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정과 사람들] 미국 테네시의 그림책 작가 가지꽃

2026-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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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은정과 사람들 #14


이역만리 미국 땅에서 멋지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교포들의 삶을 엿보는 시간. 그 열 네섯번째로 소개해드릴 분은, 미국 테네시 주에서 그림책 작가로 살고 계시는 가지꽃 님입니다.  그분의 삶과 이야기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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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꽃


Q.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가지꽃’입니다.  저는 미국에 13년째 살고 있고, 지금은 동부 테네시의 존슨 시티(Johnson City)에서 그림책을 쓰고 그리는 일을 해요. 제가 살고 있는 곳은 애팔레치안 산맥과 이어진 산 능선이 보이고, 기후도 온화한 아름다운 곳이에요. 그간 세 아이의 엄마로 살았는데, 하나 둘 집을 떠나고 올 가을 막내가 대학에 가면 빈 둥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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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꽃 


Q. 미국에 정착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건설·부동산업에 종사하던 남편이 적성에 맞는 일을 찾다가, 제가 전공한 가족학으로 진로를 바꾸게 되었어요. 한국에서 석·박사를 마친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길게 보았을 때 남편은 미국 유학을 하는 편이 좋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 보니 학위를 마친 후 미국에서 취업을 해야 더 오래 활동할 수 있으니까요. 남편의 학위 과정 동안 미주리 주에서 5년을 보냈고, 이후 남편이 동부 테네시 주립대학교 교수가 되면서 이곳에 자리를 잡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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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꽃


Q. 지금껏 출간하신 책의 제목과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독립출판으로 『너에게 주고 싶은 말 꾸러미』와 『우리는 모두 꽃』을 펴내며 활동을 시작했어요. 그림 작가로 참여한 동시집 『달빵』과 그림책 『나는 달팽이』가 있고, 쓰고 그린 그림책으로 『아주 작게 속삭이는 말』, 『그러니까 내 말은』, 『우리는 언제나 같은 태양 아래』, 『눈송이』가 있습니다. 


Q. 아이 셋을 키우며 해외 살이를 하시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드셨나요? 그리고 어느 시기가 가장 버티기 힘드셨나요? 

세 아이를 데리고 미국으로 오기까지 결정이 쉽지 않았고, 남편과 저도 치열하게 고민했어요. 그런데 제가 강제로 끌려온 것이 아님에도 전업주부가 된 이후의 삶은 상상한 것 이상으로 힘들었어요. 한국에서 세 아이를 키우며 공부하고 일을 하느라 너무 지쳐 있던 저에게, 미국에서의 삶은 휴식과 같을 거라고 생각했나 봐요. 하지만 세 아이 돌봄과 라이드, 자원봉사 등을 하며 여전히 바빴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에는 분노와 무력감이 자라더라고요.

정말 힘들게 딴 학위가 무용지물이 되고 제 커리어가 중단된 것도 아쉬운데, 남편이 같은 분야 공부를 하게 되면서 제가 가던 학회에 가고 제가 알던 사람과 계속 교류를 이어 나가는 것을 보는 게 힘들었어요. 마음이 다스려지지가 않고, 괴로움이 점점 커져서 살 길을 찾다 보니 명상과 마음공부를 시작하게 된 거예요.  지금은 이 자리에 있기까지 겪은 모든 여정에 감사해요. 사람이 정말 괴로워야 비로소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게 되거든요. 


Q. 그림책 작가가 되기로 한 계기나 사연이 있을까요? 

많이들 아시겠지만, 유학생의 배우자 비자는 미국 내뿐 아니라 원격으로 한국 일을 하는 것도 제약이 있어요. 한동안 세 아이의 엄마로만 살다가 영주권을 받은 2020년부터 그림책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아버지가 화가이고, 어머니와 함께 미술학원을 운영하셨어요. 어린 저에게 그림을 그리거나 그림 그리는 사람을 보는 것은 제게 숨 쉬는 것과 같은 일상적인 풍경이었어요. 미대 진학도 자연스럽게 결정했고, 중학교 고등학교 총 6년을 꼬박 미대 입시를 위해 바쳤어요. 하지만 목표로 했던 서울대에 불합격했어요. 그때가 수능 첫해였던 1994년이었는데, 이화여대에서 역사상 전무후무한 미달 사태가 발생했던 해예요. 재수도 싫고, 미술에 대한 미련도 없어서 7명을 추가 선발하는 유아교육과에 지원했는데 합격이 되었어요. 그 이후로 유치원 선생님이 되고, 어린이집 시설장을 하고, 아동 가족학으로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미술과는 영영 이별한 셈이 되었어요. 

하지만 대학생때부터 그림책을 좋아해서 이대 후문에 있는 ‘초방’이라는 그림책 서점을 자주 들락거렸어요. 세 아이를 키우는 동안은 그림책을 정말 많이 접할 수밖에 없었고요.  그런 면에서, 그림책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서 싹 튼 것은 아닐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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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꽃


Q. 아버님이 화가이자 미디어아티스트 김재권 작가님이라고 들었습니다. 작품에 아버지의 영향이 자연스럽게 반영되기도 하나요? 

생활인으로서 아버지와 예술가로서의 아버지를 보는 마음이 달라요. 아버지는 비슷한 나이대의 동년배에 비해서 개방적이고 깨어 있으신 분이세요. 제가 5살 때 프랑스로 유학을 가셨다가 12살에 돌아오셨어요. 아버지가 오신 후 밥을 접시에 담아 먹자고 하신 기억이 나네요. 경양식집이라면 모를까, 80년대에 가정집에서 밥을 접시에 담아 먹은 집이 또 있을까요?(웃음) 지금 연세가 80이 넘으셨는데 여전히 열정적으로 작품을 하고 계세요. 예술가로서 존경스러워요. 

하지만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아가는 예술가 남편을 만나서, 어머니가 아버지의 유학 뒷바라지부터 집안의 가장 노릇을 하느라 고생이 많으셨어요. 평생 가족을 돌보기보다는 당신이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어머니를 힘들게 했어요. 그런 면에서 아버지가 밉기도 했어요.  제가 순수 예술이 아니라 디자인을 전공해서 취직을 하려고 했던 것도 그런 영향 때문이에요.  

시간이 지나 마음공부를 하면서, 뿌리를 미워하는데 거기서 나온 줄기가 건강할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버지에 대한 이중적인 감정이 저를 병들게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갈등의 기억들을 내려놓을 수 있었어요. 


Q. 얼마 전 뉴저지 ACC갤러리에서 아버지 김재권 작가님의 작품과 작가님 작품이 나란히 전시된 적이 있지요. 어떻게 기획된 전시였나요?

갤러리 관장님이자 작가이신 김호봉 선생님과 특별한 인연이 있어요. 김호봉 작가님이 어렸을 때, 저희 부모님이 운영하던 미술학원에 다니셨거든요. 미술학원에서 열린 제 돌잔치 사진에 선생님이 계세요. 이 전시는 김호봉 관장님이 먼저 제안해 주셨고, 아버지의 승낙을 받아 제가 기획했어요. 단순히 두 사람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으는 것을 넘어 서로 다른 두 세계가 어떻게 연결되고, 그 연결이 관객들과 어떻게 교감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마침 2024년에 출간한 그림책 『우리는 언제나 같은 태양 아래(Meet Under the Sun)』에 담긴 메시지가 전시의 지향점과 완벽하게 어우러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언제나 같은 태양 아래(Meet Under the Sun)』는 미국 내 한국 이민자 가정에서 자라는 한 어린이의 일상을 통해, 멀리 떨어져 있어도 연결되어 있는 그리운 존재들을 상기시킵니다. 그리고 우리가 세상 어디에 있든 결국 같은 태양 아래, 하나의 지구 위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어요. 

아버지와 저의 예술적 언어는 다르지만 공명하는 에너지와 연결이 있다고 봐요. 이런 기회가 다시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전시를 위해 아버지와 더 자주 연락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Q. 그런 면에서 작가님과 딸과의 관계에서 빚어진 작품이 있지요.『아주 작게 속삭이는 말』은 학교 적응이 어려워 학교에서 말을 하지 않고 지냈다는 둘째 딸 이야기라고 들었어요. 그 책으로 딸과의 관계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사춘기 아이에게 엄마가 자신을 위해 만든 책이 별로 감흥이 일을 리가 없지요. 사춘기 아이는 고마움을 표현하지 않아요. 그래서 사춘기예요(웃음). 하지만 책을 만드는 동안 제가 깨닫고 느끼고 배우고 잊지 않게 되는 것들이 있어요. 제가 달라지는 거죠. 건강한 성장의 시작은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필요해요. 저는 내성적인 아이들의 성격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님을 이야기해 주고 싶었어요. 자기주장, 외향성, 적극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미국에서 소수인으로 살아가는 아이들에게는 특히 위축되고 소외감을 느끼게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부모가 아이의 걱정되는 한 가지에 확대경을 가져다 대고, 계속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면 그 불안이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달될 수 밖에 없더라고요. 대신 아이가 가진 나머지 수십 가지 장점을 바라봐 주기로 하면 나도 덜 불안하고, 아이도 편안해져요. 저희 아이처럼 불안에 완벽주의 성향까지 있는 아이가 무너졌을 때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했어요.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이름난 대학에 가는 게 문제가 아니라, 아이가 살아있고 웃을 수 있기만 바랐어요. 그 아이가 아기였을 때 그랬던 것 처럼요. 아이는 조금씩 껍질을 깨며 스스로 나왔고, 지금은 원하는 도시에 가서 즐겁게 대학 생활을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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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꽃


Q. 출간하신 그림책 속의 일러스트도 예쁘지만 따뜻하고도 감성 가득한 글이 참 좋습니다. 직접 글까지 쓰는 게 어렵지는 않으신가요? 

어머니 말씀으로는, 제가 어릴 적에 아무 소리가 나지 않아 무얼 하고 있나 보면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둘 중 하나였다고 해요. 그리고 제가 다닌 초등학교에서는 매일 일기를 쓰는 숙제가 있었는데, 학년 말에 일 년 치 일기를 엮어 책처럼 제본을 해 줬어요. 당시에는 매일 일기를 쓰는 게 귀찮고 싫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니 좋은 밑거름이 된 것 같아요. 

그림책 작가님들을 보면 이미지로 이야기를 만드시는 분도 있고, 이야기를 먼저 짓고 그림을 그리는 분들도 있어요. 저는 후자에 가깝습니다. 거창한 비결은 아니지만, 제 생각에 글도 그림도 결국 '관찰'에서 시작되는 것 같아요. 나이가 들수록 ‘이미 다 아는 것, 경험해 본 것’이 많아져서 세상을 관성적으로 보게 되는데, 그래서 머리로 세상을 보기보다 어린아이처럼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려고 해요. 더 나이가 들어도 작고 하찮은 것에 관심을 기울이자, 자주 감탄하자, 그런 생각을 해요. 


Q. 『아주 작게 속삭이는 말』에서 딸에게 직접적으로 들려주고 싶었던 말이 있었나요? 

그 책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너는 언제나 나와 함께 있고, 먼 곳에서 널 보러 달려온 별빛과 함께 있고, 오랜 시간 살아 온 우주와 함께 숨을 쉬고 있단다."는 부분인에,  마지막 장에서 ‘나 자신’이 고슴도치 아리아에게 해 주는 말이에요. 외로운 아이에게 너는 혼자가 아니란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외로움은 단절에서 오지만, 누가 곁에 있어도 마음의 문을 닫으면 외로워지거든요. 자신과 잘 지내며, 함께 존재하는 세상에 마음을 열어 두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문장입니다. 


Q. 작가명이 ‘가지꽃’이에요. 어떤 의미인가요?

한자로 ‘아름다울 가(佳)’에 ‘이를 지(至)’를 써서 필명을 ‘가지꽃’이라고 지었어요.  제 글과 그림이 누군가의 마음에 아름답게 가 닿아 꽃 피우기를 바란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그런 의미를 모르더라도, 고개를 숙이고 소박하게 피는 보라색 가지꽃이 좋기도 하고요.   


Q. 지금 작업하고 계신 책이 있나요?  

제 삶의 관심사가 이야기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만들고 보면 주제가 ‘연결, 성장, 순환’으로 귀결되더라고요. 다람쥐와 도토리를 주인공으로 사랑이 더 큰 사랑을 불러온다는 자연의 순환을 그려낸 이야기가 더미북(글과 그림의 배치, 장면 구성, 페이지 흐름을 확인하기 위한 시안 형태의 책) 상태에 있어요. 씨앗이 싹을 틔우기까지 땅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성장해 가는 이야기도 하나 있고요. 

더미북은 계속 고쳐가며 변해갈 수도 있고, 몇 년 동안 서랍 속에 묵혀 둘 수도 있고, 그러다 영영 빛을 못 볼 수도 있어요. 출판사의 선택을 받아야만 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애써 만든 원고가 거절당하면 기운이 빠지고, 재능을 의심하게 되고, 다음 책을 내지 못할 것 같아 불안해지기도 해요. 하지만 제가 할 일은 계속 창작을 해 나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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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꽃


Q. 모바일 영상의 시대에 글과 그림을 책으로 만드는 일이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어린이도 줄어들고,  책을 구매하는 사람들도 줄어들고, 출판시장은 늘 안 좋았지만, 요즘은 더 안 좋은 것 같아요. 작가도 당연히 영향을 받습니다. 모든 작가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작가라는 직업만으로는 생계가 가능하지 않은 분들이 많아요. 저도 그 때문에 이 일을 계속 하는 게 맞는지 고민하고 흔들린 것도 사실이에요. 본인이 간절히 원하면 모를까, 누군가에게 권하기는 어려운 직업이에요.  

저는 그림책 만드는 일이 좋고, 저에게 잘 맞아요. 오롯이 혼자서 작업하는 시간을 통해 저의 내면과 연결되어 있는 시간을 가져야만 하고, 그 결과물을 가지고 세상으로 나아가 사람들과 소통도 해야 하거든요. 표현을 통한 치유와 의미 있는 소통, 안과 밖을 왔다 갔다 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워요.  그림책 한 권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인생의 희노애락을 그 안에서 다 겪어야 하는데, 저는 그마저도 좋아요. 지금 저에게 중요한 건 성공보다는 지속이에요. 오래 이 일을 하고 싶거든요. 


Q.  한국인이 흔치 않은 테네시 주에 거주하시는 건 어떤 기분인가요? 한국 마트도, 한국인도 많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테네시 주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제가 사는 동네는 특히 백인 비율이 높고(약 80%), 한국인 수가 적어요.  150명 정도, 50여 가구 정도라고 하니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대도시의 삶과는 매우 다를 거예요.  저희는 그래서 미국의 도시라면 흔히 볼 수 있는 트레이더 조, 홀 푸드 마켓, 코스트코 , H마트가 모두 있는 도시를 가면 ‘다 가졌다’고 농담을 해요. 저희는 하나도 없거든요. 그런 면에서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세상 어디에나 다정한 사람들이 있고, 사람이 사는 곳에 내가 못 살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하지만 아이들은 남부를 벗어나 인종적, 문화적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고 있는 대도시로 가기를 원했어요. 결국 세 아이는 시애틀, 뉴욕, 보스턴으로 뿔뿔이 흩어져 생활하게 되었네요. 아이들의 생각과 선택을 이해하고, 지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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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꽃


Q. 주로 집에서 작업을 하실 것 같은데 살림과 일을 함께 하면서 지칠 때는 어떤 식으로 휴식을 하시나요? 

집이 일터가 되다 보니 특별한 일이 없으면 집 밖으로 잘 안 나가요. 가족 외에는 사람을 만날 일도 많지 않은 데다 주로 한국 출판사와 일하다 보니 영어를 쓸 일도 그다지 없어서, 어떨 때는 제가 미국에 살고 있다는 사실도 잊어버려요. 일상이 단순해서 작업하기는 너무 좋은 환경이지요. 일어나서  새 소리 들으며 차를 마시는 것, 저녁 먹고 남편과 하늘 보며 동네 한 바퀴 산책하는 것, 꽃을 사다가 식탁 위해 올려 놓고 오가며 보는 것. 이런 것이 제 휴식이에요. 행복의 역치는 낮을수록 좋아요. 아주 작은 것에 행복할 수 있으면 행복할 일이 많아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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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꽃 

 

Q.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신가요?

목표를 두고 그것을 향해 달려가는 삶에서 벗어났어요. 행여 다시 욕심과 집착이 생기게 되면, 그것을 알아차리고 내려놓는 게 목표라면 목표겠네요. 당연히 어떤 바람을 가질 수는 있어요. 아까 말씀드린 대로 ‘그림책을 오래도록 만들고 싶다’ 그런 거요. 하지만 그것을 집착으로 하거나 이루어야 할 목표로 보지는 않을 거예요.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한 창작을 하는 것이 제가 지금 할 일이예요. 


Q. 미국으로 이민 계획하는 분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요?

남들에게 조언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요(웃음), 왜냐하면 사람은 남의 말을 안 듣게 태어났거든요. 이민을 결정하는 각자의 이유도, 처하게 될 환경도 천차만별일 거예요. 

저는 우리 모두 각자의 숙제가 있다는 뜻으로 쓰이는 “Everyone has their own agenda.”라는 말을 좋아해요. 크기와 무게는 다를 수 있지만, 모두가 각자에게 가볍지 않은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가요. 제가 아이들을 아무리 사랑해도 그들이 해야 할 숙제를 대신 해 줄 수는 없어요. 물론 대신해 주려고 하는 부모도 있겠지만, 저는 그들이 겪어야 할 일을 겪고 배워야 할 것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디에 계시든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자신의 삶에 주어진 일들을 통해 경험하고, 배우고, 성장해 나가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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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꽃


Q. 한국 그리고 해외에서 이 글을 보실 독자 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제 그림책의 제목처럼 ‘우리는 언제나 같은 태양 아래’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미국에 사는 한결이가 한낮의 태양 아래 놀고 있을 때, 한국에 있는 해인이는 어둠을 덮고 잠을 자요. 시간의 차이만큼 거리도 멀게 느껴지지만, 우주에서 보면 낮과 밤은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빛과 그림자로써 늘 함께 있습니다. 빛이 있기에 그림자가 있는 것이고, 서로가 있어야 상대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어요. 그 둘은 본래 하나이거나 전체를 이루고 있는 것이지요. 

미국 내에서도, 한국 내에서도 인종, 성별, 세대, 소득의 격차 등 여러 이유를 들어 사람들을 가르고 분리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망망대해 우주에서 오직 이 별에 발붙이고 사는 우리들끼리 뭘 그렇게 편을 나누고 가르려 하는지 모르겠어요. 자연과 사람과 우주,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고, 서로 의지해서 살아가는 존재들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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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꽃




인터뷰 | 조은정
사진 | 가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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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2개월에 한 번은 비행기를 타줘야 제대로 된 행복한 인생이라고 믿는 여행교 교주. <미국 서부 셀프트래블>, <뉴욕 셀프트래블> 외 여러 권의 저서가 있는 베스트셀러 직딩 여행작가. 현재 뉴욕에서 지내고 있다.
https://blog.naver.com/eiff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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