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아티스트, PPS #2

※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아티스트, PPS 인터뷰 #1 읽기


PPS 김소라


Q. 앨범 〈복순투어〉의 음악은 흔히 말하는 복고풍이지만 오히려 신선하고 현대적인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음악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복순투어 워크숍에 구드래조각공원에서 시작해 황포돛배를 타고 낙화암에 갔다가 돌아오는 구간이 있었어요. 그런데 황포돛배 안에서 트로트 같은 음악이 나왔어요. 옛날 노래인데 요즘 스타일로 편곡된, 흔히 말하는 ‘뽕짝’ 음악이었어요. 배 안에서 그 음악을 들었던 경험이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흐르는 물이 음악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했고요.

그래서 황포돛배에서 받은 영감을 음악에 풀기로 했어요. 옛날 음악을 많이 찾아 듣고, 레퍼런스로 삼고. 과거의 것을 그냥 재현하는 것보다는 동시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중점을 두었고요. 결국 뽕짝이나 트로트를 해야겠다고 결심해서 나왔다기보다는 수많은 소스를 한 데 섞어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겠다고 노력한 결과가 지금의 음악이에요. 그래서 이번 앨범이 스마일즈, 플레이걸, 〈사진 동굴〉에서 쭉 이어져 온 무언가가 정리된 형태라고 생각해요.


PPS의 〈복순투어〉에 수록된 〈백마강〉


Q. 프로듀서, 작곡가들과는 어떻게 협업하여 앨범을 완성하셨나요?

프로듀서는 유지완 씨고, 전체 EP에는 세 분의 작곡가가 참여하셨어요. 유지완 씨와는 부여도 많이 오가고 레퍼런스도 많이 공유하며 작업했어요. 유지완 씨가 〈대천〉, 〈구드래조각공원〉, 〈백마강〉모두 세 곡의 작곡에 참여하셨지요. 〈대천〉은 2021년에 영상 작업을 하며 배경음악으로 러프한 버전을 먼저 만들었고, 그걸 나중에 정리하여 싱글로 발매했어요.

〈백마강〉이라는 곡은 유지완 씨와 함께 그분의 동생 유태관 씨가 작곡했는데, 이분이 어렸을 때부터 뽕짝을 좋아해서 그런 기타 리프에 능하셔요. 그래서 〈백마강〉 같은 곡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규암〉은 유통과 공동 프로듀서였던 단편선이 만든 노래인데 규암 성당에 관한 노래예요. 뭔가를 기원하고 바라는 정서였으면 좋겠다고 하니 마침 가사에 ‘성당’이 나오는 김완선 씨의 〈이젠 잊기로 해요〉를 이야기하더라고요. 거기에 프렌치 팝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제안을 드려서 완성된 곡입니다.

전반적으로 서로 레퍼런스를 공유하며 대화하고 음원을 주고받는 형태로 유연하게 작업이 이루어졌어요. 그래서 기획에 대한 이해도도 서로 높았고, 이렇게 끈끈하게 붙어 있는 형태의 음악들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PS의 〈복순투어〉에 수록된 〈규암〉

 

Q. 〈백마강〉 뮤직비디오에 직접 출연하시며 입었던 빨간 코트가 인상적인데, 혹시 그 의상도 직접 디자인하셨나요?

 아, 아뇨. 그거는 샀어요. 만들까 하다가 시간이 없어서……. 원래 제가 카키색과 연두색 트렌치 코드가 있어 그걸 입으려고 했는데요, 뮤직비디오에 크로마키를 사용하기로 해서 초록색이나 파란색 옷을 입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빨간 코트를 사게 됐습니다.

〈백마강〉 M/V는 처음 기획 단계부터 지원 사업에 포함된 아이디어여서 지금의 독특한 촬여을 하게 됐어요. 조윤지라는 친구가 촬영과 편집을 도맡아 해 줬습니다. 〈대천〉 M/V 같은 경우는 2021년 영상 작업에 사용한 소스에 바다 영상을 추가로 촬영해서 만들었고요.

 

Q. 〈대천〉은 싱어송라이터 시와 님과의 듀엣곡입니다. 어떤 인연이었나요?

 시와 님과는 브로콜리 너마저의 ‘이른 열대야’ 공연 사진을 촬영하면서 만나게 되었어요. 이후로 시와 님의 앨범 재킷 디자인을 하는 등 몇 차례 함께 작업했고요. 그 과정에서 저는 〈복순투어〉를 준비에 들어갔는데, 개인적으로 힘들 때 시와 님을 만나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진복순 여사님의 대천 사진에는 여사님과 여사님 친구분의 실루엣이 함께 나와요. 그런데 제가 대천을 갔을 때도 고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와 함께 갔거든요. 이렇게 여성 두 명이 반복해서 등장하는 서사가 재미있었고, 또 노래로써 어떤 위로가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시와 님께 피처링 제안을 드렸어요. 흔쾌히 수락해 주셔서 〈대천〉이 완성되었고요.


PPS의 〈복순투어〉에 수록된 〈대천〉


Q. 스마일즈, 플레이걸, 그리고 PPS. 전체적으로 옛것을 재해석하는 작업을 많이 하셨는데, 어떤 면이 옛것과의 접점을 계속 이어가게 하는 걸까요?

어렸을 때부터 옛날 것을 좋아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어요. 수집하고 사진 모으고 그런 걸 좋아했고, 옛날 음악이나 영화도 즐겨 듣고 보았어요. 제가 느끼기에는 옛것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색채가 있는 것 같아요. 어딘가 선명하지 않고 바라고, 사운드 같은 것도 묘하게 무겁다고 해야 하나, 톤이 좀 뭉개져 있는 것들도 있고……. 그런 색채 자체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한때는 너무 옛날 것만 좋아하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그러다가 어느 책에서 발터 벤야민이 남긴 이런 문장을 읽었어요. “역사가의 과제는 현재에 미친 과거의 영향을 분석하거나 과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의 관련성 속에 과거를 매 순간 새롭게 구성하는 것이다.” 그 말이 제 고민의 답 같았어요. 저는 옛것을 그대로 재현하기만 하려는 게 아니었어요. 옛것을 현재로 가져오며 일어나는 시공간의 충돌로 말미암아 새로운 것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Q. 이제 사진 작업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미술은, 사진은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다섯 살 때 유치원 방과 후 수업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저희 집이 커튼 레이스 공장을 운영하셔서 미술적인 지원을 어렸을 적부터 많이 해 주셨어요. 부모님께서 제가 디자이너가 되기를 바라시기도 했고요.

카메라는 초등학교 수학여행 때 학교에서 가져오라고 해서 처음 잡게 됐어요. 어머님께서 혼수로 해 오신 펜탁스 MX 필름 카메라였지요. 이후로 중, 고등학교 때도 친구들과 어디 놀러 가면 계속 촬영을 하며 사진 찍는 취미가 생겼어요. 한예종에서도 첫 전시 때 사진을 매체로 사용하기도 했고요.

이후로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지원한 아티스트 프로젝트를 통해 오스트리아에 간 적도 있는데, 그때 본격적으로 사진으로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사진 동굴〉 이미지 및 전시장 풍경 / PPS 제공

 

Q. 〈사진 동굴〉과 〈복순투어〉의 사진들은 사진들이 여러 장 겹쳐 있기도 하고, 또 점묘화처럼 구멍이 나 있기도 합니다. 어떤 의도인가요?

 만약 여기에 있는 이 컵을 먼 미래에 데이터만으로 복원한다고 했을 때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어떤 인공지능이 원본인 이 컵을 모른 채 데이터만 가지고 컵을 복원한다면, 여러 시간대에 찍은 컵의 이미지를 겹치고 겹쳐서 표현하지 않을까요? 그렇듯 디지털 세계 속에서 어떤 대상을 만들어낼 때는 하나의 이미지만 그냥 쓰는 게 아니라 여러 시간대의 이미지를 중첩하여 그 존재를 표현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여러 사진을 중첩하는 표현 방식을 사용한 거예요.

또, 사진이라는 매체 자체가 한 장면을 둘러싼 외부의 것들은 모두 삭제 되어 있잖아요. 소리, 냄새, 당시의 시간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이런 것들을 채워넣기 위해 이미지를 중첩한 이유도 있어요. 과거의 사진과 현재의 사진을 겹치는 행위로써 과거를 현재로 끌어왔을 때 생기는 충돌이 이미지 안에서 발생하길 바라기도 했고요.


〈복순투어〉의 작품 이미지 / PPS 제공


중첩은 사진 프로그램 안에서 여러 이미지를 한 레이어로 겹쳐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전시장 공간에 따라 각 레이어를 따로 출력해서 물리적으로 겹쳐서 배치하는 식으로 표현하기도 했어요. 창문 앞뒤로 레이어를 배치한다거나, 벽과 기둥에 각 레이어를 배치해 겹쳐 보이게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점묘화 같은 부분은, 사진을 인쇄할 때 매시 재질, 그러니까 구멍이 뚫린 매체에 했기 때문이에요. 데이터들이 축적되어 뭔가를 만들어내는 순간까지 온전히 보전되는 게 아니라 계속 소실이 일어난다고 해석했거든요. 저는 데이터를 꼭 디지털 데이터만로만 한정하는 게 아니라 기록된 모든 것으로 봐요. 진복순 님의 옛날 사진이 빛이 바래고 귀퉁이가 닳거나 찢어진 것이 데이터의 소실인 셈이지요. 저처럼 미래의 누군가가 그 소실된 부분을 다른 것으로 채워 넣을 수도 있는 거고요. 그래서 온전하게 이미지를 볼 수 있는 형태가 아니라 소실될 수 있는 소재에 출력하고 싶었어요.


〈복순투어〉의 작품 이미지 / PPS 제공

 

Q. PPS의 프로젝트의 바탕에는 ‘데이터만 남은 세상’이라는 가정이 있는 건데요, 그런 주제에 매진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사진을 구글 포토로 관리하고 있어요. 약간 수집과 정리에 대한 강박이 있어서 날짜, 연도, 장소별로 금방 원하는 사진을 찾아볼 수 있게 해 두었지요. 저만의 색인이 있는 거예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구글 포토가 저에게 뭔가를 제안하기 시작했어요. AI가 편집한 걸 보여주기도 하고, 시간, 위치, 피사체를 주제로 알아서 슬라이드 쇼를 만들어주기도 하고. 아마 스마트폰 사진첩에서 이렇게 자동적으로 만들어주는 영상 같은 걸 자주 보셨을 거예요.

 그때, 구글 포토 안에서 어떤 세계가 만들어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계속해서 데이터를 디지털화하면, 언젠가 이 세계가 없어도 세상이 굴러오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상상한 것이죠. 실제로 그런 내용을 다룬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구나 싶었어요. 그렇게 ‘데이터화된 세상’이라는 아이디어를 잡게 되었어요.


옛 사진과 현재 사진의 병치 - 〈복순투어〉 워크숍 중 / PPS 제공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8월 6일 공상온도에서 〈복순투어〉 콘서트를 열어요. 시와 님과 단편선 님이 게스트로 참여하고, 앨범에 참여해 주신 세션 분들이 연주를 해 주실 거예요. 그날 〈복순투어〉 프로젝트에 관한 설명도 드리고 팝업처럼 간략한 전시도 하고, 〈복순투어〉를 통해 만들어진 영상도 함께 감상하려고 해요. 그날 〈복순투어〉의 테이프와 작품집도 함께 선보이고 판매도 하려고 해요.



그리고 〈대천〉을 함께 작업한 시와 님과 다음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에요. 시와 님이 어머니 칠순 기념으로 어머님이 써두신 시, 일기, 사진들을 모은 책자를 만드셨는데, 그 책 디자인을 제가 했어요. 그런데 시와 어머님이 찍으신 사진이 한국 같지가 않은 거예요. 알고 보니 어머님께서 70년대에 파독 간호사셨고, 독일에서 찍으신 사진이시더라고요.

시 중에는 독일에서 쓰신 시도 있고, 독일로 함께 갔지만 다른 도시에 살게 된 친구에게 보낸 편지도 있었어요. 그런데, 친구분 성함이 제 이름과 같은 ‘소라’였던 거예요. 편지에 “소라에게”라고 쓰인 걸 보니까 꼭 제가 시대를 초월해서 편지를 받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복순투어〉에 이어지는 작업으로 독일에 가서 편지를 받은 ‘소라’가 어머님과 친구분의 흔적을 따라가는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시와 님와 전자음악가 KIRARA 님께서 곡 작업을 해 주실 예정이고, 저는 9월경에 독일의 슈바인프루트라는 지역으로 갈 예정이에요. 어머님께서 파독 간호사 시절 휴가 기간에 로마나 런던을 다녀오신 사진도 있어서 저도 시간이 되면 사진을 따라 그곳들을 방문할까 하고요. 이 〈파독〉 프로젝트는 망원동 전시관 ‘별관’에서 12월 8일부터 크리스마스 직전까지 전시로 먼저 선보일 예정이에요. 음악과 책 작업도 동시에 이루어져서 빠르면 전시 기간 전에,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발매할 계획입니다. 〈복순투어〉에 이어 이번엔 해외로 뻗어 나가는 새로운 프로젝트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인터뷰 신태진, 이주호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