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카레에 진심인 사람들, 도쿄 네모 미식 작가와 커리컬처클럽 이주형 대표

2026-08-06


지난 7월 말, 서순라길에 있는 커리와 향신료 전문점 커리컬처클럽(CCC)에서 커리 마니아들을 위한 특별한 팝업이 열렸습니다. 『진짜 도쿄 맛집을 알려줄게요』, 『나만의 일본 미식 여행 일본어』 등의 책을 펴낸 도쿄의 미식 작가 네모가 일본의 스파이스 카레를 소개하고 커리 컬처 클럽에서 특별한 카레를 선보이는, 강연과 미식이 하나가 된 팝업이었습니다. (관련 기사)


브릭스 매거진에서 '일본식 스파이스 카레 컬처' 팝업 행사 이후 도쿄의 미식 작가 네모와 커리컬처클럽을 운영하는 이주형 대표를 만나 그들이 왜 '커리'에 빠지게 되었는지, '스파이스 카레'는 어떤 음식인지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이국적인 향 가득한 커리의 세계로 떠나 보시죠.


49807940bc823.jpg(좌) 도쿄 네모 작가 (우) 커리컬처클럽 이주형 대표



Q. ‘일본식 스파이스 카레 컬처’ 팝업 행사는 어떻게 진행하게 되셨나요?


커리컬처클럽 이주형 대표(이하 이주형)

최근 저희가 ‘커리컬처클럽’으로 리브랜딩을 하면서 커리, 특히 스파이스(향신료)에 집중하고자 했습니다. 네모 작가님과는 2022년부터 공통 관심 분야인 카레로 소통해 오고 있었는데요. 도쿄에 갈 때마다 뵙고, 작가님이 좋아하시고 추천해 주시는 카레집도 방문을 했어요.


이번에 갔을 때는 도쿄의 ‘세이란’이라는 곳과 ‘브라더’라는 곳을 방문했는데,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물론 저희와 맛의 지향점이 좀 다르긴 하지만, 그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방향과 방식을 차용하고 저희만의 맛과 기술로 풀어내어 한국에도 소개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이번 팝업을 기획했습니다.


네모 작가(이하 네모)

카레는 ‘국민 음식’이라고 할 만큼 일본 사람들이 많이 먹는 음식이에요. 그만큼 서민적인 음식이고, 친숙한 음식이기도 합니다. 시판 카레 루(roux)로 만드는 카레도 있지만, 그 외에도 키마 카레나 수프 카레처럼 일본에는 참 다양한 카레가 있어요. 스파이스 카레도 그중 하나인데, 이번에 커리컬처클럽에서 스파이스 카레를 집중 조명하신다고 하여 도와드리고자 팝업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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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커리컬처클럽을 설립하신 배경은 무엇인가요?


이주형

처음엔 막연히 음식점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러다가 철판과 카레를 붙이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포항에서 ‘옐로우 드래곤 커리’라는 커리 전문점을 열었습니다. 그러다가 서울 서순라길에 ‘라멘 보루도’라는 라멘집을 열게 되었고요, 서울과 포항을 오가며 두 식당을 함께 운영했어요. 그러는 와중 점점 향신료의 매력에 빠졌고, 더 넓은 시장에서 저희 커리를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 포항에 있던 옐로우 드래곤 커리를 이곳 서순라길로 이전해 왔어요. 최근에 ‘커리컬처클럽’으로 리브랜딩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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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 팝업의 주인공인 ‘스파이스 카레’는 어떤 카레인가요?


네모 

1990년대 일본 오사카에 있던 카레 마니아들이 인도식 카레의 틀을 깨고 나만의 카레를 자유롭게 만들겠다고 하며 선보인 카레를 ‘스파이스 카레’라고 합니다. ‘스파이스’란 말이 들어가 한국분들은 약간 매운 맛의 카레인가 기대하실 수도 있는데, 맵다기보다는 다양한 향신료(spice)가 쓰이는 카레를 말해요.


사실 정의가 좀 애매하긴 합니다. 보통 밀가루를 쓰지 않고 향신료 위주로 만들며, 반반 카레 아니면 세 종류 카레로 선보이기도 하고, 주마다 바뀌는 카레, 이번 달의 카레, 이런 식으로 메뉴가 계속 달라지는 장르를 통칭하기도 합니다. 또, 원래 밴드맨이었거나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이 서브컬처 느낌으로 만들기 시작한 면도 있어서, 비주얼이 특이한 것도 특징으로 꼽을 수 있고요.


무엇보다 오사카는 음식에 다시(出汁, 가다랑어포, 멸치, 다시마 등을 끓여 우린 국물)를 넣는 문화가 도쿄보다 강한데요, 카레 또한 다시를 통해 깊은 맛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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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커리컬처클럽도 일종의 스파이스 카레를 선보이고 계시지요.


이주형 

제가 처음 카레 전문점을 열었을 때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일본 카레 루에 향신료를 조금 첨가하는 방식을 사용했어요. 그런데 경험과 향신료에 대한 이해도와 깊이감이 쌓이면서, 저희도 시판루가 아닌 다양한 향신료와 식재료를 활용해 저희만의 배합과 조리 기술로 커리를 만드는 데 집중하게 됐습니다. 그런 점에서 ‘스파이스 카레’라는 장르를 만들어낸 일본의 지향점과 저희가 추구하는 방향이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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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 팝업을 위해 만드신 한정 스파이스 카레는 어떤 특징이 있나요?


이주형

네모 작가님과 도쿄 세이란에 갔을 때, 홀 향신료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커리를 만드는 과정에는 보통 템퍼링이라는 작업이 있습니다. 


세이란에서는 큐민 씨드, 펜넬 씨드, 카다멈 같은 홀 향신료를 다양하게, 그것도 넉넉한 양으로 템퍼링을 하여 제공하였습니다. 그래서 씹었을 때 향신료 본연의 향과 감칠맛이 직관적으로 확 느껴지는 방식이었습니다. 향신료를 가루로만 접하던 분들에게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만큼 매력적인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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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

세이란은 일본에서도 향신료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즐겨 다니는 맛집이에요. 사실 스파이스가 강렬하기 때문에 한국분들 입맛에 맞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주형 대표님이 그냥 무난하게 만드는 것보다는 조금 특징 있는 맛을 내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시며 이번 팝업 스파이스 카레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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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에서 선보인 홀 스파이스 치킨 커리와 키마 커리


Q. 그런데 강렬한 향신료는 일본분들에게도 생소하지 않나요?


네모

약간 마니아층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은 확실히 적은 편이에요. 아시다시피 일본인 중에는 매운 걸 잘 못 먹는 사람들이 많지만, 화자오 같은 향신료에는 익숙한 편이에요. 그래서 마파두부나 탄탄맨 등에 화자오를 많이 넣어 먹기도 하지요. ‘마라’를 놓고 보면 매운맛인 ‘라’에는 약해도 얼얼한 맛인 ‘마’에는 강하달까, 익숙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외의 다른 향신료에도 잘 적응하는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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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한국, 일본은 물론 전 세계가 뜨겁게 달아오른 여름입니다. 여름에 어울리는 카레도 있을까요?


네모

재미있게도 일본에서는 더운 날에 카레를 많이 먹습니다. 이열치열인 거예요. 요즘은 일본에도 매운 메뉴가 많긴 합니다. 마파두부, 탄탄면, 순두부, 여러 태국 요리도 있지요. 그래도 원조 매운맛 음식 하면 일본에서는 카레를 제일 먼저 떠올려요. 그래서 더위와 싸우고자 카레를 드시는 분들이 많고, 여름에도 유명한 카레집 앞에는 줄이 늘어섭니다.


사실 일본엔 ‘여름 카레’라는 장르도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식재료가 가지와 토마토를 넣은 카레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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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오늘은 팝업 두 번째 날입니다. 어제 팝업 참가자들의 반응은 어떠했나요?


이주형

우선 향신료에 관심도 많고 궁금증도 많은 분들이 와 주셔서 그런지 조금 생소할 수도 있는 카레 맛을 아주 잘 받아들여 주셨어요. 새로운 음식을 즐겁게 드셨던 것 같은데, 사실 속내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싹싹 접시를 비워 드셔주셨고, 새로운 맛이라고 평해 주신 분도, 일본에서 먹던 맛이다 평해 주신 분도 많았습니다. 감사한 일이지요.


네모

오랜만에 한국에서 강연을 했는데, 이렇게 눈앞에서 이야기를 하는 일 자체가 영광스러웠습니다. 어제 참석자분들 중 혼자 오신 분들은 뭔가 마니아층 같다는 느낌도 들었는데요. 제가 설명하기 전에 이미 알고 계시는 분도 계셨고, 여긴 정말 로컬들만 갈 만한 곳이다 싶은 곳도 이미 다녀오신 분도 계시더라고요. 역시나 스파이스 카레 같은 새로운 맛, 실험적인 맛에 관심도가 높은 분들이 참가하셨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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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향후 두 분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네모

어제도 다음 책은 언제 나오느냐는 질문을 받았는데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습니다. 그래도 개인적인 희망이 있다면, 카레 전문 맛집을 소개하는 책을 쓰면 어떨까 합니다. 『도쿄 맛집을 알려줄게요』에서 여러 장르의 맛집을 골고루 소개해 드렸고 그 속편을 만들어도 좋겠지요. 하지만 좀 더 전문성 있는 책을 만들어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어요. 스파이스 카레뿐만 아니라 일본에는 유럽풍 카레, 키마 카레 등등 카레의 저변이 넓습니다. 아마 카레 식당만 소개해도 50곳 정도는 소개할 수 있을 테니 카레 전문 책을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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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저희 커리컬처클럽은 앞으로도 계속 다양한 향신료의 매력을 여러 음식을 통해 알리고, 향신료 문화를 알리려고 노력하는 브랜드가 될 것 같습니다. 여러 활동과 팝업도 구상하고 있고요. 커리라는 세계가 굉장히 오랜 역사와 다양한 맛을 가지고 있으니 앞으로의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고 봐요. 그 세계를 많은 분들이 느낄 수 있도록 앞으로도 이런 시도들을 재미있게 계속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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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사진 | 신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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