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당신을 춤추게 할 술, 사이더의 세상 속으로 - 댄싱사이더 이대로 대표 인터뷰

2025-10-23

사이더라는 술을 드셔보신 적 있으신가요? 칠O사이다 아니고요, 사이더입니다. 사과로 만드는 술인 사이더는 유럽, 미국에서 포도 와인처럼 널리 소비되는 술인데요, 한국에서도 사이더의 인기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그런데 국내에서 사이더를 직접 양조하는 곳이 있으니, 바로 댄싱사이더입니다. 2018년 설립된 댄싱사이더는 국내에선 불모지에 가까웠던 사이더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선구자이지요. 술을 ‘춤추듯’ 즐기길 바라는 마음에서, 경직된 술 문화가 아니라 즐겁고 재미있는 술 문화를 위해서 노력한다는 이들. 사이더는 어떤 술이고 댄싱사이더는 어떤 곳인지 이대로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댄싱사이더 이대로 대표


Q. 댄싱사이더를 설립하고 한국에선 아직 낯선 술인 사이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한국은 사과를 많이 생산하고, 사과에 자부심이 있는 지역도 많습니다. 그만큼 많이 먹기도 하고요. 그런데 사과로 술을 만드는 문화는 없었습니다. 아마 한국이 지금처럼 잘살게 되기 전까지 음식이 귀했기 때문에, 과일은 특히 더 그랬기 때문에, 과일로 술을 빚는 문화가 발전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 합니다.


제가 사이더라는 술을 처음 알게 된 건 미국 유학 중이었습니다. 2010년대 접어들어 미국에서 크래프트 사이더 시장이 커졌는데요, 그때 제 대학 친구들도 보스턴에 크래프트 사이더 양조장을 설립했습니다.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는 친구들의 양조장 사업을 보며 놀라워했는데, 처음 맛본 과즙 맛이 잘 느껴지는 사이더에 더 놀랐습니다. 기존에 마셔봤던 맥주나 다른 술과는 아주 달랐거든요. 엄청 진한 과즙의 임팩트가 상당했고, 술에 과즙을 넣을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댄싱사이더 소개 영상


한국으로 돌아와 금융권에서 일을 했습니다. 금융 일은 아무래도 B2B의 성격이 강합니다. 제가 하는 일이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지요. 그래서 소비자로서 가치를 전달하는 브랜드와 식음료 문화에 관심이 있었고, 새로운 제품을 시도하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아이디어를 융합시키는 크래프트 맥주 문화가 신기했어요. 마침 2013년 정도부터 한국에서도 수제 맥주 문화가 확산되었고, 수제 맥줏집을 찾아다니며 로망을 키워 나갔어요. 결국 직장생활 5년 만에 퇴사를 하고 2018년에 사이더 양조장, 댄싱사이더를 세우게 되었습니다.


Q. 사이더를 양조하는 법은 어떻게 배우셨나요?

창업 준비를 하면서 홈 브루잉을 먼저 시작했어요. 미국에서 사이더를 만드는 친구들에게 자문을 구하거나 인터넷에 올라온 자료로 공부했지요. 수제 맥주 관련 교육도 받았고요. 무엇보다 상업 양조 경영에 관한 경험이 없는 게 걱정이었습니다. 사이더라는 시장이 한국에서는 완전히 불모지였기 때문에 법적인 부분도 알아봐야 할 게 많았고요. 그래서 미국으로 가 여러 사이더리를 돌며 인터뷰도 하고 협업 구조도 찾아보았습니다. 궁극적으로 미국 친구들의 양조장이 확장을 하면서 한 달 정도 휴식기를 가졌는데요, 그때 그쪽 양조팀을 한국으로 초청해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상업용 양조와 양조법, 양조장 관리의 기본적인 틀을 배울 수 있었지요.



Q. 사이더라는 술에 관해 설명해 주시겠어요?

사이더는 사과즙에 효모를 넣어 발효시킨 발효주입니다. 쉽게 말해 사과 와인이지요. 포도주처럼 어떤 식으로 숙성, 블렌딩하고 어떤 품종을 쓰는지에 따라 스타일이나 맛이 결정됩니다. 도수도 다양합니다. 사과 와인 원액을 오크통에 숙성하기도 하고요, 맥주같이 알코올 도수 4~5도의 저도수 사이더부터 10~12도 와인 느낌의 사이더까지 다양합니다. 거기에 탄산이 들어가면 스파클링 사과 와인이 되는 것이고요.


아무래도 사과가 당도가 있는 편이라 도수의 스펙트럼까지도 넓은 술입니다. 특히 사과는 다른 과일이나 식재료와 섞었을 때 그 맛을 해치기보다 조화를 이루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블렌딩을 통한 베리에이션이 가능해 정말 각양각색의 제품이 나올 수 있지요. 그게 사이더의 장점 아닐까 합니다.


댄싱사이더의 다양한 제품들


Q. 댄싱사이더의 사이더는 어떤 특징이 있나요?

무엇과도 블렌딩할 수 있는 깔끔한 베이스를 만드는 게 시작입니다. 일단 댄싱사이더가 미국식 크래프트 사이더 문화에 영감을 많이 받았고요, 기술적으로도 설비적으로도 블렌딩을 활용하여 원물의 색깔을 잘 살리는 생산 방식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막걸리처럼 탁도가 있는, 좀 더 과즙 원액의 느낌이 진한 사이더를 만들려고 했지만, 피드백을 받아보니 소비자들은 건더기 없이 깔끔한 술을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고급 사양 필터를 도입하여 100% 필터링 공정을 거쳐 아주 건강하고 깔끔한 사과 와인 베이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의 주력 사과 품종이 부사라는 점도 여기에 한몫합니다. 미국은 주로 단맛이 적고 시거나 떫은 사과 품종 위주로 사이더를 만들기 때문에 술맛도 산도나 떫은맛이 강합니다. 반면 부사는 당도가 높은 편이고 산도와 떫은맛은 약한 편입니다. 이런 부사를 발효시키면 도수가 높게 나오고, 산도와 떫은맛이 적으니 다른 과일의 맛을 살리기 좋아요. 그래서 다른 재료와 블렌딩하기에 최적인 사과 와인 베이스를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유자나 딸기, 멜론 같은 한국의 식재료를 넣어 오리지널 코리안 사이더를 만듭니다. 하나 덧붙이자면 저희 제품의 특징은 사과 와인 베이스에 사과즙을 다시 블렌딩한다는 것입니다. 설탕이 아니라 본래 재료의 즙으로 당도를 맞추니 새콤달콤하고 풍미도 더 좋지요.


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

ⓒ댄싱사이더


Q. 그래서인지 댄싱사이더의 사이더는 종류가 참 다양합니다. 그중에서도 소비자에게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오래된 제품들이 인지도도 높고 인기가 있습니다. 스윗한 사이더인 ‘스위트 애플’과 드라이한 사이더인 ‘클래식 드라이’가 그 주인공입니다. 원래는 각각 스윗마마, 댄싱파파라는 이름이었는데요, 최근 브랜드 개편을 거치면서 제품명을 리뉴얼했습니다. 각각 스위트와 드라이한 사이더를 국내 소비자들께 보여주기 위해 개발한 제품이지요.


한편 ‘요세로제’라는 750ml 병과 20리터 케그로 판매되는 로제 사이더도 인기가 좋습니다. 요세로제는 오미자와 라즈베리티를 블렌딩한 사이더인데요, 한국에서 ‘로제’라는 키워드가 막 알려지기 시작할 때 저희도 선보인 한국식 로제 사이더예요. 한국의 원물을 적극 활용한 제품이지요.


가장 왼쪽이 스위트애플, 가장 오른쪽이 클래식 드라이


Q. 사과부터 블렌딩하는 재료까지 모두 한국의 농산물을 사용하시니, 사이더를 ‘로컬 푸드’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실제로 저희 과실주도 지역특산주로 등록이 되어 있어요. 100% 한국 과일을 쓰고, 과일 외의 부재료도 국내에서 생산이 안 되는 것이 아닌 한 국산을 사용하고 있어요. 보기에는 외국의 술 같지만, 과실주야 말로 완전히 로컬 푸드인 것이죠.


Q. 사과 외에 사이더에 블렌딩하는 재료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참 다양합니다. 유자, 복숭아, 오미자, 아로니아, 귤, 수박과 멜론, 꿀 등을 활용해 왔습니다. 찻잎이나 레몬그라스, 레몬밤 같은 허브도 쓰고 있는데, 허브들은 과실주와도 잘 어울립니다. 다만 아무 거나 막 쓸 수는 없고요, 주세법 규제에 반하지 않게 주류청에서 추천을 받은 재료만, 그것도 사전 등록한 후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Q. 기후변화로 국내 사과 재배지가 줄어든다는 이야기도 있고, 실제로 사과 값이 많이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는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지난 6~7년 동안 가공용 사과의 원가도 두 배 이상 오른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희도 레시피 연구를 계속하고 있고, 생즙의 비중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왔어요. 수급은 농가와 직접 계약하기도 하고 기관을 통해서도 하는데요, 그동안 운영하며 쌓인 노하우를 통해 수요 예측을 정확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생물이 최대한 저렴할 때 많이 확보하여 제품을 미리 만들어 놓는 방법도 있습니다.


사과 단가가 올라가는 것은, 제가 체감하기에는 생산량이 줄었다기보다는 아무래도 인건비 상승 요인이 더 크기는 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사과가 많이 열려도 인건비 때문에 열린 사과를 수확을 못하는 농가도 있고요. 사과값 등 어느 물건의 값이 내려가는 것은 공급이 많아지면 가능한 일이라 가공용 사과 수요에 맞춰 수입을 하는 것도 방법일 것 같습니다. 물론 지역특산주에 사용은 못하겠지만, 사과 가격은 그만큼 떨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Q. 댄싱사이더의 제품은 패키지 디자인도 정말 인상적입니다. 어떻게 현재의 디자인이 나왔나요?

제품 디자인은 내부 기획을 통해 디자인 파트너사와 협의하고 함께 고민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댄싱사이더스러움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게 내부에서 명확한 요청을 드리는 편입니다. 현재 디자인은 빨간 사과를 모티브로 최근 리뉴얼한 결과물이에요. 처음엔 크래프트 맥주의 네이밍과 비슷하게 각각 의미를 담은 이름을 짓고 라벨 디자인도 했습니다. 그런데 사이더라는 술이 한국에서 너무 낯설다 보니 그런 식으로는 애플사이더라는 장르의 인지도를 쌓는 데 어려움이 있더라고요. 저희 사이더 병은 기억하셔도 그 사이더를 만드는 양조장이 ‘댄싱사이더’인 걸 모르시는 분들도 많았고요.


그래서 사과 하면 떠오르는 빨간색으로 직관적인 디자인을 선보였습니다. 다행히 식음료 쪽에서 선호하는 컬러이기도 하고요. ‘댄싱사이더’라는 브랜드 로고도 적극 강조했습니다. 아무래도 저희 주 고객층 중에 여성분들이 많으시니까 비주얼적인 부분이 매우 중요합니다. 봤을 때 패키지가 예쁘니까 손에 들어서 한 번 보고, 어떤 술일까 궁금해 하실 수 있도록요.



Q. 사이더라는 술을, 댄싱사이더라는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또 어떤 계획이 있으신가요?

술도 식음료라 결국 마셔봐야 압니다. 게다가 사이더는 새로운 맛이니까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접하며 익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해요. 그래서 주류 박람회라든가 주류 페스티벌에 참여할 수 있는 한 계속 참여해서 무료 시음과 설명을 주기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에너지를 잃지 않으려고 합니다. 저희는 시작 때부터 젊은 브랜드였고, 저희를 알리기 위해서 에너지가 중요하다고 판단했어요. 사실 술은 재미있으라고, 즐거우라고, 릴렉스하고 스트레스를 풀려고 마시는 거지요. 한국의 술 문화는 오랫동안 경직된 편이었는데 코로나 이후 많이 바뀌었지요. 그래서 한 병을 마시든 두세 병을 마시든 저희 댄싱사이더를 마실 때만은 즐거운 느낌을 받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Q. 크리스마스나 연초 시즌을 겨냥한 제품이 있으신가요?

말씀하신대로 크리스마스 시즌에 술 소비가 많아집니다. 작년에는 샴페인 느낌으로 샴페인 스위트와 화이트 드라이 제품을 선물세트로 냈고요, 올해는 브랜디를 선보이려고 합니다. 과실 발효주를 증류하면 과실 증류주가 되는데, 과실 증류주를 통틀어서 '브랜디'라고 합니다. 저희는 ‘오 드 비(Eau de vie)’라는 증류 원액을 담은 20도짜리 스피릿과 오크 숙성을 한 35도짜리 브랜디 ‘오크 스피릿(Oak Spirit)’을 출시한 지 이제 1년이 넘었습니다.


연말에는 30도짜리의 브랜디 2종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고춧가루, 검은콩가루를 활용해 스파이시한 킥이 있는 사과 증류주, 그리고 검은콩의 고소함과 크리미함이 느껴지는 오크베이스 애플 브랜디입니다. 12월 부산에서 ‘메이크제로’라는 칵테일바와 함께 콜라보를 준비 중에 있고요, 부산주류박람회에서도 선보일 계획입니다. 


오크 스피릿과 애플 스피릿(오 드 비)


Q. 마지막으로 사이더를 맛있게 마시는 법, 맛있게 마시는 문화를 알려주시겠어요?

일단 차갑게 해서 드시면 좋습니다. 사실 저희가 미국 스타일이라서 “그냥 원하시는 대로 드시면 됩니다”라고 말씀드리고는 있지만, 딱 짚어드리는 게 반응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애플사이더 역시 와인과 잘 어울리는 음식과 페어링하면 좋다고 추천하고 있어요. 사이더도 결국은 사과로 만든 와인이기 때문에 치즈, 과일과 궁합이 좋습니다. 또, 사이더가 단맛이 있기 때문에 한식의 매운 음식과도 잘 어울리고요, 드라이한 사이더는 해산물과 페어링이 좋습니다. 쌉쌀함이 해산물 특유의 향을 싹 씻어주거든요.


아, 무엇보다 사이더는 돼지고기와 찰떡입니다. 미국에는 아예 ‘포크 앤 사이더(Pork and Cider)’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바비큐와 사이더를 함께 곁들이는 문화가 발달해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수육, 삼겹살, 바비큐 등 돼지고기와 사이더를 함께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인터뷰 · 사진 | 신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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