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의 날을 맞아 한 편의점에서 독도 맥주를 한정 판매한다기에, 이름만 붙이면 독도 맥주인가 했었지요.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맥주가 울릉도에서 양조한 것이더군요. 양조장 이름은 울릉 브루어리. 재료 수급, 유통, 고용, 쉬운 게 하나도 없을 텐데, 지역적 차별성만 보고 거기까지 갔을 리는 없고, 대체 어떤 이유에서 울릉도 맥주를 만들기 시작했는지 궁금했습니다. 마침 서울에서 지내는 기간이라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울릉 브루어리 정성훈 대표를 만나 맥주 이야기, 울릉도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울릉브루어리 정성훈 대표
울릉도, 그 먼 곳에 양조장을 열게 된 이유가 있나요?
울릉도에 정착을 하게 된 건 저희 집이 5대에 걸쳐 울릉도에서 살아왔기 때문이에요. 저희 집은 제가 9살 때 울릉도를 떠나 지금껏 서울에서 살았고, 대를 이어 울릉도에서 살고 싶은 생각이 항상 있었어요. 울릉도의 가계가 사라진다는 게 안타까웠고, 저라도 울릉도에 생활이나 사업 기반을 마련해 대를 이어가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버지가 퇴직을 하시면서 먼저 울릉도로 가셨고, 아버지에게 울릉도에 새로운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들으면서 하루 빨리 들어가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전까지 울릉도 사람들에게 울릉도는 발전하지 않는 곳, 발전 가능성이 없는 곳이었어요. 그러다 긍정적으로 변해가는 이야기를 계속 전해 듣다 보니 가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졌어요.
맥주 양조장을 하겠다고 결정은 어떻게 하신 건가요?
2019년 여름, 현재 울릉 브루어리의 이사로 있는 회사 동료와 울릉도에 놀러 왔어요. 울릉도 한 번도 안 가봤다고 해서 같이 왔던 건데, 울릉도에서 살면서 일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함께 하게 되었어요. 그런 얘기를 하다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됐어요. 저희 둘이 해외 출장을 가든 국내에서 미팅을 하든 업무 합이 잘 맞았고, 주말이면 종종 양조장 투어에 가거나 다른 지역으로 수제 맥주 마시러 가고는 했는데,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맥주를 울릉도의 좋은 물을 활용해서 직접 만들면 사업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거예요.
2020년 12월에 법인을 설립하고 나서 펀딩을 준비하고, 2022년에 투자가 결정되어 2024년도 양조장을 완공했어요. 저희가 사업을 할 수 있는 최소 금액만 달성하면 바로 시작할 생각이었고, 그래서 당초 저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사업을 개시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아무래도 양조장이 워낙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울릉도가 물류나 인적 네트워크에서 취약하다 보니까 비용이 계속 늘어나더라고요.

울릉브루어리 양조 시설 | 울릉브루어리 제공
본격적인 맥주 양조는 언제부터 시작한 건가요?
저희가 브루마스터와 양조 관련 자격증을 이미 가지고 있어서 홈브루잉으로 계속해서 테스트를 하고 있었어요. 울릉도 용출수로 라거, 바이젠을 만들어 보니 물의 경도 때문에 확실히 풍미가 살더라고요. 2023년 테스트 배치를 완성해서 첫 테스트를 했고 2024년 첫 출시를 하였습니다. 첫 테스트에서 출시까지 2년이 걸렸어요.
저희가 맥주의 이론적인 부분들에 치중되어 있었다 보니 실제로 시설을 이용해서 양조하는 경험이 없었어요. 그래서 다른 지역 양조장에 가서 울릉도에서 맥주를 만들 건데 돈은 받지 않을 테니 여기서 일하면서 경험을 쌓게 해 달라 부탁을 했어요. 흔쾌히 받아주신 곳이 있어서 테스트 배치에 그 경험을 적용할 수 있었어요. 확실히 기존에 공부했던 부분들이 빨리 이해가 되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협력하는 양조장들도 생겨났고, 지금도 좋은 관계들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상표 브랜딩은 어떻게 기획하셨나요?
제가 광고 홍보를 전공했고 광고 정책, 전시 기획 일을 해 왔어요. 이사님은 시각 디자인을 전공했고요. 저희가 광고 기획사 경험이 있어서 울릉도 맥주를 처음 생각할 때부터 울릉도, 독도라는 텍스트를 활용한 패키지 보다는 새로운 느낌으로 울릉도를 알리고 싶었어요. 울릉도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액티비티를 활용해서 제품 컨셉을 잡았죠.
사실 울릉도 맥주, 독도 맥주라고 하면 각인이 쉽지요. 하지만 저희가 청년이기도 하고 울릉도가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오는 섬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서 젊은 사람들이 어떤 기대를 가지고 울릉도에 들어올까 하는 부분을 고려했어요. 스쿠버 다이빙, 캠핑, 등산, 수영, 이 네 가지가 가장 보편적이더라고요. 그래서 이 네 가지를 활용해서 울릉도를 알리면서 우리 맥주도 간접적으로 알리는 마케팅 계획을 짰어요.
네 가지 맥주가 어떤 건가요?
전체적인 콘셉트는 울릉도에서 가장 즐겨하는 액티비티입니다. 라거와는 수영이 잘 맞는 것 같아서 스위밍 라거라고 했고, 캠핑 바이젠, 하이킹 페일에일, 다이빙 스타우트가 있습니다. 라벨에는 액티비티를 떠올릴 수 있는 디자인 패턴들이 입혀져 있고요, 그 패턴을 활용해서 다양한 굿즈들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저희 기본 라인업은 맥주의 대표적인 종류예요. 이 대표적인 맥주들을 저희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다기보다 오리지널을 구현해 내는 데 집중했어요. 육지의 양조장들은 경쟁이 치열해서 차별화에 신경 써야 하지만, 저희 같은 경우는 독보적 위치의 양조장이기 때문에 정말 맛있는 수제맥주라는 걸 알리는 게 우선이라 판단했어요.

울릉브루어리의 맥주 4종 | 울릉브루어리 제공
캔맥주는 없고 병맥주만 판매하는 이유가 있나요?
양조장에 방문하시면 생맥주를 포장해서 가실 수 있고요, 시중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다 병맥주입니다. 재활용에 대한 부분을 굉장히 고민했는데, 저희 병맥주가 대부분 선물용이라 거의 다 섬을 떠나요. 그래서 회수량이 많지 않아요.
사실 처음부터 캔 디자인이 나오긴 했어요. 하지만 병을 먼저 출시하기로 했지요. 병맥주가 주는 이미지가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캔맥주는 ‘편의점 맥주’로 포지셔닝이 되어 있다 보니까 지역 맥주, 좋은 물과 재료로 잘 만든 고급 맥주로 자리 잡으려면 330ml 병맥주로 시작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캔제품도 곧 만나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GS 편의점에서 한정으로 독도 맥주를 판매하신 적도 있지요?
따로 양조를 한 건 아니고요, 저희 기본 맥주 라인업에 독도의 날에 맞춘 한글 라벨링을 새로 해서 출시한 맥주였어요. 독도의 날에 맞춰 진행을 하다 보니까 소장을 원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매년 한정 수량으로 출시하려고 합니다.
울릉도 용출수로 만들면 맥주 맛이 완전히 다른가요?
물 자체가 완벽히 다르다고 느꼈던 건 어릴 때부터였어요. 용출수가 저희 양조장이 있는 추산 마을에서 나오는 물이거든요. 여행객들이 추산 용출수로 샤워를 하면 굉장히 오래 걸려요. 비눗물이 안 씻긴 줄 알고 계속 헹구다가 이게 물 성분 때문에 미끌미끌하다는 걸 알고 그때 샤워를 멈추시지요. 그게 물 속 미네랄 성분 때문인데, 실제로 음용해 보면 물맛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맥주 자체가 물이 90%을 차지하고 홉이나 맥아의 향, 풍미가 좀 더 풍부하게 발현되려면 경수를 쓰는 게 좋아요. 미네랄 함량, 특히 실리카 성분이 많을수록 효모 같은 재료의 활동성을 높아지거든요. 에일이나 스타우트 같은 맥주에 특히 더 적합해요.
맥아, 홉은 어떤 것을 사용하시나요?
저희가 가장 많이 고민한 부분이 원재료인데, 가장 좋은 물에 가장 좋은 재료가 만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서 품질이 가장 우수한 독일산 맥아를 선택했어요. 홉이나 효모 같은 경우는 수입사를 통해서 들여오다 보니까 저희에게 선택권이 많이 없지만, 그래도 그 중에서 가장 좋은 것들을 선택하고 있어요.
울릉도에 다른 양조장은 없나요? 맥주 양조장이 들어온다 했을 때 반응은 어땠나요?
제조업을 등록한 양조장이, 울릉도에서만 술을 만든다는 기준으로 세 곳이 있어요. 먼저 울릉 브루어리가 있고, 저희 양조장 바로 앞에 호박 막걸리 만드는 양조장이 있어요. 마지막 하나는 물레방아라고 울릉도 나리분지에서만 판매하는 씨껍데기 막걸리를 빚는 양조장이 있어요.
반응은 다 똑같았어요. 우리가 어떤 식으로 협력할 수 있을까, 먼저 물어 봐 주셨어요. 울릉도 환경이 육지와의 물류가 쉽지 않고, 막걸리 특성상 유통기한이 엄청 짧잖아요. 그래서 다들 고민이 많으셨어요. 하지만 저희가 당장 협업을 할 수가 없었던 게, 아직 저희 제품이 나오지 않았고 브랜드 형성도 안 된 상태라 섣불리 다른 주류랑 협업을 하기가 힘들었어요. 현재는 저희가 브루어리 투어를 진행하는데, 마지막에 울릉도 막걸리 양조장을 소개해 드리면서 이 세 곳을 하나의 울릉도 콘텐츠로 묶어 안내해 드리고 있습니다.

울릉브루어리 제공
울릉 브루어리의 맥주는 어디 가면 살 수 있나요?
울릉도에서 만든 맥주라서 울릉도에서만 상시 판매한다는 내부 정책이 있습니다. 울릉도만의 특별한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고, 실제로 양조업을 시작하기 전에 다양한 나라의 양조장을 견학했는데, 그중 삿포로 클래식에 큰 인상을 받았어요. 삿포로 클래식은 홋카이도 지역에서만 판매되는 맥주이고 그 때문에 여행객들이 기념품으로 정말 많이 사가요. 울릉 브루어리 맥주도 그런 식으로 지역 콘텐츠로서 자리 잡게 하고 싶었어요.
지금 울릉도 내에 60군데 정도 납품하고 있어요. 편의점, 식당, 특산물 판매장 등 주류 유통이 허용된 곳이면 어딜 가시든 저희 제품을 만날 수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양조 주기는 어떻게 되나요?
저희는 한 달에 4번에서 6번 양조를 하고요, 수량이 많지는 않지만, 2024년에 런칭해서 지금까지 계속 전량 완판하고 있어요. 그래서 올해는 생산량을 2.5배 늘리기 위해 설비 증설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국내 모든 관광지들이 코로나 때 정점을 찍고 지금은 엄청난 급감을 하고 있는데 울릉도는 그 폭이 크지 않아요. 예전에는 20만 명 정도 방문을 했다가 코로나 때 40만을 찍고, 지금은 35만에서 40만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있어요. 그만큼 울릉도에 관한 정보가 많이 퍼지기도 했고 대형크루즈 및 쾌속선이 다니기 시작하면서 날씨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관광객이 유입될 수 있게 됐어요. 그 덕에 저희도 꾸준히 판매량이 증가 할 수 있었고요.
다른 지역 양조장과의 협업 계획은 없나요?
이번에 성수동 서울 브루어리와 처음 콜라보 양조를 시도해 봤는데요. 저희가 원래 맥주 기본 라인 네 가지는 용출수 이외에 다른 울릉도 특산물을 넣지 않았어요. 지역 특산물을 가미해서 새로운 맥주를 시도하는 양조장이 많은데, 저희 맥주만의 맛 포지셔닝을 위해 지금까지는 그런 시도를 하지 않았어요. 이제 2년 정도 운영을 하고 나니 울릉도 특산물을 가미해도 지금 맛을 크게 흩트리지 않을 기술력이 생겼고, 그래서 우선 다른 지역 양조장과 콜라보를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울 브루어리는 주로 해외 양조장과 콜라보를 해 왔는데, 이번에 감사하게도 저희와 협업이 진행되었어요. 서울과 울릉의 합성어로 서울릉이라는 시리즈를 만들었어요. 울릉도에서 재배한 쌀 50%와 서울에서 재배한 쌀 50%를 섞어서 쌀 베이스의 라거를 하나 만들었고요, 이슬 팜하우스 에일이라고, 달달한 맛이 나는 울릉도 이슬차 찻잎을 활용해서 에일을 만들었습니다. 이 두 맥주를 서울 브루어리에서 론칭하고 4월부터 편의점에서 한정 수량 판매 후 울릉크루즈와 울릉도 전역에서 판매할 계획이에요.
3월 18일에 설명회와 시음 행사가 있고, 4월 중에는 처음으로 주류박람회에 참가하려고합니다. 한 종당 생산량이 6천 리터 정도, 캔 기준으로 355ml짜리 1만 캔 정도라서, 행사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모르겠어요.
울릉도 여행을 가면 양조장 방문이 가능한가요?
네 언제든 예약 없이 방문하셔도 간단히 저희 맥주나 브루어리에 대한 안내를 받으실 수 있어요. 맥주 양조 과정에 대한 부분이나 상세한 설명 및 시음은 브루어리 투어 예약을 하셔야 합니다. 투어 시간이 15분 정도, 시음이 30분 정도 됩니다. 양조장 건물의 절반은 양조 시설이고 절반은 펍 공간이에요. 시음은 펍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병제품과 생맥주 포장 등 다양하게 구매를 하실 수도 있습니다.

울릉브루어리 제공
협업 말고, 기존 라인업에 추가되는 맥주는 없나요?
울릉도 농업기술센터에서 기술 이전을 받은 마가목 와인을 테스트 하는 중이고, 울릉도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명이, 부지깽이 등 산채나물을 접목한 맥주도 개발 중에 있습니다.
울릉 브루어리를 가려면 울릉도에 가야 하는데, 가장 쉽게 가는 방법이 뭔가요?
강릉, 묵호, 후포, 포항 이렇게 네 군데에서 울릉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강릉, 후포는 올해 배가 안 떠서 묵호와 포항에서 3개의 배가 운항하고 있습니다. KTX로 묵호까지 연결돼 있어서 수도권에서 오시는 분은 그게 가장 빠릅니다. 날씨에 영향을 덜 받으려면 포항에서 2만 톤 급 울릉 크루즈 또는 쾌속선인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를 이용하면 되는데, 각 1200명, 960여명이 탈 수 있고, 웬만한 파도에도 1일 1왕복을 하고 있습니다.
포항에 내려가서 밤 11시에 크루즈를 타면 6시에 울릉도에 도착하니까 침대에서 푹 자고 바로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나갈 때는 지루하니까 포항 왕복 쾌속선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를 이용하시면 2시간 50분 만에 나가 실 수 있고요. 2028년 공항이 개항하면 더 쉽게 오실 수 있겠지요.
양조장에 펍 공간이 있다고 했는데, 그 공간을 활용한 다른 계획은 없나요?
숙박시설이 많은 도동이나 저동에 울릉도만의 펍공간을 계획하고 있어요. 울릉도에는 굉장히 다양한 매력이 있는데 획일화된 여행 코스들에 가려 그 안의 것들이 드러나지 않고 있어요. 예를 들어 나리분지는 그 뒤에 있는 숲길이 나리분지의 모든 걸 다 말해줍니다. 깃대봉까지 걸어가면 3시간 왕복 코스가 되는데 그 진면목의 초입에서 그냥 돌아서게 되면, 진정한 울릉도를 못 느끼고 돌아가는 상황이 되지요.
저희는 맥주로 시작을 했지만 주류를 기반으로 F&B 매장들을 특색 있게 운영해 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그 일환으로 울릉도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여행 콘텐츠를 만들어 보고자 합니다. 물론 울릉 브루어리 맥주 양조장 투어와 연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요. 인구 소멸 지역인 울릉도에서 다양한 관광 콘텐츠를 개발하면서 채용이 이루어지고, 울릉도 주민이나 울릉도에서 자리 잡기 원하는 사람들이 일할 수 있는 곳을 많이 만들어 보고 싶어요. 그래서 더 많은 분들이 울릉도에 찾아오시고, 지역 경제가 더 나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울릉브루어리 제공
인터뷰 | 이주호 · 신태진
사진 | 울릉브루어리, 신태진
독도의 날을 맞아 한 편의점에서 독도 맥주를 한정 판매한다기에, 이름만 붙이면 독도 맥주인가 했었지요.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맥주가 울릉도에서 양조한 것이더군요. 양조장 이름은 울릉 브루어리. 재료 수급, 유통, 고용, 쉬운 게 하나도 없을 텐데, 지역적 차별성만 보고 거기까지 갔을 리는 없고, 대체 어떤 이유에서 울릉도 맥주를 만들기 시작했는지 궁금했습니다. 마침 서울에서 지내는 기간이라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울릉 브루어리 정성훈 대표를 만나 맥주 이야기, 울릉도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울릉브루어리 정성훈 대표
울릉도, 그 먼 곳에 양조장을 열게 된 이유가 있나요?
울릉도에 정착을 하게 된 건 저희 집이 5대에 걸쳐 울릉도에서 살아왔기 때문이에요. 저희 집은 제가 9살 때 울릉도를 떠나 지금껏 서울에서 살았고, 대를 이어 울릉도에서 살고 싶은 생각이 항상 있었어요. 울릉도의 가계가 사라진다는 게 안타까웠고, 저라도 울릉도에 생활이나 사업 기반을 마련해 대를 이어가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버지가 퇴직을 하시면서 먼저 울릉도로 가셨고, 아버지에게 울릉도에 새로운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들으면서 하루 빨리 들어가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전까지 울릉도 사람들에게 울릉도는 발전하지 않는 곳, 발전 가능성이 없는 곳이었어요. 그러다 긍정적으로 변해가는 이야기를 계속 전해 듣다 보니 가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졌어요.
맥주 양조장을 하겠다고 결정은 어떻게 하신 건가요?
2019년 여름, 현재 울릉 브루어리의 이사로 있는 회사 동료와 울릉도에 놀러 왔어요. 울릉도 한 번도 안 가봤다고 해서 같이 왔던 건데, 울릉도에서 살면서 일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함께 하게 되었어요. 그런 얘기를 하다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됐어요. 저희 둘이 해외 출장을 가든 국내에서 미팅을 하든 업무 합이 잘 맞았고, 주말이면 종종 양조장 투어에 가거나 다른 지역으로 수제 맥주 마시러 가고는 했는데,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맥주를 울릉도의 좋은 물을 활용해서 직접 만들면 사업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거예요.
2020년 12월에 법인을 설립하고 나서 펀딩을 준비하고, 2022년에 투자가 결정되어 2024년도 양조장을 완공했어요. 저희가 사업을 할 수 있는 최소 금액만 달성하면 바로 시작할 생각이었고, 그래서 당초 저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사업을 개시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아무래도 양조장이 워낙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울릉도가 물류나 인적 네트워크에서 취약하다 보니까 비용이 계속 늘어나더라고요.
울릉브루어리 양조 시설 | 울릉브루어리 제공
본격적인 맥주 양조는 언제부터 시작한 건가요?
저희가 브루마스터와 양조 관련 자격증을 이미 가지고 있어서 홈브루잉으로 계속해서 테스트를 하고 있었어요. 울릉도 용출수로 라거, 바이젠을 만들어 보니 물의 경도 때문에 확실히 풍미가 살더라고요. 2023년 테스트 배치를 완성해서 첫 테스트를 했고 2024년 첫 출시를 하였습니다. 첫 테스트에서 출시까지 2년이 걸렸어요.
저희가 맥주의 이론적인 부분들에 치중되어 있었다 보니 실제로 시설을 이용해서 양조하는 경험이 없었어요. 그래서 다른 지역 양조장에 가서 울릉도에서 맥주를 만들 건데 돈은 받지 않을 테니 여기서 일하면서 경험을 쌓게 해 달라 부탁을 했어요. 흔쾌히 받아주신 곳이 있어서 테스트 배치에 그 경험을 적용할 수 있었어요. 확실히 기존에 공부했던 부분들이 빨리 이해가 되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협력하는 양조장들도 생겨났고, 지금도 좋은 관계들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상표 브랜딩은 어떻게 기획하셨나요?
제가 광고 홍보를 전공했고 광고 정책, 전시 기획 일을 해 왔어요. 이사님은 시각 디자인을 전공했고요. 저희가 광고 기획사 경험이 있어서 울릉도 맥주를 처음 생각할 때부터 울릉도, 독도라는 텍스트를 활용한 패키지 보다는 새로운 느낌으로 울릉도를 알리고 싶었어요. 울릉도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액티비티를 활용해서 제품 컨셉을 잡았죠.
사실 울릉도 맥주, 독도 맥주라고 하면 각인이 쉽지요. 하지만 저희가 청년이기도 하고 울릉도가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오는 섬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서 젊은 사람들이 어떤 기대를 가지고 울릉도에 들어올까 하는 부분을 고려했어요. 스쿠버 다이빙, 캠핑, 등산, 수영, 이 네 가지가 가장 보편적이더라고요. 그래서 이 네 가지를 활용해서 울릉도를 알리면서 우리 맥주도 간접적으로 알리는 마케팅 계획을 짰어요.
네 가지 맥주가 어떤 건가요?
전체적인 콘셉트는 울릉도에서 가장 즐겨하는 액티비티입니다. 라거와는 수영이 잘 맞는 것 같아서 스위밍 라거라고 했고, 캠핑 바이젠, 하이킹 페일에일, 다이빙 스타우트가 있습니다. 라벨에는 액티비티를 떠올릴 수 있는 디자인 패턴들이 입혀져 있고요, 그 패턴을 활용해서 다양한 굿즈들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저희 기본 라인업은 맥주의 대표적인 종류예요. 이 대표적인 맥주들을 저희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다기보다 오리지널을 구현해 내는 데 집중했어요. 육지의 양조장들은 경쟁이 치열해서 차별화에 신경 써야 하지만, 저희 같은 경우는 독보적 위치의 양조장이기 때문에 정말 맛있는 수제맥주라는 걸 알리는 게 우선이라 판단했어요.
울릉브루어리의 맥주 4종 | 울릉브루어리 제공
캔맥주는 없고 병맥주만 판매하는 이유가 있나요?
양조장에 방문하시면 생맥주를 포장해서 가실 수 있고요, 시중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다 병맥주입니다. 재활용에 대한 부분을 굉장히 고민했는데, 저희 병맥주가 대부분 선물용이라 거의 다 섬을 떠나요. 그래서 회수량이 많지 않아요.
사실 처음부터 캔 디자인이 나오긴 했어요. 하지만 병을 먼저 출시하기로 했지요. 병맥주가 주는 이미지가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캔맥주는 ‘편의점 맥주’로 포지셔닝이 되어 있다 보니까 지역 맥주, 좋은 물과 재료로 잘 만든 고급 맥주로 자리 잡으려면 330ml 병맥주로 시작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캔제품도 곧 만나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GS 편의점에서 한정으로 독도 맥주를 판매하신 적도 있지요?
따로 양조를 한 건 아니고요, 저희 기본 맥주 라인업에 독도의 날에 맞춘 한글 라벨링을 새로 해서 출시한 맥주였어요. 독도의 날에 맞춰 진행을 하다 보니까 소장을 원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매년 한정 수량으로 출시하려고 합니다.
울릉도 용출수로 만들면 맥주 맛이 완전히 다른가요?
물 자체가 완벽히 다르다고 느꼈던 건 어릴 때부터였어요. 용출수가 저희 양조장이 있는 추산 마을에서 나오는 물이거든요. 여행객들이 추산 용출수로 샤워를 하면 굉장히 오래 걸려요. 비눗물이 안 씻긴 줄 알고 계속 헹구다가 이게 물 성분 때문에 미끌미끌하다는 걸 알고 그때 샤워를 멈추시지요. 그게 물 속 미네랄 성분 때문인데, 실제로 음용해 보면 물맛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맥주 자체가 물이 90%을 차지하고 홉이나 맥아의 향, 풍미가 좀 더 풍부하게 발현되려면 경수를 쓰는 게 좋아요. 미네랄 함량, 특히 실리카 성분이 많을수록 효모 같은 재료의 활동성을 높아지거든요. 에일이나 스타우트 같은 맥주에 특히 더 적합해요.
맥아, 홉은 어떤 것을 사용하시나요?
저희가 가장 많이 고민한 부분이 원재료인데, 가장 좋은 물에 가장 좋은 재료가 만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서 품질이 가장 우수한 독일산 맥아를 선택했어요. 홉이나 효모 같은 경우는 수입사를 통해서 들여오다 보니까 저희에게 선택권이 많이 없지만, 그래도 그 중에서 가장 좋은 것들을 선택하고 있어요.
울릉도에 다른 양조장은 없나요? 맥주 양조장이 들어온다 했을 때 반응은 어땠나요?
제조업을 등록한 양조장이, 울릉도에서만 술을 만든다는 기준으로 세 곳이 있어요. 먼저 울릉 브루어리가 있고, 저희 양조장 바로 앞에 호박 막걸리 만드는 양조장이 있어요. 마지막 하나는 물레방아라고 울릉도 나리분지에서만 판매하는 씨껍데기 막걸리를 빚는 양조장이 있어요.
반응은 다 똑같았어요. 우리가 어떤 식으로 협력할 수 있을까, 먼저 물어 봐 주셨어요. 울릉도 환경이 육지와의 물류가 쉽지 않고, 막걸리 특성상 유통기한이 엄청 짧잖아요. 그래서 다들 고민이 많으셨어요. 하지만 저희가 당장 협업을 할 수가 없었던 게, 아직 저희 제품이 나오지 않았고 브랜드 형성도 안 된 상태라 섣불리 다른 주류랑 협업을 하기가 힘들었어요. 현재는 저희가 브루어리 투어를 진행하는데, 마지막에 울릉도 막걸리 양조장을 소개해 드리면서 이 세 곳을 하나의 울릉도 콘텐츠로 묶어 안내해 드리고 있습니다.
울릉브루어리 제공
울릉 브루어리의 맥주는 어디 가면 살 수 있나요?
울릉도에서 만든 맥주라서 울릉도에서만 상시 판매한다는 내부 정책이 있습니다. 울릉도만의 특별한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고, 실제로 양조업을 시작하기 전에 다양한 나라의 양조장을 견학했는데, 그중 삿포로 클래식에 큰 인상을 받았어요. 삿포로 클래식은 홋카이도 지역에서만 판매되는 맥주이고 그 때문에 여행객들이 기념품으로 정말 많이 사가요. 울릉 브루어리 맥주도 그런 식으로 지역 콘텐츠로서 자리 잡게 하고 싶었어요.
지금 울릉도 내에 60군데 정도 납품하고 있어요. 편의점, 식당, 특산물 판매장 등 주류 유통이 허용된 곳이면 어딜 가시든 저희 제품을 만날 수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양조 주기는 어떻게 되나요?
저희는 한 달에 4번에서 6번 양조를 하고요, 수량이 많지는 않지만, 2024년에 런칭해서 지금까지 계속 전량 완판하고 있어요. 그래서 올해는 생산량을 2.5배 늘리기 위해 설비 증설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국내 모든 관광지들이 코로나 때 정점을 찍고 지금은 엄청난 급감을 하고 있는데 울릉도는 그 폭이 크지 않아요. 예전에는 20만 명 정도 방문을 했다가 코로나 때 40만을 찍고, 지금은 35만에서 40만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있어요. 그만큼 울릉도에 관한 정보가 많이 퍼지기도 했고 대형크루즈 및 쾌속선이 다니기 시작하면서 날씨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관광객이 유입될 수 있게 됐어요. 그 덕에 저희도 꾸준히 판매량이 증가 할 수 있었고요.
다른 지역 양조장과의 협업 계획은 없나요?
이번에 성수동 서울 브루어리와 처음 콜라보 양조를 시도해 봤는데요. 저희가 원래 맥주 기본 라인 네 가지는 용출수 이외에 다른 울릉도 특산물을 넣지 않았어요. 지역 특산물을 가미해서 새로운 맥주를 시도하는 양조장이 많은데, 저희 맥주만의 맛 포지셔닝을 위해 지금까지는 그런 시도를 하지 않았어요. 이제 2년 정도 운영을 하고 나니 울릉도 특산물을 가미해도 지금 맛을 크게 흩트리지 않을 기술력이 생겼고, 그래서 우선 다른 지역 양조장과 콜라보를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울 브루어리는 주로 해외 양조장과 콜라보를 해 왔는데, 이번에 감사하게도 저희와 협업이 진행되었어요. 서울과 울릉의 합성어로 서울릉이라는 시리즈를 만들었어요. 울릉도에서 재배한 쌀 50%와 서울에서 재배한 쌀 50%를 섞어서 쌀 베이스의 라거를 하나 만들었고요, 이슬 팜하우스 에일이라고, 달달한 맛이 나는 울릉도 이슬차 찻잎을 활용해서 에일을 만들었습니다. 이 두 맥주를 서울 브루어리에서 론칭하고 4월부터 편의점에서 한정 수량 판매 후 울릉크루즈와 울릉도 전역에서 판매할 계획이에요.
3월 18일에 설명회와 시음 행사가 있고, 4월 중에는 처음으로 주류박람회에 참가하려고합니다. 한 종당 생산량이 6천 리터 정도, 캔 기준으로 355ml짜리 1만 캔 정도라서, 행사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모르겠어요.
울릉도 여행을 가면 양조장 방문이 가능한가요?
네 언제든 예약 없이 방문하셔도 간단히 저희 맥주나 브루어리에 대한 안내를 받으실 수 있어요. 맥주 양조 과정에 대한 부분이나 상세한 설명 및 시음은 브루어리 투어 예약을 하셔야 합니다. 투어 시간이 15분 정도, 시음이 30분 정도 됩니다. 양조장 건물의 절반은 양조 시설이고 절반은 펍 공간이에요. 시음은 펍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병제품과 생맥주 포장 등 다양하게 구매를 하실 수도 있습니다.
울릉브루어리 제공
협업 말고, 기존 라인업에 추가되는 맥주는 없나요?
울릉도 농업기술센터에서 기술 이전을 받은 마가목 와인을 테스트 하는 중이고, 울릉도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명이, 부지깽이 등 산채나물을 접목한 맥주도 개발 중에 있습니다.
울릉 브루어리를 가려면 울릉도에 가야 하는데, 가장 쉽게 가는 방법이 뭔가요?
강릉, 묵호, 후포, 포항 이렇게 네 군데에서 울릉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강릉, 후포는 올해 배가 안 떠서 묵호와 포항에서 3개의 배가 운항하고 있습니다. KTX로 묵호까지 연결돼 있어서 수도권에서 오시는 분은 그게 가장 빠릅니다. 날씨에 영향을 덜 받으려면 포항에서 2만 톤 급 울릉 크루즈 또는 쾌속선인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를 이용하면 되는데, 각 1200명, 960여명이 탈 수 있고, 웬만한 파도에도 1일 1왕복을 하고 있습니다.
포항에 내려가서 밤 11시에 크루즈를 타면 6시에 울릉도에 도착하니까 침대에서 푹 자고 바로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나갈 때는 지루하니까 포항 왕복 쾌속선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를 이용하시면 2시간 50분 만에 나가 실 수 있고요. 2028년 공항이 개항하면 더 쉽게 오실 수 있겠지요.
양조장에 펍 공간이 있다고 했는데, 그 공간을 활용한 다른 계획은 없나요?
숙박시설이 많은 도동이나 저동에 울릉도만의 펍공간을 계획하고 있어요. 울릉도에는 굉장히 다양한 매력이 있는데 획일화된 여행 코스들에 가려 그 안의 것들이 드러나지 않고 있어요. 예를 들어 나리분지는 그 뒤에 있는 숲길이 나리분지의 모든 걸 다 말해줍니다. 깃대봉까지 걸어가면 3시간 왕복 코스가 되는데 그 진면목의 초입에서 그냥 돌아서게 되면, 진정한 울릉도를 못 느끼고 돌아가는 상황이 되지요.
저희는 맥주로 시작을 했지만 주류를 기반으로 F&B 매장들을 특색 있게 운영해 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그 일환으로 울릉도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여행 콘텐츠를 만들어 보고자 합니다. 물론 울릉 브루어리 맥주 양조장 투어와 연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요. 인구 소멸 지역인 울릉도에서 다양한 관광 콘텐츠를 개발하면서 채용이 이루어지고, 울릉도 주민이나 울릉도에서 자리 잡기 원하는 사람들이 일할 수 있는 곳을 많이 만들어 보고 싶어요. 그래서 더 많은 분들이 울릉도에 찾아오시고, 지역 경제가 더 나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울릉브루어리 제공
인터뷰 | 이주호 · 신태진
사진 | 울릉브루어리, 신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