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동심을 만나는 가게, 꿈동산 동심쇼핑센터 정영민 대표

2025-12-19


고물이 보물, 어른이 대공원, 참 이상한 단어 조합입니다. 고물이 어떻게 보물이 되는 것일까요? 어린이 대공원이 아닌 어른이 대공원에는 어떤 놀이가 있을까요? 이 어긋난 단어 조합이 우리 어른의 삶에 얼마나 다행스러운 조화와 균형을 만들어 주는지, 일찌감치 추억을 곱씹으며 사는 재미를 간파했던 사람이 있습니다. 동묘 빈티지 시장에서 온전히 청춘을 보내며 우리 눈에 잠시 잊혔던 물건들을 차곡차곡 모아 온 사람, 강원도, 제주도에 고물 천국을 벌여 놓았다 다시 동대문으로 돌아온 사람, 그리하여 아직 덜 자랐다고 느끼는, 어른 노릇에 지친 나이 든 어린이들을 위해 동심을 발산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준 사람, 동심 쇼핑센터 정영민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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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꿈동산, 동심쇼핑센터는 어떤 공간인가요?

추억과 동심을 만나는 공간입니다. 제가 소품 관련 일을 25년 정도 했는데, 영화, 뮤지컬, 박물관의 이색 테마 공간들을 소품으로 꾸미는 일을 하다가 2015년 즈음 어른이대공원이라는, 고물이 보물이 될 수 있다는 콘셉트로 추억 전문 공간을 차렸어요. 제가 처음 빈티지 물건들을 수집하면서 꿈꿨던 게 영화 <시네마 천국>에 나오는 극장을 닮은 공간에다 추억 박물관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강원도 고성에 그런 추억 테마 공간 열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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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세 살 되기까지 사업을 너무 벌여 놔서 아이와 놀아줄 시간이 없었어요. 아빠로서 열심히만 살아야겠다는 생각만 했지 공감하면서 살아가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어요. 그러다 코로나 시기가 왔고, 마침 제가 펼쳐 놓은 공간을 매각할 의사가 없냐는 문의가 왔을 때, 정말 고민을 많이 했지만, 주변에서 다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 했지만, 제 꿈만 좇다가 가장 소중한 시간을 놓칠 수 있을 것 같아 정리를 하기로 했어요.


이후 아이와 전국 일주를 하고, 14개국 여행을 다녔고, 그 여행에서 동심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됐어요. 다시 추억 상점을 차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장소를 물색하다가 동대문 장난감 거리에 있는 이 공간을 발견하게 됐어요. 제가 가장 잘하는 일로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꾸미고 싶었어요. 동심이라는 키워드를 살려 꿈동산, 동심 쇼핑센터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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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 업계에는 어떻게 발을 들여 놓게 됐나요?

고등학교 때부터 청계천 풍물시장을 다녔어요. 청계천 대신 청계고가가 있던 시절이에요. 어머니가 자격증을 따라고 신설동 근처에 있는 자격증 학원을 보냈는데, 공부는 안 하고 근처에 있는 풍물시장에 빠지게 됐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수집을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이 일에 뛰어 든 건 대학교부터예요. 

처음 수집을 시작했을 때는 이게 다 정말로 가치가 없는 물건들이었어요. 매주 일요일 전국 골동품 상인들이 청계 고가 밑에 모여서 물건을 사고 팔았는데, 그때는 다들 조선시대 물건을 취급했어요. 특히 그림 같은 것들이 추앙받았지요. 근현대 생활사에 관련한 물건들은 다 쓰레기 취급 받았어요. 저는 생각이 좀 달랐는데, 서울 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도에 아버지가 사업이 잘 안 되서 도봉동 판자촌에 살았거든요. 그때는 물론 낙후된 환경이 정말 싫었는데 90년대가 돼서 60년대, 70년대, 80년대 물건을 다시 보니까 굉장히 반가웠어요. 제 삶과 한국 근현대사, 빈티지가 자연스럽게 만났다가 지금 동심이라는 주제로 묶이게 된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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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수집한 물건들은 처음에 어떤 식으로 판매했나요?

리어카 노점에서 시작했어요. 처음 열었던 가게 이름이 깐부예요. 손가락을 걸고 맹세한 사이라는 뜻으로 2000년대 초반 친구들하고 깐부라는 추억 상점을 열었는데, 60년대, 70년대 물건이 당시에는 정말 가치가 없어서 저희가 원하는 가격에 다 가져올 수 있었어요. 서울우유 병이나 공중전화 같은 건 오히려 상인 분들이 "깐부야 이거 가져가라" 하고 먼저 연락이 왔어요. 이제는 그분들이 그런 물건을 살 수 있는지, 가격은 얼마인지 저에게 묻는 시대가 되었지요. 


Q. 다시 추억 상점을 하겠다 했을 때 생각했던 방침 같은 게 있나요?

이 공간을 꾸밀 때 제 유년 시절을 많이 곱씹어 봤어요. 여기 마징가 제트 큰 장난감도 있지만, 저희가 자랄 때 마징가는 꿈도 못 꾸고 100원으로 살 수 있는 것들만 갖고 놀았어요. 이런 콘셉트의 가게들은 보통 좋은 피규어나 비싼 장난감을 가져다 놓지만, 저는 그런 것보다 소소한 추억의 공감대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전면에 배치한 게 바로 종이 인형과 딱지, 못난이 인형, 추억의 과자들이에요. 

이 일을 다시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어요. 사실 좀 피했어요. 더 이상 추억은 안 먹힌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랑 여행을 다니며 동심이라는 단어를 발췌하기 전까지는 제 아이템이 구닥다리가 됐다고 생각했어요. 제 시대가 아니니까, 제가 요즘 세대와 공감이 떨어지니까, 제가 처음 이 일을 하면서 지켜오던 진정성은 나오지 않겠다 싶었어요. 하지만 아이와 여행 중에 부자든 빈자든, 국경도 무관하게 누구에게나 동심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제 물건을 다시 펼쳐 놓을 용기를 얻었어요. 다행히 정말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시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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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제는 한 번 팔면 다시 구할 수 없는 물건이 많지 않나요?

여기 있는 물건들이 점점 더 가치가 오르고, 저는 돈을 더 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제가 다시 그 물건을 구하려고 하면 저 역시 제가 판 가격보다 더 주고 사야 해요. 물건 수급에 그런 애로사항이 생긴 거지요. 다시 구하지 못하는 거는 이걸 팔아야 되나 고민이 되기도 해요. 어찌됐든 오랫동안 제가 잘 활용했고 또 누군가가 저보다 더 잘 활용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놓고 있어요. 처음 가게를 열고 물건을 진열하면서 안 파는 물건 없이 다 팔자고 생각했어요. 


Q. 차마 팔 수 없는 물건도 있나요?

아주 하찮은 물건인데, 예전에 제가 몇 백 원 주고 산 빨랫비누 통이 있어요. 예전에 장독대 있고 수돗가 있던 집에서 많이 쓰던 물건이에요. 여자 분들이 보시면 정말 깜짝 놀라세요. 주말에는 하루 스무 분 이상이 어머, 어머, 하며 엄청나게 공감을 하시고요. 제가 이걸 다시 주문 생산해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공감이 깊은 물건이라 안 팔기로 했어요. 더 많은 분들이 보고 즐기시면 좋을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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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시장이 계속 좁아지는 것 같네요.

그런 면도 있지만, 제가 맨 처음에는 한국 것만 고집했어요. 그런데 우리가 어릴 적 쓰던 지구촌이라는 말에 정말 공감을 하는 시대가 왔어요. 일본 물건, 미국 물건, 유럽 물건에도 옛날 한국 물건을 대할 때만큼 공감을 해요. 그래서 물건을 수급하러 일본에 자주 다니고 있어요. 경매장도 가고 플리마켓도 가고 저 같은 상인들도 만나보고, 그러면서 또 다른 신세계가 펼쳐지고 있어요.


Q. 아이도 이곳에 자주 오나요?

아이 직책이 전무인데, 아는 게 전무하다 해서 정 전무예요. 인사 잘해라, 이 정도만 일러줬는데, 지금은 물건에 굉장히 깊게 들어와 있어요. 전에는 그저 슈퍼맨이네 하다가 요즘에는 몇 년대 거다, 이런 것도 알아 봐요. 주말에 출근하면 불 켜고 음악 틀고 청소하고, 중간 중간 흐트러진 물건 있으면 정리하는 게 정 전문의 업무예요.


Q. 특별 이벤트도 기획하고 계시나요?

여기 보면 제가, 첫 번째 깐부 가게를 할 때인데요, 사람들이 물건을 하도 훔쳐 가서 ‘뽀리지 마세요’라고 써 놨어요. 어른들은 저걸 보면 엄청 재미있어 해요. 이제 안 쓰는 말이니까, 뽀리지 말래, 하면서 좋아해요. 애들은 엄마, 아빠한테 저게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고요. 그러면 민망해 하면서 훔치면 안 된다는 말이야, 하고 답해주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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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생각한 게 <장발장 선발대회>예요. 내년 봄에 열면 좋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다들 소싯적 문방구에서 몰래 훔쳐 봤던 기억이 있지 않나요? 그때 기억을 떠올려서, 주인한테 안 걸리고 ‘누가누가 많이 뽀리나’ 대회예요. 여기는 동심을 소재로 하는 문방구지만 여기와 똑같은 소품으로 구멍가게도 하나 꾸릴 생각이에요. 카페가 될 수도 있고, 가맥이 될 수도 있고, 어쨌든 사람들이 만나는 장소를 만들려고 해요. 오락실도 하나 열어야겠다 생각하고 있고요.




인터뷰 · 사진 | 이주호 · 신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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