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리의 삶을 담은 영화를 사랑하는 일 - 씨네플레이 주성철 편집장

2024-02-20

〈키노〉〈필름2.0〉〈씨네21〉 등 굵직한 영화 잡지를 거쳐 현재 영화 웹진 〈씨네플레이〉의 데스크를 맡고 있는 주성철 편집장. 그는 영화평론가이자 영화전문기자이며, 작가인 동시에 방송인이기도 합니다. 〈돌아온 방구석 1열〉의 패널로도 우리에게 익숙하고, 유튜브 영화 채널 〈무비건조〉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지요. 그런 그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는 다름아닌 홍콩 영화입니다. 브릭스 매거진에서는 주성철 편집장을 만나 홍콩 영화와 홍콩에 관하여, 영화라는 매체에 관하여 들어보았습니다.


87986e84bd15f.jpg주성철 편집장



Q. 홍콩 영화 여행을 떠나신다고 하는데, 어떻게 기획된 여행인지 소개해 주세요.

지난해부터 여행사와 협력하여 홍콩영화 속 촬영지들을 돌아다니는 ‘홍콩무비투어’를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2번의 투어 모두 몇 시간 만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많았고요, 올해에는 제가 편집장으로 있는 〈씨네플레이〉와 연계해 보다 재밌는 투어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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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철 편집장과 함께하는 홍콩무비투어



Q. 수많은 영화 속에 비친 홍콩은 어떤 곳인가요?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서 스쳤다면 우리의 인연도 달라졌을까?”

왕가위 감독의 영화 〈2046〉에서 양조위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홍콩 센트럴에서 무려 800미터에 달하는 세계 최장 에스컬레이터인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있으면, 그 양조위가 앞서 출연했던 왕가위 감독의 또 다른 영화 〈중경삼림〉에서 그가 살던 집이 보이죠.


0a6357af900b6.jpg영화 〈중경삼림〉중에서


에스컬레이터의 느린 속도에 몸을 맡기고 천천히 올라가다보면 마치 극장에 앉아있는 것처럼 눈앞으로 슬라이드 쇼가 펼쳐지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양조위의 집을 훔쳐보던 왕정문처럼 고개를 숙이고 그 창문을 뚫어지게 쳐다볼지도 모르죠. 또한 그곳은 〈다크 나이트〉에서 크리스천 베일과 모건 프리먼이 이야기를 나누던 곳이기도 합니다. 


5989362ecfb7e.jpg영화 〈다크 나이트〉중에서


그렇게 홍콩이라는 좁은 땅에서 무수히 많은 영화들이 촬영되다보니 같은 장소에서 서로 다른 인물과 이야기가 겹쳐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홍콩을 두고 좁다고 얘기하지만 영화와 함께라면 홍콩은 세상 그 어디보다 넓은 곳이라고 하겠습니다. 


e06a6627bb61e.jpg주성철 제공



Q. 편집장님께서 홍콩영화와 사랑에 빠진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영화에 빠졌던 1990년대 초반은 홍콩영화의 전성기였습니다. 〈영웅본색〉을 보면서 주윤발의 모든 것을 따라 하고 싶었고, 그 사랑은 이후 감독과 배우를 바꿔 주성치와 왕가위로 이어졌습니다. 변영주 감독님은 〈방구석 1열〉에서 ‘홍콩영화는 내게 낭만을 일깨워줬다’고 하셨죠. 다른 나라의 영화들로부터 미학과 스타일을 배웠다면 홍콩영화는 정서적으로 완전히 달랐다는 것인데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918a98ee15547.jpg주성철 제공



Q. 〈키노〉, 〈필름2.0〉, 〈씨네21〉을 거쳐 〈씨네플레이〉라는 웹진을 만들어가고 계신데요, 종이 잡지 시대를 회상하시면 어떤 감정이 드시나요?

인터뷰를 진행하면 (제가 가장 싫어했던) 음성 녹취도 AI가 풀어주는 지금에 와서 돌아보자면, 진짜 힘들게 일했구나,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웃음)


211675e9f47ee.jpg주성철 제공



Q. 지난 시절 영화 매체와 지금의 매체가 영화를 소개하고 다루는 방식에 차이가 있나요?

저도 여러 영화 관련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유튜브 〈무비건조〉도 하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 글보다 말로 다루는 일이 많아졌다는 것이 결정적인 차이라고 하겠습니다. 그건 어쩌면 한때 동시에 10개 이상의 영화 오프라인 매체가 만들어지던 시절과 달리 지금은 사실상 ‘영화잡지’라는 것이 없어진 시대이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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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철 제공



Q. 〈방구석1열〉은 글이 아닌 영상으로 영화를 다루고 있는데요, 글이 아닌 방식은 또 새로운 경험이었을 것 같습니다.

지난해부터 〈돌아온 방구석 1열〉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왔는데요, 녹화장 안에서 2편의 영화를 비교하며 깊이 있는 영화 얘기를 했던 것에 비하면, 이제 홍콩이나 대만, 그리고 국내의 강원도 양양 등 해당 영화의 촬영지를 직접 찾아가 영화 얘기를 풀고, 보다 예능적인 요소를 강화하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글이든 말이든, 영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매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더 구독자가 늘고 조회수도 늘게끔 더 많은 사랑을 보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웃음)


3ed5eea2c9734.png〈돌아온 방구석 1열〉



Q. 요새는 OTT 콘텐츠도 많이 다루고 계신데요, 영화관 영화와 OTT 영화 사이에 경계를 지으려는 시각도 있는데, 편집장님께서는 이 둘 사이를 어떻게 정립하고 계신가요?

극장 개봉과 OTT 공개 사이의 기간을 법제화하려는 ‘홀드백’ 논란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OTT에서 자체적으로 만드는 영화와 시리즈도 극장을 위협한 지 꽤 됐습니다. 오히려 기존의 영화계가 새로운 영토를 찾게 되었다고 보는 편이고,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할 새로운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경계 그 자체를 넘어 보다 ‘크리에이티브한’ 콘텐츠가 많아지길 바랄 뿐입니다.



Q. 홍콩영화 이후 특별히 주목하거나, 마음에 두신 영화 장르가 있으신가요?

전혀 없습니다. (웃음) 제게는 홍콩영화 아니면 한국영화입니다. 보다 넓히자면 아시아 영화입니다. 영화가 우리의 삶을 담고 있는 것만큼 자연스레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홍콩영화가 망했고 수명을 다했으며 멸종 위기 직전이라고 하지만, 홍콩영화는 저뿐만 아니라 그를 사랑했던 사람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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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2d90b7d187c.jpg5ea482e1e42c2.jpg〈중경삼림〉〈화양연화〉〈첨밀밀〉 중에서



Q. 지금 준비하고 계신 책이나 콘텐츠가 있으신가요?

현재 『마지막 홍콩 배우 양조위』라는 책을, 제 마지막 책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웃음) 2024년 상반기 마감이 목표였으나 하반기 마감으로 바뀌었고, 그보다 더 늦어지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지금 홍콩과 홍콩영화의 미래를 알 수 없는 것처럼 그 또한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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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주호
사진 주성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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