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일상을 아름답게 가꾸는 출판사, 아침달 - 서윤후 편집자를 만나다

2024-05-21

2018년 9월, 9권의 시집이 동시에 출간되었습니다. 등단 여부와 상관없이 자기 목소리로 시를 써 온 이들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은 출판사의 이름은 아침달. 이후로 아침달은 시집, 산문집뿐만 아니라 사진이나 그림이 어우러진 에세이도 출간하며 주변부의 이야기를 꾸준히 전해주고 있습니다. '좋은 책'을 내는 출판사를 넘어 뛰어난 기획력과 디자인 감각으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지요. 브릭스에서는 아침달의 편집자 서윤후 시인을 만나 아침달이 어떤 출판사인지, 어떤 책을 어떻게 기획하여 세상에 전하고 있는지 들어보았습니다. 


아침달 출판사


Q. 아침달이라는 출판사는 어떻게 시작되었고, 서윤후 편집자는 어떤 계기로 아침달에서 일하게 되셨나요?

아침달의 일원으로 제가 대신 소개하자면, 2013년 편집 디자인 회사로 출발한 ‘디자인수다’에서 ‘아침달’이라는 출판 브랜드를 론칭하여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일상시화》라는 잡지를 시작으로 아침달 시집 아홉 권을 크라우드 펀딩하여 출간하며 본격적으로 한국 문학에 뛰어들었어요. 저는 그 당시 5번 시집 『휴가저택』의 저자이기도 했고요. 이후에 좋은 기회로 아침달 편집자로 합류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원래 연남동에서 서점과 사무실을 함께 운영하다가 서점은 잠시 휴업하고 사무실만 이곳 서교동으로 이전해서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아침달 서윤후 편집자


Q. 시집과 산문집을 주된 장르로 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시작은 시집으로 했지만, 한국 문학에 닿아 있는 여러 장르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시인들의 시집뿐만 아니라, 산문집도 출간하고 있는데요. 어떤 장르에 국한되기보다는 책 한 권이 건넬 수 있는 일상의 아름다운 의미를 헤아리며 그림 에세이나 사진산문과 같은 장르도 느슨하게 출간하고 있습니다.


Q. 아침달의 시집 출간 방식이 특별하다고 들었습니다.

기존에 시집들은 출판사가 등단한 시인에게 제안하거나, 편집위원 중심으로 꾸려진 출간 기획에 의해 결정되는 편이었는데요. 저자들이 투고한 원고를 선별해 출간하기도 했고요. 그것이 ‘주류’처럼 여겨지는 동안에 좋은 원고를 만나는 데 있어 어떤 장벽이나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아침달에서는 등단 여부와 상관없이 자기 목소리로 시를 써온 사람들의 원고를 발굴해서 꼼꼼하게 검토한 뒤 출간할 원고를 선정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편집위원 같은 직함을 쓰지 않고 ‘시를 큐레이션 한다’라는 개념으로 ‘큐레이터’들과 함께하고 있어요. 김소연, 김언, 유계영 시인이 아침달의 시작과 함께한 큐레이터였습니다. 출간이 결정된 원고는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인 큐레이터들이 함께 호흡하며 좋은 시집으로 엮일 수 있도록 피드백을 주고받습니다. 지금도 최종적으로 출간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큐레이터가 함께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는데요. 정한아, 박소란 시인이 새롭게 합류에 이 과정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아침달의 시집들


Q. 편집자로서 출간 과정을 지켜본 도서 중 가장 애정이 가는 책이 있으신가요?

유희경 시인이 2021년에 낸 『이다음 봄에 우리는』을 꼽고 싶어요. 유희경 시인은 아침달 1번 시집 『당신의 자리―나무로 자라는 방법』의 저자이기도 하고, 아침달 첫 산문집 『반짝이는 밤의 낱말들』도 출간한 바 있는, 저희와 인연이 깊은 시인입니다. 『이다음 봄에 우리는』을 편집하는 일이 굉장히 좋은 경험으로 남아 있어요. 시집의 시들이, 그때 편집하던 시절과 잘 어울렸고요. 또 시집 한 권을 향해가는 온전하고 무고한 마음을 시와 함께 호흡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작년에 출간된 『한자 줍기』라는 책도 오랜 기억에 남습니다. 최다정 작가의 첫 산문집이었고요, 젊은 한문학자의 글을 통해 제가 가지고 있던 한자에 대한 경험을 새로이 쌓아갈 수 있었던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저희 대표님이 ‘브런치스토리’라는 플랫폼을 통해 연구자의 글을 보고 출간을 제안한 책인데요. 이미 유명하고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의 책은 언제든지 나올 수 있지만, 묵묵히 혼자서 공부하고 일하고 성실히 써가는 그런 사람들은 세상에 내비칠 기회를 찾기가 어려워요. 그들의 원고를 미리 알아보고 ‘우리 같이 책을 함께 만들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하는 자체가 서로에게 특별한 의미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 의미가 깊어 작가님과의 두 번째 책도 준비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어요.


아침달 출판사의 서가


Q. 시집은 다른 장르의 책과 편집하는 과정도 다를 것 같아요.

시집도 편집자마다 스타일이 다 다를 거라 생각이 드는데요. 저는 최대한 시인의 정서나 의도가 잘 드러나게, 그리고 훼손되지 않게 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편입니다. 가만히 두는 일이 더 어렵기도 하잖아요. 보통 저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한 형태로 시집 원고가 묶여서 와요. 그 원고에서 각 부가 어떤 흐름으로 읽혔으면 좋겠는지, 각 부에 달린 제목으로 감정을 어떻게 흐름 있게 만들고 싶은지 시인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것을 보다 선명히 나타나게 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시집은 다른 책에 비해 텍스트 분량이 적기 때문에 구성 요소인 시집 제목이나 소제목, 시가 배치되는 순서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좋은 제목을 떠올려서 제안하기도 합니다. 가끔은 시적 의도인지 오류인지 헷갈리는 표현도 있는데요, 그런 것들을 확인하는 작업도 꼭 거칩니다. 시는 온점 하나, 쉼표 하나 넣거나 빼는 것에도 협의를 거치고, 심지어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행간도 읽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세밀하게 보려고 합니다. 섬세하게, 마치 새끼 새를 손 안에 품고 다루듯이 시집도 조심스럽게 다루는 것 같아요.


Q. 개인적으로 함께 작업하고 싶은 작가, 혹은 영향을 받은 작가가 있으신가요?

저는 책을 매개로 우리가 같이 간직하게 되는 이야기가 생기거나, 서로가 각자의 시절에서 좋은 역사가 되는 것을 더 선호해요. 미래지향적으로 ‘누구와 함께하고 싶다’보다는 ‘누군가와 함께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는 편이기 때문이지요.


이런 맥락에서 아침달의 큐레이터였고 9번 시집 『i에게』를 출간한 김소연 시인을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아침달의 편집자가 되기 전, 김소연 시인이 어느 자리에서 한 작은 출판사, 그러니까 아침달과 미등단 시인들의 시집을 내는 기획을 하고 있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그러면서 기존의 문단 권력 같은 장벽을 허물고 비주류의 목소리를 들으려 한다는 의도를 설명해 주셨는데, 그게 굉장히 감명 깊었어요. 좋은 기획이라고 생각했지요.


제가 김소연 시인의 시집을 편집한 것은 아니지만, 작은 것들에게 목소리를 내어주고 그걸 경청하려고 하는 사람의, 시인의 책을 만든다는 것에 기대감이 있는 편입니다.


Q. 편집자로서 책을 기획할 때 어떤 점을 염두에 두시나요?

요즘 ‘릴스’나 ‘쇼츠’같이 전속력으로 지나가는 고자극의 콘텐츠를 되도록 보지 않으려고 하는 편입니다. 책은 그런 흐름과 너무나 반대편에 위치해 있지요. 외부의 자극에 속도를 섞지 않으며 묵묵히 어떤 이야기를 보여주고, 그 이야기를 오랫동안 마주하고 읽을 수 있는 독자를 찾는 일을 끊임없이 해나간다는 점이 제게는 무척 중요합니다. 아침달의 속도와 방향이기도 해서 무척 잘 맞는 지점에 놓여 있어요.


김성라 작가가 쓰고 그린 『쓸쓸했다가 귀여웠다가』


단단하게 차곡차곡 쌓이는 것들이 있으면 당장 읽지 않더라도 훗날에 한 번쯤은 찾아봐 주는 책이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트렌드처럼 독자들이 갑자기 우르르 몰려와 사랑해 주는 그런 속도감 있는 책도 좋지만, 그보다도 책을 온전히 감각하며 읽고 좋다고 말해 줄 수 있는, 조금은 느리지만 폭넓게 이해해 줄 수 있는 독자들이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다음 책을 만들 힘을 내기도 합니다.


중심에 서는 문학이 생기면서 주변부에 놓이게 된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이자는 취지로 아침달의 시집이 출간되었듯 저도 늘 많이 경청해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아침달의 캐치프레이즈가 ‘일상을 아름답게 가꾸는 문학’이거든요. 작품 한 편 한 편을 읽음으로써 내 삶이 조금 더 나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어떻게 줄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합니다.


이옥토 작가의 사진산문집 『처음 본 새를 만났을 때처럼』 


Q. 아침달의 책은 표지 디자인도 참 인상적입니다.

독자분들도 저희 아침달의 디자인을 많이 사랑해 주시는데요, 시집 같은 경우도 제목과 색만 바꾸는 전형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디자이너들이 원고를 직접 읽고 작업하여 그 시집에 맞는 표지를 만들어 주고 계세요. 그게 아침달만의 색깔이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와 잘 어울리는 표지


Q. 유독 많은 사랑을 받았던 아침달의 책은 무엇인가요?

혹시 고양이 키우시나요? 저는 반려묘와 함께 사는 집사로서, 고양이를 무척 좋아하는데요. 이처럼 반려동물에 대한 시인들의 헌신과 서로 간에 나눈 신뢰를 독자들이 쉽게 느낄 수 있게 기획한 책이 있어요.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와 『그대 고양이는 다정할게요』는 ‘댕댕이 시집’, ‘냥냥이 시집’으로 불리는 반려동물 앤솔러지 시리즈로 두 책 다 아주 독자 분들의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에는 작가들이 반려견과 함께 찍은 사진이 실렸는데, 책에 담기면 더 오래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아 저도 원고를 쓰고 어릴 적 키웠던 강아지와 찍은 옛날 사진을 넣었어요. 『그대 고양이는 다정할게요』도 고양이를 그저 소재가 아닌 어떻게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들려주고 있고요.


아침달의 반려동물 앤솔로지 시리즈 @로우북스


Q. 아침달의 신간을 소개해 주세요.

만드는 책이 어떤 독자를 만나게 될까, 그런 기대감을 가지며 신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독서 기록을 생활화하고 있는 작가의 첫 책 『하루의 책상』이 나왔어요. 아시다시피 요즘 너무 많은 콘텐츠가 빠른 속도로 지나가서 내가 무엇을 소비했는지조차 감각하기 어렵잖아요. 이런 가운데 작가가 자신이 책에서 무엇을 읽었는지를 노트 한 권에 오롯이 채우며 이 세계를 어떻게 느끼는지 탐구하는 이야기예요. 노트 기록을 엄청 빼곡히 하는 저자와 같은 분들을 저는 ‘기록 생활자’라고 불러요.


하루 작가의 산문집 『하루의 책상』


올해 3월에는 숙희 시인의 시집 『오로라 콜』을 출간했어요. 숙희 시인 또한 큐레이터들이 발굴한 시인이에요. 오랜 기간 걸려서 나온 이번 시집에는 여성의 목소리가 첨예하게 담겨 있어서 날 선 부분으로 내가 몰랐던 것들을 찌르는 것 같은 느낌이 꽤 유효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이번에 막 『케이크 자르기』라는 책도 나왔습니다. 11명의 시인이 각자의 기념일에 대해 쓴 시와 기념일에 함께한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글을 실었어요. 작은 문고본인데요, 제가 오랫동안 기획했던 책이 드디어 나오게 됐습니다.


숙희 시인의 『오로라 콜』을 비롯한 아침달의 시집들 @로우북스


Q. 앞으로 출간 예정인 작품들도 소개해주세요.

새로운 시리즈가 출간될 예정이에요. ‘일상시화’라는 시리즈인데요. ‘○○과 시’라는 형태의 제목을 가진 책들이 총 7권 출간될 예정입니다. 시와 나란히 둔 일상의 풍경들을, 시인들의 목소리로 들어보는 산문집 시리즈예요. 저도 좋은 기회로 필자로 참여하게 되어 『고양이와 시』를 선보이게 되었고요. 유희경 시인의 『사진과 시』의 편집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 박소란 시인의 『빌딩과 시』, 윤유나 시인의 『잠과 시』가 1차로 먼저 출간될 예정입니다. 하반기에 2차로 출간될 3권의 책도 기대해주세요.





인터뷰 이은서, 신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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