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아티스트, PPS #1

2006년 스마일즈로 데뷔해 2009년 플레이걸, 2014년 사이드 포니테일 등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해 온 김소라. 현재는 PPS라는 솔로 프로젝트를 시작해 사진을 기반으로 이미지와 영상, 음악을 넘나드는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근 발표한 〈복순투어〉는 음악도, 뮤직비디오도 단순히 복고를 넘어선 옛것의 현대적 재해석을 시도한 작품으로 큰 반응을 얻었습니다. 한마디로 표현할 순 없는데 아무튼 신선하고 대단하다, 는 말이 절로 나오는 PPS를 만나 그의 작품 세계에 관해 들어보았습니다.


아티스트PPS(Print Print Shop)


Q. 아티스트 활동명이 PPS입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2020년부터 PPS라는 이름으로 활동했어요. 현재 제가 사진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사진도 출력하고 음악도 출력하고 옛날 사진들을 소재로 무언가를 출력하는 집단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처음엔 아티스트 명을 ‘print shop’으로 할까 ‘출력소’로 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print를 한 번 더 붙여 ‘Print Print Shop’이 되었습니다. 이미 프린트된 옛날 사진으로 작업한 후 또 한 번 프린트 하니까 print를 두 번 쓰는 게 좋은 것 같기도 했고요. 복제성을 띤, 반복적으로 프린트하는 그런 느낌도 줄 수 있었어요.


PPS의 EP 〈사진 동굴〉 커버

 

Q. 음악, 사진, 디자인, 다양한 정체성을 지니고 계신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음악가로 시작했지만, 미술과 디자인 작업도 하며 늘 매체가 바뀌어 왔어요. PPS 작업을 하면서 처음으로 그 모든 게 하나로 묶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누군가가 저를 가리켜 무엇이다 하고 이야기할 수 없는 상태가 좋아요. 저는 어떤 사람에게는 음악가, 어떤 사람에게는 사진가, 어떤 사람에게는 디자이너인 것이죠.


PPS의 EP 〈복순투어〉 커버


Q. 한예종에서 순수 미술을 전공했는데, ‘스마일즈’라는 밴드로 음악 활동을 시작하셨지요? 

다섯 살부터 쭉 미술을 했어요. 자라면서 제가 미대에서 공부하게 될 거라는 사실을 의심한 적이 없었는데 중학교 때부터 음악에 관심이 생긴 거예요. 그래서 고등학교 때 밴드부 활동을 했고 성인이 돼서도 밴드를 할 거라는 꿈에 부풀어 있었어요. 

막상 대학에 진학해서는 과제에 지쳐 밴드도 잊고 살다가 그해 마지막쯤 다시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 ‘뮬’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몇 군데 오디션을 봤지요. 그러다 평소 즐겨 듣던 마마 기타, 이소벨 캠벨 같은 아티스트의 앨범을 냈던 비트볼 레코드라는 인디 음반사에서 낸 오디션 공고를 접했어요. 이곳이라면 제가 하고 싶었던 음악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어서 지원했고, 그렇게 ‘스마일즈’에 들어가며 인연을 맺게 됐어요.


더 스마일즈의 1집 앨범 〈Strawberry T.V Show〉


Q. 스마일즈 이후 ‘플레이걸’이라는 여성 팀의 리더가 되셨어요.

스마일즈는 6, 70년대의 영미 팝을 기반으로 하는 팀이었는데, 저는 여성 셋으로 구성된 코러스 팀으로 스마일즈에 속해 있었어요. 그런데 저희 코러스 팀이 공연에서도 호응이 좋았어요. 이게 플레이걸의 전신이었던 것 같아요. 스마일즈는 6,70년대를 레퍼런스로 했지만 플레이걸은 80년대 일본 쇼와가요를 모티브로 했어요. 

원래는 스마일즈의 코러스 팀이 그대로 ‘플레이걸’이 될 수도 있었지만 저를 중심으로 새로운 멤버를 영입했어요. 당시 일본에서 오신 프로듀서 한 분이 계셨는데 이분이 많은 아이디어를 주시기도 했고, 비트볼 레코드의 대표님도 옛날 그룹 형태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의지가 있으셨어요. 저는 플레이걸의 리더로서 작사, 패션, 안무 등 전반적인 이미지 디렉팅을 많이 했어요. 당시 의상도 직접 디자인했어요.


플레이걸의 EP 〈플레이걸의 24시〉 

 

Q. 이후, ‘사이드 포니테일’이라는 듀오로 활동하셨는데 앞선 두 팀과 느낌이 다릅니다.

다른 두 멤버 모두 외국으로 나가게 되며 플레이걸 활동이 마무리됐어요. 마침 레이블에서 같이 활동하며 친해진 ‘달콤한 비누’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저랑 같은 동네에 살아서 자주 음악 얘기를 나누고는 했어요. 이 친구의 공연도 도와줬고요. 그러다가 함께 팀을 이뤄보기로 했지요. 장르가 포크라 스마일즈와 플레이걸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실 거예요. 

달콤한 비누는 현재까지도 베트남에 살고 있는데요, 당시 출국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었어요. 그래서 사이드 포니테일은 공연은 하지 않고 음원만 내는 팀으로 가기로 했지요. 그 친구가 곡을 쓰고 저는 작사와 아트 디렉팅을 하며 첫 번째 EP를 작업했는데, 이 음반이 반응이 아주 좋았어요. 그래서 두 번의 싱글을 더 낼 수 있었고요. 현재는 활동 정지 상태이지만, 둘 다 언젠가 다시 사이드 포니테일 활동을 하자는 이야기는 나누고 있답니다.


사이드 포니테일의 첫 싱글 〈우리끼리 손난로〉

 

Q. PPS 활동 전에는 『낭만, 듣다』라는 책도 내셨어요.
맞아요, 『청춘, 듣다』라는 책과 같이 기획된 책이에요. 어느 날, 그때는 싸이월드가 있었을 땐데요, 이 음악 에세이를 같이 쓴 김태진이라는 분에게 쪽지가 온 거예요. 음악에 관한 책을 쓰자고요. 처음엔 좀 의심스러워서 비트볼 레코드 사무실에서 사장님과 함께 만났어요. 그때, 그분이 음악 명반집 같은 에세이는 왜 저명한 사람만 써야 되는지 모르겠다며 20대가 쓰는 명반집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하셨어요. 남자 한 권, 여자 한 권 쓰면 좋을 것 같아 20대 여자 음악가를 찾아봤는데, 처음에는 요조 님이나 한희정 님을 염두에 두셨대요. 그런데 이미 두 분 다 30대셨던 거예요. 그래서 20대의 여성 음악가를 찾다가 저한테까지 연락을 주신 거예요. 

그분이 책 금방 쓰실 수 있다고 하셔서 시작했는데, 그분이 책을 되게 빨리 쓰는 스타일이셨던 거예요. 저는 정말 오래 걸리고 쉽지 않은 작업이었어요. 그래도 당시까지 제가 들었던 음악을 정리하고, 스마일즈에서 플레이걸까지 어떻게 활동이 이어졌는지 개인적으로도 문화사적으로도 정리할 수 있는 기회였어요.

 

Q. 2020년부터 PPS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솔로 활동을 시작하셨는데, 계기가 무엇인가요?

PPS의 첫 프로젝트인 〈사진 동굴〉이 계기였어요. 2020년이 시작할 때쯤 다원예술 지원 사업을 받았어요. 모든 것이 데이터화된 세상에서 데이터화된 미래의 누군가, 이를테면 AI가 데이터만 가지고 현실을 다시 세상에 출력하는 오작동을 했다, 그런 콘셉트의 기획이었어요. 그런데 얼마 안 있어 코로나가 터진 거예요. 사람을 만나는 일조차 디지털화되는 세상이 상상을 넘어 구체화되는 시점이었지요. 

처음에는 AI가 출력하는 이미지가 가상의 밴드라는 설정이었어요. 그 가상의 밴드가 바로 PPS였고요. 그런데 〈사진 동굴〉의 중심 소재가 아버지의 옛날 사진으로 변경됐어요. 다원예술이라 음악과 사진을 결합하는 형태로 지원했었기 때문에 PPS는 자연스레 가상의 밴드가 아니라 실제로 활동을 시작하는 새로운 밴드가 되었고요.


PPS의 〈사진 동굴〉에 수록된 〈경주〉 


 Q. PPS의 최근 프로젝트인 〈복순투어〉는 어떤 작업인가요?

2021년 8월, 부여에 가게 됐어요.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이 부여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사진가가 필요하여 저를 초대해 주셨지요. 그런데 단순히 기록 사진을 남기는 것만 아니라 부여에서 레지던시 활동을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 주셨어요. 대안예술공간 생산소에 계시는 이화영 작가님이 본인 집에 게스트하우스를 내주셔서 저를 포함한 작가 세 명이 머물게 됐지요. 레지던시 활동으로 어떤 작업을 할까 하다가 이곳에 사시는 분의 옛날 사진을 구해달라고 요청을 드렸어요. 그렇게 진복순 여사님을 만나 뵙게 되었지요.

〈복순투어〉는 부여에서 태어나 평생 그곳에서 사신 진복순 여사님의 옛날 사진을 단서로 사진 속 장소를 찾아다니며 시작됐어요. 여사님이 살고 다녀오신 공간을 사진과 소리, 영상으로 기록했어요. 구드래조각공원, 백마강, 규암 성당, 대천 바다……. 혼자도 다니고 친구와도 다니며 사진 속 장소를 찾는 과정이 무척 좋았어요. 이 과정 자체도 작품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SNS를 통해 사람들을 초대하는 워크숍도 열었습니다. 



〈복순투어〉의 작품 이미지 / PPS 제공


이런 과정이 전시가 되고, 앨범이 되고, 영상이 되었어요. 2022년 10월에 ‘스튜디오 부여’에서 전시를 했고, 올해 6월에 〈복순투어〉라는 EP 앨범을 디지털 음원과 카세트테이프로 발매했어요. 이 모든 과정을 담은 책 『복순투어』도 제작했고요. PPS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의 답처럼 〈복순투어〉 역시 한마디로 무엇이라 정의하기 쉽지 않지만, 모든 것이 진복순 여사님의 사진에서 시작돼 갈래를 뻗어 나간 거예요.


〈복순투어〉 프로젝트를 위해 PPS가 필름으로 촬영한 사진 / PPS 제공


※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아티스트, PPS와의 인터뷰는 2편 읽기




인터뷰 신태진, 이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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