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연 대표 인터뷰 #1 먼저 읽기
퍼멘티드 고스트라고 이름 지으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일단 퍼멘티드는 ‘발효된’이라는 뜻이에요. 사실 맥주는 와인, 사케와 같은 발효주입니다. 와인, 사케는 한 잔에 기꺼이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고 잔을 스월링하면서 향도 맡고, 색깔도 관찰해요. 맥주는 어떤가요? 일단 들이키기 바쁘지요. 맥주도 가끔은 색깔을 보고 향도 맡고 천천히 음미하는 발효주라는 걸 상기시켜 드리고 싶었어요. 실제로 저희 업장에 오신 손님들 중에 맥주를 잔에 따라서 향을 맡아보는 건 처음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꽤 계세요. ‘퍼멘티드 고스트’라는 이름에는 맥주도 발효주라는 새로운 시선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그리고 고스트라는 단어로 항상 우리 주변을 맴돌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들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편의점에 가면 24시간 맥주를 살 수 있고, 치킨집에 가면 무조건 생맥주를 마시고, 삼겹살 먹을 때도 맥주를 한 잔 마시고 시작하지요. 그런데 오늘같이 이런 맥주 한 잔이 내 눈 앞에 짠 나타났는데 “어, 이게 뭐야, 이런 것도 맥주야?” 하는 경탄의 순간이 우리의 일상을 좀 풍성하게 만들어주지 않을까, 그런 경탄의 순간들을 더 자주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서 고스트라는 개념을 가져왔어요.
밖에서 보면 거대한 샹들리에가 압도적이에요.
많은 분들이 테이블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장식을 넣었다고 경악하셨지만, 맥주를 마시는 즐거움에다가 뭔가 다른 것을 또 음미할 수 있게 해 드리고 싶었어요. 그림자에 비치는 잔의 모양이 굉장히 아름답지 않나요. 보시면 다양한 잔들이 다양한 무게감과 볼륨감으로 다양한 라인들을 만들고 있어요. 맥주마다 가장 적합한 모양으로 디자인된 잔들이고, 맥주를 마시기 전에 손 감촉부터 느껴볼 수 있어요.
저 샹들리에를 디자인을 해서 만들어 주실 분을 찾아 을지로를 구석구석 돌아다녔는데 다 퇴짜를 맞았어요. 위험하다, 책임 못 진다. 다행히 막 전통예술대학교를 졸업한 20대 대장장이를 만나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힘들게 만들었어요. 제가 한 스케치에는 실제로 불가능한 요소, 제약들이 많아서 그걸 현실적으로 타협해서 완성하게 됐어요.

성수동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성수동에 온 지는 꽤 오래됐어요. 성수동이 변화하는 모습을 오래 지켜봤고 애정도 있어요. 성수동은 창작자들이 많이 모여 있고, 실험적인 공간, 실험적인 브랜드들이 많은 지역이라 이곳에서 ‘테이스팅 바’라는 실험적인 콘셉트를 시도해 보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퍼멘티드 고스트가 있는 골목은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는 상권에서 조금 빗겨나 느린 호흡이 흐르는 곳이에요. 굳이 여기까지 찾아오시는 분들이 약간 한숨을 내려놓을 수 있는, 느린 호흡을 가져가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곳은 성수동에서 가장 늦게 개발된 골목이고 새촌 마을이라 불렸어요. 빨간 벽돌로 된 작은 주택들이 늘어선 골목이라 회사를 다니던 시절 점심 시간에 이곳을 산책하면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공간이 실험적인 테이스팅 바라서 이 공간을 보자마자 무작정 계약을 해버렸고요. 여기까지는 관광객이 흘러들어오지는 않아요. 그래서 오히려 소프트한 론칭과 랜딩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부터 물밀듯이 몰려오면 제가 감당이 안 됐을 거예요. 열심히 홍보를 한 건 아닌데 어떻게든 검색해서 오시는 분들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이런 새로운 비즈니스가 안착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맥주 테이스팅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퍼멘티드 고스트는 맥주를 전혀 모르시는 분들을 환대하고, 그분들이 맥주 세상에 빠져들 수 있게끔, 맥주와 사랑에 빠질 수 있게끔 도와드리는 테이스팅 바예요. 테이스팅 코스는 크게 두 가지가 있어요. 메뉴를 보시면 맥주 리스트가 없지요. 와인 바에 가면 메뉴판에 와인 리스트가 죽 늘어서 있잖아요. 그러면 적혀 있는 이름과 가격만 보고 결정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 맥주 리스트가 100종에서 120종 사이인데, 리스트를 적어 놓으면 가격이 판단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아요. 그래서 맥주 이름이 적힌 메뉴판을 없애고 대신 두 가지 코스로 큐레이션을 했어요.
첫 번째는 시즌 코스예요. 2~3개월마다 한 가지 테마를 정해서 거기에 어울리는 맥주를 4종 정도 큐레이션해요. 그리고 테마에 맞게끔 스토리텔링을 짠 다음 하나씩 맛보게 해 드려요. 지금 시즌은 ‘윈터링’, 겨울나기라는 테마인데, 겨울 하면 정말 맥주가 안 떠오르잖아요. 이 추운 겨울을 어떻게 나야 하는 걸까 생각하다가, 춥고 어두운 분위기를 어두운 맥주로 정면 돌파해 보기로 했어요. 어두운 색 맥주면 보통은 다 흑맥주라고 생각하세요. 하지만 흑맥주라고만 부르기에 겨울나기 코스 네 가지 맥주들은 저마다 다른 색과 맛을 가지고 있어요. 가벼운 맥주부터 굉장히 달콤한 12도 대의 묵직한 맥주까지 다양한 흐름으로 구성되어 있고, 제가 하나씩 가이드 해드리면서 맥주 뒤에 숨겨진 스타일, 양조사들의 생각과 철학, 맥주가 탄생한 지역과 관련된 역사적인 흐름들을 이야기해 드려요.
프라이빗 코스는 팀이나 친구 등 그룹을 대상으로 진행해요. 오늘 모인 이유가 무엇인지, 무언가를 축하하기 위해서인지 깊은 논의를 위해서인지, 목적과 의도, 감정을 사전에 소통해서 알아보고 그분들에게 맞춤화된 형태의 맥주를 큐레이션해 드려요. 제가 여러 맥주를 그때그때 분위기에 맞게 전달해 드리는 코스입니다.

맥주 라인업은 어떻게 정하시나요?
네 개의 냉장고에 각각 다른 형태의 고스트 그림이 그려져 있지요? 이 형태는 맥주의 풍미를 직관적으로 나타내고 있어요. 맥주는 다른 주종과 비교했을 때 맛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데, 맥주 스타일 가이드만 해도 100종에서 150종까지 돼요. 그 많은 종류의 맥주를 어떻게 쉽게 분류해서, 어떻게 더 친절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비슷한 풍미를 가진 맥주들끼리 묶어 놓은 다음,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어도 왠지 유령 생김새만 보면 오늘 저 맥주랑 잘 맞을 것 같은데, 하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게 해 놓았어요.
제일 오른쪽에 있는 고스트는 뾰족뾰족한 모양이에요. 산미가 매력적인 맥주들이고, 유독 큰 병이 많고, 또 샴페인처럼 코르크 마개로 되어 있는 것들이 많아요. 시간이 흐르며 이 날카로운 산미들이 숙성되면 모난 돌이 깎여나가듯 날카로운 모서리들이 둥글둥글하게 깎여 나갑니다. 그래서 산미가 주는 놀라움도 있지만 또 숙성이 주는 풍미까지 느껴볼 수 있어요. 그 옆에는 되게 푸근하게 생겼죠. 갓 나온 식빵을 찢어 먹으면 굉장히 담백하고 고소하잖아요. 그러다 토스트기에 넣어서 앞뒤로 노릇노릇하게 구우면 기분 좋게 구수한 풍미가 살아나지요. 로스팅이 많이 돼서 가끔은 카라멜처럼 달콤하기도 하고 때로는 어두운 계열이 가지고 있는 커피나 초콜릿 같은 뉘앙스가 있는 묵직한 맥주들이 저 안에 있어요. 그 옆에는 뭔가 몽실몽실, 몽글몽글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은 모양의 고스트가 있어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들이 음식을 발효를 시키는데, 발효에서 나오는 몽실몽실 부드러운 과실의 느낌, 때로는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미묘한 향신료의 느낌을 담고 있는 맥주들을 모아 놓았습니다.
맨 왼쪽은 가장 전형적인 고스트의 모습을 하고 있어요. 전형적인 맥주란 무엇일까요? 맥주라고 하면 자고로 청량해야 되고 시원해야 되고 목 넘김이 깔끔해야 되고, 그렇게들 생각하시잖아요. 이 부분들을 책임지는 가장 중요한 지점이 신선함이에요. 이 냉장고에는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신선함이 주력이 되는 주요 IPA나 요즘 유행하는 헤이지 IPA, 라거지만 홉 향이 가득한 맥주들이 들어 있어요. 이 네 가지 분류를 통해 맥주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해 놓았어요. 네 가지 형태의 고스트를 하나씩 다 마셔보고 자신과 결이 맞는 맥주를 찾아보시는 분들도 있고, 오늘 기분이 이러하니까 하나만 파보겠다, 그렇게 선택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고스트를 선택했다면 그다음 브랜드 선택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큰 분류를 선택하시면 제가 몇 가지를 맥주를 가지고 와서 설명을 드리고 마음이 가는 걸로 고르시게 하는 경우가 가장 많아요. 때로는 이런 순서를 다 무시하고 오늘 컨디션 어떠세요? 오늘 기분 어떠세요? 오늘 어떤 하루 보내셨나요? 이런 질문으로 시작하는 경우도 있어요. 어떤 분들은 저한테 미션을 주시기도 해요. 오늘 하루 종일 진짜 화가 나서 힘들었어요, 그런 식으로요. 기억에 남는 한 분은, 아주 애매한 시간대에 오셔서, 지금 업무 데드라인이 2시간밖에 안 남았다고, 일을 빨리 해야 하는데 너무 집중이 안 돼서 맥주 한 잔만 하러 왔는데 뭐가 좋겠냐고 하셨어요. 이렇게 퀘스트를 주시면 저는 신이 나서 추천을 해 드리는데, 대화를 이어가면서 유기적으로 풀어나가는 편입니다.

주로 어떤 분들이 발효 유령을 찾아오시나요?
근처 30~40대 직장인부터 연령층이 높은 분들까지 다양해요. 예약을 하고 오시는 분도 있고, 그냥 시원하게 맥주 한 잔을 할 곳을 찾아 오셨다가 새로움을 느끼고 가시기도 해요. 50, 60대 분들은 경험의 폭이 넓어서 낯선 무언가가 왔을 때 자기 경험 안에서 그 비슷한 것을 찾아내고 여유롭게 잘 즐기세요. 퍼멘티드 고스트는 맥주를 모르시는 분들이 오셨을 때 더 많은 영향력을 가지는 곳인 것 같아요. 맥주 세상이 무한하게 넓은 만큼 찾아 마시는 재미가 크거든요. 찾아 마실 수 있는 경험의 폭을 넓혀 가시는 곳이라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서울 브루어리, 을를 브루어리 등 이 근처에 브루어리들이 꽤 있어요. 퍼멘티드 고스트에서 자기 취향을 찾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경험하신 다음 실전으로 그 브루어리들에 가시는 거지요. 그런데 브루어리에 가셨다가 다시 찾아오세요. 그 브루어리에서 이러이러한 걸 마셔 보고 난 다음의 생각을 저에게 이야기하고 정리해 보고 싶으신 거지요. 다른 한편으로, 맥주를 정말 잘 아시는 마니아들은 안 오실 거라 예상했어요. 알아서 잘 찾아서 마시는 분들이니까요. 그런데 자기가 그동안 갖고 있던 궁금증, 어디서도 풀지 못했던 궁금증을 풀러 오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여기서 같이 테이스팅을 하자는 건 아니고 “이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건 왜 그런 거예요?” 그런 질문을 많이 하세요.
한국의 맥주 소비 정서를 생각하면 다들 그렇게 호의적이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가장 큰 장벽이라고 하면 역시 맥주에 대한 인식이에요. 인식의 변화, 전환이 일어나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고민해 왔어요. 제 결론은 경험을 다르게 해주자는 것이었어요. 어떤 분이 한 잔을 마시고 ‘맛있다’고 느끼게 해 드리는 건 어렵지 않아요. 그런데 맥주와 관련한 총체적인 경험을 하고, 정말 좋은 기억으로 간직하는 것, 나 오늘 정말 좋은 기분으로 돌아갈 수 있겠어, 그런 기억을 심어 주는 건 다른 일이에요. 저는 그 지점에 집중하고 있어요. 한계는 분명히 있어요. 사람은 저 한 명이고 제가 쓸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이니까요.
맥주 소믈리에와 퍼멘티드 코스트의 운영자 사이의 균형은 어떻게 유지하고 계신가요?
제가 이 공간을 만든 이유는 맥주를 경험하는 방식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싶어서예요. 맥주를 경험하는 방식을 다시 설계하고 싶었던 건데, 소믈리에 관점에서만 보면 완벽한 한 잔에 집중하게 되고, 완벽한 한잔에 집중하다 보면 결점이 없고 제 마음에 확실하게 좋은 맥주에 집착하게 돼요. 다양한 구성으로 꾸리기 힘들 거예요. 맥주를 경험하는 새로운 방식만 연구하다 보면 사업성과는 거리가 멀어질 수도 있고요.
창업자이자 운영자로서 공간의 지속가능성과 제가 추구하는 완벽한 한 잔의 밸런스를 어떻게 맞춰갈까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맥주의 경험을 새롭게 하는 시도에서 이익까지 낼 수 있어야 하는 게 제 역할이지요. 테이스팅 바라는 개념을 만들어 보았고. 이 테이스팅 바가 저에게 첫 번째 실험의 장이 되었고, 테이스팅 코스를 설계했고, 시즌별로 테마를 바꿔가는 모든 것이 실험이었어요. 그리고 이제 저는 퍼맨티드 고스트를 단순히 테이스팅 바가 아니라 가장 높은 층위의, 맥주를 접근하는 방식으로서 특정한 관점을 가지는 브랜드로 바라보고 있어요. 시즌1이 성수동 작은 골목의 ‘바’라는 콘셉트였다면, 이 브랜드 안에서 다양한 전환과 변화를 계획하고 있어요.
대표님 자신을 맥주로 표현하신다면요?
두 번째 맥주를 소개해 드리면서 이야기해 볼까 해요. 이건 듀퐁 양조장에서 만든 세종이라는 맥주예요. 벨기에 남부 지역 농가에서 만들던 맥주인데, 예전 우리 농가들이 가양주로 쌀 막걸리를 빚었듯, 세종은 농가에서 만들어 마시던 술이에요. 농번기에 새참으로 막걸리를 마시듯 이들도 세종을 그렇게 마셨어요. 굉장히 포근하면서도 소박하고, 농가마다 자유로움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세종 스타일의 맥주는 기술적으로 봤을 때 범위가 굉장히 넓고, 그만큼 해석의 여지도 넓어요. 양조사마다 맥주의 탄산은 어떻게 할지, 단맛과 쓴맛의 밸런스, 색깔은 어떻게 할지 자기만의 기준을 가지고 있어요. 일정 틀은 존재하지만 틀에 갇히지 않은 맥주예요. 어떤 양조사들은 굉장히 드라이하고 향상감이 풍성하고 허브 향이 잔잔한 맥주 스타일로 만들고, 어떤 분들은 스파이시하면서도 쌉싸름한 맛이 강조되도록 만들고, 또 어떤 분들은 여기에서 훨씬 더 나아가서 산미까지 느껴질 정도로 와일드하게 만들어요. 뭔가 한 번에 확 사로잡는 맛은 아니지만 보리 맥아에서 오는 투박하고 거친 맛에 산미도 느껴지는, 대형 브랜드 식빵과 동네 빵집에서 만들어 파는 사워도우의 차이 같다고 할까요. 곡물에서 오는 구수한 편안함과 세종 효모가 가지고 있는 후추 스파이시, 숙성에서 오는 달큰한 과일 잼 같은 농익은 느낌, 그런 미묘한 뉘앙스가 있어요. 또 끝은 쌉싸름하게 마무리되면서 또 다음 한 입을 마시게끔 하지요. 탄산도 풍성해요.
듀퐁 양조장의 세종은 세종이라는 맥주가 전 세계에 널리 퍼지게끔 하는 데 큰 공헌을 했어요. 막걸리를 만드는 집집마다 누룩이 있잖아요. 마찬가지로 세종을 만드는 농가마다 효모가 다 달랐는데, 듀퐁 양조장의 세종 효모가 세종 맥주의 표준을 정해주게 돼요. 마개가 코르크로 되어 있어서 어느 정도 양조사가 의도했던 지점은 있되 병 안에서 2착 숙성이 되면서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영역에서 의외성이 결합돼요. 세종 듀퐁은 간결하면서 진실돼요. 투박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언제든지 저의 갈증을 해소해 주고 또 언제든지 저의 노동에 기쁨을 주는 노동주로서의 역할을 해 줘요. 제 마음의 갈등을 빠르게 해소시켜 주면서 영혼이 따스해지는 느낌. 본래 가지고 있는 자유로움에 투박하지만 진실된 마음, 의도되었으나 의도되지 않은 우연, 그리고 마지막에 우리의 노동을 축하해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듀퐁 세종을 골라봤습니다.
퍼멘티드 고스트의 두 번째 시즌은 어떤 모습으로 펼쳐지게 될까요?
시즌1이 ‘새로운 경탄과 발견’에 초점을 맞췄다면, 다음 시즌에서는 그 발견을 조금 다른 방향으로 이어가 보려고 해요. 퍼멘티드 고스트를 운영하면서 느낀 건, 많은 사람들이 맥주를 통해 새로운 맛을 경험하는 것에 굉장히 즐거움을 느끼지만, 그 다음 단계로 이어질 수 있는 학습의 공간이나 커뮤니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점이었어요.
그래서 다음 시즌의 퍼멘티드 고스트는 단순히 맥주를 소개하거나 마시는 공간을 넘어, 맥주를 함께 배우고 이야기할 수 있는 교육과 커뮤니티 중심의 공간으로 조금 더 방향을 옮겨보려고 합니다.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서로의 경험과 생각을 나누고, 조금 더 깊이 이해해 볼 수 있는 작은 학습 공동체 같은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것이 감각에 대한 질문들이에요. 지금까지는 ‘이 맥주는 이런 맛이 있구나’라는 발견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왜 이런 맛이 느껴질까’, ‘나는 왜 이런 취향을 가지고 있을까’ 같은 질문들을 던져보는 단계로 넘어가 보려 합니다. 다만 그 감각을 어떤 방식으로 정의하거나 정리하려 하기보다는, 각자의 경험을 통해 조금씩 탐구해 보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음 시즌의 퍼멘티드 고스트는 센서리를 하나의 답으로 제시하기보다는, 맥주를 매개로 감각과 취향, 그리고 대화를 확장해 보는 교육적이고 커뮤니티적인 실험에 더 가까울 것 같습니다. 일단 올해 내 변화를 염두에 두고 있고, 그래서 올해가 퍼멘티드 고스트에는 큰 전환점이 될 것 같아요.

인터뷰 | 이주호 · 신태진
사진 | 신태진
:: 김미연 대표 인터뷰 #1 먼저 읽기
퍼멘티드 고스트라고 이름 지으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일단 퍼멘티드는 ‘발효된’이라는 뜻이에요. 사실 맥주는 와인, 사케와 같은 발효주입니다. 와인, 사케는 한 잔에 기꺼이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고 잔을 스월링하면서 향도 맡고, 색깔도 관찰해요. 맥주는 어떤가요? 일단 들이키기 바쁘지요. 맥주도 가끔은 색깔을 보고 향도 맡고 천천히 음미하는 발효주라는 걸 상기시켜 드리고 싶었어요. 실제로 저희 업장에 오신 손님들 중에 맥주를 잔에 따라서 향을 맡아보는 건 처음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꽤 계세요. ‘퍼멘티드 고스트’라는 이름에는 맥주도 발효주라는 새로운 시선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그리고 고스트라는 단어로 항상 우리 주변을 맴돌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들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편의점에 가면 24시간 맥주를 살 수 있고, 치킨집에 가면 무조건 생맥주를 마시고, 삼겹살 먹을 때도 맥주를 한 잔 마시고 시작하지요. 그런데 오늘같이 이런 맥주 한 잔이 내 눈 앞에 짠 나타났는데 “어, 이게 뭐야, 이런 것도 맥주야?” 하는 경탄의 순간이 우리의 일상을 좀 풍성하게 만들어주지 않을까, 그런 경탄의 순간들을 더 자주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서 고스트라는 개념을 가져왔어요.
밖에서 보면 거대한 샹들리에가 압도적이에요.
많은 분들이 테이블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장식을 넣었다고 경악하셨지만, 맥주를 마시는 즐거움에다가 뭔가 다른 것을 또 음미할 수 있게 해 드리고 싶었어요. 그림자에 비치는 잔의 모양이 굉장히 아름답지 않나요. 보시면 다양한 잔들이 다양한 무게감과 볼륨감으로 다양한 라인들을 만들고 있어요. 맥주마다 가장 적합한 모양으로 디자인된 잔들이고, 맥주를 마시기 전에 손 감촉부터 느껴볼 수 있어요.
저 샹들리에를 디자인을 해서 만들어 주실 분을 찾아 을지로를 구석구석 돌아다녔는데 다 퇴짜를 맞았어요. 위험하다, 책임 못 진다. 다행히 막 전통예술대학교를 졸업한 20대 대장장이를 만나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힘들게 만들었어요. 제가 한 스케치에는 실제로 불가능한 요소, 제약들이 많아서 그걸 현실적으로 타협해서 완성하게 됐어요.
성수동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성수동에 온 지는 꽤 오래됐어요. 성수동이 변화하는 모습을 오래 지켜봤고 애정도 있어요. 성수동은 창작자들이 많이 모여 있고, 실험적인 공간, 실험적인 브랜드들이 많은 지역이라 이곳에서 ‘테이스팅 바’라는 실험적인 콘셉트를 시도해 보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퍼멘티드 고스트가 있는 골목은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는 상권에서 조금 빗겨나 느린 호흡이 흐르는 곳이에요. 굳이 여기까지 찾아오시는 분들이 약간 한숨을 내려놓을 수 있는, 느린 호흡을 가져가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곳은 성수동에서 가장 늦게 개발된 골목이고 새촌 마을이라 불렸어요. 빨간 벽돌로 된 작은 주택들이 늘어선 골목이라 회사를 다니던 시절 점심 시간에 이곳을 산책하면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공간이 실험적인 테이스팅 바라서 이 공간을 보자마자 무작정 계약을 해버렸고요. 여기까지는 관광객이 흘러들어오지는 않아요. 그래서 오히려 소프트한 론칭과 랜딩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부터 물밀듯이 몰려오면 제가 감당이 안 됐을 거예요. 열심히 홍보를 한 건 아닌데 어떻게든 검색해서 오시는 분들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이런 새로운 비즈니스가 안착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맥주 테이스팅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퍼멘티드 고스트는 맥주를 전혀 모르시는 분들을 환대하고, 그분들이 맥주 세상에 빠져들 수 있게끔, 맥주와 사랑에 빠질 수 있게끔 도와드리는 테이스팅 바예요. 테이스팅 코스는 크게 두 가지가 있어요. 메뉴를 보시면 맥주 리스트가 없지요. 와인 바에 가면 메뉴판에 와인 리스트가 죽 늘어서 있잖아요. 그러면 적혀 있는 이름과 가격만 보고 결정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 맥주 리스트가 100종에서 120종 사이인데, 리스트를 적어 놓으면 가격이 판단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아요. 그래서 맥주 이름이 적힌 메뉴판을 없애고 대신 두 가지 코스로 큐레이션을 했어요.
첫 번째는 시즌 코스예요. 2~3개월마다 한 가지 테마를 정해서 거기에 어울리는 맥주를 4종 정도 큐레이션해요. 그리고 테마에 맞게끔 스토리텔링을 짠 다음 하나씩 맛보게 해 드려요. 지금 시즌은 ‘윈터링’, 겨울나기라는 테마인데, 겨울 하면 정말 맥주가 안 떠오르잖아요. 이 추운 겨울을 어떻게 나야 하는 걸까 생각하다가, 춥고 어두운 분위기를 어두운 맥주로 정면 돌파해 보기로 했어요. 어두운 색 맥주면 보통은 다 흑맥주라고 생각하세요. 하지만 흑맥주라고만 부르기에 겨울나기 코스 네 가지 맥주들은 저마다 다른 색과 맛을 가지고 있어요. 가벼운 맥주부터 굉장히 달콤한 12도 대의 묵직한 맥주까지 다양한 흐름으로 구성되어 있고, 제가 하나씩 가이드 해드리면서 맥주 뒤에 숨겨진 스타일, 양조사들의 생각과 철학, 맥주가 탄생한 지역과 관련된 역사적인 흐름들을 이야기해 드려요.
프라이빗 코스는 팀이나 친구 등 그룹을 대상으로 진행해요. 오늘 모인 이유가 무엇인지, 무언가를 축하하기 위해서인지 깊은 논의를 위해서인지, 목적과 의도, 감정을 사전에 소통해서 알아보고 그분들에게 맞춤화된 형태의 맥주를 큐레이션해 드려요. 제가 여러 맥주를 그때그때 분위기에 맞게 전달해 드리는 코스입니다.
맥주 라인업은 어떻게 정하시나요?
네 개의 냉장고에 각각 다른 형태의 고스트 그림이 그려져 있지요? 이 형태는 맥주의 풍미를 직관적으로 나타내고 있어요. 맥주는 다른 주종과 비교했을 때 맛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데, 맥주 스타일 가이드만 해도 100종에서 150종까지 돼요. 그 많은 종류의 맥주를 어떻게 쉽게 분류해서, 어떻게 더 친절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비슷한 풍미를 가진 맥주들끼리 묶어 놓은 다음,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어도 왠지 유령 생김새만 보면 오늘 저 맥주랑 잘 맞을 것 같은데, 하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게 해 놓았어요.
제일 오른쪽에 있는 고스트는 뾰족뾰족한 모양이에요. 산미가 매력적인 맥주들이고, 유독 큰 병이 많고, 또 샴페인처럼 코르크 마개로 되어 있는 것들이 많아요. 시간이 흐르며 이 날카로운 산미들이 숙성되면 모난 돌이 깎여나가듯 날카로운 모서리들이 둥글둥글하게 깎여 나갑니다. 그래서 산미가 주는 놀라움도 있지만 또 숙성이 주는 풍미까지 느껴볼 수 있어요. 그 옆에는 되게 푸근하게 생겼죠. 갓 나온 식빵을 찢어 먹으면 굉장히 담백하고 고소하잖아요. 그러다 토스트기에 넣어서 앞뒤로 노릇노릇하게 구우면 기분 좋게 구수한 풍미가 살아나지요. 로스팅이 많이 돼서 가끔은 카라멜처럼 달콤하기도 하고 때로는 어두운 계열이 가지고 있는 커피나 초콜릿 같은 뉘앙스가 있는 묵직한 맥주들이 저 안에 있어요. 그 옆에는 뭔가 몽실몽실, 몽글몽글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은 모양의 고스트가 있어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들이 음식을 발효를 시키는데, 발효에서 나오는 몽실몽실 부드러운 과실의 느낌, 때로는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미묘한 향신료의 느낌을 담고 있는 맥주들을 모아 놓았습니다.
맨 왼쪽은 가장 전형적인 고스트의 모습을 하고 있어요. 전형적인 맥주란 무엇일까요? 맥주라고 하면 자고로 청량해야 되고 시원해야 되고 목 넘김이 깔끔해야 되고, 그렇게들 생각하시잖아요. 이 부분들을 책임지는 가장 중요한 지점이 신선함이에요. 이 냉장고에는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신선함이 주력이 되는 주요 IPA나 요즘 유행하는 헤이지 IPA, 라거지만 홉 향이 가득한 맥주들이 들어 있어요. 이 네 가지 분류를 통해 맥주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해 놓았어요. 네 가지 형태의 고스트를 하나씩 다 마셔보고 자신과 결이 맞는 맥주를 찾아보시는 분들도 있고, 오늘 기분이 이러하니까 하나만 파보겠다, 그렇게 선택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고스트를 선택했다면 그다음 브랜드 선택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큰 분류를 선택하시면 제가 몇 가지를 맥주를 가지고 와서 설명을 드리고 마음이 가는 걸로 고르시게 하는 경우가 가장 많아요. 때로는 이런 순서를 다 무시하고 오늘 컨디션 어떠세요? 오늘 기분 어떠세요? 오늘 어떤 하루 보내셨나요? 이런 질문으로 시작하는 경우도 있어요. 어떤 분들은 저한테 미션을 주시기도 해요. 오늘 하루 종일 진짜 화가 나서 힘들었어요, 그런 식으로요. 기억에 남는 한 분은, 아주 애매한 시간대에 오셔서, 지금 업무 데드라인이 2시간밖에 안 남았다고, 일을 빨리 해야 하는데 너무 집중이 안 돼서 맥주 한 잔만 하러 왔는데 뭐가 좋겠냐고 하셨어요. 이렇게 퀘스트를 주시면 저는 신이 나서 추천을 해 드리는데, 대화를 이어가면서 유기적으로 풀어나가는 편입니다.
주로 어떤 분들이 발효 유령을 찾아오시나요?
근처 30~40대 직장인부터 연령층이 높은 분들까지 다양해요. 예약을 하고 오시는 분도 있고, 그냥 시원하게 맥주 한 잔을 할 곳을 찾아 오셨다가 새로움을 느끼고 가시기도 해요. 50, 60대 분들은 경험의 폭이 넓어서 낯선 무언가가 왔을 때 자기 경험 안에서 그 비슷한 것을 찾아내고 여유롭게 잘 즐기세요. 퍼멘티드 고스트는 맥주를 모르시는 분들이 오셨을 때 더 많은 영향력을 가지는 곳인 것 같아요. 맥주 세상이 무한하게 넓은 만큼 찾아 마시는 재미가 크거든요. 찾아 마실 수 있는 경험의 폭을 넓혀 가시는 곳이라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서울 브루어리, 을를 브루어리 등 이 근처에 브루어리들이 꽤 있어요. 퍼멘티드 고스트에서 자기 취향을 찾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경험하신 다음 실전으로 그 브루어리들에 가시는 거지요. 그런데 브루어리에 가셨다가 다시 찾아오세요. 그 브루어리에서 이러이러한 걸 마셔 보고 난 다음의 생각을 저에게 이야기하고 정리해 보고 싶으신 거지요. 다른 한편으로, 맥주를 정말 잘 아시는 마니아들은 안 오실 거라 예상했어요. 알아서 잘 찾아서 마시는 분들이니까요. 그런데 자기가 그동안 갖고 있던 궁금증, 어디서도 풀지 못했던 궁금증을 풀러 오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여기서 같이 테이스팅을 하자는 건 아니고 “이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건 왜 그런 거예요?” 그런 질문을 많이 하세요.
한국의 맥주 소비 정서를 생각하면 다들 그렇게 호의적이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가장 큰 장벽이라고 하면 역시 맥주에 대한 인식이에요. 인식의 변화, 전환이 일어나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고민해 왔어요. 제 결론은 경험을 다르게 해주자는 것이었어요. 어떤 분이 한 잔을 마시고 ‘맛있다’고 느끼게 해 드리는 건 어렵지 않아요. 그런데 맥주와 관련한 총체적인 경험을 하고, 정말 좋은 기억으로 간직하는 것, 나 오늘 정말 좋은 기분으로 돌아갈 수 있겠어, 그런 기억을 심어 주는 건 다른 일이에요. 저는 그 지점에 집중하고 있어요. 한계는 분명히 있어요. 사람은 저 한 명이고 제가 쓸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이니까요.
맥주 소믈리에와 퍼멘티드 코스트의 운영자 사이의 균형은 어떻게 유지하고 계신가요?
제가 이 공간을 만든 이유는 맥주를 경험하는 방식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싶어서예요. 맥주를 경험하는 방식을 다시 설계하고 싶었던 건데, 소믈리에 관점에서만 보면 완벽한 한 잔에 집중하게 되고, 완벽한 한잔에 집중하다 보면 결점이 없고 제 마음에 확실하게 좋은 맥주에 집착하게 돼요. 다양한 구성으로 꾸리기 힘들 거예요. 맥주를 경험하는 새로운 방식만 연구하다 보면 사업성과는 거리가 멀어질 수도 있고요.
창업자이자 운영자로서 공간의 지속가능성과 제가 추구하는 완벽한 한 잔의 밸런스를 어떻게 맞춰갈까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맥주의 경험을 새롭게 하는 시도에서 이익까지 낼 수 있어야 하는 게 제 역할이지요. 테이스팅 바라는 개념을 만들어 보았고. 이 테이스팅 바가 저에게 첫 번째 실험의 장이 되었고, 테이스팅 코스를 설계했고, 시즌별로 테마를 바꿔가는 모든 것이 실험이었어요. 그리고 이제 저는 퍼맨티드 고스트를 단순히 테이스팅 바가 아니라 가장 높은 층위의, 맥주를 접근하는 방식으로서 특정한 관점을 가지는 브랜드로 바라보고 있어요. 시즌1이 성수동 작은 골목의 ‘바’라는 콘셉트였다면, 이 브랜드 안에서 다양한 전환과 변화를 계획하고 있어요.
대표님 자신을 맥주로 표현하신다면요?
두 번째 맥주를 소개해 드리면서 이야기해 볼까 해요. 이건 듀퐁 양조장에서 만든 세종이라는 맥주예요. 벨기에 남부 지역 농가에서 만들던 맥주인데, 예전 우리 농가들이 가양주로 쌀 막걸리를 빚었듯, 세종은 농가에서 만들어 마시던 술이에요. 농번기에 새참으로 막걸리를 마시듯 이들도 세종을 그렇게 마셨어요. 굉장히 포근하면서도 소박하고, 농가마다 자유로움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세종 스타일의 맥주는 기술적으로 봤을 때 범위가 굉장히 넓고, 그만큼 해석의 여지도 넓어요. 양조사마다 맥주의 탄산은 어떻게 할지, 단맛과 쓴맛의 밸런스, 색깔은 어떻게 할지 자기만의 기준을 가지고 있어요. 일정 틀은 존재하지만 틀에 갇히지 않은 맥주예요. 어떤 양조사들은 굉장히 드라이하고 향상감이 풍성하고 허브 향이 잔잔한 맥주 스타일로 만들고, 어떤 분들은 스파이시하면서도 쌉싸름한 맛이 강조되도록 만들고, 또 어떤 분들은 여기에서 훨씬 더 나아가서 산미까지 느껴질 정도로 와일드하게 만들어요. 뭔가 한 번에 확 사로잡는 맛은 아니지만 보리 맥아에서 오는 투박하고 거친 맛에 산미도 느껴지는, 대형 브랜드 식빵과 동네 빵집에서 만들어 파는 사워도우의 차이 같다고 할까요. 곡물에서 오는 구수한 편안함과 세종 효모가 가지고 있는 후추 스파이시, 숙성에서 오는 달큰한 과일 잼 같은 농익은 느낌, 그런 미묘한 뉘앙스가 있어요. 또 끝은 쌉싸름하게 마무리되면서 또 다음 한 입을 마시게끔 하지요. 탄산도 풍성해요.
듀퐁 양조장의 세종은 세종이라는 맥주가 전 세계에 널리 퍼지게끔 하는 데 큰 공헌을 했어요. 막걸리를 만드는 집집마다 누룩이 있잖아요. 마찬가지로 세종을 만드는 농가마다 효모가 다 달랐는데, 듀퐁 양조장의 세종 효모가 세종 맥주의 표준을 정해주게 돼요. 마개가 코르크로 되어 있어서 어느 정도 양조사가 의도했던 지점은 있되 병 안에서 2착 숙성이 되면서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영역에서 의외성이 결합돼요. 세종 듀퐁은 간결하면서 진실돼요. 투박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언제든지 저의 갈증을 해소해 주고 또 언제든지 저의 노동에 기쁨을 주는 노동주로서의 역할을 해 줘요. 제 마음의 갈등을 빠르게 해소시켜 주면서 영혼이 따스해지는 느낌. 본래 가지고 있는 자유로움에 투박하지만 진실된 마음, 의도되었으나 의도되지 않은 우연, 그리고 마지막에 우리의 노동을 축하해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듀퐁 세종을 골라봤습니다.
퍼멘티드 고스트의 두 번째 시즌은 어떤 모습으로 펼쳐지게 될까요?
시즌1이 ‘새로운 경탄과 발견’에 초점을 맞췄다면, 다음 시즌에서는 그 발견을 조금 다른 방향으로 이어가 보려고 해요. 퍼멘티드 고스트를 운영하면서 느낀 건, 많은 사람들이 맥주를 통해 새로운 맛을 경험하는 것에 굉장히 즐거움을 느끼지만, 그 다음 단계로 이어질 수 있는 학습의 공간이나 커뮤니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점이었어요.
그래서 다음 시즌의 퍼멘티드 고스트는 단순히 맥주를 소개하거나 마시는 공간을 넘어, 맥주를 함께 배우고 이야기할 수 있는 교육과 커뮤니티 중심의 공간으로 조금 더 방향을 옮겨보려고 합니다.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서로의 경험과 생각을 나누고, 조금 더 깊이 이해해 볼 수 있는 작은 학습 공동체 같은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것이 감각에 대한 질문들이에요. 지금까지는 ‘이 맥주는 이런 맛이 있구나’라는 발견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왜 이런 맛이 느껴질까’, ‘나는 왜 이런 취향을 가지고 있을까’ 같은 질문들을 던져보는 단계로 넘어가 보려 합니다. 다만 그 감각을 어떤 방식으로 정의하거나 정리하려 하기보다는, 각자의 경험을 통해 조금씩 탐구해 보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음 시즌의 퍼멘티드 고스트는 센서리를 하나의 답으로 제시하기보다는, 맥주를 매개로 감각과 취향, 그리고 대화를 확장해 보는 교육적이고 커뮤니티적인 실험에 더 가까울 것 같습니다. 일단 올해 내 변화를 염두에 두고 있고, 그래서 올해가 퍼멘티드 고스트에는 큰 전환점이 될 것 같아요.
인터뷰 | 이주호 · 신태진
사진 | 신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