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정과 사람들] 뉴욕의 인테리어 디자이너, 최광재 인터뷰

2026-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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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은정과 사람들 #13


이역만리 미국 땅에서 멋지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교포들의 삶을 엿보는 시간. 그 열세 번째로 소개해드릴 분은, 뉴욕의 인테리어 디자인 전문회사 ‘Avro KO’의 디자이너이자 ‘Studio UNBK’의 대표 겸 디자이너이신 최광재님입니다.


9c03805bed233.jpg최광재 디자이너


Q.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미국 뉴저지주의 저지 시티에 살고 있고, 뉴욕 소호의 인테리어 디자인 전문 회사인  ‘Avro Ko’에서 시니어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K.JAY (한국명 최광재)입니다.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 Studio UNBK의 대표이기도 하고요.


0c5a08cb29476.jpeg보스톤에서 ⓒ최광재 


Q. 미국에 정착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한국에서 건축설계사무소를 다니다가 미국 대학원에 갈 준비를 했지만,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대학원 진학을 포기하고 방황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중 친구가 어학연수로 떠난 토론토로 이주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한국 돈 150만 원과 편도행 항공권만 손에 쥔 채요. 

한국 대학에서 인테리어 디자인과 건축을 공부했으니 캐나다에서의 전공은 인테리어 데코레이팅을 선택했습니다. 토론토에 와서 4주간의 어학연수 후 바로 대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어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들리지 않는 영어와 부족한 학비를 해결하기 위해 잠도 안 자며 생활했습니다. 수업은 녹음을 해서 다시 듣기를 반복하며 적응해 갔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5개까지 병행했습니다. 그 결과 2년 과정을 1년 4개월 만에 마치고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졸업 후 유명 회사로 취업도 했고요. 


ffa03e03e35f2.jpeg토론토에서 살던 집에서 본 뷰 ⓒ최광재


그 즈음 미국 회사의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습니다. 캐나다에서 비자로 연명하는 ‘파리 같은 목숨’에 지쳤던 터라 이제 좀 안정적으로 살아보나 하던 시기였기에 뉴욕행이 전혀 내키지 않았습니다. 그때 아내가 저에게 뉴욕 여행을 먼저 제안해 주었습니다. 경험삼아 가 보고 결정하자는 의견이었습니다.

하지만 뉴욕을 여행해도 감흥이 없었습니다. ‘더러운 토론토’ 의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제게 스카우트를 제안한 회사측에 과한(?) 딜을 던졌습니다. 어차피 뉴욕으로의 이주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조건을 ‘쎄게’ 올렸던 겁니다. 애초 회사는  O비자에서  H-1B비자로 바꿔주겠다는 제안을 했는데, H-1B비자를 처음부터 줄 것, 그리고 제시 받았던 것보다 훨씬 높은 연봉을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놀랍게도 그 회사는 1년 4개월간 비자 프로세스를 진행하며 기다렸다가 제가 원하는 조건을 모두 맞춰주었기에 결국 뉴욕으로 이주하게 되었습니다. 


aedfd32ca2c25.jpegⓒ최광재


Q. 뉴욕에 위치한 인테리어 디자인 전문회사 ‘Avro Ko’ 와  ‘Studio UNBK’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Avro Ko’는 호스피탈리티를 주로 하는 글로벌 회사입니다. 뉴욕 외에도 런던, 방콕 등에 지사가 있습니다. 최근 진행한 프로젝트로는 문을 열자마자 미슐랭에 등극한 퓨전 한식당 ‘Oiji Mi’가 있습니다. 

‘Studio UNBK’는 2024년부터 준비해 2025년 설립한 회사입니다. 제가 프리랜서 시절에 하던 일을 계속 이어오다가 마침내 지금의 회사를 설립하게 된 것입니다. 


Q. 다양한 글로벌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곳들이었나요? 

중국 칭다오에 있는 MGM RESORT HOTEL, 항저우의 Park Hyatt Hotel, 런던의 PAN PACIFIC HOTEL, 플로리다주 폼파노 비치에 있는 CASAMAR RESIDENCE 등의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현지 문화를 어떻게 클라이언트의 브랜드에 조화롭게 녹이며 디자인할 것인가를 중점적으로 고민하며 작업했습니다. 


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

CASAMAR RESIDENCE | 최광재 제공


Q. 세계 여러 나라에서 여러 문화를 접하고 여러 사람들과 일하면서 깨닫고 느끼는 것도 많으셨을 듯 합니다. 

제가 외국에 나가고 싶었던 이유가 재학생 시절 공부했던 여러 해외 건축물을 직접 내 눈으로 보면서 외국 디자이너들이 얼마나 잘하는지를 확인하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이렇게 해외에 와서 오랜 시간  살아 보니 ‘아 외국도 사람 사는 곳이구나’ 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물론 천재들도 많은 건 사실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해외에서의 삶이 한국보다 훨씬 더 치열하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말도 안 되는 비현실적인 야근도 꽤 많은 편이고요. 제가 다녔던 회사들의 경우 직원의 근태 및 출퇴근 시간은 체크하지 않지만, 내가 맡은 일에 대한 책임은 무섭게 관리하고 책임을 묻습니다. 이게 다른 나라에 와서 일하고 살면서 부딪힌 가장 큰 문화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540fa915230d5.jpgMGM QINGDAO HOTEL | 최광재 제공


Q.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시는 분으로서 서울과 뉴욕을 비교해 보자면 그 차이와 특징이 뭐라고 느끼시나요? 

한국이 더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역사와 전통을 기반으로 현대적인 것들을 빠르고 정확하게 흡수해서 다이내믹하게 만드는 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뉴욕은 한국에 비해 짧은 역사를 갖고 있지만, 엄청난 자본으로 세계의 모든 것을 흡수해 ‘멜팅 팟’처럼 끓여내어 그 안에 혼재된 모든 것을 ‘질서’로 다시 풀어낸 느낌입니다. 


한국이 디자인 수준이 높은 편이긴 합니다. 상당히 트렌디한 편이고, 입소문도 금방이고, 디자인에 대한 관심도 높다고 느껴져요. 그에 비해 뉴욕은 디자인을 누리고 즐기는 범위가 지극히 일부인 느낌입니다. 다만 한국은 상향 평준화되어 있긴 하나 얕고 넓게 아는 듯한 느낌도 있습니다. 


f2f2310d39964.jpegⓒ최광재

 

Q. 일하면서 쌓이는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시는지 궁금합니다. 

아직까지 딱 이것이다 하는 걸 찾지 못했습니다. 이걸 찾는 게 저의 미션 중 하나입니다. 사실 남에 비해 스트레스를 잘 견디는 편이기도 하고요. 나의 힘든 부분을 굳이 공유하지 않습니다. 그나마 먹고 운동하는 걸 즐기는 편입니다. 


Q.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하는 도시와 그 이유는요? 

캐나다 토론토입니다. 제2의 제 고향이기도 하고요. 제가 고생하여 이뤄낸 것이 많은 곳이라 더욱 특별하기도 합니다. 또한 사람들이 대부분 친절하고, 자연 환경이 좋은 것도 장점이죠. 


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

토론토에서ⓒ최광재


Q. 코로나 시절, 한국으로 보냈던 아내가 걱정할까 봐 잘 있다는 소식을 알리기 위해 시작하게 되었다는 인스타그램 부계정 ‘bobsang’의 콘텐츠가 놀라웠습니다. 정성껏 담은 집밥 음식과 플레이팅, 그리고 사진촬영 실력까지요. 이 실력은 하루아침에 쌓인 게 아닐 듯한데 이런 분야에도 평소 관심이 많으셨나요? 

많은 분들이 물어보시는데 사실 아이폰 기본 카메라로 촬영한 게 전부입니다. 아무래도 사진 촬영은 직업과 관련이 되다 보니, 그런 면이 담긴 게 아닐까요? 사람들과의 소통을 위해 사실 사진보다는 글에 더 많은 신경을 쓴 편입니다. 그리고 요리는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으나 오랜 자취 경력이 있었고, 집안의 막내에게 요리할 기회를 많이 준, 요리 잘하는 엄마 덕분이기도 합니다. 


52e01b7c0482e.jpegⓒ 최광재

 

Q. 사무실은 뉴욕이고, 사시는 곳은 뉴저지 저지 시티라고 들었습니다. 동네 자랑 좀 해주세요. 

서울 부자들이 강남이 보이는 강북에 사는 것처럼, 저지 시티는 맨해튼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신도시 느낌입니다. 마치 일산과 분당이 처음 생겼을 때와 흡사하다고 할까요? 깨끗하고 범죄율 낮고 조용하고 강가 산책로도 잘 조성되어 있고, 뉴욕까지 출퇴근이 쉬우니 살기가 참 좋습니다. 참고로 이 곳은 주로 H1B (전문직 직종) 비자와 싱글 패밀리, 젊은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

저지 시티에 있는 집 ⓒ최광재


Q.  오랜 뉴욕생활을 통해 본인이 좋아하고 애정하는 스폿이 많을 것 같습니다. 

맨해튼 내 중간중간에 조성되어 있는 공원들을 참 좋아합니다. 특히 유니온 스퀘어 파크, 브라이언 파크 등이요. 그리고 음식도 너무 유명한 식당보단 작은 공간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카페를 찾아다니는 것도 즐기는데, 제가 직접 다녀와 평가한  ‘뉴욕에서 일하기 좋은 카페’  글을 스레드에 종종 공유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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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재 


Q.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요?

아직까지 뭔가를 이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부족한 게 많다고 생각해요. 회사를 다니다 보면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 많다고, 저는 지금도 ‘현타’를 많이 느끼는 중입니다. 

언젠가부터 뭔가를 이루겠다는 생각도 접긴 했지만, 삶이 이끄는 대로 앞으로는 나아가고 있는 것 같기는 합니다. 제 경험을 바탕으로 제 철학과 가치관이 담긴 디자인을 더 많이 남겨보고 싶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건강하게, 남에게 아쉬운 소리 안 하며 살고 싶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내 삶에 있어서  ‘1인분’은 하고 싶으니까요. 


Q. 앞으로 미국으로 이민 올 미래의 후배들을 위해 조언을 해준다면?

‘그냥 해라’ 

저 역시 아무 생각 없이 하진 않았고 고민도, 주저함도 많았지만, 일단은 뭔가를 질러야 이루어집니다. 아무것도 안 하면 0인데 뭐라도 하면 1입니다. 그 1이 장차 10이 될지, 100이 될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무수한 1을 만들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1은 절대 0이 되진 않습니다.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어야 내가 가진 것이 많아집니다. 그러니 1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0afec7dcae02e.jpeg집에서 본 뷰 ⓒ최광재 

 

Q. 한국 그리고 해외에서 이 글을 보실 많은 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제 주변에서 뉴욕에 산다고 하면 부러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부러움을 물리치거나 깎아 내릴 필요는 없지만, ‘여행에서의 삶’과 ‘생활으로서의 삶’은 많이 다릅니다. 많은 분들이 부러워하시는 건 ‘여행에서의 삶’인데, 그걸 마냥 동경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동경 때문에 지금 자신의 삶을 비하하지도 말았으면 좋겠고요. 일부러 내 행복의 가치를 떨어뜨리기보다는 꿈을 가지고 살아가세요. 그래야 희망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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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재




인터뷰 | 조은정
사진 | 최광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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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2개월에 한 번은 비행기를 타줘야 제대로 된 행복한 인생이라고 믿는 여행교 교주. <미국 서부 셀프트래블>, <뉴욕 셀프트래블> 외 여러 권의 저서가 있는 베스트셀러 직딩 여행작가. 현재 뉴욕에서 지내고 있다.
https://blog.naver.com/eiff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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