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셀프 트래블>이 출간이 된 지 10년, 그간 네 번의 개정을 거쳤습니다. 스위스 가이드북의 저자이자 루체른 시의 리기 산, 루체른 호수를 홍보하는 맹현정 작가님을 만나 가이드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왜 계속해서 개정되어야 하는지, 스위스 여행은 어떻게 하면 좋은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모두가 꿈꾸지만 여행의 문턱이 높을 것 같아 망설이게 되는 스위스 여행과 조금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맹현정 작가
Q. 『스위스 셀프 트래블』첫 발간 이후 벌써 네 번의 개정을 거쳤더군요.
지금 보니까 2015년에 첫 책이 나왔더라고요. 그 이후 네 번 개정판이 나왔는데, 사실 앞으로의 과정이 의문이긴 해요. 출판사에서도 스위스 편에 자부심도 가져 주시고 어떻게든 개정을 이어 나가려고 하는데, 지금 시대에 과연 인쇄된 책이 필요할지, 인쇄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게 맞을지 저로서도 의문이 많이 들어요. 그래도 일단 12월부터 개정 작업을 시작할 거예요. 출판사에서는 여행지로서 한국의 아름다움을 담은 가이드북을 아마존에 소개하고 있는데, 이렇게 특별한 시도를 통해 판매 시장을 좀 더 다변화해 보려고 해요.

『스위스 셀프 트래블』, 상상출판
Q. 스위스는 전반적으로 변화가 없는 나라 같은데 개정이 계속 이어지는 이유가 있나요?
완전 신판을 소개하기보다는, 페이지 수는 유지하되 그 안에서 지역을 살짝살짝 바꾸거나 비중에 변화를 두는 작업을 계속해 왔어요. 작가가 판단하기에 미래의 여행지로써 각광을 받을 수 있는 지역을 추가하거나 그 반대로 덜어내거나 하는 방식으로요. 스위스가 트렌드에 민감한 지역은 아니에요. 스위스 레스토랑들은 한국으로 말하자면 ‘백년가게’스러운 노포가 굉장히 많고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런던, 베를린 같지는 않아요.
그런 면에서 작가로서 굉장히 편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한국 소비자의 트렌드를 무시하면서 작가의 방향만 고집할 수는 없어요. 융프라우에 이어 체르마트가 비중 있는 여행지로 부각되었고, 최근 스위스가 겨울 여행지로도 바이럴을 타고 있어 리더알프나 베트머알프가 눈꽃 여행지로 서서히 부상하고 있지요. 이런 흐름을 가이드북에 담아 내려고 애쓰고 있어요. 이미 널리 알려진 여행지라도 시각을 달리해서 새롭게 즐기는 방법을 알려드리고, 관광객의 손길이 덜 탄 숨겨진 장소를 찾아 한국 여행자들에게 알리는 것 또한 저의 미션인 것 같기도 해요.
스위스의 상징 에델바이스
숙박지를 알려드리는 것도 꽤 중요하다고 할 수 있어요. 그린델발트 같은 경우 관광객이 포화 상태라 숙소 잡기가 매우 어려워요. 대신 이곳보다 더 산악 마을인 벵엔으로 숙박지를 옮겨도 현실적으로 전혀 어려움이 없어요. 아니면 교통이 편한 근거리 도시 지역으로 숙소를 추천해 드리기도 해요. 트렌드를 반영한다는 건 어떤 지역에 방점을 둔다는 게 아니라 관광객으로 포화 상태인 지역에서 벗어나 한국 여행자들이 합리적인 비용으로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는 대체 숙박지를 찾아내 소개한다는 것이기도 하지요.
이 책은 공저자가 있는데, 그분이나 저나 스위스를 거의 사십 회 이상 다녀왔고, 본의 아니게 스위스 관광청 출신이기 때문에 소도시라든가 아니면 중심지에서 조금 떨어진 예쁜 지역을 굉장히 많이 알고 있어요. 예전에는 그런 정보를 책에 녹이는 게 너무 섣부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제는 한국의 여행 문화가 열려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저희가 아직 공개하지 않은 히든 플레이스를 소개하기 적합한 때가 온 것 같아요.
Q. 지금도 스위스 관련 일을 하고 계시죠?
네, 저는 지금 루체른 지역에 있는 리기 산과 루체른 호수 유람선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어요. Representative라고 하는데, 대표 사무소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제 주된 일은 여행사와 여행 업계에서 일하시는 분들께 저희 지역과 상품을 알리고 고객에게 판매될 수 있도록 하는 일이에요. 스위스 관광청과 공동 프로젝트도 많이 하고요.

리기 산 전경
Q. 리기 산은 어떤 곳인가요?
리기는 여왕의 산이라고 불려요. 여왕의 산이라는 타이틀을 스위스 사람들이 아무 산에나 주지는 않겠지요. 왕자의 산도, 왕의 산도 없어요. 여왕이라는 말이 주는 신비함과 여성이 주는 포근함, 친근함이 있잖아요. 구체적인 이벤트는 1868년에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리기 산을 방문한 일이에요. 그 당시로서는 세계의 반을 군림하는 영국의 여왕이 스위스까지 여행을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놀라운 일이었어요. 그때를 계기로 스위스에서 여행 산업이 폭발적으로 발전해요. 스위스에 가시게 되면 빅토리아 스트리트, 빅토리아 호텔, 빅토리아 카페, 빅토리아 분수 등 빅토리아가 붙은 고유명사를 굉장히 많이 보실 거예요. 여왕이 방문한 사건의 확장성이 스위스 여행 산업에 굉장히 많은 발전을 일으켰던 거지요. 리기 산을 오를 때 빅토리아 여왕은 가마와 당나귀를 탔다고 하는데, 여왕이 주는 이미지와 리기 산의 이미지가 딱 맞았던 것 같아요.

리기 산 정상, 리기쿨름
리기는 마테호른이나 융프라우처럼 높은 산은 아니에요. 1800미터가 채 안 돼요. 하지만 루체른 지역에 살고 있는 분들은 리기 산을 엄마의 산으로 여겨요. 그 산을 터전 삼아 목축업, 농업을 하시는 주민들이 있으세요. 산에서는 굉장히 드물게도 조그마한 학교까지 있어요. 다니는 아이들은 몇 명 없지만, 주민 분들은 이 학교를 유지하기 위해 1년에 몇 번씩 장을 열어 기금을 마련하고 커뮤니티 유지를 위해서 굉장히 노력하세요.
리기는 유럽 최초로 산악 열차가 놓인 지역이기도 해요. 1871년도에 비츠나우 – 리기 쿨름 구간 산악 열차를 개통했는데, 그 당시의 기술력을 집약해 놓은 가장 정통성 있는 산악열차라고 할 수 있지요.
어떻게 보면 리기에는 고집스럽게 스위스다움을 지켜가는 사람들이 살고 있고 그래서 스위스의 정통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생각이 강해요. 리기 산이 자본력이 딸려서 개발을 미루는 것이 아니에요. 스위스의 많은 산들이 시설을 현대화하기 위해 상당한 투자가 이루어지는 걸 보면서도 이곳 주민들은 리기만은 안 된다고 생각해요. 리기는 스위스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산이기 때문에 이 모습 그대로 지켜야 한다고 하시지요. 리기를 여행한다는 건 단순한 관광지를 찾아 가는 게 아니라 스위스 본연의 모습을 보러 가는 것이기도 해요.

목축업자 알프케제렌홀츠-프란츠 토니와 리기 산 주민들
Q. 루체른 호수에 대해서도 알려주세요.
제가 담당하고 있는 루체른 호수 유람선 회사는 1836년에 설립한 회사예요. 정말 까마득한 옛날이지요. 스위스에는 호수만 있지 바다가 없어요. 호수들이 워낙 크기 때문에 바다가 없어도 아쉬움이 덜하죠. 루체른 호수 유람선 회사가 스위스 내륙을 운행하는 회사 중에서 가장 큰 회사라고 할 수 있지요. 요즘운행이 안정적이지 않은 한강 버스가 이슈화 되고 있잖아요, 그런데 루체른 호수의 선박들은 단순한 관광선이 아니에요.
지도를 보시면, 호수 주변에 마을과 소도시들이 점점이 있어요. 한 마을에서 호수 반대편 마을까지 차로 가려면 굉장한 거리를 돌아가야 하잖아요. 그런데 호수 유람선을 타면 직선 거리로 갈 수 있어요. 이 배들은 루체른에 살고 있는 분들의 이동 수단이자, 이 지역을 찾아오시는 분들에게는 관광 수단이 되는 거지요. 루체른 호수 유람선을 타시면 가장 많은 현지인들을 보실 수 있어요.

바우엔 선착장에서 촬영한 루체른 호수 유람선(증기선)
특징이라면, 루체른 호수 주변으로 유명한 산이 굉장히 많아요. 리기도 루체른 호수를 끼고 있고, 다른 산악여행지인 필라투스, 슈탄서호른, 슈토스까지 호수와 인접해 있어요. 산으로 하이킹을 왔다가 유람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유람선 데크에서 맥주를 마신다든가 간단한 음료를 즐기는 모습을 보면 이래서 스위스 사람들이 삶의 만족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어요. 루체른 호수 주변은 스위스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지역이고, 가장 살고 싶어 하는 지역이기도 해요.

루체른 호수 유람선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맥주
Q. 유람선을 타고 바라보는 풍경만으로도 굉장한 여행이 될 것 같아요.
네, 보통 호수 하면 동그랗거나 약간 길쭉하거나 전형적으로 그려지는 모습이 있잖아요. 그런데 루체른 호수는 빙하가 훑고 간 지형이라 굉장히 거친 모습을 하고 있어요. 특히 호수 폭이 좁아지는 브룬넨에서 플뤼엘렌까지 이어지는 호수 지역은 북유럽의 피오르드와 똑같은 장면을 연출해요. 그래서푄현상도있고요. 요즘 환율도 안 좋고 현지 물가도 비싸니까 스위스 오신 김에 북유럽까지 다 즐기고 가시라고, 저는 요즘 그렇게 밀고 있어요.
루체른 호수 유람선 1등석 데크
Q. 루체른 시 전체로 봐도 스위스다움이라는 의미가 있나요?
스위스 사람들뿐 아니라 저도 루체른 지역에 자부심이 굉장히 높은데, 스위스 정식 국명을 스위스 연방이라고 하잖아요. 스위스 연방이 태동한 곳이 바로 루체른이에요. 뤼틀리라는 초원 지대가 있어요. 실제로 보면 풀밭같이 보이기도 하는데, 1291년 루체른 호수 주변의 3개 주가 이곳에 모여서 서약을 맺어요. 더 이상 합스부르크가에 희생되지 말고 우리끼리 힘을 합해 대항에 보자고요. 그러면서 맥락을 같이하는 이야기가 바로 빌헬름 텔이에요.
합스부르크 가문도 사실 스위스 동북부 지역의 이름없는 성주인데, 어쩌다 보니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가 된 거예요. 아이러니하게도 가문의 시작점인 스위스를 압박해 온 거고, 그때 빌헬름 텔 전설이 탄생하지요. 독일의 희곡 작가 프리드리히 실러가 기존에 설화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를 희곡으로 집필해서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는데, 이런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루체른을 꼭 여행해야 하는 한 가지 이유가 되기도 하지요.

루체른 호수 전경. 유람선 우측으로 뤼틀리(스위스 연방 탄생지)가 보인다.
Q. 그래서 가이드북에 소개된 스위스 여행 코스가 다 루체른에서 시작되는 거군요.
보통 여행사분들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사실 스위스는 한국의 반 정도 되는 아주 작은 나라잖아요. 대한항공이나 스위스 항공을 타고 취리히에 도착하시면 대략 오후 5시 정도 돼요. 이러면 취리히에 머무셔도 되는데, 한국 여행자들은 부지런한 편이라 도착 당일에 루체른까지 1시간 정도 이동하셔서 숙박하는 경우가 많아요.
코치 여행을 하든, 기차 여행을 하든 모든 교통이 루체른을 중심으로 사통팔달 연결돼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여행 일정을 짤 때 루체른을 시작지점으로 계획하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워터타워, 카펠교, 필라투스가 한눈에 들어오는 루체른 시내 풍경
스위스 전도를 보면 루체른 지역은 스위스 정중앙은 아니지만 그 일대가 프리 알프스 지역이라 체력적으로 무리가 없어요. 루체른 지역에서 남부로 내려가면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알프스가 시작되지요. 옛날에는 산악터널을 뚫는 기술이 부족해서 알프스 산악 지대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으니 루체른 지역이 발전할 수밖에 없었던 거예요. 지금은 고타드 터널이 있어서 스위스 중부와 남부, 이탈리아까지 굉장히 빠른 시간에 연결되지만 고타드 터널이 생기기 전에는 정말 첩첩산중을 넘어가야 했어요. 그래서 이 지역이 딱 중심이 됐던 거지요.
:: 맹현정 작가와의 인터뷰는 2편으로 이어집니다.
인터뷰 | 이주호 · 신태진
<스위스 셀프 트래블>이 출간이 된 지 10년, 그간 네 번의 개정을 거쳤습니다. 스위스 가이드북의 저자이자 루체른 시의 리기 산, 루체른 호수를 홍보하는 맹현정 작가님을 만나 가이드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왜 계속해서 개정되어야 하는지, 스위스 여행은 어떻게 하면 좋은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모두가 꿈꾸지만 여행의 문턱이 높을 것 같아 망설이게 되는 스위스 여행과 조금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Q. 『스위스 셀프 트래블』첫 발간 이후 벌써 네 번의 개정을 거쳤더군요.
지금 보니까 2015년에 첫 책이 나왔더라고요. 그 이후 네 번 개정판이 나왔는데, 사실 앞으로의 과정이 의문이긴 해요. 출판사에서도 스위스 편에 자부심도 가져 주시고 어떻게든 개정을 이어 나가려고 하는데, 지금 시대에 과연 인쇄된 책이 필요할지, 인쇄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게 맞을지 저로서도 의문이 많이 들어요. 그래도 일단 12월부터 개정 작업을 시작할 거예요. 출판사에서는 여행지로서 한국의 아름다움을 담은 가이드북을 아마존에 소개하고 있는데, 이렇게 특별한 시도를 통해 판매 시장을 좀 더 다변화해 보려고 해요.
『스위스 셀프 트래블』, 상상출판
Q. 스위스는 전반적으로 변화가 없는 나라 같은데 개정이 계속 이어지는 이유가 있나요?
완전 신판을 소개하기보다는, 페이지 수는 유지하되 그 안에서 지역을 살짝살짝 바꾸거나 비중에 변화를 두는 작업을 계속해 왔어요. 작가가 판단하기에 미래의 여행지로써 각광을 받을 수 있는 지역을 추가하거나 그 반대로 덜어내거나 하는 방식으로요. 스위스가 트렌드에 민감한 지역은 아니에요. 스위스 레스토랑들은 한국으로 말하자면 ‘백년가게’스러운 노포가 굉장히 많고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런던, 베를린 같지는 않아요.
그런 면에서 작가로서 굉장히 편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한국 소비자의 트렌드를 무시하면서 작가의 방향만 고집할 수는 없어요. 융프라우에 이어 체르마트가 비중 있는 여행지로 부각되었고, 최근 스위스가 겨울 여행지로도 바이럴을 타고 있어 리더알프나 베트머알프가 눈꽃 여행지로 서서히 부상하고 있지요. 이런 흐름을 가이드북에 담아 내려고 애쓰고 있어요. 이미 널리 알려진 여행지라도 시각을 달리해서 새롭게 즐기는 방법을 알려드리고, 관광객의 손길이 덜 탄 숨겨진 장소를 찾아 한국 여행자들에게 알리는 것 또한 저의 미션인 것 같기도 해요.
숙박지를 알려드리는 것도 꽤 중요하다고 할 수 있어요. 그린델발트 같은 경우 관광객이 포화 상태라 숙소 잡기가 매우 어려워요. 대신 이곳보다 더 산악 마을인 벵엔으로 숙박지를 옮겨도 현실적으로 전혀 어려움이 없어요. 아니면 교통이 편한 근거리 도시 지역으로 숙소를 추천해 드리기도 해요. 트렌드를 반영한다는 건 어떤 지역에 방점을 둔다는 게 아니라 관광객으로 포화 상태인 지역에서 벗어나 한국 여행자들이 합리적인 비용으로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는 대체 숙박지를 찾아내 소개한다는 것이기도 하지요.
이 책은 공저자가 있는데, 그분이나 저나 스위스를 거의 사십 회 이상 다녀왔고, 본의 아니게 스위스 관광청 출신이기 때문에 소도시라든가 아니면 중심지에서 조금 떨어진 예쁜 지역을 굉장히 많이 알고 있어요. 예전에는 그런 정보를 책에 녹이는 게 너무 섣부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제는 한국의 여행 문화가 열려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저희가 아직 공개하지 않은 히든 플레이스를 소개하기 적합한 때가 온 것 같아요.
Q. 지금도 스위스 관련 일을 하고 계시죠?
네, 저는 지금 루체른 지역에 있는 리기 산과 루체른 호수 유람선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어요. Representative라고 하는데, 대표 사무소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제 주된 일은 여행사와 여행 업계에서 일하시는 분들께 저희 지역과 상품을 알리고 고객에게 판매될 수 있도록 하는 일이에요. 스위스 관광청과 공동 프로젝트도 많이 하고요.
리기 산 전경
Q. 리기 산은 어떤 곳인가요?
리기는 여왕의 산이라고 불려요. 여왕의 산이라는 타이틀을 스위스 사람들이 아무 산에나 주지는 않겠지요. 왕자의 산도, 왕의 산도 없어요. 여왕이라는 말이 주는 신비함과 여성이 주는 포근함, 친근함이 있잖아요. 구체적인 이벤트는 1868년에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리기 산을 방문한 일이에요. 그 당시로서는 세계의 반을 군림하는 영국의 여왕이 스위스까지 여행을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놀라운 일이었어요. 그때를 계기로 스위스에서 여행 산업이 폭발적으로 발전해요. 스위스에 가시게 되면 빅토리아 스트리트, 빅토리아 호텔, 빅토리아 카페, 빅토리아 분수 등 빅토리아가 붙은 고유명사를 굉장히 많이 보실 거예요. 여왕이 방문한 사건의 확장성이 스위스 여행 산업에 굉장히 많은 발전을 일으켰던 거지요. 리기 산을 오를 때 빅토리아 여왕은 가마와 당나귀를 탔다고 하는데, 여왕이 주는 이미지와 리기 산의 이미지가 딱 맞았던 것 같아요.
리기 산 정상, 리기쿨름
리기는 마테호른이나 융프라우처럼 높은 산은 아니에요. 1800미터가 채 안 돼요. 하지만 루체른 지역에 살고 있는 분들은 리기 산을 엄마의 산으로 여겨요. 그 산을 터전 삼아 목축업, 농업을 하시는 주민들이 있으세요. 산에서는 굉장히 드물게도 조그마한 학교까지 있어요. 다니는 아이들은 몇 명 없지만, 주민 분들은 이 학교를 유지하기 위해 1년에 몇 번씩 장을 열어 기금을 마련하고 커뮤니티 유지를 위해서 굉장히 노력하세요.
리기는 유럽 최초로 산악 열차가 놓인 지역이기도 해요. 1871년도에 비츠나우 – 리기 쿨름 구간 산악 열차를 개통했는데, 그 당시의 기술력을 집약해 놓은 가장 정통성 있는 산악열차라고 할 수 있지요.
어떻게 보면 리기에는 고집스럽게 스위스다움을 지켜가는 사람들이 살고 있고 그래서 스위스의 정통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생각이 강해요. 리기 산이 자본력이 딸려서 개발을 미루는 것이 아니에요. 스위스의 많은 산들이 시설을 현대화하기 위해 상당한 투자가 이루어지는 걸 보면서도 이곳 주민들은 리기만은 안 된다고 생각해요. 리기는 스위스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산이기 때문에 이 모습 그대로 지켜야 한다고 하시지요. 리기를 여행한다는 건 단순한 관광지를 찾아 가는 게 아니라 스위스 본연의 모습을 보러 가는 것이기도 해요.
목축업자 알프케제렌홀츠-프란츠 토니와 리기 산 주민들
Q. 루체른 호수에 대해서도 알려주세요.
제가 담당하고 있는 루체른 호수 유람선 회사는 1836년에 설립한 회사예요. 정말 까마득한 옛날이지요. 스위스에는 호수만 있지 바다가 없어요. 호수들이 워낙 크기 때문에 바다가 없어도 아쉬움이 덜하죠. 루체른 호수 유람선 회사가 스위스 내륙을 운행하는 회사 중에서 가장 큰 회사라고 할 수 있지요. 요즘운행이 안정적이지 않은 한강 버스가 이슈화 되고 있잖아요, 그런데 루체른 호수의 선박들은 단순한 관광선이 아니에요.
지도를 보시면, 호수 주변에 마을과 소도시들이 점점이 있어요. 한 마을에서 호수 반대편 마을까지 차로 가려면 굉장한 거리를 돌아가야 하잖아요. 그런데 호수 유람선을 타면 직선 거리로 갈 수 있어요. 이 배들은 루체른에 살고 있는 분들의 이동 수단이자, 이 지역을 찾아오시는 분들에게는 관광 수단이 되는 거지요. 루체른 호수 유람선을 타시면 가장 많은 현지인들을 보실 수 있어요.
바우엔 선착장에서 촬영한 루체른 호수 유람선(증기선)
특징이라면, 루체른 호수 주변으로 유명한 산이 굉장히 많아요. 리기도 루체른 호수를 끼고 있고, 다른 산악여행지인 필라투스, 슈탄서호른, 슈토스까지 호수와 인접해 있어요. 산으로 하이킹을 왔다가 유람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유람선 데크에서 맥주를 마신다든가 간단한 음료를 즐기는 모습을 보면 이래서 스위스 사람들이 삶의 만족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어요. 루체른 호수 주변은 스위스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지역이고, 가장 살고 싶어 하는 지역이기도 해요.
루체른 호수 유람선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맥주
Q. 유람선을 타고 바라보는 풍경만으로도 굉장한 여행이 될 것 같아요.
네, 보통 호수 하면 동그랗거나 약간 길쭉하거나 전형적으로 그려지는 모습이 있잖아요. 그런데 루체른 호수는 빙하가 훑고 간 지형이라 굉장히 거친 모습을 하고 있어요. 특히 호수 폭이 좁아지는 브룬넨에서 플뤼엘렌까지 이어지는 호수 지역은 북유럽의 피오르드와 똑같은 장면을 연출해요. 그래서푄현상도있고요. 요즘 환율도 안 좋고 현지 물가도 비싸니까 스위스 오신 김에 북유럽까지 다 즐기고 가시라고, 저는 요즘 그렇게 밀고 있어요.
Q. 루체른 시 전체로 봐도 스위스다움이라는 의미가 있나요?
스위스 사람들뿐 아니라 저도 루체른 지역에 자부심이 굉장히 높은데, 스위스 정식 국명을 스위스 연방이라고 하잖아요. 스위스 연방이 태동한 곳이 바로 루체른이에요. 뤼틀리라는 초원 지대가 있어요. 실제로 보면 풀밭같이 보이기도 하는데, 1291년 루체른 호수 주변의 3개 주가 이곳에 모여서 서약을 맺어요. 더 이상 합스부르크가에 희생되지 말고 우리끼리 힘을 합해 대항에 보자고요. 그러면서 맥락을 같이하는 이야기가 바로 빌헬름 텔이에요.
합스부르크 가문도 사실 스위스 동북부 지역의 이름없는 성주인데, 어쩌다 보니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가 된 거예요. 아이러니하게도 가문의 시작점인 스위스를 압박해 온 거고, 그때 빌헬름 텔 전설이 탄생하지요. 독일의 희곡 작가 프리드리히 실러가 기존에 설화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를 희곡으로 집필해서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는데, 이런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루체른을 꼭 여행해야 하는 한 가지 이유가 되기도 하지요.
루체른 호수 전경. 유람선 우측으로 뤼틀리(스위스 연방 탄생지)가 보인다.
Q. 그래서 가이드북에 소개된 스위스 여행 코스가 다 루체른에서 시작되는 거군요.
보통 여행사분들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사실 스위스는 한국의 반 정도 되는 아주 작은 나라잖아요. 대한항공이나 스위스 항공을 타고 취리히에 도착하시면 대략 오후 5시 정도 돼요. 이러면 취리히에 머무셔도 되는데, 한국 여행자들은 부지런한 편이라 도착 당일에 루체른까지 1시간 정도 이동하셔서 숙박하는 경우가 많아요.
코치 여행을 하든, 기차 여행을 하든 모든 교통이 루체른을 중심으로 사통팔달 연결돼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여행 일정을 짤 때 루체른을 시작지점으로 계획하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워터타워, 카펠교, 필라투스가 한눈에 들어오는 루체른 시내 풍경
스위스 전도를 보면 루체른 지역은 스위스 정중앙은 아니지만 그 일대가 프리 알프스 지역이라 체력적으로 무리가 없어요. 루체른 지역에서 남부로 내려가면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알프스가 시작되지요. 옛날에는 산악터널을 뚫는 기술이 부족해서 알프스 산악 지대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으니 루체른 지역이 발전할 수밖에 없었던 거예요. 지금은 고타드 터널이 있어서 스위스 중부와 남부, 이탈리아까지 굉장히 빠른 시간에 연결되지만 고타드 터널이 생기기 전에는 정말 첩첩산중을 넘어가야 했어요. 그래서 이 지역이 딱 중심이 됐던 거지요.
:: 맹현정 작가와의 인터뷰는 2편으로 이어집니다.
인터뷰 | 이주호 · 신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