체를 한 바퀴 돌 계획을 하시는 분들에게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우지경 작가의 신작 『쓰기 위해 또 떠납니다』 ⓒ우지경
포르투갈 남부에 가는 김에 모로코도 다녀왔어요. 포르투갈이 역사적으로 무어인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그 무어인들의 나라인 모로코가 늘 궁금했어요. 남아공은 가 봤지만 북아프리카는 처음이었고, 약간 ‘혼돈의 카오스’더라고요. 그래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이집트도 가고 모로코도 다시 가고, 북아프리카 지역에 관해서도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모로코에서 ⓒ우지경
인터뷰·사진 | 신태진
사진 제공 | 우지경
:: 쓰기 위해 또 떠나는 여행작가, 우지경 작가 인터뷰 #1 먼저 읽기
Q. 보통 가이드북 집필 기간은 어떻게 되나요?
전체 가이드북 제작 기간에서 취재 기간은 굉장히 타이트하게 잡아요. 유럽 같은 경우도 한두 달 안에 끝내지요. 취재 기간만큼이나 중요한 게 기획, 목차 구성 단계예요. 편집자와 함께 이 책을 몇 페이지로 얼마나 쓸지 다 정해놓고 가는 거죠. 이런 밑바탕 작업이 중요해서 제대로 만드는 가이드북은 이 기간이 6개월 정도까지 될 정도로 길어요.
취재에 한두 달이 소요되고, 다시 두 달 안에는 집필을 마치려고 합니다. 그러고 나서 한없는 교정 작업이 시작돼요. 1교, 2교, 3교, OK교. 가이드북 교정은 오탈자를 잡는 것뿐만 아니라 취재 당시의 정보와 가이드북 발행 당시의 정보가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작업까지 포함해요. 이렇게 족히 1년을 작가는 물론 편집자, 디자이너, 교정자 전부 합심해서 한 권의 가이드북을 완성합니다.
Q. 그만큼 많은 공을 들여야 하는 책이 가이드북이군요.
책을 사시는 분들이 이 책을 믿고, 의지하고 여행을 가시잖아요. 그런 분들을 생각하면 막 쓸 수 없어요. 무책임하게 “나 여기 좋던데.” 하고 말 수는 없는 거예요. 정확한 위치, 실제로 보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 여행을 풍부하게 할 역사 등을 알려드려야죠.
특히 요즘 가이드북은 코스를 짜는 데도 심혈을 기울여요. 정보를 여기저기서 수집할 필요 없이 책의 앞부분만 보셔도 될 만큼 요약을 하는 거지요. 또, 책에 소개된 모든 장소를 다 가 볼 수는 없으니까 그중에서도 각자 선택할 수 있는 효율적인 코스를 짜 드리는 거예요.
코스는 보통 책 마지막에 완성하고, 정말 고민을 많이 해요. 사람들의 취향, 효율적인 동선, 이동 시간 배분까지….
Q. 기획 단계에서 사전 조사는 어떻게 하시고, 소개하는 스폿은 어떻게 선정하시나요?
관광청 사이트도 참고하고요, 현지에서 발행되는 웹진도 많이 읽어 봅니다. 국내 여행자들의 후기도 참고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새로운 걸 제안하고 싶잖아요. 현지에 가서도 호텔 컨시어지나 여행하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물어요. 거기 가 봤어? 어땠어? 아니면 어디가 좋았어?
어떤 곳을 어떤 시간에 방문하느냐도 중요해요. 한낮에 가야 좋은지 해가 질 때 가야 좋은지, 최적의 촬영 시간은 언제인지. 요즘은 워낙 정보가 넘쳐나서 정보 수집 자체는 어렵지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정보를 거르고 실제는 어떤지 확인하는 과정이 저의 몫인 것이지요.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작가의 시선, 취향이 작용하고요.
저는 동선을 많이 봐요. 정말 가보면 좋을 수도원이지만, 이동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고 교통수단도 원활하지 않다면 책에는 제외하는 식이에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아주 붐비는 ‘명소’ 주변에서 가볼 만한 곳을 추천하는 걸 좋아해요. 포르투의 렐루 서점은 참 아름다운 곳이지만, 점점 사람이 많아져서 들어갔다 나오면 기를 다 빨려서 나오기 마련이에요. 그때 주변에 있는 노천카페를 찾아 커피나 맥주 한잔 마시면 좋다고 추천하는 거예요. 호흡을 가다듬고 여유를 찾아 다음 일정을 계속할 수 있게요.
Q. 객관적인 정보를 주는 가이드북이지만, 한편으로는 작가님의 취향도 반영되는 거군요.
아마 모든 가이드북이 그럴 거예요. 작가가 취향에 따라 어떤 분야를 깊게 파는 식으로요. 역사에 관심 있는 분들은 역사에 관한 정보를 더 많이 쓰실 테고, 음식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따로 페이지를 할애해서 현지 음식에 관해 풀어주시는 거지요. 제가 그런데요, 일간지에 칼럼을 쓰고 있기 때문에 뭘 하나 쓰더라도 정확하게 알려드리고 싶어요.
포르투갈에서는 ‘바칼랴우’라고 불리는 염장 대구가 유명합니다. 대구는 포르투갈에서 잡을 수 있는 생선이 아니에요. 그런데 온 국민이 대구를 먹지요. 포르투갈이 가난하던 시절, 식량을 조달하기 위해 원양어선을 타고 노르웨이까지 가서 대구를 잡았고, 돌아오는 거리가 멀어 생선이 상하니까 선내에서 소금을 뿌려 절였어요. 그냥 먹으면 너무 짜니까 물이나 우유에 불려 먹기 시작했고요. 힘들 때 의지가 된 바칼랴우를 포르투갈 사람들은 ‘믿을 수 있는 친구’라고 부른답니다.
하지만 여행자들 중에는 바칼랴우가 입맛에 맞지 않은 사람도 많아요. 그래도 유명하니까 꼭 먹어라, 입맛에 안 맞을 수 있으니 먹지 말라 단순하게 쓰고 말 수는 없어요. 대신 염장 대구의 유래, 역사를 정확히 취재해 알려주는 것이 저의 역할이지요. 달걀과 감자를 곁들이면 바칼랴우를 좀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팁도 곁들여서요.
Q. 취재 노하우를 알려주실 수 있나요?
현지인과 대화를 할 때 녹음을 많이 해요. 모든 내용을 바로 번역하고 기록할 수는 없으니까 다녀와서 녹취를 푸는 거지요. 대신 현장에서는 중요한 키워드를 꼭 기록해 두고요. 그리고 돌아와서 최대한 바로 쓰려고 노력해요. 한 번 쓰고 나면 딱 정리가 되어서 같은 곳에 관해 다른 주제로 쓸 때도 도움이 돼요.
무엇보다 취재 중에 만나는 사람들에게 최대한 많은 걸 물어요. 원래 여행을 가면 현지인들과 대화를 많이 하는 성격이었어요. 그냥 혼자 다니면 심심하기도 하고, 너무 제 시선으로만 그 나라를 보는 것 같았거든요.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에게 새로운 걸 많이 배우게 돼요. 반대로 그 사람들에게 한국인에 관한 어떤 이미지를 남겨줄 수도 있고요. 아무튼 그런 여행 스타일이 취재를 할 때도 도움이 됐어요.
혹시 낙타가 몇 살까지 사는지 아세요? 최근 모로코에 갔을 때 그런 걸 물어본 적이 있는데 40살까지 산대요. 그냥 인터넷에서 낙타의 수명을 검색해서 써도 되겠지만, 이렇게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는 따옴표 안에 인용할 수 있잖아요. 제가 글 안에 대화문을 넣는 걸 좋아하거든요. 물론 그 사람의 이름도 꼭 알아두려고 노력하고요.
Q. 가이드북 집필뿐만 아니라 다양한 매체에 칼럼도 많이 연재하시지요. 이를 엮어 책을 내실 계획은 없으신가요?
중앙일보에 연재했던 〈Shall We Drink〉라는 칼럼을 엮어서 책을 내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진행이 되진 않았어요. 대신 꾸준히 책을 쓰다 보니 여행 에세이가 아닌 에세이를 쓸 기회가 생기네요. 최근에 『쓰기 위해 또 떠납니다』라는 책을 출간했는데, 여행작가가 어떻게 일하는지에 관한, 직업 에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지금은 취미에 관한 에세이를 쓰고 있어요. 바로 수영이에요. 직장인일 때는 여행이 취미였지만, 이제 여행이 일이 되면서 다른 취미가 필요해졌지요. 몇 년간 수영에 미쳐 지냈는데, 바로 그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 가려고 해요.
Q. 작가님의 또 다른 취미가 홈 스타일링이더군요. 어떻게 그렇게 집을 예쁘게 꾸미게 되셨나요?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일상이 칙칙해 보일 수 있잖아요. 깔끔하게 정리된 호텔에 왔다가 집에 들어오면 집안은 엉망이라 짐도 풀기 싫어지기도 하고요. 흔히 말하는 ‘워라밸’처럼 여행과 일상의 밸런스를 맞추는 ‘트라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행작가가 되면서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엄청나게 늘었는데, 직장 다닐 땐 잘 몰랐던 더러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조금씩 공간을 변화시켜 나갔죠. 그러다가 6년 전쯤 지금 집으로 이사 오며 제 서재가 생겼어요. 작업실인 그곳을 잘 꾸미고 싶었지요. 일터이기도 하고 쉼터이기도 한, 저에겐 중요한 공간이니까요.
좋은 공간에 나를 데려다 놓는 일이 여행이듯, 집도 좋은 공간으로 만들어 두니까 좋은 에너지가 나왔어요. 물론 마감이 몰아치면 엉망이 되긴 하는데 최대한 빨리 복구해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애써요. 글이 잘 안 풀려도 딴 짓은 꼭 청소나 빨래로 해요. 특히 세탁기나 식기세척기는 타이머가 있으니까 돌아가는 동안 오히려 작업에 집중도 잘 돼요. 설사 종일 한 줄도 못 썼다 하더라도 최소한 집안일은 했으니까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낸 셈이죠.
홈 스타일링 아이디어는 여행을 통해 많이 얻어요. 호텔과 에어비앤비 같은 곳에서 다른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을 보고 배워요. 그 중에서도 『스탑오버 헬싱키』 작업을 하며 머물렀던 북유럽에서 많이 배웠어요. 북유럽 사람들이 정말 채광과 식물과 색깔을 잘 조합해 쓰는 사람들이에요.
아, 아이디어는 얻어도 여행가서 뭘 많이 사 오진 않아요. 린넨, 컵받침처럼 가볍고 부피 적게 차지하는 소소한 것들만 사 온답니다.
Q. 브릭스 매거진 독자분들에게도 ‘트라밸’을 맞추는 노하우를 전해주신다면요?
우선 여행을 다녀오시면 짐 정리를 빨리 하세요. 캐리어 안에서 빨래가 썩어 가면 여행과 일상의 갭이 완전히 벌어지는 거예요. 집안에 빈 여행 가방이 들어갈 자리도 미리 정해두세요.
그리고 여행지에서 정말 좋았던 것 하나 정도를 집안에 들이세요. 예를 들어 어떤 숙소가 항상 꽃을 꽂아놔서 좋았다면, 집에도 꽃 한 송이 사서 꽂아두는 거예요. 호텔 테이블에 과일이 예쁘게 올라가 있었다면, 우리 집 식탁 위에도 그렇게 과일을 놓아두고요.
좀 더 투자를 하겠다 하시면 좋은 수건을 사세요. 사실 호텔과 집의 결정적 차이는 수건이나 침구 같은 것들이에요. 누구 칠순 기념 이런 수건은 정중하게 보내드리고, 호텔에서 썼던 것 같은 화이트 수건을 들여 보세요. 큰 돈 들이지 않고 여행과 일상의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되실 거예요.
Q. 앞으로 진행하실 프로젝트가 있으시다면요?
말씀 드렸듯 여행작가라는 직업에 관한 에세이 『쓰기 위해 또 떠납니다』가 3월 4일에 출간됐어요. 그리고 역시 3월에 『리얼 포르투갈』 개정판이 나와요. 기존 책에는 포르투갈 남부가 빠져 있어서 지난 가을에 남부를 다녀왔어요. 포르투갈이 인기 여행지로 부상하며 두 번 이상 가시는 분들도 늘고 있잖아요. 앞으로 포르투갈 전체를 한 바퀴 돌 계획을 하시는 분들에게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거예요.
포르투갈 남부에 가는 김에 모로코도 다녀왔어요. 포르투갈이 역사적으로 무어인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그 무어인들의 나라인 모로코가 늘 궁금했어요. 남아공은 가 봤지만 북아프리카는 처음이었고, 약간 ‘혼돈의 카오스’더라고요. 그래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이집트도 가고 모로코도 다시 가고, 북아프리카 지역에 관해서도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인터뷰·사진 | 신태진
사진 제공 | 우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