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
여기 버스 좌석 그림이 있습니다. 평소 어떤 자리를 선호하시나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건 심리테스트가 아닙니다. 도시를 산책하며 관찰하고 그 안에 들어 있던 이야기를 꺼내 기록한 일기입니다. 도시를 관찰하며 어떤 이야기를 발굴해 냈는지, 관찰하는 사람은 어떤 마음으로 도시를 기록했는지, 이다 작가와 도시, 산책, 관찰, 기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다 작가
Q. 『이다의 도시관찰일기』 관련 일정은 다 마치셨나요?
서울국제도서전에 맞춰 출간하기로 하고 일정을 소화하느라 편집자님, 디자이너님이랑 심하게 달렸어요. 북토크 행사들까지 다 마치고 며칠 쉬다가 이제 슬슬 몸과 마음이 회복되어 가는 상태예요. 이제 홍대 땡스북스에서 8월 1일부터 원화전이 있고, ‘도시 관찰 워크숍’이라고 제가 이론을 알려 드린 다음 다 같이 밖에 나가서 도시를 관찰하고 그림을 그리는 워크숍이 있어요. 책 일정 때문에 미뤄 놓은 일이 너무 많아서 오늘 아침에도 다른 작업을 하다 나왔는데, 전체적으로 보면 빡세다, 그러니 잘 지내고 있다, 그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아, 최근에 조깅을 시작했어요. 조깅을 빠른 산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다의 신간 『이다의 도시관찰일기』
Q. 『이다의 자연관찰일기』에 이어 도시 관찰인데, 관찰 방식이 어떻게 다른가요?
도시 관찰 일기는 경향신문에서 연재 요청이 와서 시작했어요. 기자님이 먼저 제안을 주셨고, 딱히 주제가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일상의 관찰 이야기였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자연 관찰 일기의 도시 버전을 만들어 본 거예요.
재미 측면에서 도시 관찰이 더 재미있지 않냐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는데, 의외로 자연 관찰이 훨씬 재밌어요. 무엇보다 자연 관찰은 남의 눈치를 안 봐도 돼요. 오리나 나무, 꽃을 관찰하면 아무도 의심하는 눈으로 보지 않지만, 도시 관찰은 잘못하면 사찰로 보일 수 있으니까요. 누군가 우리 집을 계속 쳐다보고 있다, 사진을 찍는다 하면 엄청 의심스럽잖아요. 의심을 사지 않고 관찰하는 게 힘들었어요. 휴대폰 보는 척하면서 후다닥 처리하는 식으로 뭐든 재빨리 해야 했어요.
『이다의 도시관찰일기』의 모태가 된 관찰 일지 원본
그리고 자연 관찰의 대상은 자연이니까 은행나무는 은행나무고 플라타너스는 플라타너스고 새는 새인 거잖아요. 그런데 도시 관찰을 하며 도로에 색을 칠하거나 보도블록을 까는 작업이 궁금해져도 그걸 왜 하는 거고 어떤 과정으로 하는지 알려져 있는 게 별로 없어요. 하나하나 경우가 다 다르고요.
집 세 채가 나란히 있는데 하나는 80년대, 하나는 90년대, 하나는 2000년대에 지어졌다고 하면, 다 다른 기법으로 지어졌을 거고 사는 사람이 이후에 개조를 했을 수도 있어요. 그렇다고 우리 집이 이렇게 진화했습니다, 집 앞에 써놓는 사람은 없지요. 그래서 제가 뭔가를 조금 안다고 해도 그게 딱 들어맞지는 않아요. 누가 왜 그런 일을 했는지 정답이 없으니까요. 그런 면이 자연 관찰보다 어려웠는데, 반대로 도시 관찰은 숨은 이야기들을 스스로 짐작하고 알아내야 하는 재미가 있기도 했어요.
Q. 주택가 경고문 이야기가 나오는데, 거기 얽힌 사연을 알아낼 수가 있나요?
방법이 있긴 하지요. 이 경고 문구가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밝히려면 오랫동안 그 장소에 머물러야 해요. 그러다 보면 동네 구조가 보이고, 항상 동네를 어슬렁거리는 어르신들과 얼굴을 트게 돼요. 그 분들은 동네 스토리를 다 알고 계시니까 가까이 가서 슬쩍 ‘이거 누가 붙인 거예요, 무슨 일 있었어요?’ 여쭈면 이야기 전말이 다 나와요. 도시 관찰을 하면서 그런 식으로 궁금함이 풀린 적이 많아요. 그냥 보고 있었을 뿐인데 먼저 와서 이야기를 해 주시는 분들도 있고요.

Q. 주요 관찰 지역이 은평인 이유는 거기 살기 때문이겠지요?
네, 첫 번째 이유는 제가 사는 동네이기 때문이지만, 은평구라는 동네가 재미있어요. 뭐라 해야 하나, 오래된 것과 새 것이 적절히 섞여 있는데, 옛날 동네의 정취가 많이 남아 있고 살기도 편해요. 은평구로 이사 오게 된 것도 당근마켓으로 오래된 찻잔을 사러 왔다가 동네가 마음에 들어서 정착한 거거든요.
제가 신축 아파트 단지에 살았다면 별로 관찰할 건수가 없었을 거예요. 거기도 30년 정도 지나면 재밌는 게 생기겠지만, 아직은 삶의 두께가 없잖아요. 은평구, 성북구, 이런 곳에는 인간이 해놓은 것들이 켜켜이 쌓여 있어요. 그러니까 한 1킬로미터를 걸으면 재밌는 게 100가지는 쏟아져요. 아니, 100은 심하고 10에서 50까지는 가능하겠네요.
Q. 여행 책의 경우 현장에서 일지 정리를 하셨는데, 관찰 일기는 어떤가요?
밖에서 바로 쓸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사진을 찍고 사진 설명에 메모를 하는 식으로 재빨리 기록한 다음 휴대폰 메모장에 분류를 해서 저장해요. 대주제가 있고, 거기서 다시 작은 주제로 나누고, 딱히 어떤 주제에 들어가면 좋을지 알 수 없는 메모들은 파편으로 따로 모아요.

이다 작가의 휴대전화 속 메모
이런 식이에요. 대주제로 한식 뷔페, 알림문, 빌라 같은 게 있어요. 한식 뷔페로 들어가면 제가 관찰한 곳들 목록이 정리돼 있어요. 갈 때마다 장사가 잘 되는지도 파악하고, 적당히 시간대를 맞춰서 가야지 안 그러면 밥이 없다는 식으로 제가 파악한 사실들도 적어 놓아요. 한식 백반을 뷔페식으로 차린 집은 구내식당이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뷔페가 아니지 않을까, 하는 감상도 써 놓고요. 이런 정보들이 어느 정도 모이면 글을 쓰기 시작해요. 일단 대충 쓰고, 쓰면서 계속 불리는 식이에요.
Q. 아직 주제를 정하지 못한 파편 메모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지하철에서 미용 헤드를 들고 탄 여성을 본 적 있어요. 실습하는 마네킹 머리 아시지요? 그 머리를 상자나 가방에 넣지 않고 그냥 품에 안고 있는 거예요. 너무 재미있는 소재라 메모해 뒀는데, 이런 것들이 어느 항목에 넣어야 할지 분류가 안 되는 소재예요.
요새 맨발 걷기도 주목하고 있어요. 소재를 이야기로 발전시키려면 중심 에피소드가 있어야 하는데, 맨발 걷기 길에 돗자리를 폈다가 쌍욕을 듣고 쫓겨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했어요. 제가 볼 때는 너무 부당하게 쫓겨난 건데, 맨발 걷기 길에서는 그게 법칙인지 뒤에 오던 아주머니들이 저러면 안 되지 하면서 눈치를 주는 거예요. 에피소드는 있지만 아직 맨발 걷기 길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제가 이 소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방향이 정해지지 않아서 칼럼으로 완성하진 못했어요.

이런 식으로 정보와 제 생각, 그리고 중심 스토리가 나와야 하나의 챕터가 될 수 있어요. 기승전결이 있어야 하니까요. 충분한 정보와 스토리가 모였다 싶으면 글을 쓰고, 그다음에 그림을 그려요. 경향신문의 경우 마감이 금요일인데, 그 주 월요일부터 글쓰기 과정을 거쳐서 그림은 보통 금요일 아침에 그려요. 그림 그리는 건 글보다 빨리 할 수 있어서요.

:: 이다 작가와의 인터뷰는 2편 이어서 읽기
인터뷰 | 이주호, 신태진
사진 | 신태진
여기 버스 좌석 그림이 있습니다. 평소 어떤 자리를 선호하시나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건 심리테스트가 아닙니다. 도시를 산책하며 관찰하고 그 안에 들어 있던 이야기를 꺼내 기록한 일기입니다. 도시를 관찰하며 어떤 이야기를 발굴해 냈는지, 관찰하는 사람은 어떤 마음으로 도시를 기록했는지, 이다 작가와 도시, 산책, 관찰, 기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Q. 『이다의 도시관찰일기』 관련 일정은 다 마치셨나요?
서울국제도서전에 맞춰 출간하기로 하고 일정을 소화하느라 편집자님, 디자이너님이랑 심하게 달렸어요. 북토크 행사들까지 다 마치고 며칠 쉬다가 이제 슬슬 몸과 마음이 회복되어 가는 상태예요. 이제 홍대 땡스북스에서 8월 1일부터 원화전이 있고, ‘도시 관찰 워크숍’이라고 제가 이론을 알려 드린 다음 다 같이 밖에 나가서 도시를 관찰하고 그림을 그리는 워크숍이 있어요. 책 일정 때문에 미뤄 놓은 일이 너무 많아서 오늘 아침에도 다른 작업을 하다 나왔는데, 전체적으로 보면 빡세다, 그러니 잘 지내고 있다, 그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아, 최근에 조깅을 시작했어요. 조깅을 빠른 산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이다의 자연관찰일기』에 이어 도시 관찰인데, 관찰 방식이 어떻게 다른가요?
도시 관찰 일기는 경향신문에서 연재 요청이 와서 시작했어요. 기자님이 먼저 제안을 주셨고, 딱히 주제가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일상의 관찰 이야기였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자연 관찰 일기의 도시 버전을 만들어 본 거예요.
재미 측면에서 도시 관찰이 더 재미있지 않냐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는데, 의외로 자연 관찰이 훨씬 재밌어요. 무엇보다 자연 관찰은 남의 눈치를 안 봐도 돼요. 오리나 나무, 꽃을 관찰하면 아무도 의심하는 눈으로 보지 않지만, 도시 관찰은 잘못하면 사찰로 보일 수 있으니까요. 누군가 우리 집을 계속 쳐다보고 있다, 사진을 찍는다 하면 엄청 의심스럽잖아요. 의심을 사지 않고 관찰하는 게 힘들었어요. 휴대폰 보는 척하면서 후다닥 처리하는 식으로 뭐든 재빨리 해야 했어요.
그리고 자연 관찰의 대상은 자연이니까 은행나무는 은행나무고 플라타너스는 플라타너스고 새는 새인 거잖아요. 그런데 도시 관찰을 하며 도로에 색을 칠하거나 보도블록을 까는 작업이 궁금해져도 그걸 왜 하는 거고 어떤 과정으로 하는지 알려져 있는 게 별로 없어요. 하나하나 경우가 다 다르고요.
집 세 채가 나란히 있는데 하나는 80년대, 하나는 90년대, 하나는 2000년대에 지어졌다고 하면, 다 다른 기법으로 지어졌을 거고 사는 사람이 이후에 개조를 했을 수도 있어요. 그렇다고 우리 집이 이렇게 진화했습니다, 집 앞에 써놓는 사람은 없지요. 그래서 제가 뭔가를 조금 안다고 해도 그게 딱 들어맞지는 않아요. 누가 왜 그런 일을 했는지 정답이 없으니까요. 그런 면이 자연 관찰보다 어려웠는데, 반대로 도시 관찰은 숨은 이야기들을 스스로 짐작하고 알아내야 하는 재미가 있기도 했어요.
Q. 주택가 경고문 이야기가 나오는데, 거기 얽힌 사연을 알아낼 수가 있나요?
방법이 있긴 하지요. 이 경고 문구가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밝히려면 오랫동안 그 장소에 머물러야 해요. 그러다 보면 동네 구조가 보이고, 항상 동네를 어슬렁거리는 어르신들과 얼굴을 트게 돼요. 그 분들은 동네 스토리를 다 알고 계시니까 가까이 가서 슬쩍 ‘이거 누가 붙인 거예요, 무슨 일 있었어요?’ 여쭈면 이야기 전말이 다 나와요. 도시 관찰을 하면서 그런 식으로 궁금함이 풀린 적이 많아요. 그냥 보고 있었을 뿐인데 먼저 와서 이야기를 해 주시는 분들도 있고요.
Q. 주요 관찰 지역이 은평인 이유는 거기 살기 때문이겠지요?
네, 첫 번째 이유는 제가 사는 동네이기 때문이지만, 은평구라는 동네가 재미있어요. 뭐라 해야 하나, 오래된 것과 새 것이 적절히 섞여 있는데, 옛날 동네의 정취가 많이 남아 있고 살기도 편해요. 은평구로 이사 오게 된 것도 당근마켓으로 오래된 찻잔을 사러 왔다가 동네가 마음에 들어서 정착한 거거든요.
제가 신축 아파트 단지에 살았다면 별로 관찰할 건수가 없었을 거예요. 거기도 30년 정도 지나면 재밌는 게 생기겠지만, 아직은 삶의 두께가 없잖아요. 은평구, 성북구, 이런 곳에는 인간이 해놓은 것들이 켜켜이 쌓여 있어요. 그러니까 한 1킬로미터를 걸으면 재밌는 게 100가지는 쏟아져요. 아니, 100은 심하고 10에서 50까지는 가능하겠네요.
Q. 여행 책의 경우 현장에서 일지 정리를 하셨는데, 관찰 일기는 어떤가요?
밖에서 바로 쓸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사진을 찍고 사진 설명에 메모를 하는 식으로 재빨리 기록한 다음 휴대폰 메모장에 분류를 해서 저장해요. 대주제가 있고, 거기서 다시 작은 주제로 나누고, 딱히 어떤 주제에 들어가면 좋을지 알 수 없는 메모들은 파편으로 따로 모아요.
이런 식이에요. 대주제로 한식 뷔페, 알림문, 빌라 같은 게 있어요. 한식 뷔페로 들어가면 제가 관찰한 곳들 목록이 정리돼 있어요. 갈 때마다 장사가 잘 되는지도 파악하고, 적당히 시간대를 맞춰서 가야지 안 그러면 밥이 없다는 식으로 제가 파악한 사실들도 적어 놓아요. 한식 백반을 뷔페식으로 차린 집은 구내식당이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뷔페가 아니지 않을까, 하는 감상도 써 놓고요. 이런 정보들이 어느 정도 모이면 글을 쓰기 시작해요. 일단 대충 쓰고, 쓰면서 계속 불리는 식이에요.
Q. 아직 주제를 정하지 못한 파편 메모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지하철에서 미용 헤드를 들고 탄 여성을 본 적 있어요. 실습하는 마네킹 머리 아시지요? 그 머리를 상자나 가방에 넣지 않고 그냥 품에 안고 있는 거예요. 너무 재미있는 소재라 메모해 뒀는데, 이런 것들이 어느 항목에 넣어야 할지 분류가 안 되는 소재예요.
요새 맨발 걷기도 주목하고 있어요. 소재를 이야기로 발전시키려면 중심 에피소드가 있어야 하는데, 맨발 걷기 길에 돗자리를 폈다가 쌍욕을 듣고 쫓겨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했어요. 제가 볼 때는 너무 부당하게 쫓겨난 건데, 맨발 걷기 길에서는 그게 법칙인지 뒤에 오던 아주머니들이 저러면 안 되지 하면서 눈치를 주는 거예요. 에피소드는 있지만 아직 맨발 걷기 길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제가 이 소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방향이 정해지지 않아서 칼럼으로 완성하진 못했어요.
이런 식으로 정보와 제 생각, 그리고 중심 스토리가 나와야 하나의 챕터가 될 수 있어요. 기승전결이 있어야 하니까요. 충분한 정보와 스토리가 모였다 싶으면 글을 쓰고, 그다음에 그림을 그려요. 경향신문의 경우 마감이 금요일인데, 그 주 월요일부터 글쓰기 과정을 거쳐서 그림은 보통 금요일 아침에 그려요. 그림 그리는 건 글보다 빨리 할 수 있어서요.
:: 이다 작가와의 인터뷰는 2편 이어서 읽기
인터뷰 | 이주호, 신태진
사진 | 신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