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역 서점이자 문화 공간으로, 군산 책방 '마리서사'의 임현주 대표

2023-11-24

군산에 가보신 적 있나요? 군산 원도심은 근대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어 ‘시간여행마을’로 불리기도 합니다. 이국적인 풍경 속 곳곳에 둥지를 튼 식당과 카페, 소품 가게와 공방 들. 그리고 책방 ‘마리서사’가 있습니다. 2017년에 문을 연 마리서사는 책방이자 군산을 기반으로 한 창작자들의 문화 공간이기도 합니다. 마리서사를 운영하는 임현주 대표를 만나 도시와 서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군산 책방 '마리서사'


Q. 마리서사가 있는 군산시 월명동은 어떤 곳인가요?

월명동은 군산시에서 ‘군산시간여행마을’로 지정한 군산 원도심에 속한 동네예요. 일제 강점기에 조성된 거리로 예전 모습이 많이 보존되어 있어요. 거기에 도시재생사업으로 당시 모습을 복원하면서 군산근대역사문화거리가 되었습니다. 


군산시 월명동을 비롯한 군산시간여행마을 풍경


Q. 어떻게 군산으로 오시게 되었나요?

오랫동안 서울에서 편집자로 일하다가 일을 그만두게 됐는데, 편집자가 아니라면 서울에서 살 이유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줄곧 소도시에 살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서 여행을 가면 살고 싶은 곳인지 아닌지 상상하며 ‘살고 싶은 소도시 리스트’를 만들었었어요. 군산도 바로 살고 싶은 소도시 중 하나였습니다. 걷기 좋고, 조용한 이국적인 도시! 이것이 군산의 첫인상이었어요. 


2016년 12월에 퇴사를 하고, 1월부터 살고 싶은 도시 리스트에 적힌 곳들을 방문해 봤어요. 어떤 곳은 너무 변해 살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고, 또 어떤 곳은 살고 싶지만 여건이 맞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군산에서 이 집을 발견했는데, 이곳에서라면 제가 원하는 서점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기서 서점을 한다면 ‘마리서사’라고 이름을 지어야겠다는 영감도 떠올랐고요. 그때부터 일사불란하게 일이 이루어졌어요.


마리서사를 운영하는 임현주 대표


Q. 군산에서 다른 것도 아닌 서점을 열기로 하신 이유가 있나요? 

제가 잘 모르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어요. 어디를 가든 책과 관련 있는 일을 해야겠다 싶었지요. 그래서 선택한 것이 서점입니다. 오픈 준비를 할 때 동네 분들이 엄청 말렸어요. 누가 여기에 와서 책을 사겠냐고, 한 달도 못 버틸 거라고 염려하면서요. 그래서 밤마다 생각했어요. 2~3년 해보고 상황이 안 좋아지면 지리산 아래로 가자, 귀촌도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결정했어요. ‘여기면 나쁘지 않아’라는 마음으로 이주해서 올해로 7년째에 이르게 되었어요. 그런 면에서 요즘은 매일매일이 신기하고, 감사하며 지내고 있어요.



Q. 마리서사 이전 이 집은 어떤 곳이었나요?

지어진 지 100년이 넘은 적산가옥이에요. 지붕 하나에 집이 세 채가 연결된 일제 강점기 전형적인 서민 주택이지요. 지금도 옆집에는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어요. 이 집은 제가 책방을 하기 전에는 운영을 중단한 카페였어요. 그전에는 담배 가게, 공방 등 여러 번의 변화가 있었다고 들었고요.


100년이 지났지만 서점 안쪽은 거의 다 처음 지어진 그대로 남아 있어요. 서점으로 고칠 때 책장을 짜주신 목수님 말씀으로는 ‘스기목’이라고 하는 삼나무로 튼튼하게 지은 집이라고 해요. 당시 목재를 일본에서 실어 왔다고 하고요. 적산가옥은 군산에서는 굉장히 흔하지만 처음 오시는 분들은 굉장히 낯설어하세요. 특히 적산가옥을 매장으로 바꿀 경우 내부도 일본 분위기로 꾸미곤 하는데, 저는 그러지 않았어요. 1920~30년대 지식인의 서재 같은 분위기로 책장을 짜고 가구를 선택했어요.


마리서사


Q. 책을 고르시는 기준이 있나요?

책방지기들이 하는 일 중 가장 중요한 게 어떤 책을 어떻게 진열할 것인가일 거예요. 항상 제한된 통장 잔고와 공간 안에서 고민을 거듭하고 있어요. 마리서사는 주로 문학, 인문 분야의 도서가 많고요, 그중에서도 진보적인, 진취적인 책을 소개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여행서라고 하더라도 새로운 시각으로 도시와 여행을 이야기하려는 책을 선택해요. 그리고 구간 중에서 제가 놓쳤던 책을 발굴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라 신간보다 구간 비중이 높아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신간은 무조건 들이고, 동네 분들이 주문하시는 책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준비해 드려요. 동네서점이니까요.


마리서사 서가


Q. 서점을 찾는 고객분들은 주로 어떤 분들인가요?

마리서사 회원의 대부분은 군산 시민들이에요. 평일에는 군산, 서천, 익산 분들이 많고, 주말에는 여행하시는 분들 비중이 높아요. 사실 아직도 맞은편 아파트 주민분들 중에서 여기가 서점이라는 걸 인식하지 못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Q. 마리서사 문화 행사는 직접 기획하시는 건가요?

네. 혼자 서점을 운영하며 문화 행사를 기획하는 일이 벅차서 조용히 책을 보며 살고 싶었어요. 그런데 서점 문을 열자 출판에 관심 있는 지역 청년들이 찾아와서 이런저런 고민을 이야기하더라고요. 그 친구들과 고민을 같이 하다가 출판문화산업진흥원 지원사업에 도전하게 되었지요. 


편집을 해 본 친구, 사진을 찍었던 친구, 책 만드는 일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모여서 동네 잡지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그 결과물이 2018년 「희열군산Here, Gunsan」 이라는 잡지로 나왔고요.


그 활동을 하며 새로운 사람들과 연결되었고, 새로운 제안이 생겨나서 매년 하나의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운영하고 있어요. <탁류 군산에디션 프로젝트>, <아날로그 라이프-책에 더 가까이> 등 출판, 작가 강연회 등의 활동이 주를 이룹니다.




Q. 군산 초단편 문학상 공모는 어떻게 하시게 되었나요?

서점을 운영하며 독자와 저자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서점은 독자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예비 저자들의 공간인 것이지요. 그에 착안하여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문턱 낮은 공모전을 기획하게 되었고, 운 좋게 지역출판활성화지원사업에 선정되었어요.


막상 선정되고 나니 도저히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더라고요. 주변 서점에 협업을 제안했는데, 다들 기쁘게 응해 주셨어요. 그래서 군산의 서점들이 다 함께 운영하는 공모전이 되었어요. 서점들이 십시일반 상금을 모았고, 함께 밤을 새워 응모작을 정리했어요.



다행히 공모전은 기대 이상으로 관심을 받았어요. 응모작 500편이 목표였는데, 거의 네 배의 작품이 접수되었어요. 지금은 공모전을 마무리하고 <군산초단편문학상 수상 작품집> 단행본을 편집하고 있습니다. 12월 2일에 시상식과 출간기념 북토크를 겸한 행사를 하고 나면 마무리가 됩니다. 작품집은 군산 에디션과 일반 에디션으로 출간해서 군산 에디션은 군산에서만 판매할 예정이에요. 군산의 서점들이 뜻을 모아 지역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어서 기쁘고, 일을 통해 신뢰를 쌓아나가고 있어서 기쁩니다.  



Q. 내년 공모전도 계획하고 계신가요? 

네. 가능하다면 그렇게 하고 싶어요. 12월 2일 출간기념행사를 하면서 제2회 군산초단편문학상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마침 이번 공모전을 함께한 서점들이 내년에 군산 도서전을 열기 위해 준비하고 있어요. 모여서 논의하다 보면 새로운 일들이 가능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도서전과 군산초단편문학상을 엮어서 해 보는 게 현재 저희의 목표입니다.



Q. <희열 군산> 이후에도 출간을 하셨지요?

채만식 작가의 『탁류-군산 에디션』을 ‘종이의 시간’이라는 출판사 이름으로 출간했어요.


책방과 출판을 병행하는 게 쉽지는 않아요. 낮에는 책방을 운영하고 밤에는 교정을 보고. 특히 『탁류』 는 1937년 조선일보에 연재한 소설로 지금과 맞춤법이 완전히 달라 더 힘든 작업이었어요. 원칙을 정해서 원문을 현대어로 바꾸며 교정을 보는데 예외가 계속 발생했습니다.  중간에 포기할 위기도 있었어요. 그러다 깨달은 게 이 책은 문학 전문가가 아니라 군산 시민의 눈으로 편집한 에디션이라는 데에 의미가 있다는 것이었어요. 표지 이미지는 군산 지역 공모전을 통해 정했고, 군산의 중고등학생들이 『탁류』 를 읽고, ‘탁류길’을 걸으며 탁류 지도를 그려 실었어요. 내용으로 보자면 부족한 게 너무 많지만 군산 시민의 시선으로 만든 『탁류-군산 에디션』 으로 어느 정도 의미 부여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Q. 지역 청년들과도 계속 사업을 함께하고 계시지요?

젊은 친구들이 제안을 해오면 일단 응하고 있어요. 저도 제안을 계속 하고요. 책을 읽는 주요 연령대는 40~50대지만 서점 이용자는 20~30대입니다. 그들에게 서점은 책을 구매하는 곳을 넘어 머물고 싶은 문화 공간인 것 같아요. 가장 최근에는 <플라스틱 프리 군산> 프로젝트를 우만컴퍼니라는 청년 단체와 함께 운영했어요. 



Q. 마리서사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보려면 언제 찾아와야 할까요?

오후 4시가 지나면 서가 안까지 해가 들어와요. 계절과 날씨에 따라 조금씩 바뀌지만 저는 평온한 오후 시간이 가장 좋아요. 오전부터 정신없이 일하다 해가 들어오면 벌써 그 시간이 되었구나 느끼고 그때가 제일 행복해요. 





인터뷰 이주호, 신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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