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화 〈어파이어〉를 배급한 예술영화 전문 배급사 M&M 인터내셔널

2023-10-23

예술영화는 어렵거나 지루하다고요?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의 신작 〈어파이어〉는 여름의 발트해를 배경으로 한 강렬한 작품입니다. 〈어파이어〉는 작품성과 재미,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작품으로 입소문이 나서 개봉 한 달이 넘은 지금까지 꾸준히 상영관에 걸리고 있습니다. 〈어파이어〉를 배급한 M&M 인터내셔널의 이마붑, 임동영 공동대표를 만나 예술영화 전문 배급사의 기쁨과 슬픔,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의 특별한 내한 뒷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0649e6071ccff.jpgM&M 인터내셔널 이마붑(좌), 임동영(우) 공동대표



Q. 영화 수입 및 배급사 M&M 인터내셔널은 어떻게 설립되었나요?

이마붑

저는 방글라데시 출신으로 1999년에 한국에 왔습니다. 이주노동자였지요. 20년도 더 된 시절이니 노동 환경이 정말 열악했지요. 그래서 이주노동자의 노동 환경 개선 활동에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이주민의 권익 운동을 어떻게 전개해 나갈까 하다가 ‘미디어’를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매체에서는 이주민의 이야기들이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으니까요. 당시 인권영화제나 서울독립영화제를 다니기도 하고, 미디액트에서 영상 수업도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작게나마 이주민들을 위한 방송을 만들었지요. 단편 영화, 독립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고, 다큐멘터리를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러브 인 코리아〉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직접 출연도 했는데, 그때 처음으로 영화 배급 일을 하게 됐습니다. 당시에는 아무것도 모른 채로 부딪혔던 거고, 한번 해 보고 그만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2016년 M&M 인터내셔널을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배급 일을 하게 됐지요. 


임동영

마붑 대표와는 처음 영화촬영 현장에서 만났습니다. 저는 연출부였고 마붑 대표는 배우였어요. 이후 각자 길을 가다가 배급에 관심이 생겼는데, 마붑 대표가 M&M 인터내셔널을 운영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같이 하고 싶다고 제안했어요. 영화 배급이 버는 돈보다 잃는 돈이 많고 일 자체도 힘들다며 재고해 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저는 워낙 절실했던 상황이라 해 보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2018년부터 공동 대표로 M&M 인터내셔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63aac5374a351.jpg최근 M&M 인터내셔널에서 배급한 작품들



Q. 두 분이 처음으로 배급한 작품이 무엇이었나요?

이마붑

토머스 스터버 감독의 독일 영화 〈인 디 아일〉이었습니다. 2018년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작이었는데, 저희가 뒤늦게 발굴하여 국내에 개봉했어요. 처음에는 10개 관에도 걸리지 않았는데, 여기 에무시네마에서 결과가 좋았어요. 평론가들의 평도 좋았고, 입소문도 좀 생겨서 1만 명 넘는 관객이 들었습니다. 이후 예술 영화에 집중하자고 생각했어요. 



53e40be37ae43.jpeg〈인 디 아일〉 


Q. 수입/배급 작품은 어떻게 선정하시나요?

이마붑

둘 다 좋아하는 영화를 개봉하자는 게 원칙입니다. 영화를 함께 볼 때도 있고 따로 볼 때도 있는데, 이야기를 많이 나누며 의견을 모아요. 그 과정이 참 재미있어요. 여기에 ‘찬스’도 있는데, 한 명이 마음에 안 들어도 찬스를 써서 영화를 들여오는 거예요.


임동영

하지만 안타깝게도 ‘찬스’로 개봉한 영화는 전부 결과가 좋지 않았어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원칙이 있다면, 되도록 다른 배급사와 경쟁이 붙는 작품은 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수입 비용이 올라가니까요.


654a0cef6aa7c.jpg에무시네마에서 만난 임동영, 이마붑 공동대표



Q. M&M 인터내셔널이 선호하는 작품의 결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마붑

배급사의 메리트는 아무래도 국내에 잘 안 알려진 작품을 발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남들이 하는 걸 따라 할 수도 있겠지만, 배급사에게 발굴이라는 과정은 아주 중요합니다.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손해 보는 일이 많긴 해도 영화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알려지지 않은 감독의 작품이나, 영화제를 통해 알려졌으나 배급하는 곳이 없어서 극장에서 볼 수 없었던 작품을 들여와야 한다는 의무가 있고 그런 데서 보람을 느낍니다. 

인도네시아 감독 카밀라 안디니의 〈나나〉, 스페인 감독 호나스 트루에바의 〈어거스트 버진〉 등이 그런 작품이었어요.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일본 감독 구라사와 기요시의 〈큐어〉 리마스터는 오래된 작품임에도 국내 첫 개봉이었습니다. 〈큐어〉는 관객도 많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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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파이어〉 포스터



Q. 최근 개봉한 〈어파이어〉가 관객들의 호응이 높습니다.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의 작품을 대부분 배급하셨더군요.

이마붑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의 영화가 쉽지는 않습니다. 2013년 다른 배급사에서 〈바바라〉를 처음 소개했는데, 잘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페촐트 감독의 영화가 국내 영화제에서는 꾸준히 상영되었지만 극장 개봉은 되지 못했어요. 저희가 처음으로 본 감독의 작품은 〈트랜짓〉이었는데 난해하게 느껴져서 배급할 생각을 안 했어요.  

그러다가 베를린에서 감독의 원소 3부작 첫 편인 〈운디네〉를 보게 되었는데, 아주 좋았어요. 페촐트 감독의 작품 특징은 영화를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하나를 보면 또 다른 것도 보고 싶어진다는 거예요. 그래서 〈트랜짓〉을 다시 봤더니 처음보다 이해가 가는 부분도 많아지고, 뭐랄까, 감독님의 작품에 마음이 활짝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여러 작품을 배급하게 되었고요.


〈어파이어〉 예고편



Q. 〈어파이어〉 개봉 때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이 내한하기도 했습니다.

임동영

베를린영화제 때였는데요, 바이어를 위한 마켓 기간은 영화제 초반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저희는 이미 〈어파이어〉를 수입하기로 결정한 상태였는데, 페촐트 감독이 참석하는 공식 프리미어 행사가 저희 귀국 스케줄 이후로 잡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할까, 그래도 이때 아니면 못 뵐 것 같다는 생각에 귀국 날짜를 미루고 페촐트 감독을 직접 만났습니다. 우리가 감독님 작품 다 개봉했다, 그러니 꼭 한국도 오셨으면 좋겠다 부탁을 드렸어요.


837cf4f051f01.jpg내한 당시의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 / M&M 인터내셔널 제공


이마붑

감독님이 장거리를 잘 안 다니세요. 이번 내한이 아시아 첫 방문이었습니다. 감독의 따님이 한국 문화를 좋아해서 여러 차례 한국 여행을 왔던 게 큰 도움이 되었어요. 따님의 설득이 감독님의 내한 결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어요. 

사실 해외 감독 초청은 배급사 입장에서 부담스럽긴 합니다. 마침 영화제가 있어서 감독이 방문하는 경우는 덜하지만,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엄청난 일이에요. 비용도 비용이지만, 모든 행사를 호스팅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국내 유수의 영화제는 대부분 비수도권에서 열립니다. 그래서 이번 페촐트 감독 내한 행사는 주 관객층이 있는 수도권을 위주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7회 행사를 열었고, 감독님께는 굉장히 고된 일정이었을 거예요. 그래도 한국 팬들과의 만남이 기쁘지 않으셨을까 합니다.


3437e104e5440.jpg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과 진행한 〈어파이어〉 GV 행사 / M&M 인터내셔널 제공



Q. 개인적으로 페촐트 감독의 신작 〈어파이어〉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마붑

우선 많이들 말씀하시듯 〈어파이어〉는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의 기존 작품에 비해 덜 어렵습니다. 기존 팬들은 신작이 나왔으니 자연스레 극장으로 향하셨을 거고요. 그런데 〈어파이어〉는 감독에 관한 사전지식 없이, 누군지도 모르고 극장에서 관람했다가 재미있다고 입소문이 난 케이스입니다.


임동영

제가 보기에 〈어파이어〉는 ‘제대로 볼 것을 요구하는’ 영화입니다. 우리가 지금껏 잘못 본 것들, 잘못 인식한 것들을 제대로 봐야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지요. 


이마붑

〈어파이어〉에서 ‘불’은 영화에 등장한 ‘산불’을 넘어선 상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부터 시작한 환경 재앙도 한 예가 되겠고요, 또, 모든 사람이, 모든 개개인이 다 무언가로 타고 있다, 모두에게 이 불은 존재한다는 걸 말하고 있지 않나 합니다. 그게 사랑일 수도 있고 열정일 수도 있겠지요. 이런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관객들이 〈어파이어〉를 인상 깊게 보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6e1a4a978ec30.jpg〈어파이어〉를 채운 청춘, 욕망, 오만함, 여름, 그리고 불



Q. 현재 〈어파이어〉의 관객 수가 15,000명이 넘었습니다. 이 스코어를 어떻게 보시나요?

이마붑

예술 영화가 15,000명이면 외부에서 볼 때 많이 봤다고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 기대치에는 못 미치지만요. 그만큼 M&M 인터내셔널에서 많은 기대를 걸었던 작품이고, 또, 감독님의 방한 등 비용과 노력을 쏟았으니까요. 그래도 관객들이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의 작품을 조금 더 보기 시작했구나, 이런 기세로 다른 예술 영화도 관람층이 넓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멀티플렉스 등 영화를 틀어주는 상영관은 많은데, 거기서 예술 영화는 스크린에 걸릴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예술 전문 영화관도 매우 한정적이고요. 저희 같은 작은 배급사가 바꿀 수 있는 시스템은 아니지만, 이렇게 다양하고 좋은 영화가 많다는 걸 더 많은 분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임동영

말씀드렸듯 이번 작품으로 페촐트 감독을 새로 접한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건 그만큼 저희가 홍보에 심혈을 기울인 덕분일 거예요. 그런 면에서 저도 기대했던 만큼의 성적은 아니라 아쉽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새로운 관객을 유인했나 되짚어 볼 숙제도 생겼고요. 코로나19 동안 극장 산업이 받은 타격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 면도 있겠고요.


966549b141c80.jpg7e916a5d36d86.jpg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과 함께한 이마붑, 임동영 대표 / M&M 인터내셔널 제공



Q. 그래서일까요. 고전 및 예술 영화 전문 OTT ‘콜렉티오’를 출범하셨습니다. 어떤 OTT 서비스인가요?

임동영

가치 있는 고전 예술 영화가 많지만, 이런 영화들은 온, 오프라인 플랫폼 모두에게서 그렇게 환영받지는 못합니다. 극장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국내에선 VOD로도 서비스하는 곳이 없어 VPN 우회를 통해 외국 사이트에서 자막 없이 보거나 불법으로 받아 봐야 하는 영화도 있고요. 사업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합법적으로, 좋은 자막에 좋은 화질로 고전 예술 영화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게 코로나를 거치며 OTT 시대가 열리자 구체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스트리밍 시대에 예술 영화에 전문화된 M&M 인터내셔널의 색깔을 보여주는 플랫폼으로요. 마침 기술적으로 받쳐줄 수 있는 파트너사도 만나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이마붑

라이선스 확보부터 기술 개발, 시스템 구축까지 작은 회사에서 감당하기 쉽지 않은 서비스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작품 중 극장에 걸지 못하거나 영화제에서만 소개된 작품들을 꼭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역으로 온라인에서 호응이 있는 작품을 극장에서 다시 소개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고요.

요즘은 오래된 작품들도 리마스터링을 통해 화질이나 사운드가 월등하게 개선되어 나오고 있습니다. 50년 전 작품이라고 해도, 작품이 좋으면 분명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현재 ‘콜렉티오’에는 30편 정도의 작품이 공개되어 있습니다. 내년 3월까지 라인업을 짜 놓았고요. 아직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는데 그것도 점차 채워나갈 예정이며, 콜렉티오라는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데 중점을 둘 생각입니다. 


:: M&M 인터내셔널이 운영하는 고전·예술 영화 전문 OTT '콜렉티오'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가요?

이마붑

우선 개봉 예정된 작품들이 꽤 있습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던 〈행복한 라짜로〉로 유명한 알리체 로르와커 감독의 〈키메라〉, 이란 출신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노 베어스〉, 그리고 아이슬란드 영화인 〈갓 랜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품들을 어떻게 하면 개봉을 잘할 수 있을까, 영화를 홍보할 수 있는 최적의 이벤트는 무엇일까 고민하는 중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저희 OTT인 콜렉티오에서 감독 혹은 평론가들의 영화 코멘터리를 선보이고 싶습니다. 가끔 라이브로 사이트에서 보여준다거나 하는 아이디어를 현실화해 보려고 합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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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사진 이주호, 신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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