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맛있는 사람, 재미있는 글, 안효원 작가 인터뷰 #2

2026-01-15


:: 농부 작가 안효원 인터뷰 #1 먼저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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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시골에서 잡지를 내기도 했어요. 

네, 병원 문을 나서며 다짐한 게 있어요. ‘살리는 손이 되겠다!’ 저를 살리기 위해 고생한 의사, 간호사, 저를 보살피고 회복하게 해 준 가족, 친구 수많은 사람들. 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지역 공동체에 들어갔고, 열심히 했어요. 제 농사보다, 제 자식 키우는 것보다 공동체 일에 더 힘을 썼어요. 그때 처음으로 한 일이 소식지 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학생들 데리고 공부방도 했어요. 매일 저녁에 학교 마치고 온 아이들에게 영어도 가르치고, 글쓰기도 가르쳤습니다. 그렇게 사는 제 모습이 괜찮게 느껴지더라고요. 인구 소멸이다 뭐다 지역이 점점 위기를 겪고 있잖아요. 도시에 있을 때 저는 그냥 희귀병을 앓는 사람이었어요. 여기에서는 그냥 희귀한 사람이에요.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요즘 농촌에 젊은 사람이 희귀하니까요. 그러니까 여기서는 모두가 희귀해요. 희귀한 사람들이 모여서 ‘우리는 이렇게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희망을 보기도 했습니다.


Q. 그런데 책에 나와 있다시피 공동체의 결말이 좋지는 않았지요.

맞아요. 혹시 ‘일 쏠림 현상’이란 말 들어보셨나요? 일은 하는 사람에게 쏠리게 돼 있다, 그런 뜻인데, 공동체 안에서 제 일이 점점 많아졌어요. 의미도 있고, 할 만한 일이기도 한데 너무 쌓이니까 버겁더라고요. 무엇보다 제 노력이 타인에게 온전히 전달이 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관계라는 게 주는 만큼 돌려받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일은 많아지고, 보람은 줄어들고. 그래도 거기까지는 견딜 만했어요. ‘살리는 손’으로 살겠다고 다짐을 했으니까요. 그러다 공동체 안에서 안 좋은 일이 생겼는데 도저히 해결이 안 되더라고요. 문제가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아는데 각자 해결책이 너무 달랐어요. 나아지지도, 바뀌지도 않는 지옥 같은 생활을 2년 정도 한 것 같아요. 이건 내가 나한테 할 짓이 아니라는 판단에 공동체를 나오게 됐어요. 


Q. 그래도 좁은 사회라 완전히 단절하고 살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요. 

제가 아이 둘을 키워요. 아이들은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정말로 정성을 다해서 키우고 있어요. 그런데 아이가 어느 날 저한테 “아빠, 남을 위해서 사는 거 너무 힘들어.”라고 말을 한다면 제가 해 줄 말이 없을 것 같더라고요. “남을 위해 살 필요 없어!” 그렇게 말할 수는 없잖아요. 너를 위해 너답게 살면 돼, 그 정도는 말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말을 저 자신에게 하는 거예요. 나답게, 무엇보다 재밌게 살겠다고 혼자 조용히 선언한 거지요. 

아내가 그러더라고요. 왜 이제 와서 사춘기를 겪냐고. 빨리 끝내라고. 제 사춘기는 저에게 더 이상 아무도 관심을 안 가져 줄 때 조용히 끝났어요. 타인의 삶에 관심이 없을 수가 없어요. 그들 삶을 존중하고요. 다만 우리가 다 똑같은 걸 느껴야 한다는 게 공동체의 목표가 될 수는 없었던 거지요. 각자가 다르게 살아야 잘 살 수 있는 거 아닐까요. 


79cf6b484bcf5.png안효원 작가의 책, 『아파서 시골에 왔습니다』


Q. 『아파서 시골에 왔습니다』 에 궁극적으로 담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나요? 

제가 비범한 삶을 살아온 것도, 이제 와 비범한 사람이 된 것도 아니에요. 병원에 가면 아픈 사람 많고, 들어보면 사연 없는 사람 없어요. 누구나 이야기 하나쯤 품고 살고 있지요. 사람들이 모두 각자의 이야기에 집중에서 살다 보면 우리 삶이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 남들 부러워하고 욕하는 데 시간 낭비하지 말고, 자기 삶의 이야기에 집중하면 삶이 더 나아지지 않을까. 이 책이 사람들에게 ‘자기 이야기를 꺼내 놓을 용기’를 주면 좋겠어요.

그런데 이 말은 글을 거의 다 쓰고 나서 생각한 거고요, 사실 아내의 강권 덕분에 시작한 책입니다. ‘아내 말 들어야 삶이 편하다’는 건 사람 드문 시골 사회에서는 더욱 절대적이에요. 포천문화관광재단에서 ‘모든예술31’ 사업을 공모했는데 아내가 이미 서류를 다 작성해 놓았더라고요. 제 이름으로요. 그래서 순종하는 마음으로 응모했는데, 아쉽게 예비 1번이 되었어요. 다행이다, 하고 있었는데, 더 아쉽게도 결국 선정이 되고 말았어요. 


Q. 공모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압박은 없었나요? 

막상 쓰다 보니 엄청 재밌더라고요.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 겪었던 일들이 저에게 큰 힘이 되었다는 걸 새삼 알게 됐어요. 안 좋은 일들까지도 왜 그 일이 일어나야 했는지 납득하게 됐고요. 그래서 지금 겪는 어려움도 언젠가 제 인생의 좋은 거름이 될 거라 생각해요. 제가 원래 되는 대로 사는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하고 싶은 대로 살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용기가 생겼어요. 그런 면에서 아내에게 참~ 고맙습니다.


Q. 이 책을 읽게 되실 독자 분들이 책에서 어떤 부분을 꼭 읽어주셨으면 하는 게 있나요?

일단 이 인터뷰를 어떻게 보셨을지 정말 궁금하고요, 인터뷰보다 책이 훨씬 더 재밌습니다. ‘맛있는 사람이 되어 재밌는 글을 쓰고 싶다’는 게 글 쓰는 농부로서 제 목표입니다. ‘농촌에 사는 무명의 작가가 쓴 글에 뭐 대단한 게 있겠어’라는 물음으로 책을 폈다가 ‘여기에도 사람이 있고, 이야기가 있고, 재미있는 삶이 있구나’ 하는 마음으로 덮으셨으면 좋겠어요. 우리 각자가 다 이야기를 안고 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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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이주호
사진 | 안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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