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주에서 만나는 시칠리아 음식, 시칠리안 탐탐 정해리 대표

2026-04-10


섬뜩하게 아름다운 산방산을 지나 안덕면 화순리. 안덕초등학교를 지나 좁은 길로 접어듭니다. 속도를 늦추고 간판을 찾습니다. 저기 잔디 마당에 커다랗고 나른하고 하얀 개가 비를 맞고 앉아 있고, 마당 둘레를 감귤 나무들이 폭 감싸고 있습니다. 이곳이 제주 유일 시칠리아 음식 전문점 시칠리안 탐탐입니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그리고 제주 남쪽 끝 살짝 숨어 든 마을까지, 한 요리사가 이탈리아에서부터 꿈꾸던 요리를 실현하러 왔습니다. 왜 이곳이어야 했는지, 이곳에서 어떤 음식을 만드는지, 여기에서 우리는 어떤 기억을 가지고 갈 수 있는지, 제주에서 시칠리안 탐탐 정해리 대표님의 이야기를 담아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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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안 탐탐 정해리 대표


시칠리안 탐탐의 이전 이름이 시칠리안 101이더군요.

101이라는 숫자에는 입문, 기초, 베이스라는 뜻이 있대요. 미국 요리 학교에서 101 과정이라고 하면 초급반보다 아래 수업을 말해요. 클래식 101, 레시피 101, 이런 식으로 사용해요. 제주도에서 시칠리안 101을 열었던 건 제가 느낀 제주도와 시칠리아의 유사성 때문이지만, 시칠리아 요리가 모든 이탈리아 요리의 베이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해요. 실제 시칠리아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역사적으로 전통 가정식, 꾸미지 않은 음식의 기본이 시칠리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101이라는 숫자를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제가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열었던 화순리의 열 평짜리 작은 공간이 하필이면 화순리 101번지였어요. 


레스토랑 이름을 바꾸는 게 쉽지 않은 것 같을데 시칠리안 탐탐이 된 이유는 뭔가요?

제주도와 시칠리아의 유사성을 강조하는 뜻에서 만들어진 이름이죠. 제주의 옛이름이 탐라이잖아요. 그래서 탐라를 바란다, 탐라를 탐하다, 그런 의미로 탐탐이 된 것이고, 시칠리아요리를 제주도 문화와 연결한다는 의미에서 시칠리안 탐탐으로 정한 거예요.  

제가 이탈리아에서 성악을 공부하다 요리를 배우게 되었고, 서울에서는 성악 관련 일만 했어요. 요리 일은 레스토랑 메뉴 컨설팅으로 시작하게 되었고, 제 식당을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레스토랑 일을 도와주는 일을 오래 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레스토랑의 이름 바꾸는 거에 대해 별로 두려움이 없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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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 가게 된 건 요리가 아니라 성악 때문이었군요. 

네. 스무 살에 성악을 배우러 로마 국립음악원 산타 체칠리아에 입학했어요. 제가 유학을 떠났던 게 1989년인데, 조수미 선생님이 산타 체칠리아 출신이거든요. 그 영향으로 노래를 좀 한다 하면 다들 로마에서 성악을 공부하는 분위기였어요. 마침 1992년부터는 외환자유화가 되면서 엄청나게 많은 유학생이 쏟아져 나왔어요. 그러니 한국에 돌아가서 음악을 한다는 게 걱정되더라고요. 내가 부업으로 할 만한 일이 없을까 찾아보다가, 요리 자격증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언제부터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되신 건가요?

로마에 살던 5년 동안은 요리를 몰랐어요. 어린 나이에 유학을 오기도 했고요. 저희 집 종교가 카톨릭이어서 수녀원 기숙사에서 지냈는데, 그곳에서 처음 이탈리아 요리를 접했어요. 저는 매운 음식을 못 먹어서 이탈리아 요리가 저와 참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학교를 졸업하고 성악 선생님을 따라 이탈리아 북부 페라라라는 도시로 갔어요. 그곳에서 음악 공부를 하면서 콩쿠르를 준비했어요. 페라라에서는 파울라 아주머니 집에 세 들어 살았는데, 아주 큰 과수원이 있고, 그 한가운데 집이 있었어요. 아주머니가 요리를 정말 잘 하셨어요. 토요일이면 정오부터 저녁 일고여덟 시까지 동네 분들이 계속 찾아와서 아주머니가 만든 요리를 먹으며 와인을 마시고 이야기를 하다 갔어요. 그 동네가 여기 제주도 화순리만한 곳인데 다들 친척 관계로 엮여 있어서 주말이면 다들 그렇게 모여서 먹고 마시고 했던 거예요. 그 집에서 3년을 지내고 났더니 이탈리아 요리에 자신이 생겼어요. 나도 요리를 한번 해볼까, 그런 관심이 처음 생겼던 거죠.  

오페라를 더 심층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페라라를 떠나 밀라노로 가게 됐는데, 길을 가다 우연히 요리 학교를 보게 됐어요. 어떤 곳일까 무심코 한번 들어가 봤는데 학교 시설도 너무 좋고, 시스템도 정말 좋은 거예요. 다녀 보고 싶었어요. IPCA라는 요리학교였는데, 파울라 아주머니에게 가정식으로 배우던 거랑 다르게 좋은 기계로 체계적으로 배우는 게 정말 너무 재미있었어요. 요리에 완전히 빠져 버리게 된 거지요. IPCA는 사립이고, 이탈리아어에 능숙해야 수업을 따라 갈 수 있어서 외국인이 많이 안 가는 학교예요. 일본인이 몇 있고, 한국 사람들도 저처럼 10년 넘게 산 사람들만 다니는 곳이었어요. 


직업적으로 요리를 시작한 건 언제부터였나요?

요리 학교를 마치고 서울로 와서는 성악만 했어요. 성신여대, 장신대 등으로 강의를 다녔는데, 어떤 분이 이대 후문에 레스토랑을 열었다며, 제가 이탈리아에서 10년 넘게 살았다는 걸 아시고 메뉴만 좀 짜 달라 하셨어요. 페이, 그런 거 생각하지 않고 일을 맡았고, 그곳에서 1년 정도 있었어요. 그런데 당시까지는 한국 생활에 적응을 잘 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매년 이탈리아에 다녀오고는 했는데, 다른 곳에서 비슷한 일을 제안해 오면 항상 1년만 하겠다는 조건을 걸고, 1년이 지나면 한두 달 이탈리아 갔다 오고, 그런 식으로 메뉴 컨설팅과 대학 강의를 병행했어요.  

그렇게 7년, 8년을 살다 남편 일 때문에 부산으로 가게 됐는데, 부산역이 내려다보이는 산비탈 동네에 남편이 쓰던 사무실이 있었어요. 그 공간이 비게 되어서 거기서 뭐라도 해 볼까 하다가 시작한 게 산만디라는 레스토랑이에요. 산만디는 경상도 말로 산꼭대기라는 뜻인데, 비탈진 동네에 레스토랑을 열고 나니 여기까지 누가 오나 싶어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서 시작한 게 공연이었죠. 이탈리아에서 같이 공부했던 유명한 성악가들이 저와의 인연을 생각해서 거의 희생하다시피 와 주시고 서울 시립오페라단에서 성악을 하던 제자를 비롯해서 많은 지인들이 와서 공연을 했는데, 그러다 공연 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잡게 됐어요. 크게 비싸지 않은 돈으로 식사도 하고 성악가들의 노래를 듣고. 그걸 한 달에 평균 한번씩 70회 정도 진행하다, 말하자면 은퇴를 하고 제주도에 오게 됐어요. 

공연은 여기서도 하고 있어요. 저의 집 근처에 아주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가 살고 계신데 그분이 정말 재능기부로 공연을 해 주고 있어요. 산만디에서 공연을 하던 분들도 가끔 오시고요. 한 달에 한 번 정도 공연을 하고 있는데, 각자 바쁜 시기에는 비기도 하고,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밀라노, 페라라가 아니라 시칠리아 요리를 하게 되신 이유는 뭘까요?

제가 로마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다가 처음 나와 살게 된 집이 시칠리아 할머니, 할아버지가 사는 집이었어요. 시칠리아 출신이지만 로마에 40년도 넘게 사신 분들이었지요. 그분들이 시칠리아 얘기를 늘 해주셨고, 할머니가 해 주시는 음식을 먹으면서 시칠리아 음식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그 집 손녀들과는 지금도 친하게 지내요. 할머니의 시칠리아 음식에 대한 자부심은 정말 엄청났어요. 실제로 시칠리아는 '신들의 주방'이란 말도 있고, 라 시칠리아 애 타볼라라고 해서 ‘시칠리아는 이탈리아의 식탁’이란 말도 있는데, 이 글귀가 저희 레스토랑에도 걸려 있어요.

로마, 밀라노와 시칠리아의 요리의 차이는 맛에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재료예요. 어떤 재료를 쓰느냐. 이태리가 장화처럼 길잖아요. 그리고 시칠리아는 저 왼쪽 끝 남쪽에 있어요. 북쪽 지방 밀라노 사람과 시칠리아 사람이 같이 앉아 있으면 말투도 다르고 생김새도 달라요. 그러다 보니까 각 도시마다 특색 있는 음식이 발달했고, 북쪽에서 먹던 음식을 남쪽에서는 먹을 수 없기도 해요. 시칠리아 음식의 기본은 지중해의 선물이라 할 수 있는 신선한 재료들에 있어요. 그래서 저는 제 요리 기술의 뿌리는 페라라의 파울라 아주머니에게 있지만 제가 표방하는 요리는 시칠리아에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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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시칠리아 음식에는 뭐가 있나요?

'아란치니'라고 시칠리아 길거리 음식이 있어요. 지금은 아시는 분들이 많아진 것 같은데, 주먹밥 튀김 같은 거예요. 노란색 샤프란이 들어가서 오렌지 같다고 아란치니라 불러요. 아란치니가 이탈리아 말로 오렌지거든요. 토마토와 가지를 베이스로 하는 노르마 파스타도 있어요. 제주도처럼 시칠리아에 가면 문어 요리도 엄청 많아요. 


시칠리안 탐탐의 메뉴들은 어떻게 구성하시나요?

가정식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요즘 프렌치 가정식이라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 가정식이라는 말은 이탈리아가 오리지널이에요. 우리가 알고 있는 프렌치 요리들은 사실은 궁정식이에요. 프랑스는 이탈리아와 달리 식재료의 다양성이 풍부하지 않아 소스가 발달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일반인이 해 먹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죠. 이탈리안 요리는 예전 파울라 아주머니가 해 주시던 음식이나 밖에서 사 먹는 음식이나 큰 차이가 없어요. 신선한 재료로 바로바로 해서 먹는 거라서 그래요. 그게 바로 가정식이거든요. 누구나 할 수 있고, 남자들이 더 잘해요. 제가 항상 파울라 아줌마의 요리를 그리워하는 것처럼 따뜻하게 기억할 수 있는 가정식을 해 드리고 있어요. 


제주도와 시칠리아는 어떤 접점이 있나요?

시칠리아 사람들은 로마나 밀라노에 간다면 “나 이탈리아에 갔다 올게” 그래요. 시칠리아도 이탈리아 땅이면서, 우리는 시칠리아고 거기는 육지라고 말하는 거죠. 제주도 사람들이 외지 사람들을 육지인이라고 하는 것과 똑같아요. 식재료도 비슷한 점이 많아요. 우도 땅콩이 유명하잖아요. 시칠리아는 아몬드 생산량이 엄청나게 많고, 제주도처럼 고등어와 성게가 유명해요. 제주에 귤이 많은 것처럼 시칠리아 가면 가로수가 오렌지 나무에요. 항상 제주도와 시칠리아를 가깝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노후에 내가 레스토랑을 한다면 제주도에서 해야겠다, 시칠리아를 접목한 음식을 만들어야지 했던 거지요.


와인은 어떻게 고르시나요?

저녁 코스 메뉴를 주문하시는 분께는 와인을 페어링해 드리는데, 되도록이면 이탈리아 남부 지역이나 시칠리아 와인을 권해 드려요. 3, 4년 전까지만 해도 시칠리아 와인이 많지 않았는데, 지금은 국내에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제가 술을 잘 못하지만 그래도 와인은 직접 마셔보고 골라요. 제가 두 번째로 참여했던 레스토랑이 홍대 앞에 있었는데, 손님 중에 비나모르라고 우리나라 1호 인터넷 와인 동호회의 시샵, 그러니까 대표 분이 계셨어요. 그분이 지금 이 와인과 어떤 요리가 맞냐 물어보시는데 제가 와인을 잘 모른다고 했더니, 요리사가 어떻게 와인을 모르냐고, 동호회에 나와 와인을 배우라고 하시더라고요. 9년 정도 거의 매주 모임에 나가 진짜 많은 와인을 접하면서 페어링을 공부했어요. 

저는 주로 돈나푸가타 와인을 페이링해 드리는데, 시칠리아 마르살라에 돈나푸가타라는 와이너리가 있어요. 돈나푸가타 회장님이 한국에 컨퍼런스 차 오셨을 때 제가 통역을 해 드린 걸 인연으로 제가 시칠리아에 가게 되면 돈나푸가타에서 하는 레스토랑을 소개해 달라 했는데, 직접 하는 레스토랑은 없지만 대신 큰 파티를 할 때 부르는 셰프가 있다며 마르살라에서 레스토랑을 하는 비토리오 에마누엘레라는 셰프를 소개해 주셨어요. 마르살라에 가서 3개월 동안 에마누엘레의 레스토랑에서 같이 음식을 한 적도 있어요. 


해마다 사람들을 모아 미식투어를 다니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미식 투어라기보다는 제 요리가 뭔가 전문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면 이탈리아에 가서 먹어 보고 배우는 시간을 가졌어요. 요리 학교 단기 코스에 등록하기도 하고, 집에서 가르치시는 요리사 선생님들을 찾아가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직원들과 함께 간 적도 있는데, 그런 게 주변에 소문이 나서 같이 가고 싶다고 하는 분들이 생기고, 쿠킹 클래스를 수강하시는 분들 중에서도 같이 가면 좋겠다고 하고, 그렇게 1년에 한 번 레스토랑 문을 닫고 같이 미식 여행을 다닌 게 10년 됐어요. 제가 따로 모집을 하는 건 아니에요. 

이런 여행은 사실 장사 안 되는 1, 2월에 가야 하는데, 그때는 이탈리아도 날씨가 안 좋아요. 5월이나 9월, 10월이 여행하기 가장 좋은 때지요. 하지만 그때는 여기도 가장 좋은 때라는 게 문제예요. 그래도 할 수 없지 뭐, 하고 그냥 문 닫고 가는 거예요. 


떤 방식의 여행인가요? 

이제는 관광지와 유명한 레스토랑을 다니기도 하지만, 처음에는 정말로 농가 숙박만 다녔어요. 아그리투리즘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이탈리아에서 생긴 말인데, 어그리컬처와 투어리즘을 합쳐서 농가에서 숙박을 하는 여행이에요. 아침마다 농가에서 직접 기른 허브, 닭, 계란 같은 재료로 만든 조식을 만들어줘요. 그게 정말 너무 기가 막히게 맛있어요. 농가 숙박이다 보니 당연히 시골로 가야 하고, 그러니까 풍경도 좋고 사람들 인심도 좋아요. 

제가 농가 숙박이라는 걸 처음 알았던 게 아주 오래 전 메조 소프라노인 이탈리아친구 집에 초대를 받아 갔을 때였는데, 그 친구 집이 이탈리아 알프스 돌로미티였어요. 그 친구 엄마가 농가 숙박을 하셨는데 정말 거기서 안 떠나고 싶었어요. 자연은 너무나 아름답고 조식은 5성급 뷔페도 따라가지 못할 만큼 신선하고. 막 해 주신 오믈렛에 수제 잼, 정말 행복했어요. 그런 행복감을 같이 여행하는 분들께 느끼게 해 주고 싶어요. 유명한 관광지 중심의 바쁜 관광이 아니라 이탈리아 농촌 가정에 들어가서 느끼는 진짜 문화여행이어서 반응이 좋고 그러다 보니 제가 그만두기가 쉽지 않아요.


시칠리안 탐탐의 손님들은 대개 어떤 분들인가요?

거의 다 인스타를 보고 오세요. 아니면 네이버 검색을 하시거나. 여기 근처에 국제 학교가 있어요. 거기 학부모들에게 입소문이 나서, 점심에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그분들이에요. 골프 치러 오시는 분들이나, 오셨던 분들의 소개로 오시는 분들, 3,40대는 거의 인스타를 보고 오시고, 저녁은 예약제 코스로만 운영하고 있어요. 


방금 쿠킹 클래스를 마치셨는데, 어떻게 진행되는 프로그램인가요?

제가 레스토랑보다 쿠킹 클래스를 먼저 시작하기도 했고, 요리를 하는 것보다 가르치는 걸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해요. 노래도 부르는 것보다 가르치는 걸 더 좋아했어요. 이 수업은 요리를 가르쳐 드리고 싶은 마음이 커서 시작했는데, 코로나 이후 요리 배우는 분들이 많이 줄었어요. 배달의 민족 같은 프로그램에 익숙해져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안타깝죠.

한 달에 한 번에서 두 번, 나라별, 도시별, 계절별로 요리를 선택해서 알려드리고 있어요. 되도록 제주에서 나는 재료를 가지고 제철 요리를 해요. 계속해서 수업을 오시는 분들이 있고, 그분들 소개로 오시는 분들이 있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인스타에 공지를 올려요. 예전에는 초급반부터 수업을 쭉 이어갔기 때문에 중간에 오시는 게 어려웠는데, 지금은 원데이로 진행하니까 시간 날 때 신청해서 오시면 돼요. 

이런 정규 프로그램 말고도, 제주도에 왔는데 오늘처럼 비가 많이 오면 갈 데가 없잖아요. 저녁에는 더 갈 데가 마땅치 않고요. 그럴 때 숙소에 그냥 있느니 가족들이 다 같이 와서 음식을 배우면서 만들고 함께 먹고 가는 클래스도 있어요. 자녀들이 와서 만든 음식으로 부모님의 기념일을 축하하는 이벤트는 부산에 있을 때부터 해 온 거고요. 프러포즈 하는 남자가 요리를 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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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할 때 노래를 안 하시나요?

초창기에는 했지만 지금은 하지 않아요. 음악 설명은 해요. 음악보다 요리를 훨씬 좋아해요. 너무 어린 나이에 음악을 시작하기도 했고, 유학을 하며 너무 벅차다는 생각도 했어요. 정말 열심히 마스터 클래스나 유명한 선생님들 노래를 들으러 다녔는데, 귀는 너무 높아진 반면 제가 그만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아 내내 아쉬었어요. 그게 늘 고민이었고, 한편에서 다른 걸 할 수 없을까 생각했는데 그때 요리가 다가온 거예요. 그렇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것은 변할 수가 없죠. 그래서 내가 직접 노래하는 것은 그만두었지만 음악성 뛰어난 분들을 모셔서 공연하는 것은 열심히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음악만큼 요리의 맛과 멋을 높여주는 배경도 드무니까요. 


시칠리안 탐탐이 어떤 공간으로 기억되기를 바라시나요.

제가 원했던 건 페라라 아줌마 집에 살며 먹었던 음식, 그 행복감을 드리는 거였어요. 그런 휴식처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런 건 도시에서 누리기 힘들겠더라고요. 제주도에 오면서 제가 하고 싶은 게 바로 그거였어요. 레스토랑 바로 옆에 아주 작은 숙소가 있는데, 스테이 에르바라고, 거기서 숙박을 하면 제가 바구니에 조식을 담아다 드려요. 이탈리아는 아침에 에스프레소랑 크루아상만 먹기 때문에 유럽식, 지중해식이라고 해야겠네요.

지금은 제 음식을 드신 분들이 “맛있어요, 좋아요” 하면 저는 그게 가장 행복해요. 그런 면에서 제 꿈을 조금은 이룬 것 같기도 해요. 그리고 좀 더 나아가서 시칠리안 탐탐이 지금은 아주 작은 이탈리안 아그리투리즘인 셈이지만, 공간을 조금 더 넓히고 싶은 꿈도 있어요. 제주 탐라의 아름다운 자연과 거기서 자란 식재료들에 시칠리아의 요리 문화를 얹고 거기에 음악을 더해 모두가 행복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 시칠리안 탐탐! 그게 제 꿈이에요. 




인터뷰  | 이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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