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고통을 보고 전하는 일에 관하여, 『고통 구경하는 사회』 김인정 기자 인터뷰 #1 먼저 읽기
Q.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하시는데, 회사에 소속되었을 때와 비교해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한국은 주로 소속 매체가 있는 게 보통이지만, 미국의 경우에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물론 소속사를 둔 기자들도 많습니다만, 적지 않은 수의 기자들이 독립 언론인으로 일하며 여러 매체에 그때그때 기사를 기고하는 형태로 일하기도 해요.
프리랜서로 일할 때의 장점은, 아무래도 자율적인 스케줄 관리겠죠. 제가 취재하고 싶은 분야를 스스로 정해 깊게 취재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고요. 일해 보고 싶었던 매체에 기사를 제안해서 성사시키는 재미도 있습니다. 단점이라면, 이런 시도가 안정적으로 성공이 보장되어 있는 건 아니어서, 열심히 쓴 기사라도 나가지 못하거나, 원하는 매체에 실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리스크는 있어요. 아이템이 있어도 기사를 낼 지면이 보장되어 있지는 않다는 게, 매체 소속 기자와 정반대의 고민일 거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김인정 기자 ⓒ정은
Q. 『고통 구경하는 사회』에서 동양인 프리랜서 기자가 미국 사회 안에서 맞닥트리는 한계를 이야기하셨습니다. 앞으로 이 문제에 어떻게 부딪혀 나갈 생각이신가요?
저처럼 미국에서 나고 자라지 않은 한국인 기자는 설 자리가 좁은 게 사실이긴 합니다. 동양인 기자의 비율 자체가 적은데, 미국 뉴스룸의 아시아 지사 같은 경우에도 아시아계 미국인 기자들이 주로 활동하고요. 그래선지, 저와 비슷한 상황의 동양인 기자들의 경우에는 뉴스룸 엔지니어나 데이터 저널리스트 같은 전문 기술이 필요한 직종으로 전업하는 경우도 많아요. 저는 아직 그런 전업은 생각해 보지 않았고, 언어적 한계나 보이지 않는 차별 등 여러 장벽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제가 가장 잘할 수 있고 가장 좋아하는 취재에 더 몰입하고 싶어요. 한계를 타개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보다는, 그런 분야를 깊게 다루다 보면 제가 있는 곳이 어디건, 설 자리를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정도의 믿음이 있습니다.
Q. 언론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요즘, 그럼에도 세상에 뉴스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뉴스는 오늘을, 그리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민주적으로 정보를 접하고, 어떤 일이 중요한지를 대화할 수 있게끔 하는 단초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에너지가 응집되는 순간이 드물게 올 때, 이를 어떻게 써야 할지를 공동체로서 정해야 하잖아요. 뉴스만이 이런 역할을 하지는 않지만, 뉴스라는 오래된 포맷이 담당하는 사회적인 역할이 그런 면에서 있다고 봐요. 또 사람들은 뉴스를 통해 타인의 이야기, 타인의 슬픔, 타인의 고통을 접하게 되는데요. 물론 구경하고 지나칠 수도 있지만,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도 있거든요. 도움이 필요한 분야나 변화가 필요한 사회적 오류를 짚어내는 데 뉴스의 효용이 있다고 보고요. 타인의 고통을 응시하면서 시민들이 사유하기 시작한다면, 사회 안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동력이 생겨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궁화소녀
Q. 고통이 만연한 세상에서 우리가 지치지 않고 하나라도 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현존하는 모든 고통을 개인이 전부 없앨 수는 없을 겁니다. 공동체 단위에서도 마찬가지일 거고요. 이 시대의 변화라고 하는 건 느슨한 공동체 안에서 일어나는 개인들의 화학작용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런 화학작용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의 반응과 행동 하나하나에 지나친 죄책감으로 움츠러들지 않고, 우리가 무언가 변화가 일으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지나치게 깎아내리지도 않은 채 세계를 살아가기 시작한다면 그게 출발 아닐까 합니다.
Q. 한편 작가님께서는 어떻게 지치지 않으려 노력하시나요?
깊은 비관과 깊은 낙관은 때로 닿아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에 발 디딘 채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다 보면 현실적으로 되지 않는 일들을 속으로 깔끔하게 포기하게 되기도 하지만, 그런 포기를 기반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끈질기게 찾게 되기도 하거든요. 저는 그런 가능성에 대해서 계속해서 상상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그리고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순간이 왔을 때 적어도 뒤로 빼지 않는 태도 정도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무력감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훤
Q. 기자는 ‘나’를 위한 시간을 내지 못할 만큼 바쁜 직업으로 보입니다. 평소 작가님 자신을 위해 시간을 투자해 하시는 일이 있으신가요?
아주 천천히 집 앞 슈퍼마켓까지 걸어가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 일이요. 한국에서 기자로 살 때보다 인간관계도 훨씬 줄이고, 루틴을 단순하게 만들어서 취재와 책 쓰기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효율적으로 짜놓은 생활이다 보니 팍팍하게 느껴질 수 있어서 그런 부류의 별 쓸모없는 쉼이 꼭 필요합니다. 그리고 책상에 앉아서 읽고 쓰는 일을 오래 하다 보면 몸이 아플 수 있어서 하루에 한 시간씩 걷고, 날마다 요가도 하고 있습니다.
Q. 『고통 구경하는 사회』 출간 후 국내 독자들과 북토크로 만나고 계십니다. 혹시 북토크에서 기억에 남은 순간이 있을까요?
독자들과 만나는 경험이 처음이라 모든 북토크가 좋았지만, 첫 북토크를 정말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제 삶에서 단계별로 중요했던 가까운 친구들이 축하하러 와 주었고, 무엇보다 책을 통해 저를 알게 된 독자 분들이 많이 와 주셨는데요. 긴장한 채로 마이크를 잡고 제 소개를 시작하려는데 들려왔던 격려와 응원이 가득 담긴 박수와 나지막한 함성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한 권의 책을 쓴 저자로서 지지받고 있다는 마음이 들게 했거든요. 그래서 이어진 북토크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잘 해 낼 수 있었고요. 제가 이 책을 내기 전까지 무명으로 오랫동안 여러 매체에 글을 써 왔고 미발표 원고로 메일링 서비스를 하기도 했었는데요. 그 당시에 쓴 글로 저를 알게 되신 한 독자분이 첫 북토크에 손 편지를 들고 찾아와 주셨어요. 5, 6년 전부터 제 글을 찾아다니며 읽은 게 그분의 기쁨이었다고 쓰인 편지였는데요. 독자가 있는지 없는지 모른 채로 오랫동안 글을 쓴 작가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멋진 일 중 하나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Q. 만약 다음 책을 쓰신다면 어떤 주제로 쓰고 싶으신가요?
두 번째 책은 이미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번 책의 주제와 연결된 면도 있는데요. 시선과 권력, 여성과 카메라에 대해 다룰 거고요.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집필해 내년 하반기 출간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고통 구경하는 사회』 가 메시지에 집중하는 책이기 때문에 책 안에서 제 에고를 드러내는 일을 줄이고자 많이 노력했다고 말씀드렸는데, 두 번째 책은 좀 더 저를 자유롭게 드러내고 실험적인 방식으로 즐겁게 써보고 싶습니다.
인터뷰 이주호, 신태진
※타인의 고통을 보고 전하는 일에 관하여, 『고통 구경하는 사회』 김인정 기자 인터뷰 #1 먼저 읽기
Q.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하시는데, 회사에 소속되었을 때와 비교해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한국은 주로 소속 매체가 있는 게 보통이지만, 미국의 경우에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물론 소속사를 둔 기자들도 많습니다만, 적지 않은 수의 기자들이 독립 언론인으로 일하며 여러 매체에 그때그때 기사를 기고하는 형태로 일하기도 해요.
프리랜서로 일할 때의 장점은, 아무래도 자율적인 스케줄 관리겠죠. 제가 취재하고 싶은 분야를 스스로 정해 깊게 취재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고요. 일해 보고 싶었던 매체에 기사를 제안해서 성사시키는 재미도 있습니다. 단점이라면, 이런 시도가 안정적으로 성공이 보장되어 있는 건 아니어서, 열심히 쓴 기사라도 나가지 못하거나, 원하는 매체에 실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리스크는 있어요. 아이템이 있어도 기사를 낼 지면이 보장되어 있지는 않다는 게, 매체 소속 기자와 정반대의 고민일 거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Q. 『고통 구경하는 사회』에서 동양인 프리랜서 기자가 미국 사회 안에서 맞닥트리는 한계를 이야기하셨습니다. 앞으로 이 문제에 어떻게 부딪혀 나갈 생각이신가요?
저처럼 미국에서 나고 자라지 않은 한국인 기자는 설 자리가 좁은 게 사실이긴 합니다. 동양인 기자의 비율 자체가 적은데, 미국 뉴스룸의 아시아 지사 같은 경우에도 아시아계 미국인 기자들이 주로 활동하고요. 그래선지, 저와 비슷한 상황의 동양인 기자들의 경우에는 뉴스룸 엔지니어나 데이터 저널리스트 같은 전문 기술이 필요한 직종으로 전업하는 경우도 많아요. 저는 아직 그런 전업은 생각해 보지 않았고, 언어적 한계나 보이지 않는 차별 등 여러 장벽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제가 가장 잘할 수 있고 가장 좋아하는 취재에 더 몰입하고 싶어요. 한계를 타개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보다는, 그런 분야를 깊게 다루다 보면 제가 있는 곳이 어디건, 설 자리를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정도의 믿음이 있습니다.
Q. 언론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요즘, 그럼에도 세상에 뉴스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뉴스는 오늘을, 그리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민주적으로 정보를 접하고, 어떤 일이 중요한지를 대화할 수 있게끔 하는 단초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에너지가 응집되는 순간이 드물게 올 때, 이를 어떻게 써야 할지를 공동체로서 정해야 하잖아요. 뉴스만이 이런 역할을 하지는 않지만, 뉴스라는 오래된 포맷이 담당하는 사회적인 역할이 그런 면에서 있다고 봐요. 또 사람들은 뉴스를 통해 타인의 이야기, 타인의 슬픔, 타인의 고통을 접하게 되는데요. 물론 구경하고 지나칠 수도 있지만,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도 있거든요. 도움이 필요한 분야나 변화가 필요한 사회적 오류를 짚어내는 데 뉴스의 효용이 있다고 보고요. 타인의 고통을 응시하면서 시민들이 사유하기 시작한다면, 사회 안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동력이 생겨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궁화소녀
Q. 고통이 만연한 세상에서 우리가 지치지 않고 하나라도 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현존하는 모든 고통을 개인이 전부 없앨 수는 없을 겁니다. 공동체 단위에서도 마찬가지일 거고요. 이 시대의 변화라고 하는 건 느슨한 공동체 안에서 일어나는 개인들의 화학작용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런 화학작용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의 반응과 행동 하나하나에 지나친 죄책감으로 움츠러들지 않고, 우리가 무언가 변화가 일으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지나치게 깎아내리지도 않은 채 세계를 살아가기 시작한다면 그게 출발 아닐까 합니다.
Q. 한편 작가님께서는 어떻게 지치지 않으려 노력하시나요?
깊은 비관과 깊은 낙관은 때로 닿아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에 발 디딘 채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다 보면 현실적으로 되지 않는 일들을 속으로 깔끔하게 포기하게 되기도 하지만, 그런 포기를 기반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끈질기게 찾게 되기도 하거든요. 저는 그런 가능성에 대해서 계속해서 상상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그리고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순간이 왔을 때 적어도 뒤로 빼지 않는 태도 정도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무력감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훤
Q. 기자는 ‘나’를 위한 시간을 내지 못할 만큼 바쁜 직업으로 보입니다. 평소 작가님 자신을 위해 시간을 투자해 하시는 일이 있으신가요?
아주 천천히 집 앞 슈퍼마켓까지 걸어가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 일이요. 한국에서 기자로 살 때보다 인간관계도 훨씬 줄이고, 루틴을 단순하게 만들어서 취재와 책 쓰기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효율적으로 짜놓은 생활이다 보니 팍팍하게 느껴질 수 있어서 그런 부류의 별 쓸모없는 쉼이 꼭 필요합니다. 그리고 책상에 앉아서 읽고 쓰는 일을 오래 하다 보면 몸이 아플 수 있어서 하루에 한 시간씩 걷고, 날마다 요가도 하고 있습니다.
Q. 『고통 구경하는 사회』 출간 후 국내 독자들과 북토크로 만나고 계십니다. 혹시 북토크에서 기억에 남은 순간이 있을까요?
독자들과 만나는 경험이 처음이라 모든 북토크가 좋았지만, 첫 북토크를 정말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제 삶에서 단계별로 중요했던 가까운 친구들이 축하하러 와 주었고, 무엇보다 책을 통해 저를 알게 된 독자 분들이 많이 와 주셨는데요. 긴장한 채로 마이크를 잡고 제 소개를 시작하려는데 들려왔던 격려와 응원이 가득 담긴 박수와 나지막한 함성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한 권의 책을 쓴 저자로서 지지받고 있다는 마음이 들게 했거든요. 그래서 이어진 북토크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잘 해 낼 수 있었고요. 제가 이 책을 내기 전까지 무명으로 오랫동안 여러 매체에 글을 써 왔고 미발표 원고로 메일링 서비스를 하기도 했었는데요. 그 당시에 쓴 글로 저를 알게 되신 한 독자분이 첫 북토크에 손 편지를 들고 찾아와 주셨어요. 5, 6년 전부터 제 글을 찾아다니며 읽은 게 그분의 기쁨이었다고 쓰인 편지였는데요. 독자가 있는지 없는지 모른 채로 오랫동안 글을 쓴 작가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멋진 일 중 하나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Q. 만약 다음 책을 쓰신다면 어떤 주제로 쓰고 싶으신가요?
두 번째 책은 이미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번 책의 주제와 연결된 면도 있는데요. 시선과 권력, 여성과 카메라에 대해 다룰 거고요.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집필해 내년 하반기 출간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고통 구경하는 사회』 가 메시지에 집중하는 책이기 때문에 책 안에서 제 에고를 드러내는 일을 줄이고자 많이 노력했다고 말씀드렸는데, 두 번째 책은 좀 더 저를 자유롭게 드러내고 실험적인 방식으로 즐겁게 써보고 싶습니다.
인터뷰 이주호, 신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