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담백한 혼란을 주는 전무후무한 싱어송라이터 김제형 인터뷰 #1

2023-12-04

데뷔 EP 《곡예》에 이어 첫 정규 앨범 《사치》로 대중과 평론가 모두로부터 극찬을 받은 싱어송라이터 김제형. 솔직하고 통찰력 있는 가사, 현재와 복고를 넘나드는 사운드를 자랑하는 그가 최근 싱글 《랑데뷰》를 발표했습니다. 데뷔 6주년 기념일에 싱어송라이터 김제형을 만나 그의 음악과 작업 방식에 관하여, 무엇보다 그의 음악에서 느껴지는 즐거운 혼란에 관하여 들어보았습니다.


14d806a9f0fad.jpg싱어송라이터 김제형


Q. EP 《곡예》로 데뷔하신 지 6년이 지났습니다. 음악을 시작하신 계기는 무엇이었고, 데뷔 과정은 어떠했나요?

군대에서 기타라는 악기를 처음 접했습니다. 1년 정도 기타를 치면서 자연스레 노래도 만들었어요. 저에게는 작곡과 연주가 개념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습작들이 쌓여갔지요.


2013년 제대한 후 홍대에 있는 작은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카페 언플러그드의 ‘오픈 마이크’ 등 신인 음악가가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무대들이 있었거든요. 그렇게 활동하다 보니 섭외가 들어와 ‘기획 공연’에도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스레 다른 뮤지션과도 교류하게 되었고요. 


그때까지도 앨범을 내야겠다는 생각은 못 하고 있었습니다. 주변 뮤지션들이 앨범을 내는 모습을 보며, 이 정도 활동하면 앨범을 내야 하는구나, 저도 환경적으로 인식하게 됐지요. 그래서 2017년 첫 EP 《곡예》를 만들어 발표했습니다. 기존에 썼던 곡도 들어갔지만, 새롭게 쓴 곡의 비중이 더 높은 앨범이었어요.


5307db6139cd7.jpg김제형의 첫 EP 《곡예》


Q. 첫 정규 앨범 《사치》가 평론가들의 호평은 물론, 리스너들의 입소문을 타고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특히 이 앨범에 수록된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셨던 것 같은데 어떤 계기였나요?

제 목소리가 조금 낮은 톤인 부분이 있어서 이런 부분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조금 담백하되 날카롭게 처리하는 스타일의 포크 음악이 유효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럴 즈음에 만든 곡이 〈실패담〉이었고요.


e83c25671f76f.jpg《사치》 커버


또, 《사치》 앨범에는 주변 연주자분들과 협업하며 그분들의 연주나 편곡 스타일과 좋은 케미스트리를 이루기 위한 시도를 많이 했습니다. 다채롭게 아이디어를 내며 작전 같은 거 안 짜고 여러 도전을 했어요. 연주자분들도 제 아이디어에 다 OK를 해 주셔서 더 신나게 작곡할 수 있었습니다. 약간 스타트업, 청년 사업가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백화점식 앨범이었다고도 할 수 있고, 다양한 장르를 기웃거렸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현재는 《사치》 때보다 연주라든가 하고 싶은 음악, 이런 것들이 더 분명해졌어요.


김제형의 〈실패담〉 온스테이지2.0 라이브 영상


Q. 원래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즐겨 들으시나요?

90년대 한국 가요, 특히 댄스 음악을 좋아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깊게 파고드는 스타일은 아니었고, 그냥 흘러나오는 유행 가요에 잘 스며드는 타입이었어요. 《사치》를 만들 때도 90년대 유행했던, 혹은 선구적인 뮤지션들의 음악을 들으며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제가 지루한 걸 못 참는 성격이라 음악 안에 날카로운 부분, 사람들이 들었을 때 즐거울 수 있는 부분을 넣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사치》에 수록된 〈실패담〉도 쭉 기타 반주만 있었다면 발표하지 않았을 거 같아요. 기본적인 가요 문법을 갖고는 있되 그것을 비틀거나 오늘날의 방식대로 풀어가는 시도를 좋아합니다.


또, 저는 사람들이 들으면 혼란스러워할 수도 있는 장치를 넣는 걸 좋아해요. 가사라든가 목소리라든가 혹은 핑퐁 사운드 같은 매질을 적극적으로 차용하여 덜 지루하도록 노력합니다. 제가 열창을 한다기보다 침착한 창법을 구사하는 편인데요, 그러니 ‘담백한 혼란’을 준다고도 말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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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 발매한 싱글 〈랑데뷰〉는 어떤 곡인가요?

제 노래에는 ‘만남’을 주제로 한 곡이 많습니다. 이번에도 그런 차원에서 만든 노래인데, 중간중간 우주적인 장치를 넣으며 제목도 〈랑데뷰〉로 이어졌어요. 앨범 커버도 제가 직접 그렸는데, 화성을 모티브로 했습니다. 주변 분들이 ‘볼링핀’, ‘느낌표’라고 불러 주시는 두 사람이 화성에서 서로 만나는 장면이지요.


제가 SF 장르를 많이 접한 것은 아니지만, 관심이 많습니다. 평소 제가 좋아했던, 혹은 앞으로 좋아하고 싶은 그런 SF적인 요소를 찾아가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해 왔는데, 그게 음악으로 이어진 결과가 〈랑데뷰〉예요.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의 SF가 있으니까요.


〈랑데뷰〉 리릭 비디오


Q. 그림도 그리시나요?

유화를 배우고 그리는 워크숍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그린 〈랑데뷰〉 커버가 마음에 들어 가능하다면 또 한 번 도전해 보고 싶기도 해요. 최근에는 집 앞 피아노 학원에서 피아노를 배우고 있습니다. 운전하며 KBS 1FM의 클래식 방송을 틀어두는데, 평소 싫어하던 운전이 즐거워질 정도로 푹 빠져 듣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피아노도 다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무언가에 확실히 꽂히면 배우기 시작하는데, 관심을 장전하고 간 상태라 무척 재미있습니다.


42102bc51c4a9.jpg김제형이 직접 그린 싱글 〈랑데뷰〉 커버


Q. 김제형 님의 음악은 가사도 남다릅니다. 가사를 어떻게 쓰시고, 어떤 점을 신경 쓰시나요?

제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는데, 확실히 학부의 영향이 있었어요. 국문학 수업에서 ‘좋은 이야기는 이런 것이다’는 담론이 많았기 때문에 저도 가사를 쓸 때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살면서 그때그때 마주하는 고민이나 저를 둘러싼 환경이 달라지면, 그 변화를 잘 감지한 채 가사로 옮기려고 해요. 그런데 최근에는 의미를 중요하게 여기는 방식이 음악을 만드는 방법론에서 한계로 작용할 수도 있겠다는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음악은 의미로만 듣는 것이 아니니까요. 아마 음악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예술가들도 작품에 의미를 담으며 벌어지는 괴리감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까 합니다. 또, 음악을 들으며 여유를 느끼거나 숨을 돌리고 싶은 분들에게는 제가 부여한 의미가 과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테고요.


특히 《사치》 앨범은 제 목소리, 저라는 사람이 들어가며 ‘청년’으로 표상되는 기호가 붙었고, 그러면서 사회적, 정치적인 메시지도 많이 들어갔습니다. 이제는 《사치》를 발표한 지도 시간이 꽤 흘렀고 그때는 몰랐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꼭 사회적이고 정치적이지 않은 음악을 발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서 요즘 가사를 쓰며 가장 많이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그건 바로 힘을 빼는 것입니다. 무의식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단어를 최대한 배제하려 하고, 화자인 내가 너무 드러났다 싶으면 조금 덜어내기도 합니다. 제가 SF에 관심을 가진 맥락도 그 때문입니다. 아예 다른 세계에 관한 이야기들, 거기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저한테는 프레시한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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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어송라이터 김제형 인터뷰 #2 이어서 읽기




인터뷰/사진 신태진, 이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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