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의 속도로 자연을 마주하는 여행, 승우여행사 이원근 대표

2025-10-30


상수역 사거리, 한국에서 가장 반짝반짝한 미술인, 음악인들이 모이는 곳. 대형 미디어가 만든 억지스런 유행이 아니라 자기 멋을 알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이곳에 자연 저 깊숙한 곳으로, 걸어서 들어가야만 하는 여행을 만드는 여행사가 있습니다. 자기만의 속도로 세상을 마주한다는 면에서 의미 있는 조합이지요. 승우여행사, 이름도 특이합니다. 누구의 이름인 걸까요. 축구 스타 안정환 선수를 마주하고 있는 듯한 착각 속에서 이원근 대표님과 산, 길, 여행, 걷는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Q. 승우여행사라는 이름이 친근하고 독특합니다.

여행사 이름이 누구 이름이냐고 많이 물어보시는데, 제 이름도, 승우여행사를 설립하신 저희 아버지 성함도 아닙니다. 작명소에서 지었어요. 이을 승承에 도울 우祐를 씁니다. 저희가 길과 길, 마을과 마을, 여행자와 자연을 잇는 여행사로서 고객들이 여행을 돕는다는 의미입니다.


Q. 트레킹을 전문으로 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아버지가 원래 산악인이셨습니다. 예전 동부그룹에서 이십 년 동안 국내 여행을 총괄하셨는데, IMF 때 국내 사업부를 따로 가지고 나와서 차리신 게 승우여행사입니다. 저는 군 복무 후 아버지 일을 도와드리다가 코로나 직전 회사를 물려받았고요. 그렇게 2대째 이어지는 여행사입니다.

승우여행사도 초창기에는 드라마 <모래시계>나 <겨울연가> 촬영지를 찾아가는 테마 여행을 기획했어요. 그런데 그 여행이 인기를 끌다 보니까 다른 여행사에서 비슷한 상품을 출시하게 되고, 그래서 다시 차별화를 두고자 한 게 남들 모르는 자연을 보러 가는 여행이었습니다. 아버지께서 산악인이시니 원래 자연을 좋아하셨고, 저도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자연을 여행하는 데 익숙해 있었어요.

산 속 깊숙이, 오지와 비경을 찾아다니다 보니 자동차로 들어가지 못하는 구간은 걸어가야 했고, 그래서 자연스레 ‘트레킹 전문’이라는 타이틀이 붙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승우여행사는 트레킹이 아니라 자연 여행 전문, 오지 전문 여행사라고 할 수 있어요.


Q. 승우여행사를 물려받으시기 전 여행박사에서 근무하셨더군요.

승우여행사를 시작하고 3년 정도 지났을 때 같은 건물에 여행박사가 들어왔어요. 여행박사가 급격하게 성장하던 시기 국내 사업부가 만들어지고, 저희가 아웃소싱을 하게 됐어요. 그러다 2014년, 여행박사 국내 사업부가 확장되며 저에게 팀장을 맡아줄 수 있느냐는 제안을 했지요. 저도 큰 회사에서 다양한 업무를 배우고 싶어 2년 간 근무하기로 했는데, 결과적으로 4년 동안 국내 여행 총괄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여행박사에서 4년 동안 근무하며 재무, 회계, 마케팅, 디자인 등 다양한 실무 전반에 대한 감각을 키울 수 있었죠. 이 경험이 큰 자산이 되어 이후 승우여행사를 다시 이끌 준비가 자연스럽게 갖춰졌습니다. 그리고 2018년 무렵, 아버지께서 회사를 정식으로 저에게 물려주셨습니다.


Q. 코로나 기간 승우여행사는 대폭 성장을 하였습니다. 그 비결은 무엇이었나요?

코로나가 3년이나 갈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굉장히 긍정적으로 봤어요. 보통 어딘가를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 그러니까 성수기에 답사를 가야 그곳이 진짜 좋은 지, 어떻게, 왜 좋은 지 알 수 있을 텐데, 그 시기 여행사는 성수기잖아요. 너무 바빠서 여행지의 진가를 보러 가기 힘들었어요. 그래서 코로나 기간이 저희에게는 답사를 다닐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정말 많은 곳을 답사했고, 그때 기획했던 상품들, 아이디어들이 좋은 여행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3개월이면 끝날 줄 알았던 팬데믹이 1년, 2년, 지속되면서 이제는 뭔가를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거리두기에 맞게 1인 2좌석제 국내 여행을 만들었어요. 고속버스에 1, 2, 3, 4번 좌석이 있으면 1번과 4번만 앉히는 거예요. 같이 온 손님들은 되도록 대화를 적게 하시게 하려고 앞뒤로 앉혀드렸고요. 버스가 보통 11줄이니 최대 스무 명 정도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원래 오지 마을, 사람 없는 곳이 주력이었으니 손님들께서도 저희가 만드는 상품을 믿고 예약해 주셨고요.

1인 2좌석제 국내 여행이 코로나 기간임에도 큰 인기를 끌게 되면서 지자체에서 협업 제안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Q. 당시 기획한 상품 중 기억에 남는 상품이 있으신가요?

기억에 남는 분이 있는데, 당시 경북 영주시 관광과 팀장님 이셨어요. 직접 저희 사무실로 찾아오셔서 저희 상품이 너무 재미있다고, 영주에 소백산이 있으니 그곳을 트레킹 성지로 만들고 싶다고 하셨지요.

한국에는 대대로 ‘사람을 살리는 땅’ 열 군데가 전해져 오는데, 이를 ‘십승지’라고 합니다. 그중 첫째가 바로 영주의 풍기예요. 영주 분들도 소백산을 사람 살리는 산이라 하세요. 그래서 제가 42.195km짜리 트레킹 코스를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인생은 마라톤이다, 사람 살리는 소백산에서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길을 만들자, 그런 마음으로 길을 만들었습니다.

길 이름이 지어진 데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는데요, 답사 중 영주의 한 고깃집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어느 테이블에서 자꾸 “우에로, 우에로” 하시는 거예요. 무슨 말이냐고 여쭤 보니 그게 그 지방 말로 “덤으로 더 주소”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이 너무 재미있어서 길 이름을 ‘우에로 길’이라고 지었습니다. 정말 그 길이 사람 살리는 길이었는지 오픈하는 날 코로나임에도 불구하고 200명을 태운 버스 7대가 영주로 들어가는 장관을 만들었지요.


Q. 영주에서 별을 보는 여행도 그때 만드신 건가요?

네, 영주시에서 부석사와 소수 서원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 봤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유교 문화, 선비 정신이 젊은 층에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않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일부러 늦은 시간 부석사를 올라가 봤어요. 노을이 아주 좋더군요. 그래서 저희에게만 밤에 소수 서원을 열어 줄 수 있냐고 부탁을 드렸더니 흔쾌히 오픈을 해 주셨어요. 그래서 서울에서 반차를 내고 영주로 내려와 부석사에서 노을 본 후 소수 서원에서 별을 감상하고 서울로 올라가는 여행 상품을 만들었습니다. 이름도 처음엔 ‘영주 야한 밤에’라고 짓고 싶었지만, 사찰에다가 선비들이 공부하던 서원이잖아요. 결국 ‘영주야, 한밤에’라고 바꾸어 붙였습니다.

‘영주야, 한밤에’는 네이버 여행플러스에 4주간 머물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부석사 주차장이 저녁에 만차가 될 정도로 많은 분들이 찾아와 부석사 노을을 감상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Q. 코로나 시기에도 그 많은 분들이 찾아오시는 걸 보면, 오랜 고객들이 많으신 것 같아요.
맞습니다. 아버지 때부터 이어져 온 팬덤이 어마어마하다는 걸 그때 정말 크게 느꼈어요. 저희가 진행하는 행사는 믿고 찾아와 주신다고 할까요? 저희가 매년 창립 기념행사를 하고 있어요. 한번은 1년에 10번 이상 찾아오신 분들께 무료 여행을 선물해 드리기로 했어요. 그래서 데이터를 뽑아 보니 가장 많이 오신 분이 1년 52주에 34번 오셨고, 20번 넘게 오신 분들도 굉장히 많아 당황했어요. 결국 2회차에 걸쳐 행사를 진행해야 했습니다.

승우여행사의 팬 여러분은 단체보다 개인으로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조용히 자연만 보시고, 어느 지역에 가면 그 지역에서 소비를 일으키는 분들이시죠. 술도 과음하지 않고 지역 전통주를 한두 잔 드시는 정도고요. 저희가 오래전부터 버스 안에서는 대화를 자제해 달라는 에티켓 캠페인을 열고 있는데, 그런 것을 다 이해해 주시는 분들입니다.


Q. 지역 내 소비를 일으킨다는 부분이 의미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식사비도 단체라고 단가를 터무니없이 내려달라 요구하지 않아요. 제값을 다 주며 행사를 진행하고, 그래서 여행 경비가 비싸질 수밖에 없지만, 이제는 고객 분들도 이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해 주세요. 이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10년 이상 걸렸습니다. 1999년 승우여행사에서 입사해서 몇 년 간은 술도 안 주고, 차 안에서 TV, 음악도 안 틀고 노래하고 춤추지도 못한다며 진짜 멱살 잡히고 육두문자를 듣는 일이 많았어요. 


Q. 해외 트레킹 상품도 운영하시지요? 국내 상품과 다른 점이 있나요?

승우여행사는 해외 상품은 단순히 산을 오르는 고난도 트레킹이 아니라,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이지(EASY) 트레킹’이 핵심 콘셉트입니다. 특히 해외의 아름다운 국립공원을 편안하게 걷는 여행으로, 나라에서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트레일을 따라 안전하고 쾌적하게 트레킹을 즐길 수 있어요. 길이 잘 정비돼 있어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고, 걷는 동안 자연의 웅장함과 현지 풍경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단순한 등산 여행이 아니라, ‘자연을 걷는 여행’을 선사하고자 해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해외 트레킹에 항상 직원이 따라갑니다. 일반 여행이 아니라 트레킹이잖아요.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기 때문에 현지 가이드는 물론 상황에 대처하고 인솔할 저희 직원이 필수입니다. 그래서 매 행사마다 출발부터 도착까지 함께 하는 인솔 가이드와 현지 가이드까지 두명의 가이드가 함께합니다. 



Q. 대표님께서도 국내외 트레킹에 자주 인솔로 나가시지요?

1년 치 스케줄을 미리 짜두고 거의 매주 나가고 있습니다.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하기 때문에 월별로, 계절별로 가야 할 곳이 다르고, 같은 장소도 시기에 따라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대표라고 꼭 해외만 가는 건 아니고, 제가 매달 정하는 여행지를 2박3일 정도 함께 가는 상품을 계속 출시하고 있습니다. 제가 가서 배낭 매는 거나 걷는 법 등 트레킹 교육, 팁도 알려 드리고요. 물론 해외여행 상품은 런칭할 때 제가 꼭 가이드로 갑니다. 승우여행사의 거의 모든 상품의 루트는 제가 다 다녀본 곳이지요.


Q. 트레킹 리더로서 필요한 자질이나 대표님 만의 노하우가 있을까요?

자질은 아니고요, 제가 승우여행사에 처음으로 입사했을 때, 아버지께서 저를 3년 동안 매주 무박 2일 정동진 여행에 인솔자로 내보내셨어요. 성수기에는 한 주에 두 번 다녀오기도 했고요. 다른 직원들은 더 좋은 곳을 가는데 나는 왜 여기만 가야 하나 아버지께 서운하기도 했고, 아까도 말씀드렸듯 승우여행사의 에티켓 문화가 정착하기 전까지는 손님들의 불만도 도맡아 해결해야 했어요.

그 시기를 지나며 알게 된 게 정말 많아요. 날씨나 고객들의 연령대, 성비에 따라 버스 안 분위기가 천차만별이에요. 그걸 굉장히 짧은 시간 내에 구분하고 파악해야 그날 여행을 잘 끌어 갈 수 있어요. 가이드로서 손님들을 억지로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손님과 함께 여행을 한다는 느낌으로 다녀야 해요. 언젠가 손님 한 분이 저에게 진짜 여행을 좋아해서 다니는 것 같다고 하신 적이 있어요. 가이드가 손님들보다 더 즐겁게 여행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손님들도 다 그걸 느끼시고, 저도 제가 지금 제대로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Q. 트레킹 여행을 시작해 보려는 분들, 망설이는 분들에게 조언을 해 주신다면요?

우선 본인이 얼마나 걸을 수 있는지 알아보시는 게 중요해요. 여행사 홈페이지의 여행 루트와 지도 앱을 비교하며 전체 길이와 고도차를 확인하셔야 해요. 거리가 짧고 고도가 낮은 길을 먼저 걸어보면서 자신을 파악해 보는 게 우선입니다. 보통 편한 산길이면 1km에 20분 정도 걸려요. 그걸 15분 만에 걸었으면 내가 생각보다 잘 걷는구나, 그 다음 단계를 걸어보는 거고요.

가장 중요한 점은 다른 사람의 속도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거예요. 산을 잘 탄다는 게 산을 빨리 탄다는 말은 절대 아니에요. 저희가 <3 Peaks Challenge>라는 상품을 만들었는데 2박3일 동안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산봉우리 3곳인 지리산, 한라산, 설악산을 오르는 상품이에요. 비행기도 타고 배도 타고 공식적인 수면 시간도 하룻밤뿐인데, 세 번 출발해서 낙오자 한 분 없이 모두 완주하셨어요. 어느 정도 단련이 된 분들이라면 천천히 걸어서 모두 해 내실 수 있어요. 또 하나, 장비나 신발에 너무 연연해하지 마시고요. 


Q. 이 가을에 떠나기 좋은 입문자용 상품을 추천해 주세요.

<내 무릎은 소중해>라는 테마가 있는데 무장애길이나 데크길을 다니며 풍경을 보는 데 집중하는 상품이에요. 또, 비수구미 마을에 가는 트레킹 상품도 입문자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비수구미 마을은 고개 정상에서 오지마을까지 6km 정도 걸어 내려가는 코스로, 풍경도 너무 좋아요. 

비수구미: http://bit.ly/4qCXXCH


철원의 고석정, 한탄강 주상절리 길도 추천해 드려요. 데크 위를 걸으며 주상절리의 절경을 보실 수 있어요.

주상절리: http://bit.ly/4oDNMvD


Q. 난이도 상관없이 가을에 꼭 가봐야 하는 곳도 추천해 주세요.

가을에는 설악산만 한 곳이 없어요. 한국 사람들은 단풍에 대한 기대치가 굉장히 높습니다. 그게 한국 단풍이 전 세계에서 내노라 할 만큼 아름답거든요. 해외는 단풍이 보통 다 노란데, 한국은 오색으로 찬란해요. 설악산은 초급자부터 최상급자가까지 다양한 루트가 있기 때문에 몇 번이고 다시 갈 수 있는 곳이에요. 그 외에도 내장산, 두타산, 무릉계곡, 이 가을에 가보시면 정말 좋아요.

설악산 케이블카코스: http://bit.ly/47JSjaf


겨울에는 눈꽃 트레킹을 하기 좋은 곳이 많은데, 초급자 분들에게는 강원도 선자령을 추천해 드려요. 설악산국립공원 내에 있는 오색주전골도 추천해 드리고요, 중급자 정도 되시면 흘림골에 가보시면 좋아요. 그리고 내장산에 유군치라는 고개가 있는데 작년에 오픈한 추령(산림박물관)에서 출발해 올라가면 쉽게 오를 수 있어요.

내장산(유군치): http://bit.ly/432NgiB


조계산에서 선암사에서 송광사로 넘어가는, 굴목이재라는 옛날길이 있는데 그곳도 참 좋습니다. 


Q. 향후 선보이실 새로운 상품 기획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의 자연을 볼 수 있는 여행을 준비하고 있어요. 한국이 사계절이 참 뚜렷한데 외국인들이 너무 도시 위주로만 보고 가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 다른 나라의 경치 좋은 곳에 비해 어떤 메리트가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고, 거의 다 하루 만에 다녀올 수 있다는 지리적 이점을 살리려고 해요. 외국인들을 위한 소규모 여행이 될 것 같습니다.





인터뷰 | 이주호 · 신태진
사진 | 이원근 대표 제공

4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