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여행으로 확장된 삶, 여행 유튜버이자 에세이스트 버드모이 인터뷰 #2

2025-11-28


:: 여행 유튜버 버드모이와의 인터뷰 첫 번째 편 먼저 읽기


여행 유튜버이자 에세이 작가 버드모이


Q. 아프리카를 총 몇 개국 가신 건가요?

에티오피아, 케냐, 탄자니아, 잠비아, 나미비아를 거쳐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내려왔어요. 원래는 이집트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육로로 가는 게 목표였는데 수단이 내전으로 국경을 걸어 잠가서 비행기를 타고 에티오피아에서 출발한 거예요. 탄자니아까지는 버스로, 잠비아는 타자라 열차로, 거기서 다시 나미비아까지는 비자 문제 때문에 비행으로 이동했어요. 나미비아에서는 다른 유튜버 분과 조인해 캠핑카를 타고 남아공으로 갔고요. 나라 안에서 돌아다닐 때는 시내버스도 많이 타고, 물가가 좀 저렴하면 우버 같은 택시도 많이 이용했어요. 


특히 에티오피아와 케냐 국경을 넘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국경 하나 차이로 도로와 시설이 확 바뀌고 인종도, 언어도 달라지더라고요. 그러다 보니까 케냐 국경 검문소에서도 에티오피아에서 오는 사람들을 철저히 검사했어요. 황열병 검사도 했고, 코로나가 끝난 지 한참 됐는데도 코로나 백신을 맞은 증명서도 내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아프리카 종주를 끝내자 엄청 후련했어요. 아프리카는 제 평생 감정 기복이 가장 심했던 대륙이었어요. 아시아인에다가 왜소하니까 사기를 치려는 사람들도 많아서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또 어떤 날은 너무나 순수하고 착한 사람들을 만나서 감동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감정이 널뛰기를 하니까 더 생동감이 느껴졌고,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많았던 여행이 되었지요.


에티오피아에서 무르시족과 함께 | 버드모이 제공


아프리카 여행을 마치고 나서는 다시는 아프리카에 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1년 정도 지난 지금에 와서는 기억이 미화가 됐나 봐요. 책을 쓰면서 “아, 그때 재미있었는데.” 이런 말을 많이 했어요. 또, 한 가지, 킬리만자로를 끝까지 등반하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아요. 언젠가 체력을 키워서 다시 가보고 싶다는 마음은 있습니다.


그런데 아프리카 여행을 끝내고 인도에 갔거든요? 몇 년 전 인도에 처음 갔을 때는 물갈이를 너무 심하게 해서 체중이 5kg이나 빠졌는데, 아프리카에서 넘어갔을 때는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현지 사람들과 장난치면서 놀고, 아프리카 덕분에 인도 여행이 더 쉽고 재미있어졌답니다.


인도 마이소르 궁전 | 버드모이 제공


Q. 아프리카 여행 중 80시간 이상 걸리는 타자라 열차를 타신 대목이 인상적이었어요. 그 기차 여행은 어땠나요?

타자라 열차는 탄자니아와 잠비아를 잇는 열차예요. 저는 탄자니아에서 잠비아의 빅토리아 폭포를 보기 위해 타자라 열차를 이용했어요. 홈페이지에는 50시간 걸린다고 쓰여 있지만, 후기를 보면 아무도 50시간 안에 간 사람이 없더라고요. 저는 그냥 2, 3일 안엔 가겠거니 마음을 편하게 먹었어요.


생각보다는 지저분하긴 했지만, 재미있었어요. 엄청 많은 사람들, 특히 아이들이 가득 타서 복작복작한 분위기가 있었어요. 에어컨이 없어서 창문을 열어두면 모래바람이 들어와 찝찝하기도 했지만, 어차피 씻지도 못하는 거 그냥 재미있게, 천천히 열차 여행을 즐기기로 했어요. 기억에 남는 게 승객들이 쓰레기를 다 창밖으로 버리더라고요. 기차 안에 쓰레기통이 있긴 한데 그것도 어차피 승무원들이 창밖으로 던져버려서 어디에 버리든 마찬가지더라고요.


이동 시간이 길다 보니 식사도 안에서 해결해야 하는데요, 현지인들은 큰 통에 밥이랑 치킨이랑 다 싸 와서 식사를 하고, 저도 음료나 주전부리 같은 것들은 미리 챙겨 갔어요. 라면도 한 봉지 가져갔고요. 식당 칸도 있어서 한 끼 6천 원 정도면 열차에서 식사도 가능했어요. 밥 엄청 많이 주고 치킨에 채소 조금, 아프리카 열차의 식단은 그렇답니다.


나미비아 왈비스 베이 | 버드모이 제공


Q. 걷는 여행, 백팩킹, 캠핑, 자동차 여행, 여행하는 방식도 다양하신데요. 각 여행이 어떤 차이가 있나요?

걷는 여행은 확실히 사람을 많이 만나요. 현지인도 그렇고 여행자도 그렇고,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생활 방식이나 여행 방식은 어떤지 많이 보고 느꼈어요.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도 많고요.


텐트를 짊어지고 여행하는 백팩킹은 코로나 기간 국내에서 시작했는데, 내친김에 산티아고 순례길에서도 도전했어요. 그런데 텐트를 치고 걷고 하며 다니는 여행이 쉽지는 않았어요. 특히 아침에 텐트를 걷으면 이슬이 내려서 무게가 엄청 늘어나 힘들더라고요.


코로나 기간 국토종주를 떠나서 | 버드모이 제공


요즘은 캠핑카나 렌터카로 다니는 로드 트립에 재미를 붙였어요. 아직 유튜브에는 업로드하지 않았는데, 차를 빌려서 노르웨이를 여행하며 제 여행지 마지막 100개국을 찍기도 했지요. 차로 하는 여행은 자율성이 가장 큰 장점이에요. 내가 멈추고 싶을 때 멈추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날 수 있다는 점이요. 자연에 들어가 그냥 잘 수도 있지요. 


Q. 국토 종주, 히말라야 등정, 킬리만자로 등정. 무언가에 도전할 때 완주 목표가 뚜렷하신 편인가요?

처음 세계여행을 할 때는 여행 자체가 목적이었기 때문에 조그마한 것도 다 재미있고 즐겁고 감동적이었어요. 그런데 여행 연차가 쌓이면서 뭘 봐도 감동을 받는 포인트가 점점 줄어들더라고요. 그래서 목표를 세우기로 했어요. 목표가 있으면 동기가 생기고, 그게 저를 움직이게 하니까요. 히말라야는 처음부터 등정이 목표였고, 산티아고 순례길도 800km를 다 걷겠다는 목표가 있긴 했지만 걷다 보니 걷는 행위 자체가 너무 즐거웠어요.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좋아서 나중엔 정말 천천히 걸었고, 어떤 마을에서는 그냥 하루 더 쉬기도 했지요.


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 버드모이 제공


킬리만자로는 체력 문제로 아쉽게도 100m를 앞두고 포기해야 했지만, 확실히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이에요. 이렇게 걸어도 아직 무릎은 괜찮습니다. 실제로 코로나 기간에 운동을 시작해서 체력은 20대보다 지금 훨씬 좋아요. 


Q. 그래도 휴식이 필요하지 않나요?

어느 순간 퓨즈가 딱 끊기는 시기가 있긴 해요. 불처럼 여행을 다니다가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아예 방을 한 달 렌트를 해서 아무것도 안 해요. 조지아에서 한 달 살 때도 한 번에 장을 잔뜩 보고는 일주일 넘게 밖에 안 나가기도 했어요. 그럴 때는 영상도 안 찍고 매일 요리만 해 먹으며 에너지를 충전하지요. 


영덕에서 | 버드모이 제공


Q. 버드모이 님은 단순히 여행만 다니시는 게 아니라 유튜브를 위해 촬영도 하시고 편집도 하십니다. 여행과 병행하기에 어렵지는 않으신가요?

시작할 때는 여행을 다니며 영상을 찍는다는 게 어색하고 적응이 안 됐어요. 힘들어서 놓치는 장면도 많았고요. 하지만 유튜브를 직업으로 생각하면서 점점 적응이 되어 갔어요. 특히 편집에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니까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는데, 여행 중에도 하루 두세 시간 편집에 몰두하는 루틴을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몇 년 차가 되니까 익숙해져서 지금은 그 시간만큼은 딱 집중할 수 있어요.


Q. 유튜브를 하실 때, 원칙 같은 것도 세우셨나요?

저는 영상을 찍을 때 날것 같은 현장감을 보여주는 걸 1순위로 둬요. 그래서 어떤 분들은 불편하실 수도 있어요. 영상에 현지인과 막 싸운다거나 감정적으로 동요를 하는 모습을 그대로 내보내기도 하고, 이런 건 잘못됐다고 똑 부러지게 말하기도 하니까요. 가끔 그럴 거면 여행을 하지 말지 왜 이렇게 불평, 불만이 많으냐는 댓글이 달리기도 해요. 하지만 예쁜 것만 보여주는 것은 진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현장에서 나오는 모든 감정을 담으려고 노력합니다.


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

언제나 여행 중, 언제나 촬영 중 | 버드모이 제공


Q. 유튜브를 위해 기획해서 가는 여행과 그냥 떠나는 여행의 차이가 있나요?

저도 유튜브를 잘해봐야겠다는 마음에 영상을 기획해 한 나라만 가서 촬영한 적이 있어요. 이런 기획이 조회수는 잘 나올 수 있는데, 자괴감이 큰 거예요. 내가 여행을 하는 게 아니라 진짜 일로 와서 영상만 찍고 있네, 계속 이런 식으로 하다가는 유튜브를 오래 할 수 없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이후로는 다시 제가 하고 싶은 여행을 하고 있어요. 여행의 비율과 유튜브의 비율을 6대 4나 7대 3 정도로 가져가고 있지요.


중앙아시아를 돌기 위해 카자흐스탄을 여행한 적이 있어요. 카자흐스탄에는 우슈토베라고 고려인들이 제일 처음 정착한 지역이 있는데, 거기에 교회를 만들고 고려인들을 도와주면서 사시는 한국인 한 분이 계세요. 진짜 시골 마을이라 여행으로는 아무도 가지 않는 곳이지만, 이분들의 삶을 유튜브를 통해서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찾아갔어요. 유튜브를 위해 기획해 간 여행인 건데요, 우연히 고려인분들도 만나 국시도 같이 먹고, 그 안에서 재미있는 일들이 생겼어요.


눈 내린 모스크바 | 버드모이 제공


Q. 버드모이님의 여행을 『어디가 좋은지 몰라서 다 가 보기로 했다』라는 책으로 쓰셨는데, 글을 쓰는 건 영상을 찍는 일과 어떻게 달랐나요?

아프리카 여행을 마치고 제 여행기를 담은 책을 쓰고 싶었어요. 마침 포르체 출판사와 연이 닿아 출간 작업에 들어갔지요. 처음엔 글 쓰는 사람이 아니니까 한 문장을 적으려고만 해도 머리가 새하얘졌어요. 그래서 집필부터 출간까지 1년 반에서 2년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2500일의 여행이다 보니 모든 에피소드를 넣을 수는 없었고, 여행에서 제게 변화가 찾아왔다거나 위기를 맞이했다거나 그런 전환점을 위주로 선별했어요. 예를 들어 영국 워킹홀리데이만 1년 넘게 했는데 그걸 상세히 쓰기에는 책이 너무 길어지니까 독자분들이 궁금해할 만한 소재 위주로 추려서 넣은 식이지요. 또, 유튜브에는 올리지 못했던 건데요, 에티오피아를 여행할 때 거리에서 시신을 마주한 경험은 책이라서 담을 수 있었어요. 당시의 제 심정도 술회할 수 있었고요.


이렇게 책을 쓰다 보니 영상과 글이 정말 다르다는 걸 알게 됐어요. 영상은 현장감을 중요하게 여기고 기획도 거의 하지 않지만, 글은 제 경험을 정제하고 또 정제해서 써야 했으니까요. 덕분에 제가 느꼈던 감정의 변화나 깨달음 같은 것들이 더 자세하고 솔직하게 전달된 것 같아요.



Q. 처음 세계여행을 시작하셨을 때와 지금 여행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진 않으셨나요?

처음 세계여행은 사실 세계여행을 해야겠다고 작정하고 출발한 것도 아니었고, 유튜브를 업으로 삼겠다는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진짜 물 흐르듯 떠난 여행이었어요. 그때의 저는 세계 배낭여행자였던 거지요.


그런데 지금은 유튜브라는 직업을 갖고 경제활동을 하면서 다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삶, 강연도 하고 이렇게 책도 쓸 수 있는 삶으로 확장되었어요. 여행이 곧 제 삶이나 다름없으니 이제는 생활 여행자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필리핀 보홀 | 버드모이 제공


Q. 앞으로의 여행 계획이나 준비하는 프로젝트가 있으신가요?

제가 최근에 북유럽을 다녀왔어요. 노르웨이가 제가 여행한 100번째 나라였는데, 책에 100개국을 여행했다는 문구가 들어가니까 정말 100개국을 찍고 출간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다녀온 거예요. 가까운 계획으로는 그 북유럽 여행을 유튜브를 통해 선보일 예정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내년에 1년 정도 이어지는 긴 여행도 염두에 두고 있으나 아직은 고민 중이에요. 그리고 계속 여행을 다니다 보니까 정착에 대한 욕구도 점점 커지고 있어서 어떤 나라, 어떤 도시가 나와 맞을까 물색하고 있어요. 발리, 스리랑카, 멕시코, 포르투갈 중 한 곳이 어떨까 해요. 어디가 됐든 외국에 정착하게 되면 거기서 다시 지금 업을 이어 나가며 새로운 도전을 해보려고 합니다.





인터뷰 | 이주호 · 신태진
인터뷰 사진 | 신태진
버드모이 유튜브 채널 | https://www.youtube.com/@Birdm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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